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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언젠가 미래에는 대부분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것이다. 산업 현장에서 사람보다 AI가 생산성이 높다면 AI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회계팀, 인사팀, 교육팀, 개발팀 등 당장 AI에 위협받고 있는 일자리들은 많다. 하지만 AI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을 방법은 있다. 각 직무별 종사자들에게 얻은 생존 팁이다.

UpdatedOn February 0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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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 + 문제 인식과 창조적 전략 수립

기존의 인공지능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작업만을 잘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인간의 지적인 업무를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시기에 접어들게 됐다. 프로그래머는 굴러오는 AI라는 돌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직업처럼 보인다. 프로그래머가 수행해야 하는 작업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름 그대로 프로그램 언어(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주요한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코드를 작성하는 행위 그 자체는 AI가 사람의 일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음이 지속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기계가 작성한 코드의 품질은 앞으로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고 기대된다. 다행스럽게도 AI가 코드를 잘 작성해준다는 의미가 인간 프로그래머를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말이다. 인류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는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그 문제들은 대부분 생존, 부의 축적, 타인과의 연결, 작업의 편리, 지적 호기심의 해결 등 인간의 욕망과 관련된 것이다. AI는 아직 인류의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거나 인간의 욕망을 흉내 낼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다음에는 그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창조적 전략 수립 과정이 요구된다. 두 가지 선행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코드를 작성하는 행위 자체는 AI를 활용해 도움받을 수 있지만, 어떤 코드를 작성할 것인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 될 것이다. 개발자들은 한동안 안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I의 한계는 그것이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과 질 그리고 컴퓨팅 파워에 의해 언제든지 확장될 수 있기 때문에 절대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WORDS 일환(IT 개발자)

  • HR + 불안과 희망 공유

    조금 슬프지만, AI로 대체 불가능한 직무는 없다. 흔히 인간의 감성이나 오감을 활용하는 일은 AI로 대체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AI를 제한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AI로 대체 불가능한 직무는 결단코 없지만 동일 직무라고 하더라도 인간이 할 때 비교할 수 없는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일은 있다. 심리 상담이라는 예를 들어보자. AI는 학술적으로 나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분석하고 훌륭한 조언을 해줄 수 있다. 어쩌면 따뜻하고 감성적인 말로 나를 위로해주고, 휴먼 로봇이 나를 안아줄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인간으로서 나의 불안을 함께 나누는 일, 같은 인간으로서 보이지 않는 희망을 나누는 일을 AI는 할 수 없다. 동일한 맥락에서 인사, 교육, 조직 문화 업무에서도 관련 기술을 가르치고 정보를 전달하는 일은 AI가 할 수 있지만,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나누도록 돕는 일, 미래에 대한 꿈을 함께 꾸고 열정을 불태우도록 돕는 일, 더 중요하게는 직장에서 우리가 인간이라는 존재의 기쁨을 느끼며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WORDS 유준희(조직문화 컨설턴트)

  • 광고기획자 + 직관과 경험

    최종 시사가 끝나고 ‘컨펌’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뒤풀이 얘기가 나올 차례다. 광고주와 에이전시 간의 전우애가 조금 더 다져지는 순간이다. 중요한 내용 다 들어갔으면서도 심플한, 영업팀과 대표님이 딱 좋아할 만한 느낌적인 느낌의 광고안. 그 짧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실무진의 테이블 위를 오간 수많은 비공식 데이터와 비하인드 스토리는 수치화할 수도, 기록할 수도 없는 중요한 정보다. 몇 년 전부터 AI가 광고 문안을 쓰고 마케팅 전략을 짠다는 기사를 종종 보았다. 그러나 머신러닝과 알고리즘이라는 녀석들이 “이번 광고 캠페인은 지난번 대비 이런 점에서 차별화했습니다”라는 보고 전략을 세울 수 있을까? 윗분들이 자주 보는 골프 채널과 경제지를 은근슬쩍 공략해 일 잘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AI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좋은 것 두 가지가 있을 때 시장에서 더 호응이 좋은 것을 직관적으로 선택하고, 더 광나는 전략으로 포장하는 것은 시장의 흐름을 체득하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매일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더라도 지도에 없는 길은 언제나 존재하듯. 노련한 선장의 직감과 경험이 선원을 살리듯 말이다. WORDS 장원(광고대행사 AE)

회계사 + 의사결정

회계는 가계부 적는 방법을 뜻한다. 한 번쯤 회계장부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표준화된 방법으로 작성된 가계부를 회계장부라고 한다. 회계사가 회계장부를 작성하는 일은 회사가 번 돈과 사용한 돈을 기준에 맞춰 분류하는 것이다. 얼핏 AI가 할 수 있는 일처럼 들릴 것이다. 맞다. 회계사는 AI로 인해 사라질 직업 중 하나다. 하지만 그럼에도 회계사인 나는 불안하지 않다. AI가 ‘의사결정’까지 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회계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의사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자동으로 가계부를 작성해주는 앱들은 신용카드 내역을 바탕으로 카테고리를 자동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실제 사용하면서 불편함을 겪고, 결국에는 직접 기록해야 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소비 활동에는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적인 상황이 존재하며, 그 상황에서 사람의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누구 한 명이 카드로 계산하고, 친구들로부터 돈을 나눠 받는 경우가 있다. 혹은 부탁을 받아 대신 결제하는 상황도 있다. 자동 분류하기 어려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순간이다. 이러한 의사결정이 적용되는 순간은 예상보다 우리 일상에서 많이 벌어진다. 따라서 회계사는 AI가 업무를 잘 처리하는지 감시하고, 가치 판단이 필요할 때는 의사결정하며, AI와 상생해야 할 것이다. WORDS 김경환(회계사)

디자인 + 신념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들이 자리 잡으면서, 잘 팔리는 제품을 분석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줄었다. 앞으로 AI는 현재 트렌드를 분석해 미래에 잘 팔릴 제품들을 제안하는 기술도 갖추게 될 것이다. 최근 패션, 음악, 리빙 브랜드를 운영하는 지인들과 식사를 했다. 그날 대화의 화두는 분야는 다르지만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는 공식이 같다는 것이었다. 이 흥미로운 ‘로직’을 각 분야별로 예를 들며 재차 확인했다.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에는 ‘시장을 리드하는 상품을 어떻게 만들까’로 이어졌다. 시장을 선도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해졌고, 접근하는 방식 역시 천차만별이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지인들 모두 시장을 선도하는 상품을 만드는 방식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소위 트렌드라 불리는 것은 사회, 정치, 문화 그리고 사람의 복합적인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산된다. 이 복잡한 연결고리 속에는 언제나 ‘우연’이 존재한다. 사람은 직감이라는, AI가 지니지 못한 특출한 능력이 있다. 그리고 꽤 많은 제품들은 이 직감에 의해 탄생되기도 한다. 결국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세상을 이롭게 바꿀 수 있다는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것이다. 신념을 따르는 것까진 AI가 도와줄 수 없을 것이다. WORDS 임성빈(빌트바이 대표)

  • 건축가 + 정서적 교류

    흔히 건축 설계를 공간을 나누는 기능적인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아마도 아파트 때문일 것이다. 일률적으로 찍어낸 듯한 공간을 보고 있으면 사람이 아닌 AI가 여러 유닛을 조합해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기능적 작업 이전에 건축을 하려면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내면을 들여다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것은 공간이 사람의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그냥 기능적으로 나누기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AI와 삶에 대해 표면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감정의 교환이나 공유는 할 수 없다. 건축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건축가와 의뢰인 간의 정서적 교류가 많은 일임을 알아야 한다. 건축가들의 표현력은 AI가 뛰어넘을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을 위한 건축에 대한 생각은 AI가 아무리 발전한다 한들 인간을 뛰어넘진 못할 것이다. 교감의 건축, 그것은 마지막까지 인간만이 가능한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WORDS 고영성(포머티브 건축사무소장)

  • 콘텐츠 제작자 + 기획력

    콘텐츠의 핵심은 재미다. 흥미로운 주제나 유머러스한 내용, 자극적인 정보를 활용해 사람들을 주목하게 만들고, 플랫폼에 오래 머물도록 하는 것이 콘텐츠의 역할이다. OTT나 유튜브, 게임, 여타 서비스형 플랫폼을 예로 들 필요도 없다. TV, 신문, 잡지, 책과 같은 전통적인 매체도 사람들을 오래 붙들어놓기 위해 재밋거리를 생산한다. AI가 단신 기사를 쓰고, 뉴스를 쓰기는 하지만 단순 정보에 그칠 뿐이다. 그것이 콘텐츠로서 경쟁력을 갖는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하지만 챗봇 ‘이루다’와 ‘심심이’는 말재주가 좋다. 기발하고 웃기게 답한다. 뭐라 대답할지 궁금해 대화를 시작하면 중단하고 싶지 않다. 어지간한 매체 콘텐츠보다 사람들을 오래 붙잡는다. 콘텐츠 유형 중 가장 인간적이라고 생각됐던, AI가 대체하기 불가능해 보였던 유머 콘텐츠가 가장 먼저 AI의 경쟁 대상이 됐다. 사람을 웃길 수 있다면 뭐든 못하겠나 싶다. 하지만 아직 AI는 복잡한 콘텐츠를 만드는 요령은 부족하다. 독자를 특정하고, 특정한 메시지를 담고, 현상을 분석하는 것은 AI가 가능할지 몰라도 기획하는 능력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기획자는 AI를 어떻게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기존에 사람이 하던 자료 수집과 분석, 제작의 일정 부분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상투적인 소리지만 AI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콘텐츠 제작자는 참신한 기획력을 키워야 한다. 성실함과 트렌드를 추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맥락에서 벗어난, 알고리즘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엉뚱함을 끌어들여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 사람만이 가능하다. WORDS 조진혁(<아레나>에디터)

교사 + 눈치

‘눈치’를 영어로 뭐라고 표현할까? ‘Sense, Wits?’ 조금 비슷하지만 느낌이 다르다. 눈치는 인간만의 능력, 특히 한국인에게 강화된 능력이다. AI는 눈치가 없다. 물론, 눈치가 없는 사람도 많지만…. 눈치껏 서로를 기쁘게, 따듯하게, 재미있게, 흥분되게 밀어주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사회생활의 핵심이 눈치라는 말도 하지 않는가? ‘눈치를 봐라’ ‘왜 이렇게 눈치가 없냐?’라는 식으로 눈치를 부정적으로 쓰기도 하지만, 전체 집단의 비정형적 메시지를 빠른 속도로 잡아내고 급변하는 환경에 맞게 판단하는 능력을 눈치라고 본다면, AI가 어지간히 딥러닝을 한다고 해도 눈치는 쉽게 따라 하기 어렵다. 예전에 시험 감독을 하다가 한 학생이 커닝을 시도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따져 묻거나 범행 현장을 잡았어도 되지만, 나는 그 학생 가까운 곳을 그저 몇 번 배회했다. 왜냐하면 그 친구는 조금 지쳐 있을 뿐 다시 열심히 공부를 하리라 봤기 때문이다. 내 눈치가 적중했는지, 아니면 그 친구가 눈치를 챘는지, 그날 그 친구는 커닝을 하지 않았고, 다음 리포트를 이전보다 꼼꼼하게 준비해왔다. AI가 아무리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질문에 답해주고, 집중도를 체크해서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대신해주고, 리포트를 채점해준다 해도, 교사의 눈치가 필요한 영역은 영원하리라 본다. WORDS 김상균(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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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이예지
GUEST EDITOR 정소진
ILLUSTRATION 유재형

2021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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