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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이 지금부터 흥미진진한 이유

시즌 초반만 해도 선두 놀이를 하던 ‘행복넘’ 토트넘. 시즌 막바지인 현재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진출도 확신할 수 없는 처지에 몰린 ‘우울넘’. 이제 막 35라운드를 지난 토트넘은 무사히 시즌을 마칠 수 있을까. 올해도 우승컵을 놓친 케인과 손흥민은 토트넘을 탈출할 수 있을까. 새로운 사령탑은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을까. 시즌 초반보다 더 흥미진진해진 토트넘의 여름이다.

UpdatedOn June 02, 2021


지난해 10월로 돌아가자. 코로나19 2차 곡선이 꺾인 와중에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생의 국가시험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는 ‘도널드 트럼프’의 명패가 당당히 걸려 있었고, 나는 비트코인 가격을 보면서 “1천만원? 미쳤네!”라고 비웃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토트넘 홋스퍼가 펄펄 날았다. 개막전 패배 후 사우샘프턴전에서 해리 케인의 4도움을 손흥민이 4골로 연결해 5-2 대승을 거뒀다. 10월 5일 올드 트래퍼드 원정에서 토트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6-1로 묵사발을 냈다. 손흥민과 케인은 또 2골씩 넣어 모리뉴 감독의 짜릿한 복수극을 도왔다. 역시 명장, 손흥민은 월드클래스라니깐, 올 시즌 트로피 가즈아 등등.

박수 세 번, 짝, 짝, 짝, 다시 2021년 5월이다. 토트넘의 안팎은 크게 변했다. 시즌 초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선두를 다투던 순위는 7~8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조제 모리뉴는 부임 17개월 만에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 채 쫓겨났다. 다음 시즌 UEFA챔피언스리그(1~4위) 출전권은 고사하고 그 아랫동네인 유로파리그(5~6위) 티켓마저 버거워 보인다. 많은 경기가 몰린 연말연시에 시즌 농사를 망친 것이 우울한 현실로 이어졌다. 12월부터 2월까지 소화한 15경기에서 토트넘은 절반에 가까운 7패를 당했다. 승점 35점 중 절반인 18점 획득에 그쳤다. 해가 바뀐 2021년부터 토트넘의 행보는 비극과 희극 사이에 낀 헤라클레스처럼 고민스럽다. 1월 28일부터 2월 21일까지 리그 6경기에서 1승 5패에 그쳐 4위에서 8위까지 미끄러졌다. 활강 슬로프를 따라 성적이 빠르게 미끄러지자 선수단 내부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모래알 분위기 속에서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을 2-0으로 잡고도 원정 2차전 0-3 패배로 탈락했다.

경기 후 주장 위고 요리스는 “수치스러운 경기력이었다. 클럽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이 그대로 드러났다”라며 팀 와해를 고백했다. 최악은 경신되었다. 4월 들어 리그 3경기 연속 승리가 없자 대니얼 레비 회장은 결국 모리뉴 감독을 날렸다. 모리뉴 감독의 반응형(Reactive) 축구 철학이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임 체제의 공격 일변도 축구와 달리 모리뉴 감독은 수비와 역습을 최우선시했다. 먼저 치고 들어가는 도전적 태도보다 상대 플레이에 가장 올바른 반응을 찾는 실용주의 전술에 선수들이 싫증을 냈다고 한다.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익명 선수는 “볼을 앞으로 운반하는 계획이 전혀 없었다. 모든 준비는 수비였다. 공격은 케인과 손흥민에게 패스를 보내는 게 전부였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잘게 쪼개진 조직력은 수비 허점으로 나타났다. 토트넘은 리드하다가 실점을 허용해 무승부로 망친 경기가 여섯 차례나 되었다. 실점 장면은 대부분 위험 지역에서 상대 선수를 완전히 놓친 실수에서 벌어졌다. 라이언 메이슨 감독대행 체제로 치렀던 리그컵 결승전에서도 토트넘은 막판 프리킥 수비에서 아이메릭 라포르테를 자유롭게 내버려둬 결승 실점을 헌납했다. 영국의 축구 표현 중 하나인 ‘스쿨보이 에러’의 전형이었다.

리그 35라운드 현재 토트넘은 7위로 내년 컨퍼런스리그 진출권이다. 챔피언스리그권에서 8점, 유로파리그권에서 2점 처졌다. 승점 9점이 남았으니 수치적으로는 챔피언스리그까지 꿈꿀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유로파리그도 간당간당’에 가깝다. 리그 최종전이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유력한 레스터시티 원정이다. 지난해 12월 토트넘 홈에서 벌어진 첫 만남에서 레스터시티가 2-0으로 완승했다. 에버턴과 아스널이 뒤를 바짝 쫓고 있어 토트넘은 순위 상승보다 컨퍼런스리그 순위라도 사수하는 게 현실적 목표라고 해야 한다. 챔피언스리그 출전 가능성이 희박해졌고, 리그컵 우승도 날아간 마당에 2020/21시즌 토트넘에게 남은 유일한 성취 대상은 케인의 득점왕 등극이다. 35라운드 기준 케인은 리그 21골로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와 득점 부문 공동 선두를 달린다.

알다시피 지금 토트넘은 케인의 득점왕 등극을 기분 좋게 응원할 형편이 아니다. 최근 인터뷰에서 케인은 “팀이 발전한다거나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현실까지 감수하면서 남고 싶진 않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이적 선언이었다. 케인은 유럽 최고 스트라이커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지금까지 소속팀에서 우승해본 적이 없다. 토트넘 계약은 3년이나 남았지만 올여름 케인이 이적을 시도한다는 전망은 불을 보듯 빤하다. 설상가상 손흥민까지 구단 측의 재계약 제안에 응하지 않은 채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남은 일정에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토트넘은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다. 기량이 최고조에 다다른 케인과 손흥민으로서는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자신들의 야망을 충족시켜줄 빅클럽으로 떠나야 한다는 뜻이다.

레비 회장의 유일한 아군은 코로나19 불황이다. 2년 전, 레비 회장은 케인에게 2억 파운드, 손흥민에게 1억5천만 파운드 가격표를 각각 붙였다고 한다. 선수 한 명에 2억 파운드를 내는 클럽이 세상에 존재했던 호시절이기에 가능했던 호가였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빅클럽들의 지갑은 쪼그라들었다. 2021년 여름에는 킬리앙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와 에를링 홀란(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은 물론 로멜루 루카쿠(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까지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돈줄은 막혔고 선택지가 늘었으니 빅클럽들은 특정 선수에게 ‘올인’할 수밖에 없다. 그런 판세에서 과연 케인과 손흥민의 몸값까지 부담할 빅클럽이 있을지는 큰 의문이다. 토트넘 회장 부임 20년째인 레비 회장은 본인의 호가에서 물러선 적이 한 번도 없는 악마적 협상가다. 이적 시장 마감 직전까지 협상을 몰아가 상대의 조바심을 유발하는 것도 레비 회장의 전략이다. 케인과 손흥민이 이적하려면 레비 회장과 두 번 다시 보지 않겠다는 각오로 싸워야 한다. 그전에 레비 회장은 새 감독부터 찾아야 한다. 호사가들에게 2021년 토트넘의 여름은 흥미진진한 ‘건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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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홍재민(축구칼럼니스트)

202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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