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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푸조 3008 SUV에 대한 두 기자의 상반된 의견.

UpdatedOn July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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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UGEOT 3008 SUV

전장 4,450mm 전폭 1,840mm 전고 1,625mm 축거 2,675mm 엔진 1.5 BlueHDi 디젤 엔진 배기량 1,499cc 최고출력 131hp 최대토크 30.61kg·m 변속기 8단 자동변속기 구동방식 전륜구동 복합연비 15.8km/L 가격 4천6백70만원

장진택 <미디어오토> 기자

어렵고 깊은 건 잘 몰라서, 쉽고 단순하게 사는 20년 차 자동차 기자.

도시 SUV 시대
지금이야 2008-3008-5008로 이어지는 SUV 라인업을 갖추고 있지만, 사실 푸조는 사륜구동 자동차를 제대로 만들어본 적이 없다. 프랑스 군에 공급했던 군용차도 벤츠의 도움으로 납품했고, 80년대 말 사막을 가로지르는 죽음의 경주, 파리-다카르 랠리에서 우승했던 주인공 역시 205 해치백을 기본으로 만든 경주차였다. 심지어 너도나도 SUV 만들던 2000년대 말에는 미쓰비시 아웃랜더의 얼굴을 푸조스럽게 바꿔 4007이라는 라벨을 붙여 팔기도 했다. 프랑스는 스위스로 이어지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국토 대부분이 평지다. 예전부터 도로가 잘 뚫려 있어서 SUV가 그리 긴요하지 않았다. 잘 닦인 도로 위를 엉덩이가 빵빵한 해치백을 타고 달리는 것이 프랑스의 풍경이다. 그리고 그들의 SUV 역시 해치백을 기본으로 뻗어가게 된다. 208 해치백을 약간 높여 만든 2008이 히트를 쳤고, 3008 역시 CUV 형태를 한 번 거쳐 도시형 SUV로 거듭났다. 사륜구동 회사도 도시형 SUV를 만들고, 스포츠카 회사도 SUV에 열을 올리는 이 시점에, 푸조는 해치백 생산 노하우를 기반으로 실용성과 멋을 챙긴 SUV로 승부하고 있다. 푸조 3008의 핸들링이 좋은 이유, 친환경성과 효율이 남다른 이유, 그리고 부담 없이 타도 은근한 멋이 있는 이유 등이 바로 이 때문이다. ★★★

유행 업데이트
3008은 2008년에 처음 나왔다. 해치백과 SUV의 틈새를 공략한 CUV 스타일로 자리 잡았고 2016년에 2세대 모델로 거듭나면서 도시형 SUV로 갈아탔다. 푸조만의 스타일리시한 외관에 스포츠카처럼 강렬하게 꾸민 실내가 주목받았고, 최근 부분 변경을 거치면서 오묘한 앞모습이 눈길을 끌고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경계를 허물어 줄무늬로 문지른 얼굴이 기존에 비해 매끈하면서 사뭇 터프해 보인다는 평가다. 헤드램프는 더욱 슬림해지면서 ‘최신형’이라는 느낌을 내세우고 있다. 송곳니처럼 길게 그은 주간주행등이 멀리서도 3008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전형적인 ‘페이스리프트’답게 앞모습 위주로 바뀌어서, 그 외의 변화는 그리 눈에 들어오진 않는다. 테일램프가 촘촘하게 바뀌었고, 실내에선 내비게이션 화면이 커진 정도인데, 그나마 우리나라엔 큰 화면 내비게이션은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4년 만의 부분 변경인데, 좀 싱겁다는 반응이 많다. ★★★

주행 맛집
현대 (구형) 투싼과 비슷한 크기인데, 1.5L 디젤이다. 소형 SUV에나 들어갈 법한 배기량이지만, 파워는 이전 1.6L 때와 똑같다. 130마력에 토크 30.6을 그대로 지키면서 연비를 늘렸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이면서 전반적인 회전 질감도 부드럽다. ‘이게 마지막 디젤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침착함과 묵직함이 돋보이는 엔진인데, 여기에 붙은 아이신 8단 자동변속기가 좀 특이하다. ‘아이신(일본 변속기 회사로 토요타 자회사)’ 특유의 부드럽고 여유로운 쪽이 아니다. 전반적인 느낌이 듀얼클러치 변속기처럼 다소 거칠고 직관적이다. 비교적 최근까지 수동변속기를 선호했던 프랑스 취향으로 해석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좋아하는 쪽과는 약간 거리가 있어 보인다. 반면 승차감은 우리 취향과 딱 맞는다. 적당히 부드러우면서 말을 잘 알아듣는다. 코너링 때 쏠리기도 하고, 울퉁불퉁한 길에서 덜컹거리기도 하지만, 핸들을 돌릴 때 자신감이 생긴다. 고속주행감도 안정적이고, 급한 코너링에서 전자식 주행 안전장치의 개입도 민첩하다. 세워두고 보면 이러저러한 장치가 빠져 있어 한숨이 나오는 차, 하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역시, 역시’를 연발하며 웃게 된다. 꽤 긴 거리를 달린 후 평균 연비를 보면 은근한 행복감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정속 주행으로 장거리 갈 땐 특히 연비가 잘 나온다. 강릉에 다녀왔을 때는 리터당 20km 가까이 찍었다. ★★★★

+FOR 맛집은 맛집이다. 심지어 ‘붐비지 않는’ 맛집이다.
+AGAINST 왕년에 맛집이었던 건 인정. 손님이 뜸해진 맛집은 보통 주인이 바뀐 경우가 대부분.

3 / 10

 

김종훈 자동차 칼럼니스트

악차는 없다는 마음으로 각 자동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고 하는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런 표정 처음이야
전면 인상이 바뀌었다. 우선 푸조가 미는 사자의 송곳니 주간주행등을 적용했다. 이렇게 또 라인업 디자인을 통일한다. 아래로 삐죽 내려오는 주간주행등은 208이나 2008보다 얇고 간결하다. 너무 과하지 않게 정제했다. 헤드램프도 다듬었다. 원래 발톱 세운 앞발같이 두 가닥으로 돌출한 형태였다. 강렬하긴 한데 보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는 파격이었다. 이번에는 돌출 부위를 깎았다. 약간 눈매 매서운 수준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그러면서 그릴과 스리슬쩍 이어지게 배치했다. 덕분에 전면 그래픽을 하나로 크게 그리는 최신 자동차 디자인 흐름을 따랐다. 물론 그 와중에 푸조다운 과감한 요소도 잊지 않았다. 그릴 무늬를 그릴 밖으로 확장해 차체에 새겼다. 그릴에서 빛이 퍼지는 듯한, 빠르게 달려가며 길어지는 잔상을 보는 듯한. 이런 효과는 또 호불호가 갈린다. 가까이서 보면 섬세함이 도드라지지만, 멀리서 보면 히죽, 웃는 인상으로 만든다. 웃는 사자의 얼굴을 형상화한 걸까. 역시 푸조의 디자인은 발칙하고 오묘하다. 반면 실내는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행이다. 이미 충분히 잘 빚은 실내를 굳이 바꿀 필요는 없으니까. 아이콕핏 계기반은 여전히 참신하고, 센터페시아 요소들은 다시 봐도 흡족하다. 이번 변화는 앞모습에 집중했다는 뜻이다. ★★★

평이한 재료, 훌륭한 맛
감각이 되살아난다. 영락없는 푸조만의 감각이다. 가속페달을 몇 번 밟아보는 것만으로, 코너를 몇 번 돌아보는 것만으로 대번 알 수 있다. 고무줄을 당겼다 놓는 듯한 디젤 엔진의 추진력이, 노면을 발랄하게 뛰어다니는 듯한 하체의 탄성이 느껴진다. 다른 어떤 브랜드와도 다른 푸조의 주행 감각이다. 제원 숫자로 보면 특이할 점이 없다. 1.5L 디젤 엔진,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30.6kg·m. 숫자만 보면 운전 재미와 동떨어진 차로 보일 수밖에 없다. 재미는커녕 알뜰살뜰 운전해야 어울리는 차로 보인다. 하지만 푸조는 평범한 재료로 꽤 감칠맛 나는 요리를 만들어낸다. 푸조가 험한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이다. 신형 3008에서도 그 비결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작고 두툼한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면 빠릿빠릿하게 반응한다. 적당히 길어서 차체 움직임을 허용하는 서스펜션이 또 달릴 땐 재빠르게 대응하며 노면을 다잡는다. 초반에 힘을 쏟아내는 디젤 엔진의 토크 역시 몸놀림을 민첩하게 하는 요소다. 이 세 가지를 푸조만의 비율로 조합해 운전자를 즐겁게 한다. 푸조의 자동차는 운전하면 즐겁다. 독일 자동차의 빈틈 없는 주행 감각과는 또 다르다. 둘 다 즐겁지만 푸조는 더 평이한 재료로 맛을 살린다. 신형 3008도 변함없다. ★★★☆

취향이 확실한 운전자라면
한국에서 푸조가 주인공인 적은 없었다. 언제나 주류에서 벗어나 크게 관심 받지 못했다. 한국 소비자의 취향과 푸조는 조금 동떨어진 구석이 있다. 크고 고급스러우며 편의 장치가 많아야 반응하는 시장에서 푸조는 다른 쪽을 바라봤으니까. 작고 경쾌하며 효율성을 강조했다. 이런 푸조가 대중의 기호를 고려해 다시 빚은 모델이 3008이다. 미니밴에서 SUV로 형태를 다잡고, 크기와 질감을 세심하게 조율해 선보였다. 신형 3008은 전면 인상을 바꿔 한 걸음 더 다가가길 원한다. 예전 푸조에 비해 지금 3008은 한층 세심하고 세련됐다. 개성을 넘어 보편성을 확보한 고급스러움도 추구한다. 그런 노력이 보여도 한계는 명확하다. 친절해졌어도 푸조다운 감각을 희석할 마음은 없으니까. 디자인은 공들인 티가 분명하지만 보편적이지 않다. 경쾌한 주행 감각은 나무랄 데 없지만, 경쾌함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수입차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힘들다. 그러니까 결국 취향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앞서 말한 장점이 다른 단점을 잊게 할 정도로. 그런 사람이 많을까? 한 가지 분명한 건 있다. 3008을 타는 사람은 취향 하나는 확실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

+FOR 여전히 매력적인 주행 감각.
+AGAINST 아직도 낯설기만 한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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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2021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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