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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itique

어느 날 갑자기

“내 인스타그램 계정이 사라졌다”고 <아레나>의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승률이 말했다. AI의 오류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거쳐야 하는 AI와의 입씨름이다. 과연 그의 계정은 살아 있을까?

UpdatedOn September 22, 2020


그날도 나는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잠들기 전까지 SNS를 끄적거리는 건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렸다. 평소처럼 인스타그램을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운됐다. 흔치 않지만 아주 가끔 있는 일이다. 평소와 달랐던 건, 다시 인스타그램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로그인 화면이 떴고, 계정 이름과 비밀번호를 치면 ‘회원님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약관을 따르지 않아 비활성화되었습니다’라는 오류 메시지가 떴다. 인스타그램으로부터 받은 안내 메시지를 그대로 전하자면 이렇다. ‘인스타그램은 인위적으로 좋아요, 팔로어 또는 공유는 수집하거나, 같은 콘텐츠를 도배하거나, 상업적 목적으로 동의 없이 사람들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등의 행위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생각했다.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우선 나는 상업적 목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사용하지 않는다. 주로 촬영 현장의 분위기를 포스팅하거나, 내가 진행한 칼럼 혹은 화보 중 잘 나왔다고 생각되는 것의 사진을 올린다. 나에겐 그것이 일상이다. 인터뷰이로 만난 연예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포스팅한 적은 있지만 좋아요나 공유를 ‘구걸’한 적은 없다. 카카오톡이 편한 세대라 다이렉트 메시지(DM)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30대 후반의 남자치고는 내 얼굴 사진을 자주 포스팅하는 편이기는 하다. 한 달에 한두 번쯤? 회사 선배들이(특히 남자 선배) 그걸 꼴 보기 싫어했는데, 혹시 인스타그램도 그런 나를 보기가 역겨웠던 것일까. 하지만 내 인스타그램 계정에 내 얼굴을 올리는 것은, 보는 사람이 불편할 뿐, 약관에 위배되는 행동은 아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비활성화 조치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신고하라 했다. 정확히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비활성화되었지만 이 조치가 실수라고 여겨지는 경우에만 양식을 따라 신고하라’고 쓰여 있었다. 인스타그램의 안내에 따라 내 이름과 계정 이름, 연동된 메일 주소와 휴대폰 번호, 비활성화 결정에 대한 재고 신청 이유를 보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재고 신청 이유로는 ‘인스타그램의 약관을 위반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썼던 것 같다.

답변이 왔다. 이번에는 내가 계정의 소유자인지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메일에는 ‘64860’이라는 다섯 자리 숫자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 숫자를 적은 종이를 손에 든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했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 화폐 거래소에서 자주 사용하는 본인 인증 방식이다. 또 메일에는 깨끗한 종이를 사용할 것과, 종이를 잡고 있는 손과 얼굴이 함께 나와야 한다는 것, 조명이 밝아야 한다는 것과 반드시 JPEG 파일 형식이어야 한다는 설명과 함께 요구 사항이 충족된 사진을 보낼 때까지는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안내가 뒤따랐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마치 범죄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숫자가 적힌 종이를 들고 사진을 찍는 건 머그샷, 그러니까 범죄자들이 구금 과정에서 촬영하는 사진과 흡사하다. 그에 앞서 내가 대체 인스타그램의 어떤 약관을 위반했는지를 알지 못했다. 위반 사항을 안내하고 그 뒤에 조치를 안내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만약 인스타그램에서 ‘당신의 계정은 도용 혹은 해킹이 의심되니, 사진으로 본인을 인증하시오’라고 했다면, 기꺼이 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인스타그램은 전화 통화가 가능한 고객센터를 운영하지 않는다. 계정을 복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의 ‘지시’를 따르는 것뿐이었다.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셀카봉을 꺼냈다. 굴욕적인 사진을 찍었지만, 대신 메일로 강력하게 항의했다.

며칠 후 인스타그램에서 회신이 왔다. 영어 메일이었고, 여러 번 경고했지만 내가 이를 무시하고 금지 행위를 반복했다 쓰여 있었다. 폭력적 혹은 선정적인 게시물을 올렸거나 괴롭힘, 광고, 홍보, 이성 교제 등을 목적으로 다른 사람과 접촉한 경우, 타인 혹은 단체를 사칭하는 것이 의심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스타그램의 규정을 다시 한번 읽어보라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위의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인스타그램 규정을 다시 읽은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나는 인스타그램으로부터 경고 메시지를 받은 적이 없었다.

인스타그램은 또다시 이번 조치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신고 메일을 보내라 했다. 그렇게 신고하면 또 메일로 숫자가 왔고, 또 사진을 찍어 보내라 했다. 그렇게 꼭 세 번 숫자를 든 사진을 찍어 보냈다. 처음엔 굴욕적이라 생각했던 사진 촬영이 점점 익숙해져갔다. 변한 건 또 있었다. 강력한 항의 내용을 담고 있던 메일은 점차 부탁으로 변해갔다. 세 번째 메일에는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적이 없으니 제발 내 인스타그램 계정을 풀어달라’고 썼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늘 똑같은 답장을 보냈다. 나는 네이버 지식인에서 나와 비슷한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팔로잉하는 사람들의 게시물에 ‘하트(좋아요)’를 너무 많이 누르면 강제 비활성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의 감시 체계가 나를 매크로(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좋아요 로봇’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많은 사람처럼 나 또한 나의 팔로어보다는 내가 팔로잉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훨씬 적다. 모두 친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한 번 이상 만나본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이 올리는 게시물에 모두 ‘하트’를 누른다. 일종의 소통 방식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나와의 ‘소통’을 원치 않는 눈치였다. 나는 또다시 신고 메일을 보내 내가 매크로가 아님을 증명하려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숫자를 들고 있는 내 얼굴 사진이 ‘또’ 필요했다. 이번엔 활짝 웃어봤다. 하지만 더 이상 신고 메일을 보낼 수 없었다. 내 계정을 입력하면 잘못된 URL이라는 메시지가 돌아왔다. 계정 자체가 사라진 듯했다. 나를 차단한 것이 로봇이고 나는 사람이었지만, 나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판단한 인스타그램의 감시 체계는 내가 사람이라는 말을 도통 믿어주려 하지 않았다.

나는 궁금했다. 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건지, 정말 ‘하트’를 많이 누른 것이 문제였는지. 그것만이라도 알고 싶었지만 물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취재를 결심했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에게 팁을 주기 위해서였다. 인스타그램 홍보대행사에 전화를 걸어 몇 가지 질문을 던졌고, 수일 내 답을 받기로 했다. (홍보대행사에서는 내 계정 이름과 연동된 메일, 전화번호 등을 물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취재가 시작된 바로 다음 날, 내 인스타그램 계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물론 우연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인스타그램은 홍보대행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내 계정이 비활성화된 것은, 시스템상 실수였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취재를 하지 않았어도 내 계정이 살아났을까?

여하튼 인스타그램 측으로부터 받은 이용 팁을 전하자면 다음과 같다. “인스타그램은 커뮤니티를 안전하게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게시물 및 계정을 찾아 리뷰 팀에 신고한다. 계정 비활성화 조치는 계정이 생성된 날짜, 사진 공유 여부, 댓글 및 좋아요 활동, 로그인 여부 등 다양한 요인을 기준으로 결정되며, 지난해 7월부터는 정해진 횟수 이상으로 유해 게시물을 올리는 계정은 즉시 삭제하는 ‘스트라이크 아웃’ 정책이 도입되었다. 광고 도배와 폭력성, 선정성을 띤 게시물 이외에도 가짜 뉴스나 저작권을 위반한 게시물도 제지받을 수 있으며, 빠른 속도로 모든 포스팅에 ‘좋아요’를 누를 경우 스팸으로 간주해 비활성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인스타그램의 실수로 계정 비활성화를 겪는 사용자들에 대한 불만 개선 계획과 고객센터 운영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주지 않았다.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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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CONTRIBUTING EDITOR 이승률

2020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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