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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적 회화

2021 여름 시즌의 셀린느 곳곳에 점박이 무늬와 형광 핑크색 팜트리, 에메랄드빛 해변을 그려 넣은, 유토피아적 색채의 화가 타이슨 리더와의 대화.

UpdatedOn April 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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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bahn, 2019.

Autobahn, 2019.

당신은 어떤 화가인가?
데이비드 살르(David Salle)는 다른 모든 사람들도 사용할 수 있는 시각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화가를 ‘Form Givers’라 칭했다. 최근 가장 와닿은 말이다.

셀린느 컬렉션을 함께 작업하게 된 계기는?
뉴욕에 위치한 내 갤러리에 진열된 두 작품을 봤다고, 셀린느로부터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상업적인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협업은 쉽지 않았을 거 같다.
모든 과정은 매우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우선 내 그림을 셀린느에 넘겨주었고, 이후 그들이 무엇을 떠올리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제안을 해왔다. 그 활용 범위는 내 상상 이상으로 더 세련되고 미래 지향적이었다.

당신은 개인적으로 이번 컬렉션의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
‘Autobahn(아우토반)’ 그림으로 채워진 바람막이, 그리고 컬래버레이션 제품은 아니지만 야자수 디자인으로 수놓은 LED 레더 재킷이 제일 좋았다.

아무튼 셀린느 그리고 에디 슬리먼과 함께 작업을 하다니. 그건 패션 업계에서, 적어도 나에겐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와의 작업 과정은 어땠나? 의견을 나눴던 과정이라거나, 소통하는 방식 등 아주 사소한 것들도.
이번 작업은 코로나19 여파로, 모두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다. 셀린느 팀이 내게 천재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나는 이를 단순히 확인하고 승인하는 식이었다. 나 또한 에디 슬리먼이 진행하는 모든 프로젝트의 열렬한 팬이지만, 이번에는 그와 직접 소통을 나눌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이번 협업이 당신에겐 어떤 의미가 되었나?
내게는 인생을 통틀어 그림이 지닌 시각적인 힘과 우연한 기회로 이루어진 협업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난 항상 컬래버레이션이란 작업은 예술사에서 매우 과소평가된 변화의 힘이라 생각해왔다. 외부 작용으로 인해 작품이 최종 완성되는 경우와 같이, 한 명의 아티스트가 작품의 유일한 주인이 되지 않는 것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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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Z-US, 2020.

IZ-U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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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rifter, 2020. 2 Orange County, 2020. 3, 4, 5 2021 서머 셀린느.

1 Drifter, 2020.
2 Orange County, 2020.
3, 4, 5 2021 서머 셀린느.

당신만의 유토피아적인 색채가 인상적이다.
내 색채 팔레트는 수년간 작업해온 직물 염색 기법과 수채화로부터 이어졌다. 특히 하얀 종이 위에선 그 색감들이 한층 돋보인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
작년 가을 개인전에서 선보인 ‘IZ-US’라는 대형 딥틱 작품.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의 노래에서 이름을 따서 지었다. 황혼 무렵의 구불구불한 고속도로가 그려진 작품이고, 샤피 매직을 사용했다. 특유의 역동적인 느낌을 좋아한다.

주로 무엇이 당신에게 가장 큰 영감이 되나?
자연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받는다. 모든 것들이 가공되고 조작되는 이미지의 시대에, 오직 자연만이 꾸밀 수 없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 또한 자연은 그림이 지닌 정형화된 구조에 대해 가장 관대하기도 하다. 느슨한 지평선 위에 지극히 부수적인 방울이나 작은 점만으로도, 텅 빈 공간이 아닌 생생한 자연의 한 장면으로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무엇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한가?
무언가 연필로 빠르게 형태만 그려낸 흐릿한 윤곽선 안에 짙은 색을 채우는 단순한 작업.

영향받은 아티스트가 있나?
레코드 숍에서 우연히 페드로 벨(Pedro Bell)의 앨범 커버를 발견했을 때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큰 종이에 오직 연필과 마커로 구현한 신비로운 테크니컬러(Technicolor) 기법으로 내면 세계를 표현한 커버였다.

삶의 모든 것들이 바뀌고 있다. 대부분 디지털화되고, 언택트를 베이스로 이뤄진다. 미술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당신이 겪고 있는, 현시대의 미술계는 어떠한가?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 예상하나?
우리는 시각예술 문화의 기반이 되었던 오랜 구조와 의례가 효력을 잃고 있는 시점에 있는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에 아트를 디지털 방식으로 접하는 것이 안타깝게도 ‘새로운’ 기본 값이 되는 것 같다. 팬데믹 시대 이후에는 더욱 더 폭넓은 방식으로, 직접 만지며 실질적인 촉각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다시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그림이란 나와 데드라인만이 존재하는 순수한 고립 속에서 행할 수 있는 몇 남지 않은 직업 중 하나다. 나는 그 안에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엔 내 스튜디오 내의 아쿠아리움에 ‘버블스(Bubbles)’라는 수중 갤러리를 열었다. 또 내 작품인 ‘Night School(나이트 스쿨)’ 시리즈 중 몇몇 주제들을 통합한 영상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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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최태경

202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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