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EATURE MORE+

Gamers

게임하는 작가들: 스트레이 키즈 방찬

기술 발전과 가장 밀접한 매체는 게임이다. 사실적인 그래픽과 정교한 구조는 사람들을 게임에 깊이 몰입시킨다. 이제 게임은 사용자로 하여금 이야기를 직접 만들게끔 유도하고, 사용자는 오직 자신만의 서사를 갖게 된다. 비록 로그아웃하면 그만인 휘발성 강한 서사라 할지라도 사용자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아 다른 형태로 표현된다. 시나 소설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설치미술로 눈앞에 등장하기도 한다. 미래에는 게임이 선도적인 매체가 되리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지금, 게임에서 영감을 받는 작가들을 만났다.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게임과 예술의 기묘한 연관 관계를 추적했다.

UpdatedOn November 11, 2020

3 / 10
/upload/arena/article/202011/thumb/46493-433249-sample.jpg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 오브 레전드> (이하 ‘롤’)

가장 좋아하고 즐겨 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팀워크가 무척 중요한데, 스트레이 키즈 멤버 필릭스, 창빈, 승민, 매니저 형까지 한 팀으로 플레이한다. 창빈이는 미드, 정글 포지션, 승민이는 서포터나 원딜 포지션, 필릭스는 미드와 원딜 포지션을 한다. 나는 남는 포지션을 한다. 모르는 사람들과 팀을 짤 때도 비슷하다. 원래 계정에선 골드 티어였는데 최근엔 새로 만들어 티어가 없다.

팀플레이와 리더십

지시하고 시키는 건 좋은 리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팀원들이 뭘 원하는지 파악하고, 중요도에 따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리더의 몫 아닐까. 게임 플레이 스타일과 그룹 리더로서의 태도가 닮았다. ‘롤’도 팀플레이를 잘해야 하듯, 그룹 곡을 프로듀싱할 때는 멤버들이 어떤 도전을 하고 싶어 하는지 듣고 의견을 조율하고 합을 맞추는 과정이 필수다.

<리그 오브 레전드> ‘에코’

<리그 오브 레전드> ‘에코’

<리그 오브 레전드> ‘에코’

에코

내가 주로 플레이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이다. 에코는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포지션을 바꿀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팀 내 암살자가 필요하면 암살자가, 탱커가 필요하면 탱커가 될 수 있다. 난 팀업플레이에선 남는 포지션을 하는 게 좋아서 에코를 택하곤 한다. 플레이 스타일도 좋다. 에코는 시간을 거스르는 자라 부활할 수 있는데, 나는 어릴 때부터 시간에 대해 고민하고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거든. 지금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에코는 그런 게 가능한 캐릭터라 좋다. 부활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RPG 게임과 스트레이 키즈

많은 게임을 좋아하지만 특히 애착을 가진 건 RPG 게임이다. RPG 게임의 매력은 시작과 끝이 있고, 캐릭터가 레벨업하며 성장 서사를 쓴다는 것이다. 내 캐릭터가 성장하는 데 책임감을 느끼지. <젤다의 전설> <포켓몬스터> <슈퍼 마리오>를 즐기며 자랐다. 뮤츠와 망나뇽, 요시와 베이비 마리오를 좋아했다. 스트레이 키즈 앨범을 작업할 때도 그런 성장 서사를 부여했고, 시리즈 간의 연결 고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 앨범의 <I AM> 시리즈와 <Clé> 시리즈의 성장 서사에도 공들였다. 우리 노래 ‘Easy’의 가사 중 “쉽게 다 깽판 치고서 다음 판 하나씩 다 깨고 제패하게”라는 부분이 있다. 게임엔 늘 단계가 있고 끝판왕이 있잖아. 우리 음악을 한 단계씩 레벨업하듯 끝판왕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이스터에그

이번 정규 앨범도 뮤직비디오를 보면 전 시리즈와 연결된다. 일종의 이스터에그다. ‘神메뉴’ 뮤직비디오 중 연구소 장면에 빨간 꽃이 나오는데, 우리의 초기곡 데뷔곡 ‘District 9’​에 등장한 장미꽃과 이어진다. 어떤 뜻이냐고? 그건 비밀. 이스터에그의 숨겨진 뜻은 직접 찾아봐야 재미있는 법이잖아.

<니드 포 스피드>

<니드 포 스피드>

<니드 포 스피드>

<헤일로>

<헤일로>

<헤일로>

뮤직비디오

스트레이 키즈 뮤직비디오는 게임 같은 비주얼이 많다. ‘District 9’은 완전히 사이파이인데 엑스박스 게임인 <헤일로> 시리즈와 무드가 비슷하다. ‘Back Door’는 게임 포털의 게임들을 생각나게 하고, ‘神메뉴’엔 <니드 포 스피드>의 레이싱 게임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들이 있지. 나와 필릭스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많이 해서 그런지, 게임 그래픽 같은 비주얼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 몰입을 잘한다. 게임 속 주인공이 된 듯, 내 음악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말이다.

게임 사운드

게임 안에는 다양한 사운드가 있다. 곡 프로듀싱을 하는 만큼 귀가 밝은 편이고, 여러 소리에 관심을 갖는데 게임도 매력적인 소리가 흐른다. ‘롤토체스’에서 캐릭터들이 이모티콘으로 감정 표현을 할 때 들리는 소리나, 몬스터 소리, 발자국 소리, 문 여는 소리 등. 그런 소리에서 영감을 받아 나도 실험적인 소리를 만들어보곤 한다. ‘Back Door’의 종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도 마치 게임 사운드 같지 않나? 스네어 드럼 대신 진짜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따서 쓴 거다. 음악은 듣는 매체고, 계속 듣게끔 하는 흥미로운 요소가 필요하다. 우리가 게임할 때 긴장하고 스릴과 서스펜스를 느끼는 것처럼, 음악에도 그런 요소가 있어야 한다. ‘똑똑똑’ 하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면 ‘혹시 지금 누가 내 방문을 두드리고 있나?’ 싶은 스릴을 유발하고 싶었다. ‘이제 또 나온다! 긴장해!’ 하는 느낌인 거지. 소리와 음악만으로 다른 공간으로, 다른 세계관으로 데려가고 싶다. 게임도 음악도 하나의 세계관 안으로 유저와 리스너를 초대하는 거니까.

<어몽 어스>

온라인에서 하는 마피아 같은 게임인데, 크루원과 임포스터 역할을 배정받고 서로 제거하는 게 목표다. 멤버들과 진짜 재미있게 한다. 서로 배신 때리는 맛이 있다. 정체를 알고 보니 다른 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때도 짜릿하지! 나는 호주 출신이라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데, 이 게임을 즐기며 한국말이 진짜 많이 늘었다.

게임하면 혼나는 시대는 갔지

게임은 머리를 쓰는 일이다. 예전엔 어른들이 애들한테 게임 많이 한다고 잔소리도 하셨지만, 게임은 문제를 던져주고 어떻게 풀지,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해보게 하는 매체다. 방 탈출 게임도 좋아하는데, 항상 예상할 수 없는 답을 찾아나가다 보니 생각하는 훈련이 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뻔하지 않고 예상할 수 없는 걸 찾아야 하거든. 곡 작업을 하다 막힐 때 다른 세계로 탈출하듯 게임을 한다. 그렇게 재충전하면, 또 새로운 악상이 떠오른다.

게임 음악

작업하는 곡 중에 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곡도 있고, 애니메이션 OST도 역시 RPG 게임 같은 느낌을 살려서 작업한 곡이다. 언젠가 이 게임을 위한 곡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아보고 싶다. ‘롤’에 이매진 드래곤스의 노래가 삽입됐듯이!

3 / 10
스트레이 키즈 ‘<MIROH>’

스트레이 키즈 ‘<MIROH>’

  • 스트레이 키즈 ‘<MIROH>’스트레이 키즈 ‘<MIROH>’
  • <툼 레이더><툼 레이더>
  • <언차티드><언차티드>

‘MIROH’

스트레이 키즈 ‘MIROH’의 가사는 그야말로 게임 같다. ‘힘들지 않아 거친 정글 속에 뛰어든 건 나니까 I’m okay, We goin’ higher, 다음 도시 속에 빌딩들 내려보며 Fly all day’라는 가사나, ‘독, 덫, 독버섯 어디 한번 깔아봐라 결국에 난 살아남아, 어떻게든 살아남아, 나는 알아, 함정 따위 깔아봤자 난 더 세게 밟아’라는 가사만 봐도 그렇지 않나? 이 노래를 게임으로 만들면 고전 RPG 게임일 거다. <언차티드>나 <툼 레이더>처럼 정글을 헤매고 보물을 찾아 모험하는 게임 말이다. 영화로 치자면 <인디아나 존스> 같은 거지!

/upload/arena/article/202011/thumb/46493-433245-sample.jpg

스트레이 키즈 ‘Back Door’ MV

‘Back Door’

스트레이 키즈의 최신 곡인 ‘Back Door’도 게임이 될 수 있겠다. ‘손잡이를 돌려 내가 원하던 걸 다 볼래’라고 말하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공간에 대한 이야기니까. 문을 열면 계속해서 공간이 바뀌는 게임이면 어떨까? 2D다운 게임도 좋고, VR로 체험형 게임도 재미있을 것 같다!

방찬 스트레이 키즈

방찬 스트레이 키즈

스트레이 키즈는 게임 그래픽처럼 강렬하고 컨셉추얼한 음악과 비전을 제시하는 아이돌 그룹이다. 직접 작사 작곡하는 그룹 내 프로듀싱 유닛 ‘쓰리라차’ 소속이기도 한 스트레이 키즈의 리더, 방찬이 게임과 음악, 게임 내 팀플레이와 실제 팀플레이의 상호 관계에 대해 시시콜콜 말해줬다. 어린 시절부터 게임하며 자란 1997년생 창작자로서, 게임은 더 이상 혼나면서 할 게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도.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이예지
GUEST EDITOR 정소진

2020년 11월호

MOST POPULAR

  • 1
    특별한 동맹 #미도 와 김수현
  • 2
    우울할 땐 푸딩을 먹어요
  • 3
    2022 F/W 트렌드와 키워드 11
  • 4
    유병재와 원진아의 이 시대 시트콤 <유니콘>
  • 5
    새롭게 공개된 F/W 캠페인

RELATED STORIES

  • FEATURE

    스포츠가 지구를 지킨다

    곧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개최된다. 세계 최대의 축구 이벤트가 사막에서 개최되면 탄소가 얼마나 많이 배출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스포츠 이벤트가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 특히 유럽 축구 빅리그는 스포츠 기후 행동 협정에 참여해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스포츠와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를 짚는다.

  • FEATURE

    아담은 바이러스로 죽지 않았다

    ‘로지’ 같은 가상인간이 계속 등장하지만, 정작 이들에게 관심 갖는 건 뉴스 기사와 미디어 광고뿐이다. 반면, 얼마 전 지하철 광고판을 점령했던 ‘우마무스메’ 캐릭터와 최근 세빛둥둥섬을 침몰시킨 ‘원신’ 게임의 압도적인 팬덤 규모를 보면, 2D 미소녀 캐릭터에 대한 20대 남성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 보인다. 가상인간에겐 없고 2D 애니메이션 캐릭터에겐 있는 콘텐츠의 힘은 무엇일까.

  • FEATURE

    고전적 독후감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가을이라 독서를 하자는 건 아니지만, 가을이라 괜히 고전소설에 눈길이 간다. 세 명의 에디터가 각자 고전소설을 읽고, 자신을 돌아본다. 가을은 성찰의 계절이다.

  • FEATURE

    고전적 독후감 #달과 6펜스

    가을이라 독서를 하자는 건 아니지만, 가을이라 괜히 고전소설에 눈길이 간다. 세 명의 에디터가 각자 고전소설을 읽고, 자신을 돌아본다. 가을은 성찰의 계절이다.

  • FEATURE

    이승우와 철학

    이승우는 한국 축구의 미래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는 이승우를 통해 논의할 게 있다.

MORE FROM ARENA

  • DESIGN

    Wish List

    연말 무드와 어울리는 매력적인 시계 여섯 점.

  • INTERVIEW

    느끼고자 하는 것

    전시 개최를 앞둔 양혜규 작가를 만났다. 우리는 작품을 언급하지 않았다. 전시를 앞둔 작가와의 인터뷰치고는 이례적이었다. 전시에 대한 그의 설명은 간결했다. 알고자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는 것. 이 대화록 또한 양혜규의 세계를 조금이나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 FASHION

    여름이 지나도 신는 슬리퍼

    패션 브랜드들이 여름이 아닌 가을, 겨울을 겨냥해 만든 슬리퍼 넷.

  • SPACE

    네덜란드 Brainport Smart District

    새로운 도시가 생긴다. 스마트시티로 명명되는 이 도시들은 자원을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자연환경과 어우러지고, 에너지와 식량을 자급자족하며,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삼는다. 그리고 여기에 자율주행이나 주민의 네트워크, 공동체, 민주주의 같은 개념을 이식한다. 기사에서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마트시티들을 소개한다. 나아가 이 도시를 설계한 건축가들과 스마트시티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주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물었다. 건축가들이 답하는 미래 도시의 조건이다.

  • INTERVIEW

    이은재

    이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자. 독특함으로 무장한 네 팀의 뮤지션과 세 명의 배우다. 올해 <아레나>가 주목할 신예들이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