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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 chapter1. GAMIFICATION

미래는 언어로 다가온다. 게이미피케이션, 디지털 트윈, IoB, 비지도학습 AI 등 낯선 용어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입에는 익지 않은 개념들이지만 의미와 기능을 들여다보면 익숙한 것들이다. 지금보다 더 오래전, 10년 전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래된 시절, 막연히 그렸던 공상과학 세상의 개념들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상상은 실체가 되며 새로운 이름을 얻었을 뿐이다. 지금 미래 개념으로 알려진 게이미피케이션, 디지털 트윈, IoB, 비지도학습 AI를 다각도로 다룬다. 미래 개념을 경험한 이들의 기대와, 미래 개념이 낯선 이들이 느낀 공포를 담았다.

UpdatedOn August 3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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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미피케이션. 과거에는 ‘게임화’라 불렀고, 더 익숙한 용어로는 ‘놀이처럼’이 있겠다. 현재 게이미피케이션은 많은 영역에서 자행되고 있다. 게임처럼 금융 정보를 알려주는 은행 앱이나, 목표를 지정해주며 경쟁을 부추기는 운동 앱, 교육 분야에선 이미 게이미피케이션이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게이미피케이션이 마케팅의 미래가 된 건 기술 발전과 더불어 사은품처럼 이어지는 새로운 서비스들 때문이다. 새로운 서비스가 사용자를 확보하려면 흥미로워야 하고, 재밌어야 하며, 합당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서비스 외에도 스포츠나 음악, 영화 등 선전이 필요한 대부분의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 누군가는 모든 영역이 게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루하다면 미래에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래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이 미래의 필수 개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하고, 다음 장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을 체험한 사용자들의 경험담과, 게이미피케이션을 시도하기 전에 알아야 할 성공 요인과 실패 원인을 제시한다.

1 미래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게이미피케이션이 미래가 된다. 게임은 교육과 훈련의 핵심이었고, 고도로 진보한 인터페이스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이미피케이션이 전개된 미래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게이미피케이션, 게임의 요소를 게임이 아닌 활동에 활용하는 기법을 통틀어 부르는 용어다. 코로나19로 비대면·온라인 활동의 비중이 커지면서 이 단어는 20년쯤 전에 등장했던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의 유행을 넘어서는 인기를 얻는 듯하다. 나 역시 게이미피케이션의 힘을 실감한다. 애플워치에게 매일 30분의 운동 시간을 인정받는 건 나에겐 마치 게임 ‘포켓몬고’가 부여하는 매일의 퀘스트를 완수하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니까. 어떤 사람은 미래에는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 게이미피케이션이 적용될 것이라 말한다. 지나친 기대는 아니다. 내 생각에 우리는 게이미피케이션을 새로 적용할 필요가 없다. 게임적인 요소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예전부터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은 가장 오래된 교육 훈련 수단이었다. 아랍 왕족들은 자신의 후계자에게 전쟁의 전략과 전술을 가르치기 위해 체스 게임을 사용했다. 그 체스가 유럽으로 건너가 귀족의 여흥이 된 것도 결국 같은 이유다. 아시아에서 바둑이나 장기도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기능을 했다. <초한지>의 전쟁터를 게임으로 변환한 것이 장기이고, 인공지능과 인류가 전략적 사고력의 우열을 겨루는 최종장으로 선택한 것이 바둑이다. 고급 놀이만이 아니라 인류가 즐기던 모든 게임은 학습과 훈련의 기회였다. 소꿉장난도 어른들의 역할을 내면화하는 자율적 교육실습장이 아니던가.
게임을 통해 우리가 뭔가를 쉽게 배우는 이유는 패턴의 속성 때문이다. 학습의 핵심은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고, 게임의 본질은 패턴이다. 물론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처럼, 존 내쉬 같은 천재들의 눈에는 보통 사람들의 행동에서도 패턴이 보인다. 하지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게임이라는 창문을 통해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패턴의 발견은 곧 세상의 이해다. 그래서 게임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더 쉽게 이해된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소개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최선의 방법이 게임이 된 건 당연한 결과다. 기술 환경의 진화도 원인이다. 우선 모든 기계의 복잡도가 평범한 인간의 이해 수준을 넘어섰다. 예전에는 자동차의 보닛을 열면 최소한 그 작동 원리를 보고 이해할 수 있는 부품들이 보였다. 이제 자동차의 핵심 부품은 반도체다. 인간의 눈으로는 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대신 인터페이스는 훨씬 간결해졌다. 이제 우리는 기어 레버를 조작하지도, 엔진오일의 온도나 회전 수를 체크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타이어가 미끄러지면 문제의 반도체가 적절히 그 타이어의 마찰력을 조절해준다. 이제 우리는 그저 가고 싶은 곳으로 휠을 돌리고 페달을 밟기만 하면 된다. 심지어 그조차도 기계가 알아서 할 수도 있다. 이런 기술 환경에서 현실의 운전은 스크린 속의 자동차 운전과 본질적으로 같아진다. 자동차 운전만이 아니다. 인간이 영위하는 활동 중에 게임으로 구현되지 않은 것은 이제 거의 없다. 다시 말해서 모든 행동을 게임 인터페이스로 조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요컨대 기술 발전의 궁극적 목표는 스크린 속의 게임과 현실의 활동에 차이가 사라진 상태일 것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자. 나치 독일의 유태인 수용소에 온 가족이 끌려간 상황, 노동력이 없는 어린아이는 1순위 학살 대상이다. 아버지는 죽음으로부터, 그리고 이 참혹한 상황이 주는 심리적 충격으로부터 어린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들에게 이 수용소가 거대한 게임장이라고 소개한다. 수용소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할 때마다 점수가 적립되는, 그리고 이렇게 쌓은 점수가 가장 많은 어린이는 게임이 끝날 때 상품으로 탱크를 받는 게임이라는 거다. 이는 무책임한 낭만이 아니라 현실적인 필요 때문이었다. 수용소에서의 실수는 정말로 죽음을 의미하는데, 아이가 겁을 먹지 않아야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니까. 영화는 아버지의 가이드 덕분에 학살에서 살아남은 아들이 헤어졌던 엄마와 재회하고 진주한 미군의 셔먼 전차에 올라타는 것으로 끝난다. 아버지의 목숨을 건 게이미피케이션이 성공한 것이다. 물론 모든 게이미피케이션이 이렇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커뮤니티나 소셜 네트워크에서 악플이나 분탕질을 치는 인간들도 자신의 행위를 폭력이 아니라 게임으로 여길 테니까.
결론적으로 게임은 교육과 훈련의 핵심이고, 고도로 진보한 인터페이스의 본질이다. 그러므로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해 우리가 할 일은 전에 없던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던 그 게임 요소를 발견하고 재구성하는 것이다.
WORDS 장근영(심리학자)

2 게이미피케이션 직접 써보니

게이미피케이션 마케팅을 체험한 이들은 입을 모아 ‘보상’을 언급한다.
미션을 통과하면 주어지는 보상들. 만족스러웠을까? 사용자들이 냉정히 평가한다.

게이미피케이션 더하기 소셜 미디어
게이미피케이션 하면 생각나는 건 유저를 현혹시키려는 화려한 그래픽과 특별한 보상제도인데, 아무래도 필자를 끌어들이기엔 역부족이라고 느꼈다. 회사원의 시각에선 서비스들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는 요행으로 느껴져서 더 그랬던 걸 수도 있고,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혜택에 충성심을 가질 동기가 부족했다. 이렇게 쏟아지는 서비스들이 권태로워질 때쯤 필자를 몰입하게 만든 플랫폼이 등장했다. 인테리어 필수 앱으로 떠오르는 ‘오늘의 집’이 그것이다. 기존 쇼핑몰 플랫폼과 ‘인테리어’ 외에 다른 게 뭐냐며 반문할 수도 있다. 리뷰를 작성하면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주고, 구매 횟수에 따라 VIP 등급을 부여하는 것까지는 여느 서비스와 다를 게 없으니까. 여기서 오늘의 집이 가진 차별화 포인트는 ‘소셜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함께 가져간다는 점이다. 처음 가입할 때 피드에 뜨는 다른 사용자의 멋진 인테리어 이미지들을 볼 수 있게 만들고, 이미지에 태그된 상품을 누르면 즉시 판매 사이트로 연결된다. 이렇게 소셜 미디어 기능으로 참여를 유도하여, 구매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한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 오늘의 집 피드에 올라온 사진 몇 백 장을 스크랩하고, 고르고 골라 상품들을 구매했고, 그렇게 구매한 아이템들로 직접 꾸민 사진을 업로드하기에 이른 상태다. 필자가 직접 올린 사진 중 한 장은 조회수가 2천이 넘었고, 태그한 가구의 회사에서 필자의 사진을 홍보 목적으로 사용해도 될지 허락을 구하는 연락까지 왔다. 내 사진이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오니 내심 뿌듯하고 중독성마저 느껴졌다. 메인 사용자들의 생각도 필자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참여가 구매를 낳고, 또 다른 참여를 낳아 선순환을 하게 되는 것, 그게 오늘의 집이 게이미피케이션을 똑똑하게 활용하는 방법이다.
WORDS 허지민(비주얼 디자이너)

경쟁에만 몰두하는 게이미피케이션
언택트 시대의 교육 프로그램부터 각종 마케팅에, 설문조사까지. 게이미피케이션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은 지도 어느덧 몇 년이 흘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스타벅스 앱과 서비스도 그렇지만, 요즘은 여러 박물관에서도 다양한 전시 관람과 경험을 게임의 방식으로 유도하는 편이다. 스타벅스가 꾸준히 탐나는 아이템을 내놓으며 유저가 전장에 뛰어드는 기세로 참가하게 만드는 것도,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포인트를 주고 성취감과 현실적인 리워드를 주는 것도 모두 게이미피케이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이키 러닝으로 하는 인증, 애플워치의 운동이 주는 배지부터 최근 성인 학습지의 성장세까지 모두 해당된다. 이렇게 서비스 내에서 게임의 형식으로 흥미를 주고 행동을 유도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린 연령대를 공략하기 위해 이러한 방식을 택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점은 ‘리텐션’, 그러니까 유저가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이탈을 줄이는 것에 있다. 그러다 보니 저널리즘에서도 인터랙티브와 함께 접목을 고민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젊은 정치인이나 기초의원 양성을 위해 여섯 개의 정당과 업무 협약을 체결한 뉴웨이즈의 뉴스레터도 성취감을 준다는 것은 큰 장점이 있지만 자칫하면 경쟁에만 초점이 옮겨지거나 원래의 의미가 퇴색되기도 한다. 스타벅스의 굿즈나 프리퀀시 스티커를 되파는 행위처럼 과정을 잃고 목적만 남는다거나, 학업에서 성취보다 경쟁만 남는 것이 예시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정말 게임처럼 ‘과금’ 시스템까지 붙으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지금까지 대부분은 장점을 이야기하고 있고 또 실제로 장점이 더 많기는 하지만, 그럴수록 장점을 유지하는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WORDS 박준우(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회적 의미를 담은 보상이 필요해
게이미피케이션. 유저의 참여와 브랜드 가치 홍보가 함께 이루어지는 양방향 행위라니, 참으로 이상적인 마케팅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게이미피케이션을 접목한 각종 홍보나 고객 유치 전략은 하나씩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우리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다양한 보상으로 유저를 꾀려 하는 이벤트나 챌린지들을 접하면 일종의 거부감부터 일렁인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참여 이후에 받게 될 성가신 광고 메일들이다. 대다수 게이미피케이션 이벤트들은 마케팅 정보 활용 동의나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를 필수로 한다. 평소에도 광고 메일, 광고 문자를 질색하는 사람이라 참여하려 해도 도저히 할 수가 없다. 둘째로, 물질적인 보상에 그치는 건 그다지 동기 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보상으로 내거는 상품이나 포인트, 현금, 멤버십 혜택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그 이상의 특별한 경험이나 긍정적인 사회적 활동으로 연계되지 않으면, 참여할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열심히 참여한 게이미피케이션이 있다. 서울환경연합의 플라스틱 일기 챌린지다. 내가 만든 플라스틱 쓰레기 사진과 간단한 일기를 몇 가지 해시태그와 함께 30일간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하면, 친환경 제품을 리워드로 받는 것이다. 주최사가 환경단체이기 때문에 광고성 메일을 수신할 필요가 없었다. 무엇보다 한 사람의 참여가 작게나마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됐다. 실제로 일기를 업로드하는 동안 이를 본 주위 지인들로부터 플라스틱 문제가 환기되었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뿌듯하고 보람찼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으로, 일반 기업에서도 개인적인 보상과 그 이상의 사회적 의미를 함께 제공하는 게이미피케이션 전략이 등장하길 바라는 바다.
WORDS 천휘원(설치미술 어시스턴트)

•BEST GAMIFICATION•

아마존 ‘FC게임’
아마존이 풀필먼트 센터의 물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게이미피케이션을 도입했다. 반복적인 작업을 신속하게 끝내는 ‘게임’에 참여해 경쟁하면서 ‘게임머니’로 보상받는다. 이를 ‘FC게임’이라 부른다. 또한 아마존은 작업 성취도에 따라 스‘ 웩 벅스’라는 자체 화폐를 지급해 아마존에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0시간 교대근무와 단순 작업으로 지루함을 느끼는 근로자들에게 환기를 선사하며 생산성을 높여 배송 처리 속도까지 향상되는 피드백을 얻었다.

  • 나이키 ‘런 클럽’
    게이미피케이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앱 사용자가 운동한 시간과 거리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심박수, 위치 등 상세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러닝 경로를 맵에 표시해주는 기능까지 갖췄다. 거리에 따라 앱 화면의 컬러가 바뀌는데, 사용자의 ‘레벨’별로 컬러가 다르다. 최장거리를 돌파하거나 도전과제를 달성하면 ‘기록배지’와 ‘러닝레벨’이 부여되며, 남기고 싶은 기록은 이미지와 함께 SNS에 업로드까지 가능하다.

  • 넷플릭스 ‘인터랙티브 시리즈’
    OTT 서비스 넷플릭스는 2019년 생존전문가 베어그릴스의 오지 탐험을 다룬 다큐멘터리 <당신과 자연의 대결>에서 시청자의 선택에 의해 베어그릴스가 움직이는 ‘인터랙티브’ 기술을 선보였다. 정글에서 잡은 애벌레를 먹을지, 절벽 중간에서 포기할지 등 화면에 선택지가 뜨면 시청자가 직접 고를 수 있다. 시청자가 직접 결말을 지정할 수 있어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했고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3 성공하는 게이미피케이션

게이미피케이션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 사례도 매우 많다.
서비스를 게임화할 계획이라면 알아두자. 게이미피케이션의 성공 요인과 실패 원인을 세 가지씩 꼽았다.

많은 정의가 있지만, ‘게이미피케이션(게임화)은 플레이어를 사로잡기’라 필자는 강조해오고 있다. ‘플레이어’와 ‘사로잡기’가 핵심 키워드다. 전자는 게임화의 ‘수혜자’이고 후자는 ‘결과목표’인 셈이다. 전자인 플레이어는 사용자나 고객의 진화된 개념이다. ‘사용자’는 ‘고객’으로, 여기서 다시 프로슈머로 진화하고 있다. 이 프로슈머가 플레이어와 동급이다. ‘플레이어’는 ‘고객’을 너머 제작자로서 직접 서비스(게임화 대상)에 개입하려는 성향을 띤다. 성공적 게임화는 ‘플레이어’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플레이어 경험으로 귀결된다. 이 ‘플레이어 경험(PX)’은 ‘사로잡기’와 밀접하다. 게이미피케이션은 플레이어를 ‘인게이징’하는 것이 핵심인데, ‘engage’는 알다시피 ‘약혼하다’라는 뜻. 주저하는 커플(플레이어와 게임화 대상)의 데이트(경험)를 주선하여 약혼시키는 일련의 과정이 게이미피케이션과 닮았다. 데이트 경험이 악몽이면 약혼이 성사될 리 만무하다. 역으로 새록새록 추억이 쌓이는 데이트는 성공적이다.
우리가 집중해온 두 단어 ‘플레이어’와 ‘사로잡기’로 돌아가자. 이 두 키워드는 게이미피케이션을 성공의 길로 안내할 것이다. 즉 성공적인 게이미피케이션은 ‘플레이어’에게 의미 있는 경험과 서사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요소는 여럿 있겠지만, 필자는 ‘온보딩’ ‘습관 형성’ 그리고 ‘피드백’을 게임화 성공 3요소(메커닉스)로 추천한다.

게임화 성공 3요소

온보딩
온보딩(탑승)이 중요하다. 게임화 대상(서비스, 사이트, 장소, 상품, 브랜드)에 플레이어를 자연스럽게 탑승시키는 일이다. 첫 데이트에 나서게 하고, 모험의 첫발을 내딛게 하는 단계다. 제아무리 잘 디자인(기획, 설계)된 서비스라도, 입장이 안 되면 ‘불쾌’한 경험에 짜증을 유발한다. 온보딩은 기술적·디자인적 세심한 고려가 꼭 필요하다. 어떻게든 온보딩을 했다 하더라도 ‘엠티바(빈 술집, Empty Bar)’ 현상은 막아야 한다. 동네 삼겹살집도 손님 없으면 안 들어가는 법.

습관 형성
습관 형성은 더 중요하다. 데이트에도 단계별 이벤트가 있듯, 초보 전사도 감당할 미션이 주어져야 재방문 플레이를 한다. 삼겹살집에서도 한 번 들어온 손님을 단골로 만들어야 한다. 인테리어나 맛이 좀 덜해도 단골집은 따로 있다. 손님의 얼굴과 좋아하는 메뉴(반찬)를 잊지 않고 더 주는 곳이 단골이 된다. 마찬가지로 플레이어의 라이프 로그를 세심하게 분석해 그에 최적화된 맞춤형 게임화 서비스가 성공한다. 이를 위해서는 ‘스몰 석세스(Small Success)’의 짜릿함을 느끼게 디자인해야 한다. 처음에 70점 맞았다면, 이번엔 85점에 도전할 수 있게 소소한 희망을 주는 설계를 하라. 그래야 90점 맞으러 다시 올 것 아닌가?

피드백
피드백은 게임화 서비스의 백미다. 피드백 디자인은 쉽지 않지만 가장 값진 성공 전략이다. 매번 데이트 비용을 한쪽이 쓰게 하면 관계 지속이 어렵고, 끊임없이 퀘스트와 몬스터를 클리어해도 합당한 보상이 없으면 그만두게 된다. 산뜻한 온보딩으로 신선한 재미를 주고, 스몰 석세스로 재방문한 플레이어를 끊임없는 피드백으로 감동시켜야 한다. 감동받은 이들은 SNS에서나 오프라인에서 입소문 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더 어렵다. 처한 여건과 상황에 따라 고려할 메커닉스가 많겠지만, 플레이어를 사로잡기 위한 지속적인 소통과 적절한 보상 메커닉스(시각화, 변동보상 스케줄, 프로그레시브언락 등)를 적용해야 한다. 그렇다고 게이미피케이션이 만능도 아니며, 어디에나 적용 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제 게이미피케이션이 실패하지 않도록 주의할 부분을 정리하고자 한다. 결론은 플레이어의 경험을 외면한 게이미피케이션은 실패하기 마련이라는 것. 필자가 제시한 두 키워드 ‘플레이어’의 진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로잡기’에 실패하면, 그 게이미피케이션은 외면받을 것이다.

실패 원인 3가지

플레이어의 진화
플레이어의 진화를 등한시하면 실패한다. 1970년대의 사용자는 ‘있으니까 써보는 이용자’였다. SW 개발 초창기에 ‘이거 개발했는데 한번 써볼래?’에 마지못해 주는 대로 써(Use)보던 이들이다. 1990년대 들어 ‘고객은 왕이다’라는 슬로건에서 비롯된 ‘고객’은 지불할 의사가 있는 이용자였다. 그런데 2011년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혁명적 신기술이 각광받으면서 스마트폰과 함께 등장한 ‘플레이어’는 진화된 이용자다. 이 플레이어라는 신인류는 아무거나 주는 대로 쓰지 않는다. 돈을 더 주더라도 필요하면 알아서 ‘내돈내산’ 한다. 불만이 쌓이면 대기업 본사에 차를 몰고 돌진하고, 국회 앞에서 ‘트럭시위’도 하고, ‘불매운동’으로 제작(경영) 방식에 개입하고 있다. 이런 플레이어의 진화를 정확하고 세심하게 배려하는 게이미피케이션만이 실패하지 않는다.

단순한 PBL
단순한 PBL(Point, Badge, Level)만 토핑한 서비스는 실패한다. 겉으로 보기에 게이미피케이션은 간단해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오죽하면 게임피케이션 대학원이 설립되었으랴! 깊이 있는 게임화 서비스를 위해서는 플레이어의 서사에 집중해야 한다. 이른바 ‘서사적 의미’ 또는 ‘서사 메커닉스’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스토리’ 또는 ‘스토리텔링’과 유사하지만, 게임화에서는 한층 더 깊어져야 한다. 기승전결의 스토리 라인으로는 부족하다. 플레이어에게 장엄한 승리와 벅찬 감동의 경험을 안겨줘야 한다. 게임화의 기초 메커닉스인 PBL, 즉 포인트, 배지, 레벨에 진심을 담아야 한다. 메커닉스를 세심하게 정하고, 선택된 메커닉스의 ‘본질’과 ‘의미’에 적합하도록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PBL 외에도 수백의 메커닉스가 있음을 명심하라. 불 뿜는 드래곤을 퇴치하는 장엄한 ‘서사적 의미’를 연출하는 데는 얼마든지 다른 메커닉스 적용이 가능하다.

업 개념 무시
업의 개념이 무시된 게임화 서비스는 필패한다. ‘업’의 개념이 무엇이냐에 따라 게이미피케이션 설계 방향은 확 갈린다. 게이미피케이션 디자이너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대목이다. 게임화하는 데 왜 이런 것까지 해야 하느냐며 입을 삐죽거리곤 한다. 게임화 실무를 몇 년 해온 중급 디자이너조차 시간을 가장 많이 투입하는 단계다. 게임화하려는 대상(서비스, 사이트, 장소, 고객, 상품, 브랜드, 기업)의 업의 개념에 따른 문제점을 명확히 분석 파악해야 한다. 그 문제를 언제까지 해결할 것인지의 지속성(단기, 장기, 연속)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여기에 외부 환경(사회, 국제, 정치) 관계성까지, ‘업’의 개념에 부합하기 위한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수적이다.

끝으로 ‘용어’의 함정에 빠지지 말길 당부한다. 10년 전에 ‘게이미피케이션’은 정말 뜨거운 화두였지만, 이젠 지나가는 ‘유행어’라고 폄하하는 이들도 많다. 당시 최고 권위의 기술전략연구소 가트너는 50~70% 이상의 기업과 기관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을 도입할 것이라 장담했고, 현재 실현 중에 있다. 수많은 비게임 영역과 기업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이 현재도 진행 중임에도, 본질을 이해 못 하는 이들은 게이미피케이션을 평가절하하기 일쑤다. 따지고 보면 최근 떠오르는 ‘메타버스’ 현상도 게이미피케이션 사례 중 하나라며 미국의 위카이 초우(Yu-kai Chou)는 일갈한 바 있다. 아바타, 가상경제 소유권, 상호작용성 등 핵심 특징은 게이미피케이션 메커닉스에서 비롯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등장하는 왜곡된 버즈워드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도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게이미피케이션 기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의 본질과 철학에 더욱 집중하면, 장엄한 서사적 승리의 경험이 가득한 성공적인 게이미피케이션 구현이 가능할 것이다.
WORDS 김정태(동양대 게임학부 교수, 게임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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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정소진
ASSISTANT 김나현
ILLUSTRATION 리베스

202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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