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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VIDEO NEW WAVE / 이수호 감독

피드보다 스토리, 한 컷의 이미지보다 몇 초라도 움직이는 GIF 파일이 유효해진 시대. 어느 때보다 영상의 힘이 커진 지금, 뮤직비디오의 지형도도 변화하는 중이다. VR 아티스트, 뮤지션, 영화감독, 시트콤 작가 등 겸업은 기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각양각색의 개성을 펼치는 MZ세대 뮤직비디오 감독 5인과 그들의 작품으로 읽는 뮤직비디오 뉴 웨이브.

UpdatedOn July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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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캐니 밸리의 양치기’
이수호 감독

불쾌하지만 매혹적이다. 새소년, 우원재, 소금 등 젊은 뮤지션들의 어딘가 좀 기묘한 뮤직비디오를 본 적 있다면 이수호 감독의 작품일 것이다. ‘We Make Noise, Not Music’이라는 독특한 개성의 EP를 발매한 뮤지션이기도 한 이수호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영상과 음악을 가로지를 계획이다.

곱게 땋은 양갈래 머리에 해맑은 얼굴로 무시무시한 걸 만든다. 충돌, 불협화음, 일상의 귀퉁이를 일그러트리는 ‘언캐니’한 존재의 등장. 1995년생 이수호 감독이 추구하는 것들이다.

우원재의 ‘Job’ 뮤직비디오에선 난데없이 기내식 포크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소녀의 얼굴을 피처링한 김아일의 얼굴로 바꾸어버리고, ‘Used To’ 뮤직비디오에선 군중 속에 있던 우원재의 얼굴에 털북숭이 가면을 씌운 채 붕붕 대는 벌떼 사이에 세운다. “언캐니한 이미지는 불쾌하지만 매혹적이에요. 영상과 음악, 디자인을 오가는 아티스트 크리스 커닝햄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죠. 그가 연출한 에이펙스 트윈의 뮤직비디오는 늘 영감을 줘요. 뮤직비디오에 꼭 뮤지션이 나올 필요도, 예쁜 이미지만 보여줄 필요도 없다는 걸 그를 보며 배웠죠.”

이수호 감독이 연출한 또 다른 흥미로운 뮤직비디오 하나. 얼굴에 화상 흉터가 남은 황소윤이 달린다. 화재가 나고 공장이 무너진다. 유아인이 웃는 듯 우는 듯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물끄러미 응시한다. 새소년의 뮤직비디오 ‘자유’에서는 생경하고 낯선 숏들끼리 충돌하며 기이한 궤적을 그린다. “자유는 추상적인 곡이에요. 일반적 뮤직비디오의 틀에 들어가면 노래가 살지 않을 것 같았죠.” 그는 아주 약한 연결성만을 갖는 독립적 시퀀스들을 쿨레쇼프의 몽타주처럼 교차 편집했고, 건물이 불타거나 무너지는 쇼트들은 일부러 화질을 열화해 파운드푸티지 느낌을 살렸다.

“사람들은 유기성을 강조하곤 하지만, 전 정교한 이야기는 오히려 억지스럽다고 느껴요. 가사를 너무 의식하는 뮤직비디오도 재미없고요. 엮이지 않는 것들이 충돌하는 게 재밌죠. 노래 제목도 ‘자유’잖아요?” 내내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유아인의 시퀀스도 그가 자유를 말하는 한 방식이다. “드라마의 불문율은 배우가 카메라를 응시하지 않는 거죠. 배우가 카메라 프레임을 넘어 관객과 눈이 마주쳐버리면 몰입을 깨니까요. 전 그 몰입을 깨고, 보는 사람들을 그 세계에서 잠깐 꺼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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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내 입맛’

소금 ‘내 입맛’

  • 소금 ‘내 입맛’ 소금 ‘내 입맛’
  • 소금 ‘내 입맛’ 소금 ‘내 입맛’
  • 새소년 ‘자유’ 새소년 ‘자유’
  • 새소년 ‘자유’ 새소년 ‘자유’
  • 우원재 ‘JOB(Feat. Tiger JK & 김아일)’우원재 ‘JOB(Feat. Tiger JK & 김아일)’
  • 우원재 ‘JOB(Feat. Tiger JK & 김아일)’우원재 ‘JOB(Feat. Tiger JK & 김아일)’
  • 우원재 FEVER(Feat. sogumm) 우원재 FEVER(Feat. sogumm)
  • 이수호 ‘We Make Noise, Not Music’이수호 ‘We Make Noise, Not Music’

뮤직비디오 감독이기 전에 뮤지션이자 프로듀서인 이수호는 음악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다. 뮤지션으로서 이수호가 발매한 첫 EP의 첫 트랙 ‘We Make Noise, Not Music’의 사운드는 반복적인 동시에 어디로 튈지 모르게 비정형적으로 전개되고, 음악 사이 잠시의 공백을 넣어 음악을 듣는 행위 자체를 환기시킨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이수호 감독이 수작업으로 그려낸 거친 흑백 애니메이션.

일상적인 것을 낯설게 만들며 경계를 흐리는 이수호 감독에게 음악과 영상은 그다지 다른 것이 아니다. “음악과 영상 모두 러닝타임이 있는, 시간을 전제로 한 예술이죠. 편집 툴도 비슷해요. 요즘 제 또래 독립 아티스트들은 하나만 하기보단 여러 가지를 해요. 감이 좋은 사람이라면 기술은 금방 익힐 수 있는 시대니까. 옛날엔 무엇이든 기술을 배우려면 누구 밑에 들어가 일하며 배우거나 책을 사서 공부해야 했는데, 지금은 유튜브만 봐도 정보를 얻을 수 있잖아요? 저나 바밍타이거의 잔퀴 같은 영상 제작자들은 기존 뮤직비디오의 관습을 따르기보단 해외의 새로운 다큐멘터리, 패션 필름 등 여러 형태의 콘텐츠를 흡수하고 거기서 효과나 비주얼 등을 빠르게 반영하는 부류죠.”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10대 시절을 보낸 이수호는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끼고 살았다. 하지만 그곳은 인터넷이 너무 느려 게임을 할 수가 없었다. 대신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보고, 음악 만드는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뚱땅뚱땅하는 게 재미있었다. 그렇게 힙합에 푹 빠졌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그가 생각하기에 음악과 비슷한 프로세스를 지닌 영상 디자인 전공을 택했다. 그렇게 감독이자 뮤지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힙합이라는 문화 안에서 음악과 영상을 해온 그에게 멋진 뮤직비디오란 어떤 것일까? “힙합은 음악이기 이전에 문화예요. 전자 음악도 마찬가지고. 그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들이 만든 비디오는 디테일부터 다르죠. 굳이 멋있게 찍으려 의도하지 않아도, 문화가 담긴 것 자체로 멋지게 마련이에요. 직업인으로서 만든 게 아니라, 이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만든 것이라는 게 중요하죠.”

좋아하는 걸 좋아서 해온 이수호 감독에게 자유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은 것을 안 하는 것”이란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스튜디오 하면서 돈 걱정 없이만 살고 싶어요. 남에게 보이는 걸 중시하던 시절엔 성공하고 싶고 열등감도 화도 많았는데, 거기서 벗어나니 주변이 보이더라고요. 최근엔 여성혐오나 퀴어혐오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어요. 동료들과 공감하는 화두예요.”

이제 그는 뮤지션으로서 두 번째 앨범을 준비 중이다. “해방감에 대한 앨범이 될 거예요. 엄청 좋은, 마구 때려 부수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내 육체가 사라진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진짜 나는 내 피부나 내 몸이 아니라 영혼에 가깝고, 세상이 외부고 내가 내부라면 몸은 문 같은 거죠. 몸이 잠시 사라지는 해방감. 그런 걸 담아낸 곡들을 준비 중이에요.”

이수호 감독이 이끄는 ‘Boring Studio’의 이름은 ‘지루한 스튜디오인데도 안 지루한 걸 만든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그의 곡 ‘We Make Noise, Not Music’이 ‘우리는 소음이나 만들지만 너희가 만든 음악보다 낫다’라는 자부심을 표현했던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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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예지
PHOTOGRAPHY 정철환

2021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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