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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밴

샬럿&제임스 매독 '자유의 밴'

낡은 밴을 구해 캠퍼 밴으로 개조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캠퍼 밴을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아간다. 여행이 아니다. 삶의 방식이며,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깨달음이다.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서나 경이로움을 느끼는 움직이는 집. 밴 라이프를 실천 중인 7팀이 말하는 진정한 자유의 의미다.

UpdatedOn September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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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제임스 매독

Charlotte & James Maddock @cjmaddock

밴 라이프는 우연의 세계다. 우연한 풍광과 장소, 우연한 만남과 사건이 연속된다. 때로는 우연히 시작되기도 한다. 샬럿과 제임스가 캠퍼 밴을 만난 건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우연이었다. 그들의 여행이 우연으로 가득하리란 전조였을 수도 있다. 그들은 어느 날 밤 늦게까지 업무에 시달렸고, 인터넷에서 1975년식 콤비 밴을 발견했다. 에너지 드링크와 초콜릿을 과다 섭취해서였을까. 흥분한 상태로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 주인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다음 날 만나기로 약속했다. 실제 밴의 모습을 보았을 때는 곧장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거금을 지불한 후 밴을 가져왔다. 사실 그만한 돈도 없는 상태였지만 어떻게든 마련했다. 반년 뒤 그들은 여행 목적에 맞게 밴을 개조하고 인테리어에 신경 썼다. 그리고 12개월간의 호주 여행을 위해 하던 일을 그만뒀다.

폭스바겐 타입2 1975
샬럿과 제임스의 밴은 올해로 45세다. 11월 1일생이니 아직 44세이긴 하다. 의인화하는 건 그들이 밴에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비니다. 비니는 다른 캠퍼 밴에 비해 오래되고 느릴 수도 있다. “하지만 비니가 어디든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줄 걸 알았어요.” 샬럿이 말했다. 비니는 꽤 유용하다. 고리를 잡아당기면 천장이 열린다. 그럼 실내에서도 입식 생활을 할 수 있다. 분리 가능한 스토브를 장착해 안에서든 밖에서든 요리가 가능하고, 솔라 패널과 듀얼 배터리 시스템도 장착해 전력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뒷문의 작은 텐트를 활용하면 공간도 확장할 수 있다. 밴 라이프를 시작하기 앞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무엇을 준비했을까. “발신이 제한되거나 휴대전화 신호가 잡히지 않는 곳이 있으니까. 미리 오프라인 지도를 내려받으세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밴 라이프는 매일 계획하며 살지 않는다. 그렇게 살 수도 없다. 어딜 가든 영감을 받기 위해 스스로에게 자유 시간을 허락해야 한다. “최고의 순간을 추구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세요.”

레드 센터
호주 중심부에는 레드 센터 지역이 있다. 말 그대로 내륙에 위치한 붉은 사막이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사막은 묘한 감동을 준다. 그곳 울루루는 샬럿과 제임스가 가장 사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들은 비니를 타고 울루루로 여행하길 좋아한다. “킹스 캐니언 탐험도 사랑하죠. 레드 센터는 모험으로 가득해요.” 그들은 협곡에서 수영하고, 서부와 동부를 탐험하며 하이킹을 시도하기도 했다. 뉴질랜드에서도 비니와 함께했다. 일종의 로드 트립이었는데, 그들은 우연히 푸카키 호수를 발견했다. “현실일 리가 없어.” 그들은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호수를 보고 외쳤다. 초현실적인 순간이었다. 그들은 어느 한곳에 정착하지 않았다. 해안가에서는 캠핑의 즐거움을 만끽했고, 수영하며 쉬는 여유도 만끽했다. 푸카키 호수에선 뉴질랜드의 최고봉인 아오라키를 탐험했다. “테카포에 꼭 가보세요. 밤하늘을 수놓은 경이로운 별들의 잔치를 보게 될 거예요.” 제임스가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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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로
비니와 함께한 1년 동안 호주와 뉴질랜드를 떠돌았다. 그건 여행이라기보다 유목 생활에 가까웠다. 다른 유목민과의 차이는 새로운 모험을 받아들이고, 망설임 없이 도전하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점이다. 밴 라이프가 알려준 생활의 지혜다. “기회는 열린 마음을 가졌을 때 시작돼요.” 샬럿은 유목 생활이 세상을 보는 관점과 가치관을 뒤바꿨다고 말했다. “사소한 것도 느긋하게 즐기는 법을 배웠어요.” 샬럿과 제임스는 비니와 함께한 뉴질랜드 여행을 가장 즐거운 순간으로 꼽았다. 호주에서 비니를 타고 뉴질랜드로 가는 길은 그들의 예상보다 훨씬 길었다. 규제가 많아서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그들은 예민해졌다. “하지만 저는 뉴질랜드 출신이라 비니에게 우리 집을 보여줄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아주 행복한 여행이었죠.” 뉴질랜드 출신인 샬럿이 말했다.

캠퍼 밴과 결혼식
샬럿과 제임스는 결혼식에 비니를 초대했다. 결혼식에 45년 된 폭스바겐 미니버스를 손님으로 맞는 것은 꽤 이상하지만, 그들은 비니를 포토 부스에 넣었을 때 행복했다고 한다. “친구와 가족이 모여 다 함께 비니를 타고 사진 촬영을 한 아주 특별한 순간이었죠.” 그들 삶의 중요한 순간에는 밴이 있었다. 여느 삶이 그렇다. 밴 라이프도 행복한 날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호주 서부의 동굴 탐험에서 그들은 물속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보았고, 그 빛이 악어 눈임을 금세 깨달았다. 그들은 동굴에서 첨벙거리며 이동했는데, 귀가 예민한 악어는 그 소리를 들고 물에서 빠져나와 샬럿과 제임스에게 다가갔다. “살면서 그렇게 빨리 달려본 적은 처음이에요!” 샬럿이 말했다. 그렇다면 지루했던 날은 없었을까. “사실 우리는 운전을 사랑하거든요.” 매독 부부는 운전 중에는 더욱 깊은 대화가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이동하는 비니에서 의미 있는 대화를 주고받을 때 부부는 서로 연결되었다고 느낀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천천히 이동하는 점도 비니의 장점으로 여겼다. 이걸 무한 긍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들은 비니가 아주 천천히 이동하기 때문에 풍광을 즐길 시간이 더 많다고 믿었다.

떠날 때마다 성장
미지의 세계로 간다. 그곳에는 새로운 풍경이 있고, 추억이 될 모험이 대기 중이며, 자신을 돌아볼 기회도 있다. 샬럿과 제임스는 캠퍼 밴 여행의 매력을 여유에서 꼽았다. 모험과 탐험을 위해 시간을 쓴다는 것은 도시 생활자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모험이란 무엇이고, 탐험이란 또 무엇인지. 도시에 정착해 살아가면 그 여정의 의미를 모른다. 밴 라이프가 일상이 된 신혼부부는 말한다. “여행은 끝마치기 위해 하는 게 아니에요.” 여행은 나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우리는 떠날 때마다 성장해요.” 부부가 말했다. 그렇다면 도로에서 성장을 거듭하는 그들에게 캠퍼 밴 비니란 어떤 의미일까. “비니는 많은 것을 의미해요. 우정, 모험, 가족, 사랑, 좌절, 기쁨 같은 것들이요.” 하지만 샬럿은 무엇보다 행복의 의미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부부의 다음 목표는 오세아니아를 벗어나 미국으로 가는 것이다. 뉴욕이나 LA 도시는 그들의 목적지가 아니다. “그랜드 캐니언을 누비고 싶어요!” 그들은 호주와 뉴질랜드의 대자연을 떠나 미국의 대자연 품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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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GUEST EDITOR 정소진

2020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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