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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논객

뉴 포드 레인저 랩터에 대한 두 기자의 상반된 의견.

UpdatedOn May 2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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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D New Ford Ranger Raptor

전장 5,560mm 전폭 1,870mm 전고 2,030mm 축거 3,220mm 엔진 2.0 바이터보 디젤 배기량 1,996cc 최고출력 213hp 최대토크 51.0kg·m 변속기 자동 10단 구동방식 4WD 복합연비 8.9km/L 가격 6천3백90만원

장진택 <미디어오토> 기자

어렵고 깊은 건 잘 몰라서, 쉽고 단순하게 사는 20년 차 자동차 기자.

포드 픽업트럭
‘포드=픽업트럭 명가’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굳이 말한다. 포드가 픽업트럭의 명성을 쌓은 건 F-150 때문이다. 몇 년간 미국 판매 순위 1위를 놓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픽업트럭 명가’ 타이틀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반면 포드 레인저는 좀 다르다. 미국 내에서 그리 많이 팔리지도 않고, 미국에서 개발한 차도 아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은 ‘미국산’도 아니다. 레인저는 호주 포드에서 개발을 주도했고,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만든 ‘디젤’ 모델이다.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간 미국산 레인저도 있으나, 2리터 디젤 엔진이 탑재된 남아공산 레인저를 우리나라에 들여온 것이다. 포드코리아 측은 “사전 국내 소비자 조사에서 픽업트럭은 아직 디젤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남아공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포드가 아닌 건 아니다. 남아공에서 만들었다고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건 더더욱 아니다. 포드 레인저를 F-150의 친동생으로 생각하진 말라는 얘기다. 이래저래 족보를 따져보면, F-150의 친동생까진 아니고, 멀리 떨어져 사는 사촌동생 정도로 생각하면 적당할 듯싶다. 그나저나 F-150은 우리나라에 왜 안 들어오지? ★★★

랩터의 ‘호통’
랩터. 이름 참 기가 막히다. ‘랩터’는 포드의 고성능 브랜드다. 맹수처럼 오프로드를 내달리는 픽업트럭을 만들어 ‘랩터’라는 라벨을 붙인다. 이미 F-150 랩터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오프로드 전용 버기카 뺨 갈기는 수준으로 험한 길을 지배한다. 험한 언덕을 날아다니는 랩터의 모습 그대로, 포드코리아도 인천 영종도 험지에서 레인저 랩터를 여러 대 풀어놨다. 역대 시승 행사 중에 가장 ‘무서운’ 코스에서 비탈을 오르고 점프를 하다가 물을 건너기도 했다. ‘시승’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훈련’에 가까워서, 코스에 들어가기 전에 ‘도전’을 외치기도 했다. 기자들이 연거푸 갈아타면서 ‘도전’을 외치며 내달렸으면, 차가 너덜너덜해졌을 법도 한데, 레인저 랩터는 ‘삐그덕’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밖에 안 돼!’ 하며 호통을 치는 듯했다. ‘올드한 실내 디자인이 아쉽고, 통풍 시트 없는 것도 아쉽고, 내비게이션 작은 것도 아쉽고, 디젤 엔진 파워도 다소 아쉽고…’ 머릿속을 빙글빙글 돌던 아쉬운 조각들이 마술처럼 사라졌다. 용맹스러운 ‘랩터’ 타고 모래 언덕 점프하던 순간이 머릿속에 슬로모션으로 지나간다. ★★★★

살까, 말까
목장을 소유하고 있다면 한 대 살 만하다. 회사 가는 길에 목장 비슷한 곳을 가로질러 간다면, 한 대 살 만하다. 목장 비슷한 곳에 캠핑을 자주 갈 생각이라면 한 대 살 만하다. 자영업하는데 짐을 자주 옮길 생각이라면 피하는 게 좋다. 모래 언덕을 점프하는 차로 만들어져서 적재량이 별로다. 포드 레인저 일반 모델은 600kg인데, 레인저 랩터는 300kg에 불과하다. 차체도 약간 높여서, 짐을 싣고 내리기 불편하다. 또 하나 주의할 것. 이 차가 우리나라에 이제 막 들어왔다고 해서 따끈따끈한 신차는 아니라는 거다. 2011년도에 첫 출시된 차를 2015년에 부분변경해서 쭈욱 팔고 있던 걸 2021년에 우리나라에 들여왔다. 겉모습은 신형 느낌이 제법 풍기지만, 실내는 10년 전을 어루만지는 듯한 감성을 피할 수 없다. 오래된 청바지 같은 느낌이 나름 나쁘진 않지만, 모두 다 바꾼 신형 레인저가 ‘떡’ 하고 나온다면 좀 그렇겠지. 여기저기서 소문이 무성하다. 위장막을 뒤집어쓴 레인저 후속 모델 사진도 자주 검색된다. 폭스바겐과 포드가 힘을 합쳐 개발 부담을 줄여 만들었다는데, 예상도가 꽤 근사하다. ★★

+FOR 화물차 세금 혜택을 받지만, 하나도 화물차 같지 않다.
+AGAINST 한국에선 이제 막 출시된 신차 느낌, 하지만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선 후속 모델 소문이 파다하다.

3 / 10

 

안정환 <모터트렌드> 에디터

‘차덕후’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패션 잡지를 보는 자동차 기자.

<매드맥스> 실사판?
포드 레인저 시승 행사에 참석했을 뿐인데 기분은 영화 <매드맥스> 한 편 찍고 온 느낌이다. 황무지 땅에서 레인저를 타고 거침없이 달렸다. 보통의 오프로드 시승은 험로를 안전하게 빠져나오기 위해 거북이걸음을 하지만, 레인저의 시승은 시작부터 페이스를 높였다. 차는 픽업트럭인데 랠리 경주차를 몰듯 과격하게 몰아붙였다. 흙길에선 뒤꽁무니를 미끄러뜨리고, 허리가 잠길 만한 물길은 가볍게 통과한다. 둔덕길 정도는 그냥 완전 가속으로 질주한다. 차를 타고 점프해보기는 난생처음이다. ‘이러다 차 다 망가지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지만 레인저는 무덤덤하게 오프로드를 달릴 뿐이다. 폭스(FOX) 서스펜션이 들어간 랩터 모델은 ‘사막의 포르쉐’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험로를 화끈하게 달린다. 앞에 큼직한 돌덩이가 있어도 사뿐히 지르밟고, 거친 노면에서 전해지는 큰 충격도 가볍게 대처한다. 운전자는 그저 조향과 가속을 적당하게 컨트롤하면 된다. 어떠한 거친 길이 펼쳐져도 레인저는 <매드맥스>의 워보이처럼 맹렬히 질주한다. ★★★

트럭이라지만 실내는 너무하잖아
레인저의 실내를 쓱 훑어보고 만져보니 포드가 왜 이렇게 화끈한 오프로드 시승을 마련했는지 이해가 간다. 거친 주행으로 정신없게 만들어서 인테리어에 한눈팔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이었을 것이다. 왜냐면 실내가 반짝반짝 눈부시기 때문. 화려하고 멋있어서가 아니다. 여기저기 들어간 싸구려 플라스틱 소재에서 반질반질 윤이 난다. 미국 브랜드의 차들이 인테리어에 소홀한 편이긴 해도 레인저의 내부는 너무 올드하다. 곳곳에 쓰인 소재는 국산 경차에 들어간 것보다 품질이 조악해 보일 정도다. 아무리 트럭이라지만 5천만원에 달하는 차에 기대할 만한 인테리어는 아니다. 6천3백90만원짜리 랩터 모델을 골라도 형편없는 실내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국내서 통할까?
5천만원짜리 디젤 픽업트럭이라…. 포드가 아무리 픽업트럭의 명가라지만 디젤 엔진을 얹은 레인저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프로드를 끝내주게 달리고 뒤쪽의 널찍한 데크로 다양한 활용성을 보여줄 테지만 한국에는 가성비 좋은 쌍용 렉스턴 스포츠가 지키고 있다. 물론 급이 다른 수입 픽업트럭 시장이긴 하다. 그렇다면 아메리칸 픽업트럭에서 디젤 엔진을 기대할까? 이미 대배기량 휘발유 엔진을 얹은 쉐보레 콜로라도가 미국 픽업트럭 분위기를 팍팍 내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도 콜로라도가 더 싸다. 지난해 지프 글래디에이터까지 국내에 상륙했으니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심지어 이번에 출시된 레인저는 정통 아메리칸도 아니다. 남아공에서 생산된 유럽형 모델이다. 픽업트럭 명가, 포드의 헤리티지를 물려받은 모델이긴 하나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진짜 명품 픽업트럭이라고 할 수 있는 F-150을 서둘러 들여오는 게 더 낫지 않을까? ★★

+FOR 오프로드에서 점프를 맛볼 수 있는 차.
+AGAINST 포드 픽업트럭인데 남아공 생산, 2.0L 디젤 엔진. 심지어 비싸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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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202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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