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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은 게임업계에 악재일까

코로나19는 게임산업에 호재였다. 사람들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게임 시장 매출이 증가했다. 그렇다면 코로나 백신은 게임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용자들이 실외 활동을 시작한다는 뜻이니 단기적으로는 악재일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게임 산업을 전망해본다.

UpdatedOn July 1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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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를 치니 왼쪽 팔뚝이 조금 시큰거린다. 오전에 얀센 백신을 접종한 후유증 때문이다. 아프니까 백신이다. 한 해가 넘도록 마스크를 써야 했던 답답함에 비하면 이깟 고통이 대수일쏘냐. 길고 길었던 코로나19의 끝이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종식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게임업계가 그렇다. 역병이 창궐하자 게임업계는 비대면 기반이라는 태생적 특수성에 힘입어 큰 매출 증대 효과를 누렸다. 달이 차면 기우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게임업계는 코로나19 이후의 모습을 그리며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이 없다. 예단은 금물이지만 애프터 코로나 시대를 짐작하게 하는 몇 가지 징조들이 관찰되고 있다.

첫 번째는 넓어진 게임 유저 저변이다. 최근 연세대학교 게임문화연구센터의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게임 가치의 재발견> 보고서는 여성, 노년 등 게임의 주변부에 머물던 이용자 층이 게임 시장에 편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코로나19 이후 게임에 주기적으로 돈을 지출하는 이용자가 증가했다. 닌텐도의 ‘동물의 숲’ ‘링 피트 어드벤처’ 열풍은 라이트 게임 유저의 부상을 방증하는 사건들이다. 소수가 즐기는 매니악한 서브컬처에서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기는 ‘라이프스타일’로 게임의 성격이 변모해가고 있다.

둘째는 모바일 플랫폼의 부상이다. 당초 재택 근무의 확대와 집콕 문화 등으로 인해 주로 집에서 즐기는 PC와 콘솔 플랫폼이 코로나19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각종 데이터는 모바일 플랫폼이 PC와 콘솔의 상승 폭을 웃돌았다고 말한다. 유니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게임 내 소액결제는 전년 대비 24% 늘었고 같은 기간 게임 설치 건수는 84% 증가했다. 이는 신규 유저 편입 효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PC 및 콘솔 게임과는 달리 모바일 게임의 경우 여성(64.7%)이 남성(63.7%)보다 더 많이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의 PC나 콘솔 기기를 구매해야 한다는 진입 장벽이 없는 모바일 플랫폼이 새로운 유저층을 흡수하는 데 좀 더 용이했던 것으로 보인다. 통근 시간에 집중돼 있던 모바일 게임 플레이 사이클도 다변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일상생활 중에서도 동시에 게임을 즐기는 주변 매체로서의 모바일 게임 경험이 부각됐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 업체 IDC와 디지털 광고 플랫폼 루프미의 합동 조사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전통적으로 콘솔 플랫폼이 강력한 지역에서도 모바일 게임 소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은 아시아태평양 시장의 모바일 게임 성장률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중국, 인도, 베트남, 미얀마 등 고성장을 거듭하는 국가가 밀집해 있는 아태평양은 콘솔, PC, 모바일 순으로 게임 시장이 성숙해 나가는 계단식 모델을 따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팬티엄을 건너뛰고 아이폰X를 손에 쥔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가장 친숙한 게임 도구다.

반면 PC와 콘솔 플랫폼의 성장 폭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AAA 풀 프라이스 게임으로 대표되는 웰메이드-하드코어 게임산업의 매력이 점점 저하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평균 3~5년의 개발 기간과 수백억원에 육박하는 개발비용은 게임산업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대명사로 평가하는 주된 원인이었다. ‘사이버펑크 2077’ 사태를 떠올려보자. 폴란드의 자존심이라고 불렸던 CD 프로젝트 레드는 이 게임 출시 후 시가총액 절반이 증발했다. 물가는 치솟았지만 AAA 풀프라이스 게임 가격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이용자들의 심리적 장벽인 7만~8만원을 넘기기 어렵다. 유저들의 눈높이는 자꾸만 올라가고 있다. PVP(이용자 간 전투), 팀플레이를 위해 지속적인 서버 관리 비용도 지출해야 한다. DLC(다운로더블 콘텐츠)로 부가 수입을 노리지만 이마저도 유저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해 한계가 분명하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개발자들의 몸값이 치솟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올해 초 게임사들은 핵심 인력을 잔류시키기 위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의 인건비 상승을 감수해야 했다. 고정비 지출이 늘면 마음은 가빠지기 마련이다. 긴 호흡을 갖고 PC, 콘솔 대작을 준비하기보다는 가성비 좋고 실패 리스크가 적은 모바일 게임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미 전통의 PC·콘솔 강자들이 모바일 쉬프트를 예고한 상황이다. 닌텐도는 핵심 IP(지적재산권) 포켓몬스터를 이용한 팀대전 게임 ‘포켓몬 유나이트’ 출시를 예고했다. 블리자드도 ‘디아블로’ 프랜차이즈를 모바일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유비소프트, EA, 에픽게임즈, 텐센트의 기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소한의 PC·콘솔 출시로 IP 경쟁력을 유지하며 모바일 게임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투 트랙 전략이 애프터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로 자리 잡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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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신진섭(게임 칼럼니스트)

2021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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