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김영대는 깊고

김영대는 대화하길 좋아한다. 어조는 나긋하고, 내용은 솔직하다. 말을 마치고 싱긋 웃는 습관은 꽤나 낙천적인 모양새. 그는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귀여워졌는데…. <펜트하우스> 시즌3 첫 방영일에 만난 주석훈, 아니 김영대다.

UpdatedOn July 02, 2021

/upload/arena/article/202107/thumb/48435-457978-sample.jpg

목걸이는 존 로렌스 설리번, 줄무늬 티셔츠와 스카프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upload/arena/article/202107/thumb/48435-457979-sample.jpg

민트색 셔츠와 스카프는 모두 르메테크, 바지는 아미, 신발은 발렌티노, 이어커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upload/arena/article/202107/thumb/48435-457980-sample.jpg

하늘색 셔츠는 오피신 제네랄, 목걸이와 팔찌는 모두 마마카사르 제품.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펜트하우스>의 주석훈. 김영대와는 많이 다르다는 소리가 있다.
평소 성격이 무척 밝은 편이다. 하하. 밝다기보다는 말이 많다고 해야 할까? 조금 덤벙대는 면도 있다. 그런데 주석훈은 차갑고 완벽하지 않나? 뭐든 다 잘하는 인물이다. 나와는 많이 다르다. 한창 열심히 연기해야 할 때이기에 촬영 현장에서 철저히 주석훈 캐릭터에 몰입하고자 한다.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이 또래이고, 친하게 지내다 보니 쉽진 않더라.

지금 김영대의 걱정은 뭔가?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다 걱정된다. 음, 걱정이라기보다는 책임과 부담이라고 말하는 게 맞겠다. 좋아하는 일이기에 설렘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책임과 부담이 느껴지기도 한다. 기대 반 부담 반이다. 지금 출연 중인 작품을 잘 마무리해야 하고, 다음 촬영할 작품에서는 지금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잘해내야겠다는 욕심이 크다.

출연한 작품 모니터링에서 아쉬운 점이 보이나?
너무 많다.

<펜트하우스>에서 느낀 부담은 무엇인가?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초반에 비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 드라마를 보면 함께 출연한 배우들은 다들 베테랑이고, 연기를 너무 잘한다. 그중에서 내가 제일 부족하게 보인다. 부담을 느낄수록 더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게 된다. 현장에서는 늘 그런 마음가짐이지만 생각만큼 제대로 못했을 때는 많이 속상하다. 그럼에도 남은 신이 있고 또 해야 할 것도 많으니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더 잘해내기 위한 동력이 있을 텐데, 김영대의 경우는 책임감일까?
잘 모르겠다. 연기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경력이 짧다. 하지만 26년 살면서 처음으로 욕심이 나고 계속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낀 일이기도 하다. 연기를 하면서 느낀 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고 탐구하며 성장해나가는 점이 매력적이다. 새로운 캐릭터를 맡으면 이 캐릭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파악해야 하고, 캐릭터에 부여된 삶을, 또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알아내기 위해 그 캐릭터에 나를 빗대어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에 대해 알게 된다. 연기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나를 더 깊이 알아가는 것. 그것이 일에 매진하는 내 동력이다.

주석훈을 연기하며 발견한 자신의 새로운 면은 무엇인가?
엄마를 대하는 감정이 조금 더 깊어졌다. 평범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살아왔다. 큰 파동도, 우여곡절도 없었다. 원만한 가족 관계라고 해야겠지. 그런데 <펜트하우스>의 주석훈은 아버지와는 안 좋고, 어머니와는 좋은 관계다. 또 돌아가신 어머니가 되살아나기도 하고. 이 관계에서 주석훈이 느끼는 감정은 내가 경험해본 것이 아니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부모님의 사랑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그리고 로나는…. 아직 로나만큼 누군가를 깊이 사랑해본 적 없는 것 같다. 하하. 주석훈을 연기하며 내가 가족을 정말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동생도 마찬가지다. 주석훈에게는 쌍둥이 여동생이 있는데, 내게도 여동생이 있다. 가족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는 작품이다.

어린 나이에 중국으로 유학을 갔다. 새로운 경험에 눈뜨고, 자양분으로 삼을 청소년기에 해외에서 홀로 지냈다. 유학 시절이 삶에 큰 영향이 끼쳤을 것이다. 남다른 시각이 생겼을 것도 같고.
좋은 관계를 얻었다.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2층 침대가 다닥다닥 붙은 아주 협소한 공간에서 여섯 명이 함께 생활 했다. 당시 만난 룸메이트들과는 지금도 서로 연락하며 지낸다. 그리고 시야가 넓어지는 건 사실이다. 세상을 보는 시각은 독서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넓어지기도 하지만, 몸으로 직접 겪는 건 조금 다른 것 같다. 유학 시절 체험한 것들이 내 어딘가에 잘 쌓여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경험들이 언젠가는 연기로 표현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하고, 그게 나의 장점이라는 생각도 한다.

데뷔 4년 차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커리어가 순항 중인 것으로 보인다. 노력의 결실일까? 아니면 운이라고 생각하나?
운이 좋았다고 할 수는 없다. 나를 위해 힘써주신 분들에게 죄송하니까.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곁에서 도와주신 분들 덕분이다. 그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나는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한다. 회사 대표님부터 식구들, 가족도 그렇고. 나보다 더 많이 신경 써주셨다. 필모그래피가 순항 중인 건 그들 덕분이다.

 

“몸으로 직접 겪는 건 조금 다른 것 같다.
유학 시절 체험한 것들이 내 어딘가에
잘 쌓여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케줄이 빼곡하다. 출연해야 할 작품도 많고. 김영대의 에너지는 어디서 비롯될까.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서 나온다. 긴장되고 걱정될 때 오히려 힘을 내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내가 가진 장점을 찾는 과정이 재밌다. 재밌어서 더 에너지가 생기는 것도 같다. 재미야말로 부담을 이겨내게 하는 힘이다.

처음 연기했을 때 기억하나?
기억한다. 당시는 정말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무지한 상태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촬영장이 신기했고, 카메라도 신기했다. 조명팀이나 연출을 지시하는 감독님도 모두.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도 못 찾았다. 내게 연기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런 직업이 있구나, 이런 분야가 있구나. 그때는 그 생각밖에 안 났다.

연기가 즐거워지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나?
글쎄, 아직 잘 못 느끼고 있다. 연기를 동물적으로 잘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재능이라고 해야겠지. 그런 사람이 있는 반면에 경험을 토대로 성장하는 부류가 있다. 연기 천재로 불리는 분들이다. 연기를 학습하며 성장하는 배우들이 더 많을 거다. 배우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아직 나는 연기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연기가 어렵고, 현장에 가면 긴장된다.

/upload/arena/article/202107/thumb/48435-457981-sample.jpg

셔츠와 바지, 재킷, 가방은 모두 지방시, 손에 착용한 액세서리는 모두 마마카사르 제품.

/upload/arena/article/202107/thumb/48435-457982-sample.jpg

셔츠는 보스맨, 바지는 BY 아데쿠베, 목걸이와 팔찌는 모두 마마카사르 제품.

/upload/arena/article/202107/thumb/48435-457977-sample.jpg

붉은색 니트와 재킷은 모두 펜디, 신발은 렉켄, 반지는 마마카사르, 바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영대가 세상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뭘까.
누구나 스스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을 거다. 나 역시 가치 있는 미래로 나아가고 싶은데, 내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바뀌는 것도 같다. 배우를 선택한 지금은 그냥 잘하고 싶고 성장하고 싶을 뿐이다. 연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기에, 배움에 가치를 두고 있다. 실수할 수도 있고, 실수를 정말 많이 할 수도 있다. 실패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순간부터다.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고 배우려는 자세를 갖추면 성장할 수 있다. 아직 내 가치관이 정립된 것은 아니지만, 배움을 주축으로 삼으려 한다.

시기에 따라 가치관이 변하는 것은 유연한 태도일 것이다. 연기를 시작하고 맞닥뜨린 가장 큰 벽은 무엇이었나? 극복해야만 하는 과제 같은 것 말이다.
한정된 선을 못 깬 것 같다. 캐릭터가 가진 한정된 이미지를 깨고, 캐릭터에 내 매력을 담아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캐릭터에 일정한 선을 정해 놓고 그에 맞춰 연기하는 것 같다. 그 프레임을 깨기 어려웠고, 지금은 깨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본을 받으면 지문에 캐릭터 설명이 있다. 어떤 가정 환경에서 태어나 몇 살까지 살아왔고, 성격은 이러저러하다는 설명이다. 그 정보를 읽고 배우는 캐릭터를 해석해야 한다. 캐릭터도 사람인데, 몇 줄의 문장으로 그 인물이 완벽히 설명될 수 있겠나. 배우로서의 역량을 기초로 캐릭터를 완성시켜야 하는데, 그 점이 어렵다. 벽처럼 느껴진다.

 

“다들 너무 뛰어나다. 여기서 내가 못하면
안 된다, 작품에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캐릭터에 자신을 담으려면 내 자신을 알아야 된다는 말 같다. 그런데 내가 내 자신을 아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

자신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
나는 그림을 그린다. 펜이나 붓으로 직접 그린다는 건 아니고, 상상한다. 캐릭터에 부여된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스물여섯 김영대가 그 상황에 처해 있다면 어떤 말투와 행동을 구사했을까? 그런 고민을 해본다. 나는 주석훈처럼 어머니를 여읜 적도, 아버지가 사람을 죽인 적도 없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상황은 상상해보는 수밖에 없다. 만약 우리 아빠가 사람을 죽였다면? 내가 믿고 따르는 아빠가 그랬다면 어떤 기분일까? 사실 이러한 상황을 상상하는 게 무척 힘들다.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생각하는 것도 힘들고. 그럼에도 계속 상상해야한다.

지금 김영대를 자극하는 건 뭔가?
<펜트하우스>다. 작품이 자극적이기도 하지만 배운 게 정말 많다. 감독님께 많은 것을 배웠다. 선배 배우들에게서도 많이 배웠고. 내게 많은 자극이 된 작품이다. 촬영하면서 잘해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많이 받았다. 선배들이 현장에서 연기하시는 걸 보면 다들 너무 뛰어나다. 여기서 내가 못하면 안 된다, 작품에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극중에서 주석훈은 이제 고3이 됐다. 세 번째 시즌까지 왔는데도 아직 10대다. 다음 작품 에서도 고등학생 역할을 맡았고.
마지막 학원물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걸 쏟아부을 생각이다. 유학 생활을 해서 그런지 학원물을 촬영하는 게 재밌다.

연기하면서 교복을 처음 입었겠지?
맞다. 교복도 그렇고 학교 생활 장면도 그렇고. 생각할수록 되게 재밌었다. 그래서 10대 역할에 거부감은 없다. 단지 시청자들이 내 얼굴을 고등학생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하하.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원대한 꿈은 없다. 대배우가 되겠다거나 톱스타가 되겠다는 목표는 전혀 없다. 그냥 내게 주어진 일들을 순간순간 잘 해내고,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그러다 보면 한 작품이 끝나 있을 테고. 지금 주어진 작품을 잘 마무리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언젠가는 대중에게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 성장하는 배우로 인식되는 게 가장 큰 꿈이다.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톱스타가 되겠다는 마음은 없다. 주어진 현장이 너무 감사할 뿐이다. 최선을 다할 것이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나?
반전인데, 톱스타 역할을 해보고 싶다. 하하. 농담이 아니다. 요즘은 사극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내 실제 성격과 비슷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 차갑고 말없고 무거운 캐릭터들만 맡았다. 기회가 된다면 수다스럽고 허당끼 있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

김영대에게 <펜트하우스>는 어떤 의미일까?
내게 다양한 기회를 열어준 감사한 선물이다. 덕분에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또 내가 좋아하는 것에 욕심을 낼 수도 있었고. 많이 배우고, 많이 느꼈다. 그래서 무척 감사한 작품이다.

미래의 김영대를 상상해본 적 있을까. 10년 뒤 자신에게 카톡을 보낸다면 무슨 말을 보내고 싶나?
글쎄 ‘잘했다?’ 아니다. ‘더 잘해라.’ 10년 뒤라고 해봤자 기껏 서른여섯이다.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나이다. 행여나 잘된다 해도 만족하지 않고 더 노력하라고 하고 싶다. 톰 크루즈처럼 된다고 한들 더 성장해야 하니 더 노력해라. 그리고 지금의 가치관을 유지해라. 그건 좋은 거니까. 그렇게 보내고 싶다.

초심을 잃지 말라?
그렇지.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김제원
STYLIST 박지영
HAIR 재황(에이바이봄)
MAKE-UP 이아영

2021년 07월호

MOST POPULAR

  • 1
    봄의 공기청정기
  • 2
    나의 첫 위스키
  • 3
    코로나 때 어떻게 하셨어요?
  • 4
    라도, 지창욱 2024 새로운 캠페인 영상 및 화보 공개
  • 5
    제네바에서 일어난 일

RELATED STORIES

  • INTERVIEW

    이민기, “제 나이에 맞게 역할을 해내는 배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배우 이민기의 <아레나> 5월호 화보 및 인터뷰 미리보기

  • INTERVIEW

    권정열, “10CM 음악의 근간은 결핍인 것 같아요.”

    10CM 권정열의 <아레나> 5월호 화보 및 인터뷰 미리보기

  • INTERVIEW

    문수진, “내가 듣고 부르고 싶은 음악으로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싱어송라이터 문수진의 <아레나> 5월호 화보 및 인터뷰 미리보기

  • INTERVIEW

    라도, 지창욱 2024 새로운 캠페인 영상 및 화보 공개

    지창욱과 함께한 라도 캡틴 쿡 하이테크 세라믹 스켈레톤 캠페인이 공개됐다.

  • INTERVIEW

    <아레나> 5월호 커버를 장식한 배우 송중기

    단단한 눈빛이 돋보이는 송중기의 <아레나> 5월호 커버 공개!

MORE FROM ARENA

  • LIFE

    맨해튼에 들어선 거대한 인공섬

    토마스 헤드윅이 설계한 맨해튼의 새로운 명물. 리틀 아일랜드 파크.

  • INTERVIEW

    문빈에 대하여

    감성적이고 상상을 좋아하며 정의는 승리한다고 믿는 남자. 문빈의 세계를 유영했던 하루.

  • AGENDA

    빨간 맛

    와인이야? 샴페인이야? 처음 본 사람들은 모두 묻는다. 이 검붉은 술의 이름은 듀체스 드 부르고뉴. 벨기에에서 온 맥주다.

  • ISSUE

    프라다 X 이종석 Chapter 2

  • INTERVIEW

    세 소년 새 희망

    뉴 호프 클럽을 단지 보이 밴드라 부를 수 없는 몇 가지 이유.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