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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와일리의 불손한 세계

86세의 미술가 로즈 와일리는 무엇이든 그리고, 매일같이 그린다. 순수하고 불손한 힘으로 가득한 로즈 와일리의 세계.

UpdatedOn January 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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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 (Syracuse Line Up), 2014 ⓒ Rose Wylie

NK (Syracuse Line Up), 2014 ⓒ Rose Wy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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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 Strip, Oil on Canvas ⓒ Rose Wylie

Yellow Strip, Oil on Canvas ⓒ Rose Wylie

Queen of Pansies (Dots), 2016, Oil on Canvas 183×331cm ⓒ Rose Wylie

Queen of Pansies (Dots), 2016, Oil on Canvas 183×331cm ⓒ Rose Wylie

Queen of Pansies (Dots), 2016, Oil on Canvas 183×331cm ⓒ Rose Wylie

Cuban Scene, Smoke, 2016(Photo by Soon-Hak Kwon) ⓒ Rose Wylie

Cuban Scene, Smoke, 2016(Photo by Soon-Hak Kwon) ⓒ Rose Wylie

Cuban Scene, Smoke, 2016(Photo by Soon-Hak Kwon) ⓒ Rose Wylie

풀을 먹여 스튜디오 벽에 고정한 로즈 와일리의 거대한 캔버스엔 스포츠 스타, 디즈니 공주, 영화 속 한 장면부터 무가지의 한 페이지, 창밖의 새와 들풀까지 어떠한 오브제든 평등하게 그려진다. 텍스트, 화살표를 그리고 스케치도 드러내며 어떤 것이든 대담하게 그려내는 로즈 와일리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자신의 나이보다는 작품을, 천진함이나 장난스러움보다는 불손함을 읽어달라는 작가의 답이 돌아왔다. 뒤늦게 빛을 봐서 젊은 시절부터 활동한 작가들보다 부담감이 적다는 위트와 함께.


한국에서 세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엔 켄트에 있는 당신의 아틀리에까지 재현했다.
무척 기쁘다.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작품을 소개하는 큰 규모의 전시는 처음이라 그동안의 개인전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내 아틀리에를 재현한 것은 오랫동안 나와 작업을 같이 한 권순학 작가의 작품인데, 그는 내 인물 사진과 작품 사진을 여러 번 촬영했기에 작품에 대한 이해는 물론, 스튜디오 공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혹자는 나의 아틀리에를 ‘창작의 카오스’라 칭할 정도로 신문지와 물감으로 뒤덮인 공간이지만, 나의 아틀리에에도 여러 번 방문한 작가이기에 잘 재현해놓았더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장에서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풀 먹인 캔버스를 스튜디오 벽에 고정한 후, 거대한 캔버스에 그리는 작업 방식으로 유명하다. 고령의 나이임에도 힘이 느껴진다. 당신의 에너지는 어디서 오나?
방금 당신이 이야기한 것처럼 나의 작업에 대한 인정과 기대, 사람들의 관심이 원동력이다. 물론 압박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웃음) 이런 힘으로 매일같이 작업한다. 나이도 많고 힘도 달리지만 그리는 시간만큼은 길다. 완성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매일매일 그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당신이 캔버스에 담아내는 것들은 다양하다. 신문, 영화, 잡지의 한 페이지, 디즈니의 공주, 스포츠 스타, 창밖의 새들 등. 어떤 것들을 봤을 때 그리고 싶어지나?
내 관심사는 하나에 머물지 않는다. 보석과 하이힐을 그리다가도 꽃과 새를 그린다. 정원, 자연, 도심의 길거리 어디든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것이 보이면 무조건 그리는데, 즉흥적으로 스케치하거나 기억을 재가공해 그리기도 한다. 최근에 키우게 된 고양이 피트는 새로운 관심사다. 최근작 중 피트가 멀리 떨어진 새를 노려보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있다. 그림 속 고양이와 함께 갇혀버린 새의 모습은 록다운으로 갇혀버린 내 모습 같았다. 영감의 원천은 내 눈이 보는 대로, 내 마음이 가는 대로다.

당신은 때론 사소한 것들도 캔버스 위에 거대하게 그려냄으로써 우리가 스쳐 지나간 것들을 다시금 환기하게 한다.
가지런히 재배된 꽃보단 기찻길 옆에서 자라난 들꽃, 잡초, 혹은 집 안의 망치 등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 의미를 둔다. 꾸며내기보단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거들떠보지도 않던 것을 강조하기도 하고, 작은 존재는 확대해 표현하기도 하며, 스토리보드처럼 여러 캔버스를 이어 붙여 작업하기를 즐긴다. 표현하고 싶은 내용을 텍스트로 적기도 하고, 화살표나 기호를 쓰기도 한다. 나는 사람들이 그림을 보이는 대로 이해하길 바란다.

시바의 여왕과 축구선수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을 캔버스라는 연극 무대 위에 올려 연출하는 상황도 흥미롭다. 어떤 인물들에게 매력을 느끼나?
내 작품에 소재로 사용되는 인물은 주로 ‘대중적’ 매력이 있다. 신문을 펼칠 때마다 보이는 축구선수, 영화배우, 정치인 등이 나의 타깃이다. 누구든지 다 아는 주제에 흥미를 느낀다. 알아보기 쉬운 주제는 작품을 친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인물들을 누군지 알아볼 수 있게 그리기도 하지만, 재해석해 나만의 새로운 인물로 가공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조각 ‘얀스 헤드’ 역시 민머리의 갱스터 같은 모습이지만 나만의 피터팬을 상상하면 만든 작품이다.

축구선수 손흥민을 자주 그리는 이유가 있나?
사별한 남편과 축구 경기를 자주 봤는데, 그는 토트넘의 열혈 팬이었다. 자주 경기를 접하며 자연스레 선수들에게 호기심을 갖게 됐다. 나는 특정 팀보다는 선수들에게 관심이 많다. 축구선수들은 많은 사람들이 바라보고, 웃고, 응원하는 존재니까. 몇 년 전 토트넘과 아스널의 경기를 3미터가 넘는 캔버스에 그린 적도 있다. 손흥민 선수는 토트넘에서의 활약이 <가디언>지에 소개되며 관심이 갔다. 운동 중인 선수의 동작과 열정을 보면 그리지 않을 수 없다.

Black Cat and Black Bird, 2020, Oil on canvas 183×160.5cm ⓒ Rose Wylie

Black Cat and Black Bird, 2020, Oil on canvas 183×160.5cm ⓒ Rose Wylie

Black Cat and Black Bird, 2020, Oil on canvas 183×160.5cm ⓒ Rose Wylie

당신의 그림에서는 천진함과 위트, 자유로운 상상력이 느껴진다. 당신이 세계를 보는 시선이 궁금하다.
예술이란 개념은 참 까다롭다. 내 작품이 예술처럼 보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볼펜과 복사 용지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고 ‘예술적’인 소재를 굳이 찾지 않는다. 반면 고가의 캔버스와 좋은 페인트를 사용하기도 한다. 난 항상 그 안에서 갈등을 겪는다. 소재가 장난스럽고 뒤죽박죽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그림을 그리는 작업 자체에 대해선 매우 진지하다. ‘장난스러움’보다는 ‘불손함’이라는 단어가 더 마음에 든다. 파인아트와 불손한 것들 사이에서 나는 물리학의 양자처럼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하며 경계에서 갈등한다. 내 작품이 어린아이의 낙서 같다고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는 고대 벽화나 원시 예술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영화 프레임 같은 가로형 캔버스를 사용하고 대형 패널을 나열하며 텍스트를 넣은 작품들은 마치 영화의 스토리보드를 보는 듯하다. 당신에게 회화 작업은 영화 작업과도 비슷할까?
내 필름 노트 작업들은 다른 예술 작품인 영화를 번역하는 작업이다. 영화를 무척 좋아하지만 영화의 서사나 내재된 의미를 해석하기보다는 시각적으로 내게 강렬한 인상을 준 기억을 바탕으로 작업한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품 중 하나인 ‘Pink Table Cloth(Long Shot)(Film Notes)’는 영화 <시리아나>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영화의 스토리는 기억나지 않고 광활한 사막에서 핑크색 테이블보를 깐 장면이 인상 깊어 그림을 그리게 됐다. 영화 속 와이드 앵글이 순간 클로즈업되어 테이블로 줌인되는 순간을 표현하고 싶어 작품 속에 여러 개의 가로 선들을 넣었다. 영화 속 장면을 재해석한 나만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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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Painting Bird, Lemur and Elephant, 2016 ⓒ Rose Wylie

Red Painting Bird, Lemur and Elephant, 2016 ⓒ Rose Wy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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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llo, Hullo, Following-on After the News, 2017, Oil on Canvas 183×334cm ⓒ Rose Wylie

Hullo, Hullo, Following-on After the News, 2017, Oil on Canvas 183×334cm ⓒ Rose Wylie

Tottenham Colours, 4 Goals, 2020(Photo by Jo Moon Price) ⓒ Rose Wylie

Tottenham Colours, 4 Goals, 2020(Photo by Jo Moon Price) ⓒ Rose Wylie

Tottenham Colours, 4 Goals, 2020(Photo by Jo Moon Price) ⓒ Rose Wylie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작품이란 무엇인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 작품. 다른 아이디어나 사상에 의존하거나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 남지 않는 것. 그리고 나는 작품에 내재된 의미보다는 보이는 작품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86세의 나이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47세에 미술 학위를 받았고, 76세에 <가디언>지에 영국에서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되며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예술 분야에서 젊다는 것은 물리적인 나이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떠한가?
나는 네 살 때부터 굳은 페인트를 녹여 놀며 그림을 그려왔다. 결혼하고 출산해 아이들 세 명의 육아에 전념하며 20년간 ‘휴식’을 가졌지만, 작품 활동이 없었더라도 난 항상 미술에 물든 삶을 살아왔고,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 영국 왕립예술대학에 다시 진학했다. 예술 분야에서 나이는 어떠한 잣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작가에게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고 나는 나이가 아닌 작품으로 인정받고 기억되고 싶다. 젊은 작가들이 초창기에 인정받기 시작하면 예술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반면 나처럼 늦게 세상에 알려진 경우 그런 우려에서 일정 부분 벗어날 수 있다.(웃음) 원하는 대로 좀 더 마음 편히 작업에 몰두할 수 있다.

앞으론 어떤 그림을 그릴 건가?
다국적 문화, 종교 예술, 팝 컬처 등 어떤 테마도 내 다음 작업의 주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을 뒤지며 다양한 정보와 이미지들을 습득한다. 다음 작업은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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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예지
COOPERATION UNC, Choi&Lager, David Zwiner

2021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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