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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 chapter2. DiGITAL TWINS

미래는 언어로 다가온다. 게이미피케이션, 디지털 트윈, IoB, 비지도학습 AI 등 낯선 용어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입에는 익지 않은 개념들이지만 의미와 기능을 들여다보면 익숙한 것들이다. 지금보다 더 오래전, 10년 전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래된 시절, 막연히 그렸던 공상과학 세상의 개념들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상상은 실체가 되며 새로운 이름을 얻었을 뿐이다. 지금 미래 개념으로 알려진 게이미피케이션, 디지털 트윈, IoB, 비지도학습 AI를 다각도로 다룬다. 미래 개념을 경험한 이들의 기대와, 미래 개념이 낯선 이들이 느낀 공포를 담았다.

UpdatedOn September 01, 2021

현실을 디지털로 복제한다. 디지털 트윈의 정의다. 디지털 트윈은 단순히 3D 구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를 3D 모델링으로 재현하는 것과는 다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에서 비용과 물리적 한계가 있는 시도를 가상공간에서 모의시험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현실과 동일해야 한다. 작은 차이가 실제 시험에선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 현실을 가상에서 어떻게 복제할 수 있나. 건축 현장이나 공장 시설에선 3D 스캔을 이용한다. 올해 4월 GPU 제조사인 엔비디아는 옴니버스라는 온라인 3D 협업 플랫폼을 발표했다. 옴니버스는 온라인에서 여러 사용자들이 3D나 영상을 협업해 제작하는 솔루션이다. 현실의 물리법칙이 그대로 구현되기에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이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면 세계 각지의 엔지니어들이 온라인에서 설계나 시험을 물리적 한계 없이 진행할 수 있다. 현실 공간을 3D나 영상으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문화 영역에 적용하면 촬영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다. 누구나 광화문 광장을 섭외하지 않고도 광고나 뮤직비디오에 광화문을 노출할 수 있다. 여기서 상상력을 더하면 신비로운 가상세계를 실제처럼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디지털 트윈은 공간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사람도 복제 가능하다. 내 카톡 대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챗봇을 만들고, 음성과 영상 합성을 결합하면 가상세계에 내가 복제된다. 가상세계에 복제된 ‘내’가 실제 ‘나’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나’는 자기 존재를 부정하지 못할 거다. 어떤 세계이든 그는 그 나름대로 존재하고 있으니까. 기사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전개되는 디지털 트윈 사례들을 모았다. 이어서 날카로운 감각을 가진 아티스트들에게 가상공간에 복제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솔직하고 거대한 대답이 오갔다.

복제된 것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기업들의 똑똑한 사례를 모았다. EDITOR 정소진

  • 제너럴 일렉트릭의 엔진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은 항공우주 분야에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제너럴 일렉트릭은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특히나 ‘엔진’에 집중한다. 시간 경과에 따른 엔진의 기능 저하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다. 이를테면 제너럴 일렉트릭에서 내세우는 가장 강력한 ‘GE90’ 엔진의 블레이드 유지 관리. 엔진은 시간이 흐르면 소위 항공 산업에서 말하는 ‘스펄레이션(Spallation)’, 즉 파쇄 현상이 일어난다. 부품과 자재가 부식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비행기가 모래바람과 맞닥뜨리기 쉬운 중동 지역에서 흔히 나타난다. 따라서 디지털 트윈은 블레이드의 성능이 저하되는 것을 쉽게 예측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기 전, 고객에게 적절한 시기에 엔진을 정비하도록 조언할 수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의 디지털 트윈 활용법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력사업 발전소 관리에 있어 더 높은 성능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복합발전소의 디지털 트윈을 설계했다. 이는 디지털 발전소를 모델링하고 연료비와 전기요금까지 직접 고려하는 역할을 한다.

  • DHL의 스마트 웨어하우스
    최근 ‘DHL’이 싱가포르 테트라팍 창고에 공급망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이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탑재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DHL용 스마트 웨어하우스로, 디지털 모델을 활용해 웨어하우징과 운송 및 운영을 지원한다. DHL 물류 창고의 상황과 동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시뮬레이션하며, 안전성과 생산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감시한다. 또한 창고 관리자는 실시간 운영 데이터를 사용해 물류 운송 시 정체를 줄일 수 있다. 근접 센서를 활용하여 공간인식이 향상돼 물류의 충돌 위험도 감소된다. 관리자는 출입이 제한된 통제 영역 또한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적으로 감시한다. DHL 관제탑은 디지털 트윈 기술로 상품 재고 현황과 흐름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으며, 상품은 수령 후 30분 이내에 정확하게 보관된다. 95분 이내 배송 준비가 완료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췄다. 이렇듯 디지털 트윈은 시설의 설계와 배치를 지원한다. 관리자는 디지털 트윈을 사용해 공간 활용도를 최적화하며 제품과 인력 및 장비의 이동을 시뮬레이션하며 보다 효율적인 관리를 하게된다.

핀에어의 공항 시뮬레이션
항공기 유지보수 및 서비스 프로세스를 감독하기 위해선 높은 수준의 상황 인식이 필요하고 공항 환경과 항공기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이 모든 사항을 알아차리긴 힘든 법. ‘핀에어’는 디지털 서비스 플랫폼 ‘조안(Zoan)’과 헬싱키 공항에 대한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개발하여 직원이 현장을 다각도로 모니터링하도록 했다. 따라서 핀에어 직원은 AI, VR 등 다양한 데이터 시각화 기술을 활용해 직접 현장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으며, 다양한 활동을 모니터하고 원활한 운영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AR 시뮬레이션을 통해 헬싱키 공항의 전반적인 상황을 감독하여 항공기 회항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VR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상팀으로 하여금 항공기 출발 작업을 수행하도록 지시한다.

내가 복제하고 싶은 것

건축가, 디자이너, 아티스트에게 물었다. 가상공간에 복제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내 고향 골목
서울에서 나고자란 나의 고향은 어릴 적 뛰어놀던 골목이다. 적벽돌을 두르고 시멘트 기와를 올린 연립주택 대여섯 채가 늘어선, 100m가 채 못 되는 그 길이 나의 작은 우주였다. 허름하고 보잘것없던 골목 여기저기에는 나와 친구들의 이야기, 기억, 역사가 켜켜이 새겨졌다. 삐뚤빼뚤 높이도 제각각인 담장은 술래잡기 도주로가 되었고, 서로 다른 색과 모양의 철문들은 축구 골대가 되기도 했으며, 군데군데 깨진 콘크리트 바닥에는 소꿉놀이 흙과 모래가 채워지곤 했다.
세월을 거듭하며 낡은 집들은 하나둘 부서지고 그 자리에는 돌과 금속을 얇게 펴 붙인 빌라가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했다. 담장과 대문이 사라진 1층은 차를 한 대라도 더 세우기 위해 널찍이 비워뒀으니 골목은 그저 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위한 통로 역할 그뿐이 되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던 어릴 적 우리 집에도 얼마 전 공사 가림막이 둘러졌다. 이제 더 이상 그 골목에는 내 마음이 자리할 곳이 없다.
건축은 단단하고 도시는 거대하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건축과 도시가 영원할 줄로 착각한다. 하릴없이 스러져가는 건 비단 건물뿐만이 아니다. 기댈 장소를 잃은 우리의 기억, 사유, 시간 또한 무너진 잔해와 함께 사라지고 만다. 기술의 힘을 빌려 만들어진 가상도시에 갈 곳 잃은 나의 존재를 다시 담아낼 수 있을까. 그 골목의 폭, 높이, 재질, 온도, 색, 냄새, 작은 흠집 하나마저도 고스란히 재현할 수만 있다면 나는 조금 더 이 도시에 정을 붙이고 살아갈 수 있을까.
이탈로 칼비노는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이렇게 말했다. 도시의 가치는 위대한 건축물 몇몇에 있는 게 아니라 거리의 모퉁이에, 창살에, 계단 난간에, 피뢰침 안테나에, 깃대에 쓰여 있으며, 그 자체로 긁히고 잘리고 조각나고 소용돌이치는 모든 단편들에 담겨 있다고.
WORDS 이규빈(건축가)

작업실과 집 그리고 텃밭
디지털 트윈. 늘 그래왔지만 새로운 개념을 접할 때면 세상은 참 빠르게 변화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나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쳐 현재를 지나오면서 인터넷을 접하고 익히며 디지털 시대와 함께 해온 세대다. 그럼에도 변화하는 속도를 이제는 못 따라갈 만큼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오늘날을 실감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냈지만, 요즈음은 집에 있는 시간도 조금 늘고 집 근처에 있는 작은 텃밭도 가꾸다 보니 ‘작업실, 집, 텃밭’이라는 단조롭지만 풍족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삶의 형태와 태도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크고 작은 변화와 시도를 구상해보는 중이다. 박보나의 책 <태도가 작품이 될 때>에서 바스 얀 아더르(Bas Jan Ader)는 울고, 떨어지고, 넘어지다가 실종되는 행위로부터 어떤 태도로 작품에 임하고 살아갈지 자신의 본질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는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
디지털 트윈으로 현재의 삶을 복제해서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는 작업실, 집, 텃밭을 한데 모아놓은 공간을 현실 밖에서 시뮬레이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우리가 직면한 이 단순한 루틴으로부터 어떠한 가능성과 삶의 태도, 작업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WORDS 소동호(디자이너, 산림조명)

DJ, Put These Back On
어쩌면 실물 정치인보다 메타휴먼 자체가 정치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가상의 정치인 ‘XX’를 디지털 트윈으로 복제해 차기 대선에서 아름답게 승리해 한국의 근미래를 구원할 노하우를 개발한다면 어떨까. 단, 조건이 몇 가지 있다. 첫째 훌륭한 정치인으로서의 기반, 둘째는 메타휴먼 XX의 터, 마지막은 젠지 세대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먼저, XX의 페르소나를 구축하기 위해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다. 검색 결과 최상단에 위치한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장신기 저)를 참고하기로 했다. 이 도서 속 주인공을 ‘DJ’라 칭하겠다. 책에 드러난 DJ의 성공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국란을 빠르게 극복할 정치 리더십, 민주주의 정치와 실물 경제에 모두 박식함, 외교술이 뛰어남, 관념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주의, 관용과 화해 및 대통합을 일궈낸 미래 지향적 태도, 구호와 선동 대신 세우는 치밀한 전략. 이러한 조건을 다 갖춘 DJ를 모델 삼아 XX의 성정을 만든다. 단, XX는 영원히 젊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고 싶다.
이 버추얼 정치인 XX는 어디에 터를 잡아야 할까? 명망 있는 저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아티클 ‘브랜드가 Z세대에 가닿는 곳’에 따르면 젠지 세대는 공적인 소셜 플랫폼을 떠나 더 친밀하고 규모가 작은 ‘디지털 캠프파이어’로 향하고 있었다. 이 기사에서 주목한 매체는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디스코드, 트위치, 틱톡이었다. 이 다섯 가지 후보 중 한국 유권자의 접근성이 높고, 짧은 메시지가 반복해서 노출되며, 확산이 빠르고 비정치적으로 보이지만 어느 곳보다 정치적인 곳인 ‘틱톡’을 택한다. DJ를 버추얼 정치인으로 복제하여, 업체(Eobchae)는 그의 선거대책위원장을 자처해 3050 지지층을 젠지 세대로 바꿔버리며, 한국의 근미래를 구원하고 싶다.
WORDS 업체(3인조 오디오-비주얼 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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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정소진
ASSISTANT 김나현
ILLUSTRATION 리베스

202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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