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WE RIDE SKATE

스케이트보드는 자유롭다. 이 업계를 잘 아는 누군가와 친해질 필요 없고, 스케이트파크를 기웃거리며 입장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장비에 욕심낼 이유도 없다. 운동화와 스케이트보드만 있으면 어디서든 속도와 트릭,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스케이트보드에서 자유를 발견한 전 세계 보더들을 만났다. 그들은 사진으로, 영상으로, 패션과 놀이로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이룩하고 있다. 그들 모두 스케이트보드 위에 서 있다.

UpdatedOn August 06, 2021

3 / 10
/upload/arena/article/202108/thumb/48751-462156-sample.jpg

Concrete-Vessel-56

Concrete-Vessel-56

아미르 자키 Amir Zaki

아미르 자키는 스케이트보더가 없는 스케이트파크를 찍는다. 오랜 시간 건축과 사물 등 물성을 카메라에 담아온 그는 캘리포니아 스케이트파크에 대한 사진집 <California Concrete: A Landscape of Skateparks>를 발표했다. 베니스 비치의 스케이트파크 사진과 전설적인 스케이터 토니 호크의 에세이를 담았다. 아미르 자키는 스케이트파크를 건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낯설고 고독한 순간을 완성한다.


중년이 된 지금도 종종 스케이트를 타나?
난 스케이트보드와 함께 자랐다. 30대에는 콘크리트 파크에서 스케이트를 탔지만, 이제는 집 주변에서 전동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게 전부다. 재미를 느끼고 싶을 때, 쉬고 싶을 때, 위안이 필요할 때 스케이트보드를 집어 들고 집 밖을 나선다. 스케이트를 타면 지면에서 서핑하는 듯 자유롭다.

<California Concrete: A Landscape of Skateparks>에 담긴 스케이터 없는 스케이트파크 이미지는 낯설다. 대부분의 스케이트 사진은 스케이터의 트릭을 주제로 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관찰에 대한 것이다. 스케이트보드와 관련된 거의 모든 사진을 접했는데, 모두 스케이트보더에 중점을 둔다. 오랫동안 건축물과 자연 경관에 관심을 가져온 나에겐, 보더들이 트릭을 선보이는 콘크리트 파크가 새롭게 다가왔다. 동시대적 풍경이 낯설고 아름답게 보였다. 관찰할수록 아름다움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나는 인물 사진은 절대 안 찍는다. 건축물에 대한 흥미, 자연 경관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인물 사진을 안 찍는다는 세 요소를 종합하니 ‘캘리포니아 콘크리트’ 시리즈가 만들어졌다.

익숙한 환경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언제인가?
사진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친숙한 환경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이다. 세상을 보는 나만의 방식은 친숙함 속에서 낯섦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걸 스케이트 문화에 비유하자면, 대답하기 어렵다. 특정 문화나 서브 컬처를 단정짓는 건 어렵다.

‘캘리포니아 콘크리트’ 시리즈에선 고요와 생동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콘크리트 굴곡에 새겨진 자국들에서 스케이트보더들이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에게 고요란 무엇일까?
공허하고 조용한 사진을 좋아하고 만들어내려 한다. 공허한 사진은 보는 이마다 다른 생각을 떠올릴 수 있고,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해준다. 몇 가지 단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이하면서도 낯선 무언가 혹은 광경을 보며 모험하는 걸 좋아하는데, 내 사진이 그런 역할을 하길 원한다.

당신이 촬영한 스케이트파크는 외계 행성의 우주선 같기도 하다. 스케이트파크의 구조를 보며 무엇을 떠올렸나?
나는 대개 자연 경관의 굴곡을 떠올리고 상상한다. 스케이트파크를 바라보면 언덕이나 계곡이 떠오른다. 자연 속에 머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촬영한다.

베니스 비치는 평소에도 꽤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릴 텐데, 어떻게 사람 한 명 없는 베니스 비치를 포착할 수 있었나?
대부분의 스케이터가 자고 있을 아주 이른 아침에 촬영했다. 아무튼 비밀이다.

Concrete-Vessel-25

Concrete-Vessel-25

Concrete-Vessel-25

Concrete-Vessel-29

Concrete-Vessel-29

Concrete-Vessel-29

Concrete-Vessel-75

Concrete-Vessel-75

Concrete-Vessel-75

Concrete-Vessel-118

Concrete-Vessel-118

Concrete-Vessel-118


3 / 10
/upload/arena/article/202108/thumb/48751-462155-sample.jpg

Skater Dariomattarollo Trick Fs Bluntslide Spot Kamppi Finland

Skater Dariomattarollo Trick Fs Bluntslide Spot Kamppi Finland

케케 르팔라 Keke Leppala

케케 르팔라의 스케이트 사진에선 북유럽 감성이 느껴진다. 그는 북유럽 사람이라면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덴마크와 핀란드, 아이슬란드에 적을 두고 살아온 그의 사진은 기존 스케이트보드 이미지와는 다르다. 조금 더 먼 곳에서 포착한다. 스케이터들의 트릭이 풍경의 일부로 남아 넓은 배경에 공명을 울린다. 

Skater Juusoberberiivonen Trick Ollie Spot Suvilahtidiy Finland

Skater Juusoberberiivonen Trick Ollie Spot Suvilahtidiy Finland

Skater Juusoberberiivonen Trick Ollie Spot Suvilahtidiy Finland

스케이트는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나?
이틀 전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로컬 스케이트파크에서 나이트 세션을 진행했다. 나는 스케이트를 탈 때 머릿속이 비워진다. 스케이트보드 타는 것에 온전히 집중해야 하거든. 안 그러면 다칠 수도 있다.(웃음) 그렇기 때문에 아주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스케이트는 내게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즐거움. 온전히 나 자신을 만끽한다. 그리고 나이 든 게 느껴질 때 스케이트보드에 오르면 스무 살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든다.(웃음)

스케이트 사진을 촬영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1985년부터 스케이트보드를 탔다. 10대 때는 취미로 사진을 찍었고, 암실에서 모든 기술을 배웠다. 사진과 스케이트라는 두 가지 열정은 타고났다. 취미가 아닌 일이 되었고,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꽤 오래 걸렸다. 열한 살 때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살았다. 그곳의 스케이트보드 문화는 대단하다. 전설적인 팰드파큰 스케이트파크에서 스케이트를 탔던 기억이 있다.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동안 스케이트를 안 탄 적도 있다. 회복하는 동안 카메라를 들고 스케이트파크의 아이들을 찍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주고, 소셜미디어에 그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걸 계기로 <One Love Skateboard> 매거진을 창간했고, 북유럽에 선보였다.

대부분의 스케이트 사진은 스케이터를 가까이서 포착하지만 당신 사진은 넓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당신 사진에서 스케이터는 스케이트파크의 일부이거나, 군중에 둘러싸인 작은 그림자로 표현되기도 한다. 넓은 시선은 스케이터의 움직임을 더욱 거대한 도전처럼 보이게 만든다. 스케이터를 넓은 시선으로 포착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 사진을 분석해줘서 고맙다. 내가 표현하는 스케이트보드 사진의 핵심을 꿰뚫었다. 스케이터에 집중하고 그들이 선보이는 트릭을 포착할 때면 가슴이 웅장해진다. 하지만 단순히 스케이터와 트릭만을 보여주는 건 원치 않는다. 사진이 공허하거나 간단해질 수 있지만 특정한 이야기를 말해주는 좋은 사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섬세한 걸 포착하는 눈을 가졌지만, 그래픽적인 시선 또한 결합시킨다. 재미, 아름다움, 스케이트보드별로 스타일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거리, 대비, 시선을 달리하며 노력한다.

3 / 10
/upload/arena/article/202108/thumb/48751-462154-sample.jpg

KevinBaekkel

KevinBaekkel

사진가로서 가장 매력적인 스케이트파크는 어디였나?
당연히 수빌라티 DIY다. 핀란드의 세계적인 스케이트파크다. 개성이 강하고, 위험하며, 아름답고, 문화적인 역사가 담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년 놀랍도록 훌륭한 기교와 함께 프레임이 바뀐다.

더 넓은 풍경을 담기 위해 당신의 카메라는 높은 곳에 오른다. 스케이트 촬영에 사용하는 특별한 장비나 기술이 있다면 무엇인가?
수빌라티 DIY에서 촬영한 사진들은 캐논 DSLR 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드론은 사용하지 않았다. 올드스쿨을 따르기에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찍으려 한다. 공원 옆에 20m 높이의 가늘고 좁은 타워가 있는데 사다리 타고 올라가 그곳에서 촬영했다. 위험하기에 등산용 벨트를 반드시 착용한다. 일반적으로 캐논 카메라와 렌즈, 프로포트 조명을 사용한다. HSS(High Speed Sync) 기법을 이용해 최대한 빨리 셔터를 움직여 피사체를 포착한다. 다양한 트릭을 익히고, 기본적으로 스케이트보드 신(Scene)에 대해 아는 건 스케이트보드 촬영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가장 필수적인 장비는 마음가짐이다. 망설임이 없어야 하고,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 남의 집 발코니를 잠시 빌려 사용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 늘 새롭고 특이한 앵글을 위해 일반적인 형식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나는 핀란드와 덴마크에서 줄곧 살았고, 일은 아이슬란드에서 했다. 그 결과, 내 사진에 북유럽 감성이 묻어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에 스케이트 문화의 어떤 점을 담고자 하나?
스케이트보드의 가장 훌륭한 점은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위해 반드시 지정된 장소에 갈 필요 없다는 것이다. 모든 도시, 작은 마을도 스케이트보드를 즐기기에 적합한 환경이다. 사진가에게 낯선 곳과 경이로운 풍경을 찾는 건 기쁨이지만, 이 또한 스케이트보드 신과 이데올로기의 일부일 뿐이다. 서퍼들이 미국의 텅 빈 수영장에서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이후 스케이트보드는 늘 혁신적이었다. 나는 예상치 못한 장소를 찾을 때 즐거움을 느낀다. 핀란드에 살면 당연히 사우나나 신선한 호수에서 수영하며 지내게 되는데, 핀란드 자연에는 훌륭한 장소가 정말 많다. 유명한 빌딩이나 건축물도 언급하고 싶다.

당신에게 스케이트란 무엇인가?
내가 사는 방식이고, 삶의 일부이며, 나를 어디든 데려다준다. 스케이트를 36년째 타고 있는데, 보드 위에 서 있을 수만 있다면 얼마가 됐든 최대한 오래 타고 싶다. 스케이트보드가 다른 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훨신 매력적인 점이 몇 가지 있다. 스케이트보더는 때와 장소에서 자유롭다. 일정을 따를 필요도 없고, 체육관도 필요 없다. 경제적인 부담도 없고, 수업에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다. 스케이트보드와 운동화만 있으면 된다. 스케이트보드 신은 아주 개방적이며 누구든 함께할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선 누구나 사교적 이며, 성별·나이·배경에 상관없이 친구가 될 수 있다. 스케이트보드를 시작하는 독자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스케이트보드를 시작하기에 절대 늦지 않았다고. 핀란드에는 레나라는 68세 스케이트보더도 있다. 그녀는 58세에 스케이트보드를 시작했다. 인생은 짧으니 순간을 즐겨라!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정소진
ASSISTANT 강예진

2021년 08월호

MOST POPULAR

  • 1
    Very Big & Small
  • 2
    서울의 나무
  • 3
    예술과 기술의 경지
  • 4
    EXOTIC FAIRY TALE
  • 5
    Greenery Days

RELATED STORIES

  • INTERVIEW

    라도, 지창욱 2024 새로운 캠페인 영상 및 화보 공개

    지창욱과 함께한 라도 캡틴 쿡 하이테크 세라믹 스켈레톤 캠페인이 공개됐다.

  • INTERVIEW

    <아레나> 5월호 커버를 장식한 배우 송중기

    단단한 눈빛이 돋보이는 송중기의 <아레나> 5월호 커버 공개!

  • INTERVIEW

    그녀의 음악은 우리 가슴을 녹일 뿐

    4개 국어 능력자, 싱어송라이터, 인스타 음악 강자… 스텔라장을 수식하는 말들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음악은 우리 가슴을 녹인다는 사실이다.

  • INTERVIEW

    우리가 기다리던 소수빈

    데뷔 8년 차 소수빈은 지난해 <싱어게인3>으로 처음 TV 카메라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지금 보고 있는 사진 역시 그의 첫 번째 단독 화보다. 하지만 소수빈은 이미 우리가 기다리던 스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 INTERVIEW

    발렌시아가 사커시리즈, 설영우와 함께한 <아레나 옴므 플러스> 화보 공개

    설영우의 색다른 매력이 담긴 <아레나> 화보 미리보기

MORE FROM ARENA

  • FASHION

    ACTIVE BOYS

    스포츠 아이템을 훨씬 더 근사하게 스타일링하는 방법.

  • LIFE

    하태석 건축가의 아임하우스

    가구 디자이너가 만든 카페의 가구는 특별할까? 건축가가 사는 집은 화려할까? 최근 문을 연 디자이너들의 카페와 건축가의 집을 다녀왔다. 조각가 부부는 정과 망치를 내려놓고 커피를 만든다. 젊은 공간 디자이너는 자신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준 어린 시절 본 이미지를 공간으로 재현했고, 동네 친구 넷이 의기투합해 커피 마시는 행위로 채워지는 열린 공간을 만들었다. 디자이너들의 공간에는 그들의 세계관이 농밀하게 담겨 있었다.

  • INTERVIEW

    펜타곤 후이

    여기 창작욕을 불태우는 아이돌이 있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선 안무 연습실과 보컬 트레이닝 룸을 지나 어두컴컴한 골방 같은 작업실로 가야 한다. 컴퓨터와 키보드, 작은 악기들로 채워진 좁은 공간에서 그들은 비트를 짜고, 멜로디를 입히고, 가사를 쓴다. 그리고 고민한다. 대중이 원하는 음악은 무엇인가. 곡 쓰는 아이돌들을 만났다. 펜타곤의 후이, (여자)아이들의 소연, 스트레이 키즈의 방찬이다.

  • INTERVIEW

    몬스타엑스 기현, “몬스타엑스 멤버들 덕분에 더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요”

    몬스타엑스 기현의 몽환적인 무드의 화보와 인터뷰 미리보기

  • LIFE

    코로나 19 인포포비아

    코로나19로 인한 피로감이 만연하다. 감염자나 의료계 종사자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도 괴로운 이들은 많다. 폐업하는 자영업자, 그로 인해 침체된 분위기, 감염의 공포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일상. 코로나19 이후에도 전염병은 계속해서 등장하리라는 전망도 스트레스 요인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PTSD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코로나19 인포포비아를 완전히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면, 일상에서 피로감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