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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위스키

헤아릴 수 없는 별만큼 많은 버번위스키가 지금 당신 앞에 있다.

UpdatedOn November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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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번위스키는 저렴한 술이다.’ 그동안 버번위스키가 떠안았던 인식이다. 오명을 벗고 돌아온 버번위스키는 지금 화두다. 국내에 프리미엄 버번위스키가 줄기차게 등장했고 소비자들은 버번위스키의 다양성과 매력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달고 가성비 좋기만 한 술이 아니다. 나름의 철학이 담겨 있는 고급스러운 위스키다. 버번위스키에 대해 짧게나마 설명하자면 이렇다. 위스키가 ‘버번’이라 불리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새 오크통에서 숙성되어야 하고 옥수수 함량이 51% 이상 되어야 한다. 버번위스키의 트렌드는 꽤 아쉽다. 유행이라는 이유로 한 번 경험해보고자 딱 ‘한 잔’으로 끝내는 소비자의 접근 방식 때문이다. 버번위스키 바 대표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 점이기도 하다. 살짝 맛만 보기에는 풍미가 놀라울 정도로 다채롭고 교묘한 차이가 있다. 버번위스키는 프리미엄 라인의 등장과 함께 그 스펙트럼이 더욱 촘촘해지기도 했다. 아직 맛보지 못했다면 늦지 않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당신이 고를 버번위스키 선택지는 은하수의 별만큼 많으니까.

•BOURBON 20•
성격이 뚜렷한 20종의 버번위스키를 함께 마시고픈 영화 속 개성 강한 형님들.

  • 레벨옐 10년 + <비포 선라이즈> 에단 호크

    <비포 선라이즈>의 에단 호크는 달콤한 남자의 표본이다. 파리 센강에 앉아 ‘레벨옐 10년’ 한 병 놓고 달콤함을 전수받는다. 얼큰히 취해 로맨티시스트 되는 비법을 놓치기 싫어 자극적이지 않은 버번으로 골랐다. 새벽이 되면 곧바로 실전에 돌입해야 하니 얼굴은 홍당무처럼 달아올라선 안 된다.

  • 벤치마크 + <론 서바이버> 마크 월버그

    완전 무장한 마크 월버그의 모습은 거칠고 투박하지만 총을 겨누는 모습은 눈에 아른거릴 만큼 자극적이고 멋있다. 탈레반과의 전투 도중 숲속에서 플라스크를 꺼내 투박함의 대명사 ‘벤치마크’를 들이켠다. 숲에서 풍겨오는 것인지, 벤치마크에서 느껴지는 것인지 모를 나무 향이 콧속에 깊숙이 침투한다.

  • 웰러 앤티크 107 + <타이타닉> 리어나르도 디캐프리오

    입안 가득 여운을 남기는 ‘웰러 앤티크 107’은 <타이타닉>의 리어나르도 디캐프리오와 닮았다. 그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복잡하다. 여주인공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말재주꾼이자, 코가 찌릿해지는 감동을 선사하는 로맨티시스트다. 달짝지근하면서 느끼하다. 그와 웰러 앤티크 107 한 잔 마시며 여자를 홀리는 언변 기술을 배워본다.

  • 드라이 플라이 버번 101 + <람보> 실베스터 스탤론

    <람보>의 실베스터 스탤론 형님에게 월남전 썰을 듣던 중 ‘드라이 플라이 버번 101’을 슬쩍 꺼내 든다. 흙더미를 뒤집어썼을 그의 모습을 상상하니 텁텁하고 건조한 버번이 당겼기 때문이다. 그의 무자비한 전투 연설에 화력을 붙이는 드라이 플라이다. 코와 입속도 얼큰하게 불난 듯 달아오른다.

  • 리뎀션 버번위스키 + <레옹> 게리 올드먼

    리뎀션 하이라이 버번의 강렬함에 가려져 조연 역할을 해왔지만 ‘리뎀션 버번위스키’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달달한 듯하다 이내 스파이시한 풍미가 훅 끼치자 조연이지만 주연 같은 맛깔 나는 연기력을 선보인 <레옹> 속 게리 올드먼 형이 보고 싶다. 그에게 버번 한잔하자며 전화를 걸었다. 레옹과 총싸움하느라 바쁘단다.

  • 패피 반 윙클 + <대부> 말런 브랜도

    기품 있는 말런 브랜도 형님께는 고급스러운 버번을 내드려야 할 것 같다. 상큼한 과일 향과 곡물의 달콤함, 오일리하고 부드러운 보디감, 마지막에 살짝 느껴지는 스파이시함이 입과 콧속에 은은하게 남는다. 버번위스키가 갖춰야 할 모든 풍미를 골고루 깊이 있게 담고 있다. 말런 브랜도 형님은 한 손엔 장미 한 송이를 들고 ‘패피 반 윙클’를 죽 들이켠다.

  • 부커스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하비에르 바르뎀

    온기라곤 없는 차가운 눈빛, 동정심을 찾아볼 수 없는 냉철함.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에게 당신과 꼭 닮았다며 높은 도수에 매운맛을 자랑하는 ‘부커스’를 건넨다. 스파이시함과 알코올의 한 방이 코를 찌르는 부커스에 놀란 안톤 그는 특유의 냉혹한 눈빛으로 자신도 모르게 공기총을 쏴버린다.

  • 이글 레어 10년 + <나는 전설이다> 윌 스미스

    <나는 전설이다>의 윌 스미스와 기괴한 크리처들을 때려잡은 후 한숨 돌리며 ‘이글 레어 10년’ 한 잔 들어본다. 수준급 액션을 선보이는 그에겐 수준급 버번위스키가 어울리니까. 거친 발차기에도 깔끔하고 균형 잡힌 차림새는 놓치지 않는 그다. 이글 레어 10년이 그렇다. 거칠고 강한 맛이지만 혀에 달콤함을 선사하는 법도 잊지 않는다.

  • 짐 빔 + <나 홀로 집에> 매컬리 컬킨

    매컬리 컬킨은 자신의 미래를 알았을까. 성인이 된 그는 안 마셔본 술이 없겠지만 <나 홀로 집에> 속 매컬리 컬킨에게 미성년 딱지를 떼자마자 추천해주고 싶은 버번위스키가 있다. ‘짐 빔’은 대중적인 버번위스키지만 그 인기에 유구한 역사가 가려졌다. 성년의 날 그를 앉혀놓고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해 짐 빔의 역사를 읊으며 탄산수를 타 하이볼 한 잔 대접한다.

  • 버팔로 트레이스 + <매드 맥스> 멜 깁슨

    한 번 물면 죽기 전까지 놓지 않는 복수의 화신 멜 깁슨에게 ‘버팔로 트레이스’를 선물한다. 한 번 마시면 끈질기게 생각나는 버번이니까. 버팔로 트레이스는 잔에 따라 가까이 대면 눈이 시릴 정도로 센 녀석이다. 하지만 묵직한 단향이 이내 유순한 시골 황소를 떠올리게 한다. 강력계 순찰대원인 멜 깁슨도 비범하고 강렬한 인상이지만 가족을 끔찍이 아끼고 슬픔을 간직한 순정파다.

  • 메이커스 마크 + <브리짓 존스의 일기> 콜린 퍼스

    한 여자만 바라보는 진득함과 달콤함을 고루 갖추고, 휴 그랜트처럼 섣불리 앞서지 않으며 기본에 충실한 콜린 퍼스. 그로부터 브리짓에 대한 러브 스토리를 들으려면 ‘메이커스 마크’가 간절하다. 가장 표준적인 버번으로 농밀함보다는 가벼운 단맛에 꿀떡꿀떡 넘어간다. 콜린 퍼스의 연애사보다는 메이커스 마크에 취하고 싶다.

  • E.H 테일러 싱글 배럴 + <다크 나이트> 히스 레저

    ‘E.H 테일러 싱글 배럴’은 절제된 단맛으로 개성이 강하며 존재감이 크다. 개성파 역할인 조커 히스 레저가 그렇다. 뚜렷한 개성과 특유의 어눌한 발음. 병원을 폭파시킨 뒤 한 손엔 자신을 닮은 ‘E.H 테일러 싱글 배럴’을 꼭 쥔 채 터벅터벅 걸어온다. 혀가 E.H 테일러 싱글 배럴로 촉촉이 젖은 채 ‘Why so serious’를 외친다.

  • 잭 다니엘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크리스 프랫

    카세트를 들고 개구진 포즈를 취하는 크리스 프랫 앞에 ‘잭 다니엘’을 놓는다. 그에게 잭 다니엘을 제안한 이유는 육체는 인간임에도 다른 행성에서 자라온 그처럼 잭 다니엘도 여느 버번위스키의 고향과 달리 테네시주 출신이기 때문이다. ‘끝내주는 노래 모음집 1탄’을 켠 채 홀짝거린다.

  • 1792 스몰 배치 +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톰 홀랜드

    버번위스키에 입문하려는 톰 홀랜드에게 ‘1792 스몰 배치’를 추천한다. 악당을 물리치는 심성 좋은 청년인 그를 취하게 만들기는 싫으니 비교적 낮은 도수로 골라봤다. 달큰한 과일 맛과 호밀 향이 입문자에게 제격이며 단맛이 강한 버번위스키의 원초적인 맛을 느껴보기에 좋다.

  • 우드포드 리저브 + <포레스트 검프> 톰 행크스

    천진하게 내달리는 톰 행크스에게 ‘이걸 마시면 더 행복해진다’며 내민 술은 ‘우드포드 리저브’다. 동글동글 귀여운 보틀에 혀를 부드럽게 감싸는 우드포드 리저브의 풍미는 착하다. 꿀 향이 느껴지고 가벼우며 도수가 안 느껴질 정도로 달다. 톰 행크스의 순수한 오라와 찰떡이다.

  • 와일드 터키 101 + <데드풀> 라이언 레이널즈

    <데드풀>의 라이언 레이널즈에게는 자신만큼이나 유쾌하고 강력한 버번위스키를 선물하고 싶었다. 찾던 중 ‘와일드 터키 101’을 발견했다. 이름에서도 거친 풍미가 느껴지지 않는가. 달콤함이 이어지는가 하면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스파이시함이 라이언 레이널즈의 예측 불허한 농담과 닮았다.

  • 베이커스 + <테이큰> 리암 니슨

    딸 행방이 걱정돼 밤낮을 술로 지새우는 리암 니슨 형에게 ‘베이커스’를 거하게 따라준다. 60년 넘은 효모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 특징인 이 버번은 터프하다는 표현이 맞다. 몇 잔 홀짝이고 잠들면 딸을 구해야 하는 리암 니슨 근육엔 펌핑 효과가 제대로일 것.

  • 롱 브랜치 + <인터스텔라> 매튜 매커너히

    매튜 매커너히의 ‘롱 브랜치’ 제작 참여를 축하하며 함께 ‘위하여’를 외친다. 버번위스키 애호가인 그는 롱 브랜치가 자신이 꿈꿔온 맛과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했다. 다소 강한 와일드 터키와 특색은 같지만 더욱 부드럽게 풀어냈다. 그는 버번위스키를 마셔보지 않은 이에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 러셀 리저브 싱글배럴 + <300: 제국의 부활> 설리번 스테이플턴

    그리 달지 않으며 알싸한 고도수 버번 ‘러셀 리저브 싱글배럴’이다. 페르시아와 뜨거운 전쟁을 치른 후 얼큰하게 취해보려는 설리번 스테이플턴에게 한 잔 따라준다. 후추의 강렬함과 오크 향이 코를 때린다. 한 잔 마시자 러셀 리저브와 밤새 사투를 벌여보기로 결심했는지 스파르타를 연신 외쳐댄다.

  • 제임스 이 페퍼 1776 + <쇼생크 탈출> 팀 로빈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올드패션드 칵테일을 탄생시킨 주인공 같은 존재지만 이 버번도 한때 고독을 마주했었다. 꽤 오래전 생산이 중단됐지만 켄터키 특유의 바닐라와 캐러멜, 스모키 향을 정확히 머금고 돌아왔다. 마치 <쇼생크 탈출>의 팀 로빈스처럼 어둠을 지나 태양을 마주하고 있다.

 버번위스키의 사촌동생 라이 위스키 3종 

버번위스키를 안다면 라이 위스키도 알 터이다. 버번위스키의 사촌동생이니까. 피는 섞였지만 ‘원료’에 차이가 있다. 두 위스키 모두 미국에서 생산하며, 새 오크통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버번위스키는 51% 이상 차지하는 주원료가 옥수수인 반면, 라이 위스키는 ‘호밀’이다. 더불어 라이 위스키는 버번위스키보다 숙성도가 약하다. 라이 위스키도 종류는 많지만 주목하고 싶은 네 가지만 우선 쟁여왔다.

첫째로 입문자에게는 ‘불렛 라이 위스키’ 를 추천한다. 라이 함량이 높을수록 허브 향이 많이 나는데 불렛 라이의 라이 함량은 95%다. 클래식하면서 싱그러우며 입에 머금거나 삼킬 때 스파이시함이 덜해 입문자가 시도하기 쉽다. 달콤한 맛을 선호한다면 ‘윌렛 스트레이트 라이 위스키’를 마셔보자. 스파이시하고 허브 향이 강한 다른 라이 위스키와 달리 꽃 향과 꿀 향이 뒤섞여 달달하고 부드러운 윌렛 라이의 매력에 흠뻑 취할 것이다. 갑자기 빵이 당기는 날엔 ‘코발 싱글배럴 라이 위스키’를 들자. 오가닉하면서 오트밀 빵을 떠올리게 하는 맛으로 빵 생각이 훅 가시게 만들어줄 테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믹터스 토스티드 배럴 피니쉬 라이 위스키’다. 미묘한 초콜릿 향이 맴도는 듯하더니 그 끝에 매운 향이 훅 들어오는 마성의 매력을 지녔다. 불로 태운 오크통에서 만들어서인지 구운 땅콩 같기도 하다. 여러 가지가 한번에 담겨 있어 신비로움 가득한 라이 위스키다. 이 네 종의 위스키를 먼저 마스터하고 보자. 그러면 다른 라이 위스키들도 절로 검색하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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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EDITOR 정소진
PHOTOGRAPHY 박원태, 박도현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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