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CAR MORE+

8기통 엔진의 미학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V8 터보 엔진을 탑재한 F8 트리뷰토를 타고 서킷을 달렸다.

UpdatedOn October 14, 2020

3 / 10
/upload/arena/article/202010/thumb/46295-430764-sample.jpg

 

 

페라리 F8 트리뷰토


엔진 V8 90° 트윈 터보 배기량 3,902cc 최대출력 720마력 / 8,000rpm 최대토크 78.5kg·m / 3,250rpm 전장 4,611mm 전폭 1,979mm 전고 1,206mm 휠베이스 2,650mm 공차 중량 1,435kg 무게 배분 전 41.5% - 후 58.5% 변속기 7단 듀얼클러치 F1 0-100 km/h 2.9초 안전최고속도 340km/h 복합연비 6.6km/L 가격 3억5천2백만원(기본가, 옵션 미포함)

터무니없는 숫자라고 생각했다. 720마력은 손에 쥘 수도 없고, 잡았다 하더라도 공기처럼 주먹의 미세한 틈으로 빠져나갈 것만 같았다. 720마력은 페라리 F8 트리뷰토의 최고출력이다. 엔진 회전수 8,000rpm에서 발휘된다. 리터당 최고출력이 185마력이니, 어쩌면 720마력까지 도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사실 무섭기도 했다. 3억이 넘는 슈퍼카가 통제력을 잃는다면, 대출 가능한 금액과 이자가 얼마인지 계산해봤는데, 그 또한 쉬이 그려지지 않는 금액이었다. 생각의 꼬리를 쫓아 인제 스피디움으로 향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도로인 서킷이라면 F8 트리뷰토의 성능을 체험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부담도 덜하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인제 스피디움 초입에 위치한 페라리 라운지에 들어섰다. 라운지는 조용했다. 하지만 서킷 쪽으로 문을 열고 나서자 새빨간 F8 트리뷰토가 위용을 드러냈다.


디자인에 담긴 두 가지 의미
서킷에서 F8 트리뷰토의 다운포스는 어떨까? 바람이 깎아내린 듯한 초현실적인 디자인을 보았을 땐 가슴이 뛰었다. 기대감이었고, 경외감도 있었다. F8 트리뷰토는 488 GTB를 잇는 8기통 미드리어 엔진 스포츠카다.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에서 디자인해 488 GTB의 흔적도 보이지만 전설적인 페라리 모델들의 유산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페라리의 가장 상징적인 미드리어 V8 모델에서 영감을 받은 엔진이 강조된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초경량 렉산 소재로 제작한 새로운 후면 스크린을 장착했는데, 이는 V8 엔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후면 스크린은 세 개의 루버 형태(타원형의 긴 구멍)를 적용해 엔진이 정확히 보인다. 엔진룸의 뜨거운 공기를 배출하는 기능도 한다. 또 8기통 모델 중 가장 유명한 F40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구현하기도 했다. 후미등 주변을 감싸고 있는 스포일러는 전작인 488 GTB보다 더 커서 존재감이 뚜렷하다. 시각적으로는 무게중심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동시에 초기 8기통 베를리네타 모델의 특징인 트윈 라이트 클러스터를 연상시킨다. 새로운 디자인은 페라리 역사를 현대적으로 구현하는 한편 기능성도 강화했다. 주목할 것은 향상된 공기역학 요소다. 새롭게 설계된 전면부 S-덕트는 공기역학적 기능을 더욱 강조했고, 검은색 사이드 스플리터가 적용된 전면부 양 측면의 공기흡입구는 범퍼와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되었다. 측면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휠 아치다. 불필요한 치장 없이 공기역학의 역할에 최적화됐다. 빈틈없이 타이어를 감싸는 모습이다. 인터쿨러용 측면 공기흡입구의 형태 또한 신차에 맞게 재설계됐다. 기대감을 갖고 운전석에 올랐다. 아니 내렸다고 해야 할까. 헬멧을 쓴 상태에서도 헤드룸이 조금 남을 정도로 시트 포지션이 상당히 낮다. 마치 노면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는 기분이었다.

페라리 최고의 8기통 엔진
스티어링 휠의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8기통 엔진의 굉음이 실내로 쏟아졌다. 운전석 뒤에 위치한 엔진은 달리기도 전에 강력한 포효를 이어갔다. 그 소리가 부담스러워 당장이라도 가속페달을 밟아야만 할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서킷에 오르자 엔진음이 매끄러워졌다. 소리는 강하지만 그 질감은 오히려 부드럽게 느껴졌다. F8 트리뷰토의 V8 터보 엔진은 4년 연속 올해의 엔진상 대상을 수상했다. 8기통 중 최고의 엔진으로 손꼽혔다. 비단 소리 때문만은 아니다. 페라리는 지난 40년간 최적의 무게중심을 구현한 8기통 엔진을 연구해왔다. 1975년 2인승 8기통 베를리네타 라인업의 첫 모델로 308 GTB를 선보였고, 페라리 첫 슈퍼카이자 상징적인 모델로 평가받는 1984년 GTO와 1987년 F40에도 8기통 엔진을 적용했다. 그리고 F8 트리뷰토에 이르러 V8 터보 엔진은 그 기술적 정점에 도달했다. 8,000rpm에서 72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이는 488 GTB보다 약 50마력 높은 수치다. 토크 또한 1.02kg·m 향상된 최대토크 78.5kg·m에 달한다. 더 강한 힘의 비결은 트랙 전용 모델을 바탕으로 개발된 새로운 흡기 라인이다. 보다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공기흡입구 배치는 엔진에 공급되는 공기 흐름을 더욱 원활하게 해준다. 유체역학적으로 최적화된 인테이크 플래넘과 매니폴드로 실린더 내 공기 온도를 낮춰 엔진의 연소 효율성과 출력도 개선되었다. 증가된 출력에 따라 피스톤과 실린더 헤드는 연소실 내 최고 압력을 최대 10% 향상시켰다. 늘어난 하중을 감당하기 위해서다. F1 기술이 적용된 DLC 코팅 피스톤 핀을 사용하는 등 내부 마찰을 줄이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출력은 더 강하지만 무게는 오히려 가벼워졌다. V8 터보 엔진은 페라리 챌린지와 F1에 기반한 경량 부품이 적용됐다. 488 GTB보다 18kg 가벼운 고효율 경량화에 성공했다. 이 강력한 스펙만 믿고 직선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힘껏 밟자, 금세 200km/h에 도달했다. 터보 랙 현상 없이 매끄럽게 변속되었으며, 충격이 없는 강력한 가속력은 마치 노면 위를 부양해서 달리는 듯한 착각도 일으켰다. 여기에 달리고 싶게 만드는 경쾌한 엔진음은 양념이다.

차가 사람을 만든다
서킷에선 안전을 위해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하고 달렸다. 차체 제어 등 전자장치가 개입되어 차체의 미끄러짐을 방지해준다. 그래서였을까. F8 트리뷰토는 곡선 구간에서 내가 바라본 모서리를 향해 날카롭게 회전했고, 노면에 달라붙은 것처럼 안정적으로 곡선 구간을 빠져나갔다. 내 운전 실력이 일취월장한 듯한 착각도 들었다. 정밀하고 안정적으로 코스를 잇따라 빠져나갔으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단단히 오해했다. F8 트리뷰토의 전자제어 장치들이 나를 오만하게 만들었다. 차량에는 다양한 고성능 기능을 도입했는데, 새로 도입된 부스트 리저브 컨트롤 같은 것들이다. 고속 주행에서도 반응 시간과 성능을 최적으로 이끈다. 내게 필요한 출력을 즉각 구현한다. 또 어댑티브 퍼포먼스 런치 기능도 갖췄다. 접지력을 분석하고 전자제어를 활용해 토크를 노면 접지 수준에 맞게 최적화한다. 덕분에 바퀴는 미끄러짐이 최소화되고, 가속력은 최대화된다. 전반적으로 488 GTB보다 상당히 개선된 성능에도 더욱 편하게 운전할 수 있었다. 얇고 작아진 운전대나, 최신 6.1 버전의 사이드 슬립 컨트롤 시스템과 최신식 페라리 다이내믹 인핸서 도입은 최대 성능을 이끌어내기 수월하고, 성능이 발휘된 상태에서도 자신감을 부여한다. 덕분에 오버스티어나 언더스티어가 발생되지 않았다. 결코 내가 운전을 잘한 게 아니었다. 차가 사람을 만들었다.

노면 가까이
앞서 언급한 F8 트리뷰토의 공기역학적 효율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겠다. 최첨단 공기역학 솔루션은 F8 트리뷰토의 핵심 중 하나이고, 488 GTB와 차별되는 중요한 요소다. F8 트리뷰토의 개발 목적은 공기저항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다운포스를 향상시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488 GTB에 비해 공기역학 효율성이 10% 개선됐다. 운전 중 느낀, 노면에 바싹 붙는 듯한 밀착감은 다운포스의 영향이다. 특히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 나갈 때면 차량 앞쪽이 노면에 닿을 듯한 다운포스가 느껴진다. 비결은 전면부의 S-덕트와 후면부의 스포일러다. S-덕트는 범퍼 중심에서 고압류를 낮추고, 고압류를 보닛의 환기구를 통해 상향부로 향하게 만든다. 압력 변화로 인해 전면 차축으로 다운포스가 형성된다. 또한 새로운 브레이크 냉각 흡입구를 범퍼의 바깥쪽에 위치한 흡입구와 결합시켰다. 이를 통해 개선된 휠 아치 내 공기 흐름을 이용해 정확한 브레이크가 가능하다. 후면부의 스포일러도 주목할 점이다. 블론 스포일러 내부에 위치한 세 개의 터닝 베인이 공기 흐름을 차체의 뒷부분으로 향하도록 재압축해 공기저항을 감소시키며 다운포스를 선사한다. 이외에도 차량 하부, 리어 디퓨저에서도 다운포스가 이루어진다.

3 / 10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2020년 10월호

MOST POPULAR

  • 1
    구글 셧다운에서 살아남기
  • 2
    이대휘의 우주
  • 3
    더 보이즈의 소년들
  • 4
    스트레이 키즈의 두 소년
  • 5
    황인엽 '햇볕처럼' 미리보기

RELATED STORIES

  • CAR

    시승 논객

    폭스바겐 파사트 GT에 대한 두 기자의 상반된 의견.

  • CAR

    전기차 모두 모여

    경차부터 스포츠카까지 전기차 세그먼트가 풍성해졌다. 취향 따라 용도 따라 취사선택할 전기차가 늘었다. 그렇다면 내게 맞는 전기차는 무엇일까? 국내 시판 중인 전기차들의 일단일장을 짚었다.

  • CAR

    나와 오프로더

    암벽과 사막, 강과 설원을 달리기 위해 손본 사륜구동 자동차들.

  • CAR

    만월과 조우한 자동차들

    만월을 맞으러 높은 곳으로 향했다.

  • CAR

    가장 진보적인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의 고객들은 변했다. ‘쇼퍼드리븐’이 아닌 직접 운전하는 ‘오너드리븐’이 늘었다. 새로운 경향성에 맞춰 뼈대부터 소리까지 완전히 바꾼 뉴 고스트를 탔다.

MORE FROM ARENA

  • INTERVIEW

    이동욱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 미리보기

    햇살 보다 눈부신 이동욱 화보 공개

  • CAR

    자동차들의 성난 얼굴

    겨울 하늘 아래서 본 자동차들의 성난 얼굴.

  • FEATURE

    메타버스가 온다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 시대가 시작됐다. 온라인 게임에서 공연을 보고, 친구를 사귀고, 직업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제는 게임 세계에서 마케팅을 펼치는 글로벌 기업들의 로고를 발견하는 건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메타버스는 새로운 개념이다. 새로운 기술로 만들어진 여느 낯선 세계가 그렇듯 메타버스에 대한 환상도 꿈틀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를 복기시킨다. 인종차별, 빈부 차이, 갈등과 폭력이 없는 이상적인 세계로 묘사되었던 당시를 생각하면, 메타버스 또한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세 명의 전문가와 함께 메타버스에 대해 기대되는 점과 우려되는 점을 짚었다.

  • INTERVIEW

    카키의 소리

    카키는 할 말도, 할 일도 많다. 음악을 시작한 후 4년간 꿈꿔온 것들을 마구 쏟아내는 중이다.

  • FASHION

    ORDINARY DAY

    얇은 아우터 하나, 가볍게 걷고 숨 쉬는, 꿈에 그리는 보통의 날.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