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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의 디지털 버추얼 쇼 형식과 런웨이를 대신한 패션 필름을 거치면서 달라진 방식에 적응을 마친 디자이너들은 다시 낯설고 모험적인 세계에 저마다의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2022 봄·여름 남성 컬렉션에서 지극히 인상적인 공간과 짚고 넘어가야 할 새로운 이슈들을 따라갔다.

UpdatedOn August 2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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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AINT LAURENT

생 로랑의 2022 여름 컬렉션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체르토사 섬에서 벌어졌다. 안토니 바카렐로는 이번 쇼를 위해 아티스트 더그 앳킨에게 의뢰했고, 장엄하게 반짝이는 설치물을 둥실 띄웠다. 이 대규모 설치 작품의 이름은 그린 렌즈. 그린 렌즈는 안과 밖이 모두 거울 같은 반사체로 이루어져 멀리서 보면 울창한 숲속에 자리한 크리스털 같기도, 하늘과 물이 반사되면서 액체 소재처럼 일렁여 보이기도 한다. 내부는 아주 복잡한 만화경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거울의 방이다. 이 독특한 공간은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주변 풍경을 반영해 유기적인 추상화처럼 변모시킨다. 이곳을 무대로 낮부터 밤까지 이어진 런웨이를 담은 생 로랑의 2022 S/S 남성 컬렉션은 1970년대의 로큰롤 바이브가 흘러넘쳤다. 방탕하고 낭만적인 컬렉션 룩과 예술 작품이자 설치물, 무대인 그린 렌즈의 건축적인 미학이 완전한 상호작용을 이룬다. 생 로랑은 비엔날레 건축전이 진행되는 7월 말까지 그린 렌즈를 대중에게도 공개했다. 자연과 어우러진 도시 경관이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탐구와 영감을 주는 소통의 공간이 되길 기대하는 안토니 바카렐로의 남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 SHOWBIT

© SHOWBIT

© SHOWBIT

© SHOWBIT

© SHOWBIT

© SHOWBIT

2 DRIES VAN NOTEN

앤트워프를 배경으로 촬영한 드리스 반 노튼의 2022 봄·여름 패션 필름은 휴대폰으로 꽉 차게 감상하면 딱 좋다. 드리스 반 노튼이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기 시작할 당시, 앤트워프는 코로나19 이후 다섯 번째 록 다운을 겪었다. 고립된 도시 속에서 찾게 되는 건 단연코 ‘자유’. 그의 팀원들은 공유 폴더를 만들어 크레인이 작동하는 공사장부터 도시의 관광명소들, 슈퍼마켓, 사이키델릭한 클럽까지 앤트워프의 에너지가 드러나는 곳, 그들이 앤트워프를 사랑하는 이유가 되는 장소들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모았다. 이렇게 모인 이미지들은 콜라주로 룩에 프린트가 되기도 하고, 룩북 영상의 로케이션이 되기도 했다. 드리스 반 노튼이 앤트워프에서 보내는 명랑한 인사는 이렇게 완성됐다.


3 CELINE

스케이터에 영감받았던 2021 여름 컬렉션의 댄싱 키즈(The Dancing Kids)는 이번 시즌 에디 슬리먼식 유스 컬처와 1970년대의 보헤미안풍, 그런지한 로커 스타일이 점철된 코스믹 크루저(Cosmic Cruiser)로 자라났다. 프리스타일 모터크로스팀 FMX4EVER이 함께한 이번 코스믹 크루저 컬렉션을 위해 에디 슬리먼은 지중해 엠비즈 제도의 그랑 가우오 섬(Grand Gaou Island)의 모터크로스 트랙에 여느 시즌과 다름없는 광활한 런웨이를 만들었다. 모터바이크 시동이 걸리면서 시작되는 셀린느의 패션 필름은 15분 남짓 동안 여지없이 압도적이다. 공중묘기를 펼치며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라이더들과 그랑 가우오 섬의 풍경, 에디 슬리먼의 시그너처가 녹아든 화려한 컬렉션이 긴장감 있는 빠른 쇼트들로 이어진다.


4 PRADA

프라다는 여름을 상징하는 모든 미학을 이번 컬렉션에서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 역시 건축가 렘 콜하스의 AMO 스튜디오가 함께했다. AMO는 자연과 인공물이 상호작용하는 공간 속에서의 미스터리한 여름휴가를 상상했다. 2022 봄·여름 컬렉션은 밀라노의 폰다지오네 프라다 데포지도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사르디니아 섬에서 촬영했는데, 좌초된 것 같은 빨간색 인공 구조물을 바위 사이와 바다 위로 띄워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과감한 컬러웨이, 바짓단을 둘둘 말아 올린 마이크로 쇼츠, 기능적이고 귀엽기도 한 버킷 해트로 요약할 수 있는 이번 컬렉션을 입은 모델들이 터널 같은 붉은색 런웨이 끝에 다다르면 눈부신 지중해 해변을 마주하게 된다. 보기만 해도 속이 탁 트이는 광경. 자연과 인공물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끝없는 제약 속에 살고 있는 비일상적인 요즘의 삶이 다시 정상 궤도를 찾길 바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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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상

202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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