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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란의 시대

여수의 일렁이는 바다를 품으며 자란 배우 염혜란은 서울에 와서 첫 무대에 섰을 때 가슴이 터질 듯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연기한 지 25년 차,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으로 승승장구하자마자 극장가에는 <빛과 철>을 비롯해 염혜란이 등장하는 영화 세 편이 동시에 걸렸다. “어느 구름에서 비 내릴지 모른다”는 말을 품고, 작은 역할도 허투루 여기지 않으며 하루하루를 쌓아 이 자리에 우뚝 선 배우.

UpdatedOn March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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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과 팬츠는 모두 자라, 이어링은 미네타니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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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은 자라, 이어링은 미네타니 제품.

오늘은 힘 좀 쓰는 두목처럼도, 비련의 주인공처럼도 찍어봤는데 어땠나요?
사실 제가 사진 울렁증이 있어요. 그런데 옛날 홍콩 영화 OST를 틀어주고 분위기를 만들어주니 연기하듯 임했네요. 화가들이 그려준 그림 속에 들어간 것처럼요.

<경이로운 소문>의 ‘추매옥’으로 활약하며 인기가 많아진 걸 체감하나요?
<동백꽃 필 무렵> 때부터 아, 사람들이 나를 인지하고 있구나 느꼈는데 <경이로운 소문>에선 연령층이 확 넓어진 게 느껴진달까요. 어린 분들이 많이 좋아해주거든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데도 눈매만 보고 “잘 보고 있어요”라고 해주셔서 반갑죠. 저 역시 우리 넷이 모이면 뭐든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팀을 이끌어주는 리더로서 추매옥을 사랑해주셨던 것 같아요. 따듯하고 곁에 두고 싶은, 아주 멋진 캐릭터죠.

전주국제영화제 배우상을 수상한 영화 에서 ‘영남’ 연기가 아주 인상 깊더군요. 처음엔 미스터리하게 보이다가 어느새 인자하게 보이다가 최후엔 광기 어린 모습을 보여주죠.
‘영남’은 화석이 되어버린 고통을 지닌 사람이었고, 그 고통에 다가간다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그의 단단한 고통이 하나씩 깨지고 벗겨지고 무너지는 구조의 영화죠. 태풍의 눈 안에 있다가 태풍 속을 걸어 나오는 인물이었어요. 잠잠해 보이지만, 고통과 비밀을 감추고 있다가 한 번에 몰아치는 역할이라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던 작품이죠. 감독님은 염혜란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어요. 저 역시 이런 배역을 만난 게 축복이었어요. 배우로서 아주 밑바닥에 있는 감정까지 파헤쳐야 하는, 심도 있는 배역을 만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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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대의 흐름이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을
빚어내며 새로운 역할들이 들어오더라고요.
너무나 반갑죠.”

 

선과 악이 다 담겨 있는 연기였어요. 어쩐지 하비에르 바르뎀도 생각났죠.
사람들이 제게서 그런 양면성을 봐주신 지 얼마 안 됐어요. 처음에 제 얼굴이 너무 평범하고 개성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대의 흐름이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을 빚어내며 새로운 역할들이 들어오더라고요. 너무나 반갑고 고마운 일이에요. 어쩌면 제가 평범한 얼굴이어서 선도 악도 표현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생각하게 됐지요.

배우 염혜란을 본 제 첫 기억은, 펑펑 울었던 것이에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진주댁이 나옥분 여사에게 “서운하다”며 오열하는 장면이었거든요. 사람들은 배우 염혜란에 대한 첫 기억이 언제라고 하나요?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아이 캔 스피크>의 진주댁,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은 <도깨비>의 이모를 많이 꼽죠. 그래서인지 영화에선 항상 푸근한 캐릭터로 저를 불러주시고, 드라마에선 센 캐릭터를 맡겨주시더라고요. 한 사람을 놓고 어떻게 이처럼 다르게 보는 걸까, 그 간극이 재미있었어요.

확실히 중년 여성 배우들의 배역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 극장에 갔는데,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배우 주연의 <세 자매>와 류현경, 김향기 배우와 제가 출연한 <아이>, 김시은, 박지후 배우와 제가 출연한 <빛과 철>, 여성 셋이 주연인 영화 포스터 세 개가 나란히 걸려 있는 거예요. 라미란 선배님과 사석에서도 자주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시대를 잘 만났어요. 조금 더 이전에 태어났으면 이런 기회들이 오지 않았을 거예요. 좋은 시대를 만나서 우리가 이렇게 좋은 역할을 맡게 된 거죠. 시대적 요구, 그리고 관객과 시청자가 새로이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여성 배우들의 열망과 잘 만난 거죠.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고, 2월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받은 작품을 포함한 영화 세 편이 동시에 극장가에 걸리죠. 바야흐로 염혜란의 시대 아닌가요?
일은 겹쳐서 오는 것 같아요. 요 몇 년 사이에 운을 다 쓴 거죠. 하하하. 배우는 파도와 같아서 좋을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고, 잊힐 때도 있지요. 그런 시간은 반드시 와요.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을 먹지 않으면 힘들어요. 전 배우 생활을 오래, 길게 할 거니까요.

인간 염혜란은 어떤 사람인가요?
본연의 염혜란은 늘 흔들리는 사람이에요. 약해빠졌죠. 이렇게 멋있게 사진 찍어놓고, 실제 절 만나면 실망하실까봐 걱정되네요. 단지 저는 추매옥처럼 살려고 해요. 사람 사는 기본 도리, 임무, 책임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좀 보수적이죠.

당신이 생각하는 도리란 어떤 것인가요?
저는 공중도덕 안 지키는 사람을 경멸해요.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훅 버리는 사람들 있잖아요. 도대체 누가 치우라고 그러는 걸까요? 혹은 아무렇지 않게 종이컵을 하루에 서너 개씩 쓴다거나, 자기보다 직급 낮은 사람을 함부로 대한다거나. 그런 기본적인 걸 지키지 않는 게 싫어요. 그런데 저는 사람에게 양심은 본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잘못된 행동을 할 때 ‘양심에 찔린다’고 하는 건, 그걸 지키는 게 본성이라서 그런 것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늘 돌아보곤 해요. 내가 지금 본성대로, 양심을 지키며 살고 있는 것인지.

그런데 연기할 때면 힘 있는 배우가 되죠. 드라마 <무법 변호사>에서 최민수 배우의 뺨을 대뜸 갈겨 올리는 신, 명장면이었어요.
감독님이 세게 치래서 내지르긴 했는데, 어유, 제가 밀렸어요. 하하하. 제 숨은 욕망이 그렇게 표출되나 봐요. 난 그렇게 어디 가서 큰 소리 못 치는 사람이니까, 악역을 만날 때면 쾌감이 있어요. 추매옥 같은 멋지고 든든한 캐릭터를 할 때의 쾌감도 있지만, <무법 변호사> 남순자같이 표독스럽고 상스러운 캐릭터를 할 때의 쾌감도 크죠.

<동백꽃 필 무렵>의 엘리트 변호사 홍자영도 당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요.
사실 홍자영을 시작할 땐 두려움이 컸어요. 그렇게 직선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 작품을 끝까지 잘 마무리 지은 건 배우로서 자존감을 높여준 일이었어요. 나 자신에 대한 편견이 가장 심한 사람이 나였음을 깨닫기도 했고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으면서, 나는 둥글둥글한 사람인데 멋지고 시크한 배역을 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의심하는 거예요. 이 배역과 작품을 통해 자신에 대한 편견을 허물어도 되겠다고 느꼈죠. 내가 생각하는 내가 정말 나인지, 아니면 보여주고 싶은 나인지도 생각하게 됐어요.

배우라는 직업은 특히 내가 생각하는 나, 보여주고 싶은 나, 진짜 나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일 테죠.
맞아요. 저는 언제나 좋은 사람, 원칙과 양심을 지키는 사람, 바른 시민이고 싶어 했고 그렇게 보이고 싶었어요. 어쩌면 착한 사람 콤플렉스 같은 게 있었을지도 모르죠. 따듯하고 소탈한 역할을 자주 맡으니 그게 진짜 나라고 스스로도 착각했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내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다른 나를 부정할 필요는 없잖아요. 배우가 한 가지 모습으로만 연기할 필요가 없듯이. 당시엔 몰랐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드네요.

염혜란이 통과해온 수많은 대사 중 마음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요?
<빛과 철> 중 “나도 날 모르겠는데 어떻게 안다고 말할 수 있어요?”라는 대사가 떠오르네요. 때때로 “저 그것만 있는 사람 아니에요”라는 생각이 들 때 떠오르죠. 그리고 홍자영이 동백이에게 “동백 씨 마음엔 동백 씨 꽃밭이 있네”라고 한 대사. 잡초도 자라게 두고, 화려한 꽃도 피우고, 그런 꽃밭이 멋진 꽃밭일 텐데 홍자영은 밖에서 보이는 정원만 생각하던 여자여서 그런 아름다움에 대해 뒤늦게 깨달아요. 그 대사는 저 자신, 그리고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어요. 내 안의 꽃밭을 돌보지 않으면서 남의 꽃밭만 보고 있지 말라는 것. 그래서 더 정성껏 내뱉었죠. 배우라는 직업, 남에게 보이는 직업을 지닌 사람일수록 내 마음의 꽃밭을 더 잘 돌봐야겠다고 생각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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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는 코스, 이어링은 미네타니, 아리타 빈티지 세라믹 볼은 에디터 소장품.

원피스는 코스, 이어링은 미네타니, 아리타 빈티지 세라믹 볼은 에디터 소장품.

 

“제가 좋아하는 말은 “어느 구름에서
비 내릴지 모른다”예요.
모든 건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지요.”

 

지금 당신의 마음의 꽃밭은 어떤 계절인가요?
지금은 겨울눈이 내리고 있어요, 좀 더 겨울을 지속하고 싶어요. 겨울은 작은 씨앗 안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시기죠. 발아하고 움틀 채비를 하는 시기. 제가 아직 활짝 피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올봄에는 좋은 꽃들을 많이 보겠지, 하는 가능성의 꽃밭이면 좋겠어요.

염혜란 배우는 중년 여성 배우도 새로운 가능성을 펼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에 더욱 반가운 배우예요. 20년간 연극을 하다 매체 연기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이 신에서 없어서는 안 될 얼굴이 되었죠. 전형성에서 조금씩 벗어난 역할들을 맡으면서요. 저 역시 용기를 얻었죠.
그 말에 제가 오히려 용기를 얻네요. 진짜로. 저도 이정은 선배님, 진경 선배님, 황석정 선배님처럼 많은 연극배우 출신 여성 배우들이 길을 닦아주신 덕을 봤어요. 그분들이 나오셨을 땐 더 힘들었을 거예요. 배우는 스스로 제작자가 되지 않는 이상, 누가 배역에 뽑아주지 않으면 그런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없잖아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써주고 기회를 만들어주니 감사하고 반가운 거죠. 배우 외에도 능력 있는 여성들이 참 많아요. 배우 염혜란이 이 시대의 여성을 못 따라갈까 오히려 걱정이죠.

이젠 배우 염혜란이 닦아놓은 길에 덕을 볼 후배 여성 배우들도 있겠죠.
그럴까요? 제가 잘 닦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하하. 그렇다면 정말 기쁜 일이죠.

여수 출신이죠. 그 시절 염혜란은 어떤 아이였나요?
고등학교 창밖으로 바로 항구가 보였어요. 휴양지 같은 바다가 아니라 삶이 오가고, 생계가 이루어지는 항구였는데, 은빛 바다가 아름답게 넘실대서 5, 6교시쯤 되면 선생님들께서 수업을 못할 지경이었지요. 하지만 저는 다른 걸 보고 싶었어요. 서울 중심적인 한국에서 제 고향은 문화에서 배제된 황무지 같은 곳이었죠. 서울로 가고 싶었어요. 엄마는 근처에 있는 국립대를 권하셨지만, 저는 도대체 매체에서 말하는 홍대며 대학로가 뭔지, 그 환상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죠.

그때부터 넓은 세상에 나가 연기를 하고 싶었던 건가요?
전혀요. 국어를 좋아했으니까, 국문과를 가서 국어 선생님이 되어야지 싶었죠. 실제로도 임용고시를 준비했고, 출판사를 다녔어요. 집에선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연극을 하겠다는 거냐고 놀라셨죠. 그런데 제 안에 발견되지 않은 욕망이 있었던 거예요.

연기를 하려는 욕망이요?
네. 10대 때 <사랑이 꽃피는 나무> 같은 드라마에 열광하고, 연기도 따라 해보곤 했지만 그저 나와 다른 세상이기 때문에 동경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당시만 해도 대학 가고 취업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죠. 저희 집도 정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평범한 집안이었고요. 아무도 “네가 원하는 게 뭐니?”라고 묻지 않았죠. 그런데 제 안에 있던 욕망이 연극부에 들어가면서 발견된 거예요. 연기를 하는데 가슴이 너무 떨리고, 쿵쾅거리더라고요. 처음엔 무대에 서는 게 떨려서 그런 줄만 알았죠.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게 정말 엄청난 경험이더군요. 끓어 넘치듯, 토해내듯 하는 연기 습관이 있는데 이건 기질적인 것 같기도 해요. 젊었을 때 제 욕망과 본성을 따라 살지 못했기 때문인지 작품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국문과를 졸업해 고시를 준비하며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극단에 들어가 배우 생활을 시작했잖아요? 굉장한 용기 아니었나요?
제 인생에서 가장 용기 있는 결단이 직장을 관두고 연극을 시작한 일이죠. 아, 물론 결혼도 큰 결단이었지만. 하하. 그렇긴 한데 저는 결단을 잘 못해요. 용기 있게 나 연극 하겠어! 하고 뛰쳐나온 게 아니라, 사지에 몰려 결정해야 할 때 해버린 거죠. 출판사 다닐 때 제게 덜컥 회사를 맡긴다고 했거든요. 하하하. 그때 이야기했죠. “저 사실은 배우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극단에 들어갔죠. 저는 늘 유유부단하게 있다가, 반드시 해야 하는 순간에만 결정했을 뿐이에요. 결단 같은 멋진 말은 어울리지 않았죠.

그래도 연극을 20년 동안 해오고, 매체 연기를 5년 이상 해온 것은 충분히 멋져요.
다만 하루하루 뚝심 있게 열정적으로 살려고 했어요. 긴 안목도 긴 플랜도 없지만 오늘 하루에 충실해야지, 그게 쌓여온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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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는 듀이듀이, 이어링은 미네타니, 바카라 텀블러는 에디터 소장품.

그렇게 조금씩 어른이 됐나요?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사회에선 어느새 절 어른이라고 부르는 나이가 되어 있네요. 그래서 “나 때는 말이야”같은 말을 하는 어른은 절대 되지 않으려 해요.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게 아니고, 살다 보니 그렇게 사는 것처럼 되어버릴까봐,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참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그저 잔잔하게 감싸주는 어른이 되고 싶네요.

<빛과 철>처럼, 중년 여성들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서사가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죠. 앞으로도 그런 이야기에서 뵙고 싶네요.
주연을 맡으며 주인공들은 이렇게 책임감이 컸구나, 참 어려운 자리였구나 느꼈지만, 단순히 극을 보조하는 게 아니라 작품에 공동 참여자로서 중심을 이끌어나간다는 건 정말 즐거운 경험이더군요. 꼭 주연이 아니더라도, 좋은 이야기들을 만나고 싶어요. 여자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는데, 전형성에서 벗어난 유연하고 다양한 여자 이야기도 보고 싶어요. 이를테면 미국 드라마 속 여성 형사는, 굳이 멋지고 카리스마 있지 않아도 그냥 꾸며내지 직업인으로서 않은 형사 같은 분들이 있잖아요. 그렇게 캐스팅 폭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기대해요.

아까 담배를 태우시던 모습처럼 조직 보스는 어떤가요?
두목 좋습니다. 두목 아주 좋아요.

염혜란은 뭘 믿나요?
제가 좋아하는 말은 “어느 구름에서 비 내릴지 모른다”예요. 모든 건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지요. 그러니 하루하루를 모든 일에 충실해야 해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작은 역할이라도 허투루 임했다간 큰코다친다. 그렇게 생각해요.

딸을 키우는 어머니로서 연기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건 어떤가요?
정말 많이 힘들죠. 내가 남자 배우였어도 이렇게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하하. 남편이 많이 도와주고는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여자가 일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죠. 저도 아티스트로서 일을 열심히 하는 만큼 딸아이를 잘 키워내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한 아이를 키워내는 일은 한 사회를 만들어내는 일과 다를 바 없다고 하잖아요. 아이의 유년기는 어느 시기와도 바꿀 수 없기에 곁에 있어주려 노력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딸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가 되려고 해요. 자꾸 어딘가를 고쳐주고 싶고,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는 욕심을 비워내는 게 과제예요.

염혜란은 염혜란을 사랑하나요?
평생 숙제죠. 작품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다가서고 있어요. 이런저런 새로운 제 모습을 발견하면서요. 어떨 때는 오히려 더 미워하고, 사랑하지 못하게 되어서 좌절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 모든 게 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니까요. 안 좋은 모습도 끌어안으며 제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것. 그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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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는 코스, 이어링은 미네타니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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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는 손정완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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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이예지
PHOTOGRAPHY 김형상
STYLIST 김예진
HAIR 김성환(순수)
MAKE-UP 엄지(순수)

2021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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