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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은 살아남는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암벽을 올라가고, 사막을 달리는 남자. 이근 대위는 타고난 군인이자 생존 전문가다. 흔들리지 않는 뚝심으로 특수부대라는 목표를 이뤄내고, 지옥 훈련을 두 번이나 경험하며 강화된 캡틴 코리아다. 액션 영화만 보는 눈물조차 없는 이근은 지금 내적 갈등에 휩싸였다. 치열한 미디어 세계에서 생존을 숙고 중인 그를 만났다.

UpdatedOn September 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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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지도와 나침반을 새긴 와펜이 부착된 안타티카 맨투맨 코오롱스포츠, 선글라스 본인 소장품.

남극 지도와 나침반을 새긴 와펜이 부착된 안타티카 맨투맨 코오롱스포츠, 선글라스 본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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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락 재킷·살로몬과 협업한 트레일 러닝화 모두 코오롱스포츠, 초록색 재킷 스톤 아일랜드, 검은색 코듀로이 팬츠 7 몽클레르 프래그먼트, 선글라스 본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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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먼트다잉 라파예트 재킷·회색 루나다잉 스웨트 셔츠 모두 시리즈, 검은색 코듀로이 팬츠 7 몽클레르 프래그먼트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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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티카 보머 프린트 다운 재킷 코오롱스포츠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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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안타티카 다운 재킷·벨트가 부착된 데님 팬츠·카키색 아웃도어 스니커즈 모두 코오롱스포츠, 파란색 아노락 재킷 5 몽클레르 크레이그 그린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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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퍼 리버서블 재킷·삭스 CT 아웃도어 스니커즈 모두 코오롱스포츠, 레몬색 칼라 티셔츠 C.P. 컴퍼니, 피그먼트 코팅 워싱 카고 팬츠 시리즈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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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안타티카 베스트·검은색 LTEKS 팬츠 모두 코오롱스포츠, 검은색 후드 스웨트 셔츠 래코드 by 나이키 제품.

왜 UDT를 선택했나?
군에서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고 싶었는데, 그런 점에서 UDT가 가장 멋있고, 특색 있어 보였다. UDT는 공중 침투와 해안 침투를 전문적으로 하는 특수부대다. 나는 어려서부터 군인이 되고 싶었고, 바다에서 활동하는 집단에 몸담고 싶었다.

지난달 <가짜사나이> 교관들을 인터뷰했는데, 그들에게 UDT는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방법이었다. 군인은 나라에 헌신하기 위한 저마다의 방법을 찾는 것 같다.
군인이 되고 싶은 이유는 단순히 멋있어서가 아니다. 나라를 위해 살고 싶어서 군인의 길을 택한 것이다. 나라를 지키는 것이 목적이고 나머지는 일종의 보너스다. 월급 받으며 체력 단련하고, 사격 훈련하고, 폭파하는 직업이 어디 있겠나. 남들은 비싼 돈 내고 즐기는데, 우리는 돈 받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너스라는 것이다. UDT라는 엘리트 집단을 선택한 이유는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고 싶어서였다. ‘아덴만 여명작전’처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자 UDT에 지원했다.

훈련을 도전 과제로 받아들이면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하지만 체력이 한계에 도달하면 내적 갈등도 겪을 법하다. 굳이 도전해야 하나 싶은 갈등 말이다.
엄청 많이 느낀다. 나도 동료들도 느꼈다. UDT가 되기 위해선 6개월간의 초급반 훈련을 극복해야 한다. 그중 5주 차가 지옥주인데, 가장 힘들다. 힘든 훈련을 받으면서 이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 하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전부 이유가 있다. 입대하자마자 바로 멋진 임무를 수행할 수는 없다. 6개월간의 검증 기간이 필요하다. 일종의 테스트다. 선발 과정은 못하겠으면 관두라는 퇴소 종용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나 역시 당시에는 훈련하기 힘들었지만, 큰 그림을 보면 모든 훈련에는 이유가 있다.

훈련 이야기가 나오자 미소를 짓는다. 훈련에 대해 즐거운 기억이 있나?
그렇다. 훈련받을 때는 아무리 힘들어도 가끔 웃음이 터진다. 특히 너무 어이없을 때. 교관이 매우 어려운 걸 시켰을 때는 동기들과 웃는다.

일반 병사는 대부분 또래고, 금세 친구처럼 가까워지니 웃는 순간들이 많다. UDT도 그런가?
엄청 많다. 그런데 나는 장난을 많이 안 쳤다. UDT는 장교, 부사관이 계급장 떼고 함께 훈련받는다. 동기지만 내가 챙겨야 하는 부하이기도 하다. 내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훈련 이수가 힘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장난을 많이 안 쳤지만,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가끔씩 웃고,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도 했지만 사실은 지독한 훈련이었다.

장교는 힘들어도 내색을 못 하니 더 괴로웠겠다.
함부로 장교를 택하면 안 된다. 장교는 살아남기만 해서는 안 되거든. 내 기수까지 제대로 이끌어야 한다. 내 몸 챙기기도 힘든데, 기수를 이끌어야 하니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함께 구보를 하더라도 장교는 낙오하면 안 된다. 동료를 통솔해야 하는데, 힘들어서 뒤처지면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

본인은 구보에서 뒤처진 적 없었나?
나는 항상 앞에서 뛰었다. 어려서부터 수영을 해서 체력이 좋은 편이라 동기보다 육체적으로는 유리했다. 그리고 한 일곱 살부터 준비해왔고.

일곱 살 때부터 군인이 될 준비를 해왔다는 건가?
맞다. 이유는 좀 유치한데, 영화 <네이비 씰>을 보고 특수부대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1990년 영화로 미 해군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는데, 되게 재밌고 현실적이다. 영화 보자마자 특수부대에 대한 책을 전부 구해 읽었다. 당시에는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찾기 어려워 발품 팔아 책을 구해야 했다. 특수부대는 연구할수록 매력적이었다. 특히 퇴소할 때 치는 종이 의지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내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다는 점이 내게 의미가 컸다.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니고, 아무나 받아주는 집단이 아니라고 느꼈다.

확고한 의지를 동경하고, 군인이 되기로 결심을 굳히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 아닌가?
특이하게 한 번도 흔들림이 없었다. 영화에서 보여준 묘사가 진짜인지 허구인지만 중요했다.

일곱 살 때의 목표를 성인이 될 때까지 고수한 뚝심이 대단하다.
부모님의 반대가 컸다. 다른 길도 있으니, 네이비 실만 보지 말라고 계속 설득했는데, 흔들리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내가 하고 싶은 길이 명확했기 때문에 부모님의 설득에도 변함이 없었다.

“나라가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아버지의 권유로 한국군을 선택했다. 익숙한 미국 문화 대신 한국 문화에 적응하느라 고생했을 것 같다.
맞다. 엄청 힘들었다.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나 후회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 나라를 선택했고, 옳은 결정이었다.

성인이 돼서 한국에 왔다. 적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군대 문화는 사회와 다르다.
사회에서의 한국 문화가 있고, 군대에서의 한국 문화가 있다. 그 차이가 엄청 크다. 나는 사회생활 안 하고 바로 입대했다. 당연히 문화가 안 맞지. 초반에 엄청 고생 많이 했다. 다행인 점은 체력이 준비된 상태에서 입대했기에 한국말은 잘 못하지만 체력은 최고였다. 근데 재밌는 점이 한국 사람도 군대 문화에는 적응하지 못하더라.

유튜브에서 이근 대위의 현역 시절 혹한기 훈련 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어떤 건지 알고 있다.

침투 훈련 중 상의 탈의하고 눈밭에 누워 쉬는 장면이 나오는데, 원래 그렇게 쉬나?
하하. 평소에는 그렇게 안 쉰다.

훈련 중 가장 힘든 건 무엇일까?
당연히 지옥주다. 잠 안 자고 목봉체조와 IBS 훈련을 지속한다. 지옥주 훈련을 두 번 했다. 한국에서 한 번 하고, 미국에서 위탁교육 받을 때 한 번 했다. 얼마나 힘든지 잘 아니까 두 번째가 더 어려웠다.

그럼 지옥 같은 훈련을 한국 UDT와 미국 네이비 실에서 모두 받은 건가? 군대 두 번 간 거 아닌가?
그렇다. 모든 걸 두 번씩 했다. 미국에서는 장교가 되기 위한 사관학교를 다녔고, 한국에서는 학사 장교를 통해 장교에 임관했다. UDT 훈련과 네이비 실 훈련도 받고. 인생에서 한 번만 할 것을 두 번씩 했다.

임무 수행하며 전투 현장도 경험했으리라 예상한다. 실제 상황을 체험하며 인생관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인생이 무척 짧게 느껴진다. 이라크에서 1년 정도 지내면서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차량 기동할 때 종종 폭탄이 터진다. 폭탄이 터지면 우리의 대응 방식에 따라 전술 기동을 펼치게 되는데, 문제는 폭탄을 발견하기 어렵고, 자살 폭탄이 많아서 차량 옆에서 터지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아무리 훈련을 많이 하고, 계획을 꼼꼼히 수립한다 해도 운 나쁘면 한 방에 죽는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지난 1월 방글라데시에서 로힝야 난민들을 만나고 왔다. 나라가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한국에서 산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열심히, 또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근 대위는 서바이벌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본래 서바이벌에 관심이 많았나?
아니다. 내가 서바이벌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식적으로 서바이벌을 배운 이유가 혹시라도 작전이 잘못되어 팀원들이 흐트러질 때, 생존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전술 서바이벌을 배웠다. 자연에서 생존하는 게 아니라 적을 피하며 생존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대놓고 불을 피우지 않는다. 미국 네이비 실에서도 서바이벌 기술을 배웠다. 알래스카에서 에스키모와 생존하는 군 프로그램이었다. 서바이벌은 분야가 광범위하다. 감옥에서 탈출하는 법, 수갑 푸는 방법, 맨손으로 사람 죽이는 법, 적을 피하면서 식수와 식량 찾는 법, SOS 호출하고, 아군과 접촉하는 법 등을 배웠다.

서바이벌 활동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다.
아웃도어 레저 활동과는 다른 영역이다.

서바이벌 방송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됐겠다.
근데 한동안 안 하다 하면 재미있다. 하하.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에드 스태포드와 카자흐스탄 서바이벌 레이스를 벌인 적 있다. 오랜만에 오지에 가서 생존하니까 재밌더라. 서바이벌이 재밌는 점이 매번 환경이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자주 하면 싫겠지. 에드는 매일 하니까 힘들 거다.

군대를 전역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도 서바이벌 아닐까 싶다. 사회에서 살아남는 게 더 어려울 것도 같고.
많은 군인이 사회에 적응 못 하고 힘들어한다. 군대가 사회보다 더 편한 점이 있다. 군에서는 내 인생 여정이 한눈에 보인다. 언제 진급하고, 어떤 직책을 맡을지 인생을 계획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는 실전이다.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잘되던 사업이 갑자기 망할 수도 있고, 변수가 많다. 그래서 사회가 살아남기 더 어렵다. 어려운 만큼 자유가 있다는 게 군대와의 차이다. 나는 적응을 잘하는 편이다. 모험을 좋아하고, 내 미래를 알 수 없어서 재밌다. 내년에 어떻게 될지, 어디 있을지도 모르겠다. 군의 장점이 전우애가 있다는 것, 반면 사회는 각자도생한다.

팀을 이끌고 전술을 계획하던 군 복무 시절의 경험은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되었을까. 사회에서는 생존을 위한 어떤 계획을 수립했나?
인생을 보면 능력만큼 운과 타이밍이 중요한데, 다행히 나는 운과 타이밍이 잘 따라주었다. 전역 당시에는 아무 계획이 없었다. 전역 후 긴 휴가를 보낼 계획이었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가 터졌다. 휴가 계획은 전부 취소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사고 수습에 참여했다. 무척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 후 EBS에서 섭외가 들어왔고, 잇따라 방송 출연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전쟁터였다. PMC 소속으로 이라크에 갔다. PMC는 일종의 용병이라고 할 수 있다. 전선에서 각국 정부, 기업, 개인 등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만났는데, 최종적으로는 미국 국무부 안보수석으로 근무했다. 그 이후로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안보 관련 업무를 했고, 안보 전략을 향상시키는 일은 계속하고 있다. 미디어 출연은 부업이다. 그런데 요즘 부업이 많아져서 한동안 부업에 집중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신중히 결정해야 할 거다. 미디어 세계도 전쟁터거든.
그렇지. 미디어만 할 수는 없을 거다. 본업도 해야 하니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만 찾아다녔다. 두렵지 않나?
중요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두렵지 않다.

미디어에 노출된 이근 대위 캐릭터는 재밌는 모습도 있지만 대체로 근엄하다. 이근도 눈물을 흘리나?
없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운 건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뭔가?
부업에 집중할지 말지가 고민이다. 전쟁터를 가는 건 위험하다. 위험하지만 한편으로는 재밌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해외 일정이 전부 취소됐다. 해외에 안 나가니 몸이 근질근질하다. 욕심 같아서는 전부 하고 싶은데, 하루는 짧고 할 일은 많다. 무엇에 집중할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타고난 모험가네.
모험을 좋아한다. 대략적인 계획은 있지만 흐르는 대로 살아가려 한다. 지금은 흐름을 따르고 있다.

취미도 궁금하다.
취미는 크게 세 가지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스카이다이빙, 보트에서 뛰어내리는 스쿠버 그리고 암벽등반이다. 뛰어내리거나 땅에서 올라가는 걸 좋아한다. 천성이다. 영화는 무조건 액션. 코미디나 로맨스는 안 좋아한다. 현실적인 액션 영화 좋아한다.

왜 사람들이 이근 대위에게 열광한다고 생각하나?
그동안 나 같은 캐릭터가 없어서? 나는 배경이 좀 다르다. 특이한 경험을 많이 했고 배경도 독특하다. 사람들이 그 점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어록도 많다.
웃기려고 한 말이 아니다. 내 나름대로 표현을 했는데 발음이 이상해서 유행어가 된 것 같다.

앞으로 무엇에 도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나?
사회에 도움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짜사나이>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우울증을 이겨낼 동기가 되었다, 인생이 바뀌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내가 사회에 도움이 되었다고 느꼈고, 앞으로 어떻게 더 도움을 드릴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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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FASHION EDITOR 김성지
FEATURE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이우정
HAIR&MAKE-UP 이담은
ASSISTANT 김지현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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