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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찾아서: 가수 오메가 사피엔

영화 한 편, 소설 한 권은 벽돌 하나에 불과하다. 그것들이 쌓이며 성을 이룬다. 작가의 세계는 그렇다. 때로는 인상적인 작품이 성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고, 벽돌의 배치에 따라 기발한 아이디어가 발견되기도 한다. 우리는 작가와 함께 그의 성을 투어하며, 작품의 토대가 된 벽돌들을 하나씩 뽑아 들었다. 지금 각 분야에서 가장 유별난, 돋보이는 작가들의 영감 지도다.

UpdatedOn September 04, 2020

가수 오메가 사피엔

 가수 오메가 사피엔 

극강의 비주얼, 화난 듯 내지르는 래핑, 독특한 세계관이 담긴 가사. 오메가 사피엔은 다른 행성에서 온 것 같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신비로운 사나이다. 그의 영감 지도는 어떻게 그려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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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

학창 시절 외국에서 보냈다. 중국 다롄, 미국 뉴저지, 일본 도쿄까지. 이 밖에도 아버지가 여행을 좋아하셔서 30개국 넘는 곳들을 다녔다. 여행을 통해 배운 건 다양성이다. 여전히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각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흡수했기에 지금 내 음악이 독특할 수 있는 것 같다.

뉴저지의 겨울
뉴저지에서 머물 당시 겨울에 차고지 입구에 쌓인 눈 청소 담당은 항상 나였다. 추운 날씨 탓에 스키복을 입고 비니를 푹 눌러쓴 채 귀에는 이어폰을 꽂는다. 그 상태로 눈을 쓸어 내렸는데 그때는 힘들어 하기 싫었지만 당시의 무드가 현재 영감이 되고 있다. 곡의 소재로서라든지. 뉴저지에서 눈을 치워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 기분을 모를 테지.

지브라 캐츠
2017년에 한국으로 와 이태원 클럽 ‘케익샵’에서 처음 ‘지브라 캐츠’를 접했다. 신세계였다. 그는 전자음악 래퍼로 기존 들어오던 트랩, 올드스쿨, 붐뱁 같은 장르와는 전혀 다른 음악을 들려준다. 힙합을 이런 식으로 풀어낼 수 있구나 했지. 무대도 파격적이다. 갑자기 무대 아래로 뛰어내려선 관객에게 키스해버린다. 그의 본능적이고 즉흥적인 모습에 매료된 걸까. 이후로 얼터너티브한 음악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
자주 보는 만화 중 <도박묵시록 카이지>를 가장 좋아한다. 일본 하류층 삶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요즘은 그런 게 좋더라. 밑바닥의 밑바닥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 곡의 사운드에도 날것의 이미지를 투영하려 한다.

고프로
유튜브로 ‘고프로’ 영상을 자주 본다. 익스트림 스포츠 ‘보는’ 걸 좋아하거든. 오히려 영화보단 고프로 영상이 영감을 준다. 영화는 모든 게 대본으로 짜여 있지만 고프로는 그렇지 않잖아. ‘리얼’이지. 인간의 삶도 그런 것 같다. 계획대로 되는 것 없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많은 걸 해나가니까.

무라마사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내게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현실화한 곳 같은 일본은 천국이었다. 한국 오기 전 일본에서의 내 삶은 청춘 그 자체였는데 ‘무라마사’의 음악에서 그때 내 모습이 보인다. 그는 음악 프로듀서 겸 DJ로, 그의 음악에선 희로애락이 묻어난다. ‘졸업식 바이브’라고 해야 할까?

Ego
9월 발매될 앨범에서 ‘자아 버리기’를 해봤다. 곡 작업할 때 의식이나 자아가 개입되면 흐름이 확 끊겨버린다. 그래서 일부러 녹음실에서 웃통을 벗고 무의식대로 내질렀다. 그러니 훨씬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만들어지더라. 이전에는 하지 않던 새로운 사운드도 다뤄봤다.

XXX텐타시온
현재 나는 ‘저 좀 보세요!’라며 세계에 외치고 있는 단계다. ‘XXX텐타시온’이 앨범 <Look At Me!>를 냈을 때와 비슷하다. 당시 그의 <Look At Me!> 앨범 속 사운드는 획기적이었다. 이후 <?>와 같은 앨범이 빌보드 차트 1위 할 수 있었던 건 이전에 파격적인 곡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초록색
내 머리카락은 늘 초록색이다. 이 색을 유지하는 이유는 딱 두 가지다. 초록색을 보면 평화롭다. 먼 산을 바라보면 시력도 회복되지만 마음도 회복되는 기분이다. 또 하나는 나만의 아이덴티티라는 점이다. 초록색 머리 하면 오메가 사피엔이 떠오르지 않을까. 영원히 초록색을 유지하고 싶지만 탈색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견딜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다.

브루스 리
브루스 리처럼 동양의 아이콘이 되는 게 목표다. 1960년대에는 인종차별이 심했을 텐데도 ‘쿵푸’로 서양에 동양 문화를 알린 인물 중 한 명이잖아.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그처럼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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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이예지
GUEST EDITOR 정소진

2020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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