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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itique

이강인의 세 번째 집은?

지금 이강인의 폼은 상승세다. 앞으로 대한민국 A팀의 10년을 이끌 플레이메이커로 평가되지만 소속팀 발렌시아 CF는 이강인이 몸담기엔 불안하다. 선발 기용 문제도 있지만 내부 정치에 휘말린 것도 이유다. 뛰어야만 하는 약관의 이강인은 답답할 따름이다. 라리가 유망주 이강인에게 적합한 팀은 어디일까? 이강인의 스타일과 궁합이 잘 맞는 팀을 몇 곳 추려본다. 강인아, 여기야 여기.

UpdatedOn November 25, 2020

세상에서 이강인을 ‘우리 새끼’라고 부르는 도시가 두 곳 있다. 대한민국 인천과 스페인의 발렌시아다. 인천은 태어난 곳, 발렌시아는 자란 곳이다. 3개월 후면 만 스무 살 청년이 되는 이강인에겐 요즘 세 번째 집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소속팀 발렌시아의 분위기는 최악이다. 구단은 코로나19로 인한 재정난 타개를 위해 1군 선수단 인건비 규모를 기존 대비 60% 수준까지 끌어내리기로 했다. 방법은 뻔하다. 있는 선수를 팔고 빈자리를 메우지 않는 것이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주축 8명을 한꺼번에 처분했지만 신규 영입은 한 명도 없었다. 서포터스가 구단주 퇴진 시위를 벌이자 구단주의 딸이 팬들을 공개 비난해 일을 키웠다. 하비 그라시아 감독은 모래알 정세를 깨달아 부임 두 달 만에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위약금 조항에 걸려 어쩔 수 없이 눌러앉았다.

이강인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맨체스터 시티로 팔린 페란 토레스는 “선배들이 이강인과 나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마르셀리노 토랄 감독이 떠난 뒤 우리는 다른 선수들과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았다”라며 소위 ‘왕따설’을 제기했다. 모두의 주적 피터 림 회장의 총애를 받는다는 이유였다. 개막전부터 도움 2개를 기록했던 이강인은 주장 호세 가야와 프리킥을 놓고 사소한 언쟁을 벌인 뒤 벤치로 밀렸다. 엘체전에서 교체 투입 6분 만에 도움을 기록하자 스페인 현지 매체들이 이강인의 미기용 이유를 따져 물었다. 그라시아 감독은 “결정은 내가 내린다”라고 강변했다. 내용과 결과가 계속 부진하자 그라시아 감독은 이강인을 슬쩍 선발 명단으로 재소환했다.

엉망진창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은 팀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호세 가야, 가브리엘 파울리스타, 다니엘 바스가 재계약 요구를 거절했다. 본의 아니게 정치 싸움에 휘말린 이강인도 구단 측의 재계약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키워준 은혜는 알지만 지금으로서는 발렌시아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0세 전후의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성장 동력은 꾸준한 출전이다. 좋은 오퍼를 받기 위해서라도 경기 출전이 필수적이다. 코로나19 재정난과 구단주의 망국적 행보, 모래알 팀 분위기가 뒤섞인 지금 이강인이 다른 곳에서 미래를 도모해야 할 당위성이 커져만 간다. 발렌시아의 현실을 확인했다면 우리는 이제 두 번째 화두를 던져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가 좋을까?

이강인은 이적설이 많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어리고 재능이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보도되었던 AFC 아약스 암스테르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당시 현지 보도에 따르면 발렌시아의 임대안과 아약스의 완전 영입안이 충돌해 협상이 결렬되었다. 아약스는 이강인에게 훌륭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최대 장점은 확실한 시스템이다. 요한 크루이프의 철학이 유소년부터 성인팀까지 관통하는 덕분에 선수단 구성과 상관없이 수준 높은 경기력을 유지한다. 2018년 유로파리그 준우승과 2019년 챔피언스리그 4강 멤버들이 떠나고도 올 시즌 아약스는 자국 리그 선두를 달린다. 6라운드에서 벤로를 13-0으로 대파했고, 챔피언스리그 리버풀전 0-1 패배도 내용 면에서는 아약스가 앞섰다. 에릭 텐 하그 감독의 전술 스타일이 긍정적이다. 아약스는 전술 포지셔닝과 체력을 적절히 가미한다. 많이 뛰는 축구를 추구하는 분데스리가나 리그앙보다 아약스가 이강인에게 적합한 이유다. 측면 자원인 두산 타디치가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이강인으로서는 2선 중앙 포지션에서 충분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리그는 작아도 아약스는 엄연히 챔피언스리그 구단으로서 항상 빅클럽들의 주목을 받는다. 프랭키 더용, 세르지뇨 데스트(이상 바르셀로나), 도니 판더비크(맨유), 하킴 지예흐(첼시), 마티아스 더리흐트(유벤투스) 등이 최근 텐 하그 감독 아래서 만개해 빅클럽에 입성했다.

세리에A 9연패 중인 유벤투스도 훌륭한 대안이다. 이름값이 너무 커 보일 수도 있지만 이강인의 나이와 재능을 고려하면 도전해볼 만하다. 올 시즌 유벤투스는 안드레아 피를로 감독 체제를 출범시켰다. 정상급 패서(Passer) 미랄렘 퍄니치가 바르셀로나로 떠난 지금 2선 중앙에서 애런 램지가 해당 역할을 수행 중이다. 나머지 미드필더들은 파이터 스타일이다. 아르투르를 비롯해 아드리앙 라비오,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강한 체력과 센스를 앞세워 이강인과 차이가 난다. 선수 구성상 램지가 없는 경기에서 유벤투스는 측면 롱패스에 집중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현역 시절 창의적 패스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피를로 감독으로서는 상황을 뒤바꿔줄 패서가 목마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알바로 모라타, 파울로 디발라로 구성된 최전방 공격진은 화려함 그 자체다. 2선에서 창의적 패스가 들어간다면 얼마든지 득점을 양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유벤투스는 그런 일을 해줄 플레이메이커가 필요하다. 전술 수행 능력을 최우선시하는 세리에A 스타일도 이강인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요소다.

가장 안전한 선택지는 역시 익숙한 라리가 구단들이다. 언어와 문화를 이미 체득했고 선수 자체에 대한 평가도 외국 리그보다 당연히 라리가 안에서 제일 좋기 때문이다. 중학생 시절 레알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프로 데뷔 후 최근까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세비야가 각각 관심을 보였다. 레반테처럼 규모가 작은 구단들은 임대 영입 욕심을 보였다. 감독과 팀의 플레이 성향에서 보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보다는 세비야가 적합하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선수들의 지구력을 기본으로 삼는다. 항상 많이 뛰어야 하고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해야 한다. 체력이 장점이라고 할 수 없는 이강인으로서는 버거울 수 있다. 올 시즌 훌렌 로페테기 감독이 이끄는 세비야가 적당한 이유이기도 하다. 에네르 바네가 시대가 저물고 새 감독까지 오면서 세비야는 현재 리빌딩 중이다. 아직 경기력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지만, 세비야는 유럽 강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 대회 진출팀은 경기 수가 많아 어린 선수들에게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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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WORDS 홍재민(축구 칼럼니스트)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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