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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에 잃었네

10시 10분 그리고 1분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크리스마스라고 다를 것 없다. 에디터들이 축복의 밤에 잃은 것과 얻은 것을 고백한다. 담담한 어조로 솔직하게.

UpdatedOn December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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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베이 36 튜더 제품.

선배 기자가 건넨 따스한 한마디. “종현아 크리스마스에 재미난 에피소드 없을까?” 얼떨결에 회의실로 들어갔고 다음 날 배당 하나를 건네받았다. 슬픈 예감은 왜 한 번도 틀리지 않는 걸까? 그것도 물 흐르듯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산 넘어 산이랬나? 해야 할 일은 많고 해야 될 일도 많은데… 콜레스테롤 축적되는 소리가 들리던 와중 넬의 ‘ 기억을 걷는 시간’을 검색했다. “아직도 너의 소리를 듣고~.” 흥얼거리는 리듬 사이로 나의 행복 회로는 어느덧 서른한 번째 크리스마스로 향하고 있었다. 2017 년 크리스마스 소환. 여러 의미로 추웠고 희로애락이 공존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랜 연인과 헤어지고 새로운 판타지를 몸소 느끼는 ‘해피 크리스마스’를 꿈꿨다. 선비처럼 살던 나 자신을 바꿔보리라는 당찬 포부도, 산타가 허락한 유일한 날이라는 믿음도 결국 인생은 ‘독고다이’ 라는 자기 위로로 에둘러 살피기도 했다. 허망한 나의 서른한 살이여. 남들은 잘만 되던데 나는 왜 안 될까? 자존감 가득했던 나는 어디로 간 걸까? 영화 <타짜>의 호구 역을 맡은 배우 권태원은 말했다. 노름판에서는 운이 70%고 기세가 30% 인데 ‘운칠기삼’은 결국 판돈 싸움이라고 말이다. 올라갔으면 내려가고 내려갔으면 다시 올라가는 파도의 이론.

그래! 나에게 필요한 건 새롭게 올라갈 변곡점이었던 거다. 열심히 살아가게 만들어줄 동기 같은 일종의 토템 같은 거 말이다. 주술을 외우듯 손은 눈보다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중에 가지고 있던 퇴직금을 털어 3백만원 남짓한 시계를 구매했다. 6시가 채 안 된 시간이었다. 살은 떨렸지만 충동구매는 아니었다. 이성적인 판단을 앞세워 합리적인 소비라 치부하겠다. 시계는 무엇보다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환금성이 좋은 물건이다. 지금도 그 조건은 동일하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시계를 샀을까? 일단 예뻤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끌리는 시간이 8초라면, 이 시계는 7초로 정리하겠다. 두말하지 않겠다. 시계를 담당하는 기자에게 이 정도의 자부심은 필요한 법이니까. 시계야말로 사람 ‘타는’ 물건이라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나름의 기준을 두고 구매를 서둘러야 했다. 고민하다 다른 놈이 채간다는 강박이 밀려올 때쯤 눈에 들어온 모델이 있었다. 튜더의 ‘블랙베이 36’ 이었다. 롤렉스를 모회사로 둔 브랜드라 믿음직스럽기도 했지만, 꽤나 합리적인 (?) 가격도 마음에 들었다. 롤렉스의 반값이라니! 반값이라니! 그때까지만 해도 생소한 브랜드라 누군가가 물어보면, ‘롤리맛’에 대해 수다스럽게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도 한몫했다. 직업병이라 해야 하나.

시계의 이름을 보면 열을 안다고 ‘Black Bay’의 ‘Bay’는 쉽게 직역하면 작은 바다라는 뜻을 가진다. 잠수부가 어두운 수심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Simple is Best.” 그래. 나는 ‘검은 바다 36’을 산 거다. 시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눈치 챘겠지만 36은 사실 36mm 크기를 뜻한다. 생각보다 작은 크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여러 시계를 손목에 올려보아도 차고 넘치지 않는 안정감이 볼수록 끌렸다. 옻칠을 덧대어 또렷한 인상을 주는 블랙 다이얼도 딱 좋았다. 조약돌을 얹은 듯한 동그란 모양도 눈꽃송이를 연상시키는 ‘스노플레이크’ 시침도 당시 크리스마스의 기분을 대변해주는 것만 같았다. 흐뭇한 미소를 보내는 6시 방향 ‘SELF-WINDING’ 문구도 포함해서.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저렇게 웃는 모습을 ‘스마일 다이얼’이라 부른다고 하더라. 시계라도 웃고 있으니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성공적인 구매를 마치고 몸이 익숙한 단골 카페로 복기하듯 향했다. 커피 향내 나는 공간에서 낭만 있는 크리스마스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손샷’ 예쁘게 찍을 위치도 머릿속에 염두에 두었다. 마스크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거리, 귀에 익은 캐럴 사이로 빨간색 방패 로고 쇼핑백을 든 내가 서 있었다. 그해 크리스마스는 나에겐 검은 바다였다. 쓰다 보니 재미보단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정정해야 될 거 같다.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라고 긍정 회로를 또 굴려본다.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반문은 사양한다. 자신감 떨어지니까. 현재 시간은 10시 10분이다. 시계가 가장 예뻐 보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앞으로 1분 뒤 사진처럼 원고를 끝마칠 생각이다. 이번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검색할 거다. 이젠 버틸 수 없다고.
EDITOR 차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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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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