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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itique

뭐 이런 계정이 다 있어

@theclub_homeplus와 @binggraekorea 두 계정은 SNS를 통해 독창적인 홍보 방식을 선보인다. 계정에 자아를 부여해 정보 전달을 위한 딱딱한 공식 계정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SNS로 보이게끔 했다. 그래서 대화체를 쓰고, 계정은 감정을 가지며, 서사도 구축하고 있다. 규칙을 깨고 독창적인 방식을 선도하는 두 계정과 이 상황을 분석하고 브랜딩의 관점에서 깊어지는 고민을 정리한다.

UpdatedOn December 18, 2020

여름 즈음이었던 거 같다. SNS 운영 대행사를 선정하는 경쟁 프레젠테이션 OT에 갔더니 브랜드 담당자가 레퍼런스로 계정 두 개를 예로 들었다. 음, 용어가 생소하려나? 경쟁 프레젠테이션은 보통 ‘비딩(bidding)’이라고 표현하고, 대략 3~4팀 정도가 제안서를 준비해서 발표한다. 고객사가 그걸 보고 한 팀을 고른다. 다 아는 얘기를 풀어 썼나? 레퍼런스는, 이것도 다 아는 표현이겠지만, 여기가 잘하는 거 같으니, 이런 느낌을 감안해서 제안서를 준비해라, 정도의 의미로 내놓는 예시쯤 된다. 예로 든 SNS 계정이 뭐냐면 @theclub_homeplus랑 @binggraekorea다.

잘하나 보네, 정도로 생각하고 잊었는데, 그 후 다른 브랜드 비딩에 참여할 때도, 콕 집어 두 계정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내 감성과는 전혀 맞지 않지만, 질투가 나서 이렇게 적는 걸 수도 있다.

@theclub_homeplus는 홈플러스의 창고형 온라인 몰 ‘홈플러스 더 클럽’의 공식 SNS 계정이다. 창고형 온라인 몰이니 당연히 ‘대량’이 핵심이다. 이 계정이 게시물을 올리는 방식은 간단하다. (간단하지 않은 걸 간단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물건을 딱 하나만 고른 후, 그 물건을 여러 개 놓고 사진 촬영한다. 같은 물건을 여러 개 놓으면서 패턴을 찾고, 그 패턴을 찍는다. 모든 물건을 그렇게 찍는다. 나처럼 질투 많은 사람이 보기엔 재밌긴 한데, 방식이 다 똑같아 지루하잖아, 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오, 신선한데, 라고 느낀다. 특히 브랜드 담당자들. 오, 하나만 놓고 찍을 땐 재미도 없고 예쁘지도 않았는데, 똑같은 물건을 여러 개 놓고 패턴을 찾아서 찍으니까 아주 재밌구먼 하고 생각하는 거다. 게다가 이런 피드가 수십 수백 개 이어지다 보니 정말 거대한 패턴이 드러나기도 하고, 심지어 예술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핵심은 바로 이거다. 게시물 하나를 그렇게 만든 게 아니라, 거대한 패턴을 만들어냈다는 점!

어떤 대행사에서 기획했는지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이들이 이런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면서 이름을 ‘소비 패턴’이라고 지은 점은, 존경심까지 들게 한다. 대형마트가 항상 신경 쓰고 분석하는 게 소비 패턴이기 때문이다. 그 소비 패턴과 이 소비 패턴은 다르지만, 이런 식의 언어유희를 사용했다는 건, 대행사든, 본사 브랜드 담당자든 감각이 훌륭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결단력’이다. 대행사에서 이 같은 제안을 했다고 하더라도, 브랜드 담당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라져버리는 거다. 그런데 이걸 받아들였다? 자사의 공식 계정을 단일한 콘셉트로 이끌어가는 게 쉽지 않은데. 보통은 계정을 다양한 형태의 게시물로 채우길 원한다. 이 계정의 경우 패턴을 재밌게 보여줄 수 있지만, 패턴 이외의 부분을 보여주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상품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온전히 드러내는 방식인가 묻는다면, 약간 어렵다, 라고 대답하는 게 맞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는 이들이 패턴을 드러내면서도 제품의 활용성에 대해 비교적 잘 소개한다고 본다. 어떻게? 이들에겐 ‘보디텍스트’라고 부르는 이른바 ‘글’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로만 혁신한 게 아니라, 텍스트도 기가 막히게 적었다. 예를 들어 단무지를 소개하면서, 짜장면과 양파와 단무지를 삼각관계로 설정해 이야기 구조를 형성한다. 그래서 새삼 단무지가 짜장면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각인시킨다.

@binggraekorea는 더 기가 막힌다. 계정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 빙그레 공식 SNS 계정이다. 운영자가 ‘빙그레우스’다. 왕자다. 빙그레 나라 왕자. 올 2월부터 친히 운영을 시작했다. 아버지 그러니까 빙그레 나라의 국왕이 임무를 내렸다. 공식 계정을 잘 운영해서 팔로워 수를 늘리면 왕위를 계승하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당연히 빙그레우스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가상의 페르소나다. 빙그레우스는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줄 알고, 왕자답게 왕자병에 걸렸으며, 엉뚱하고, 매너는 매우 훌륭하며, 썰렁한 농담도 잘하고, 마음도 따뜻하다.

빙그레우스는 열심히 빙그레 제품을 소개한다. 왕자의 언어로 말하고, 왕자처럼 소개한다. 엉뚱하고 썰렁하게 소개한다. ‘내 사랑 칼로리칩!! 대체 어디 있다 이제 나타난 것이오?’ 같은 대사는 오직 빙그레우스만 할 수 있다. 빙그레우스는 빙그레 SNS 계정 안에 정말 살아 있다.

빙그레 계정 역시 홈플러스 더 클럽과 마찬가지로, 대행사와 브랜드 담당자가 이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실현된 것이다. 대부분은 이렇게 하지 않는다. 자사의 공식 계정을 특정 인물로 대체하는 건 도전적인 일이다. 저 위에 적었듯 ‘단일한 콘셉트’는 부담스럽다. 빙그레의 경우 ‘빙그레 즉 빙그레우스’라는 대표성을 띠게 된다.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을 순 있으나, 브랜드가 단일한 캐릭터 안에 갇혀버린다. 비난을 위한 비난이다. 갇히면 어떤가? 아무도 안 쳐다보는 브랜드 공식 계정이 숱하다. 백만 배 나은 거 아닌가! 게시물마다 댓글이 수백 개 많게는 수천 개 달린다. 팬들의 지지에 힘입어 빙그레우스는 2020년 11월 10일 빙그레 왕국의 황제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빙그레 제품보다 빙그레우스를 더 기억할 수도 있다. 어찌되었건 ‘빙그레’는 기억된다.

두 계정 다 한 대행사에서 기획했다고 한다. 부럽다. 대행사도 훌륭하지만, 홈플러스 더 클럽과 빙그레 코리아의 운영 담당자에게 회사에서 상을 주어야 한다. 낯선 기획안을 이른바 ‘킬’시키지 않고 상급자에게 보여주고 설득하고 성공해냈기 때문이다.

두 개의 레퍼런스를 제안한 고객사에 나는 맥락이 전혀 다른 제안서를 제출했다. 다른 대행사가 하는 걸 따라 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떨어졌다. 나는 이 결과가 무엇을 환기한다고 믿지는 않는다. 답답한 건 있다. 새로운 걸 해낸 에이전시와 브랜드 담당자는 당연히 새로운 걸 해서 성공했고 관심받았다. 교훈은 명확하다. 저들은 낯설고 일관된 세계관을 형성했다. 이제 익숙해졌다. 그러니까 내 말은, 그 안으로 계속 들어가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왜 떨어졌는지 핑계를 대려는 건 아니고… 뭐,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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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GUEST EDITOR 정소진
WORDS 이우성(콘텐츠 에이전시 미남컴퍼니 대표, 시인)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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