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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이 추천하는 웹툰 4선

좋은 웹툰은 어느새 발 빠르게 영화며 드라마가 되는 시대, 영화화되기 전 먼저 <아레나>에 추천한다. 눈 밝은 영화감독들이 눈독 들이는 4편의 웹툰. 모두 재난을 그린 디스토피아 웹툰이라는 것이 징후적이다.

UpdatedOn August 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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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극야> 글 운, 그림 한큰빛 / 네이버

한·중·일 대원 75명이 근무 중인 남극 기지. 기지 밖은 장장 4개월 내내 밤만 계속되는 극야가 한창이다. 한·중·일 대원들은 협력하되 묘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근무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유성우에서 떨어진 우주 운석 내부에서 외계 바이러스가 발견된다. 그리고 ‘그것’의 연구에 몰입하는 과학자의 광기. 그렇게 그의 다친 손가락에 은밀히 파고드는 바이러스. 이윽고 좀비로 트랜스폼을 시작하는 그 남자….

네이버 일요 웹툰 <극야>는 폐쇄된 공간에서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익숙한 장르 클리셰를 시전하며 시작한다. 일단은, 남극이 배경인 존 카펜터의 불세출의 수작 <괴물>이나 샘 레이미 제작의 <써티 데이즈 오브 나이트>부터 대번에 떠오른다. 남극을 떠나서도, 스페인 작가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의 <차가운 피부>,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까지, 웹툰이 연상되는 레퍼런스는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극야>가 흥미로운 것은, 익숙한 장르 클리셰를 이리저리 변형하며 새로움과 신선함을 추구하되, 장르 팬들의 기호를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오락성과 그림의 완성도를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중·일 대원들이라는, 애증의 국적 세팅에도 불구하고 민족성이나 국가에 대한 편견 혹은 차별적 요소가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그들은 그저 좀비가 되거나 사람으로 남을 뿐, 극한의 지옥도에서 국적 따윈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가만, 그런데 내가 왜 국내외 OTT 회사들에서 침 흘릴 만한 킬러 아이템을 외부에 알리고 있는 거지? 이 글이 실릴 <아레나> 8월호가 발행되기 전에 어서 빨리 전화부터 돌려야겠다.

WORDS 임필성(<마담 뺑덕> <인류멸망보고서> <헨젤과 그레텔> 등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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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좀비딸> 글·그림 이윤창 / 네이버

하루에도 몇십 편씩 연재되는 수많은 웹툰들 사이에서 자기 취향의 웹툰을 찾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이하 <좀비딸>)을 보기 시작한 건 좀비물 마니아로서 일종의 의리 때문이었지만, 금세 알게 되었다. 너무나도 내 취향이라는 걸.

대규모 좀비 사태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 군상을 다루는 좀비물과는 달리, <좀비딸>은 좀비 사태가 진압되고 난 후를 주요 배경으로 한다. 여기서 기막힌 것은, 주인공 ‘정환’이 좀비가 된 딸 ‘수아’를 포기하지 않고 고향집에 숨겨놓은 채 몰래 보살피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참신한 설정은 작품 전반을 이끄는 힘이다. 야생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좀비 수아는 조금씩 길들여져 평범한 중학생처럼 학교도 가고 친구도 사귀지만, 정체를 숨기기 어려운 사건들이 벌어지며 위기를 맞는다.

좀비를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됨을, 부성애를 이야기하는 작품이기에 때론 감동적이고 진지하지만, 무엇보다 <좀비딸>의 가장 큰 매력은 능수능란한 코미디 센스다. 좀비 딸에게 물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장면에서도 할머니의 효자손 비기로 상황을 넘기는 등, <새벽의 황당한 저주> <기묘한 가족>처럼 클리셰를 비트는 센스뿐 아니라,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작가의 뻔뻔한 유머는 보는 내내 실실거리며 웃게 만든다. 그리고 <좀비딸>을 이야기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주인공들이 키우는 고양이 ‘김애용’. 인간과 좀비 사이에서 감초처럼 존재하는 이 요상한 존재는, 나로 하여금 ‘카톡’ 이모티콘까지 사게 만들었다. 이 웃기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김애용은 작가가 작품 후기에서도 밝혔듯 최고의 한 수였다.

영화감독으로서 이 웹툰의 영화화에 대해 고민해보자면, 실사 영화로 원작의 재미를 다 살릴 수 있을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독자의 악성 댓글을 대사로 써먹는 작가의 영민한 유머라든가, 이야기 진행과는 전혀 상관없는 방향으로 튀어버리는 엉뚱한 에피소드는 웹툰이라는 공간에서 독자와 호흡할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K-좀비’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한국 영화계에서 좀비를 소재로 한 엉뚱하고 감동적인 코미디 영화를 노리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래서 언젠가 <좀비딸>을 영화화, 드라마화하게 된다면, 부디 ‘김애용’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 또 강조하며 ‘팬심’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WORDS 백승화(<오목소녀> <걷기왕> 등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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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닭은 의외로 위대하다> 글·그림 미역의 효능 / 다음카카오

재난 상황이 닥치면 나는 고양이와 함께 도망칠 수 있을까?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좀비가 창궐한 세계에서 30대의 비혼 여성과 열다섯 살 노묘는 먹이사슬의 최약체일 테니 말이다. <닭은 의외로 위대하다>의 주인공은 비장애인 젊은 여성과 장애인 노인 여성, 고양이, 그리고 암탉이다. 세계가 멸망해가는 것치고 그림체가 지나치게 귀엽지만,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 속 최약체들이 어떻게 연대해나가는지 따뜻하게 그려낸다.

<부산행>과 <킹덤>으로 시작한 K-좀비 열풍은 코로나19 시국에도 여전히 뜨겁다. 지난달 개봉한 <#살아있다>의 관객 수는 1백78만 명을 넘었고, 올여름 <반도>가 개봉할 예정이다. 활약의 주역들은 대체로 신체 건강한 남성이었다. 그러나 <닭은 의외로 위대하다>는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한 이들을 전면에 등장시키기에 매력적이다. 좀비물의 장르적 컨벤션을 비켜가는 설정 속에서, 주인공들은 육탄전 대신 심리전을 택한다. 인육 시장에 비싸게 팔리는 젊은 여성을 납치하기 위해 인간 사냥꾼이 들이닥치면, 여성들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티를 내기 위해 큰 사이즈의 위장용 신발이 등장한다. 문밖을 서성이던 인간 사냥꾼들은 한참 토론을 하다가 이내 돌아간다. 이는 좀비 세상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기에 씁쓸한 웃음을 남긴다. 비싼 제작비를 들여 유혈이 낭자하는 특수분장을 하고, 떼거지로 몰려드는 좀비와 끝없이 질주하는 액션 없이도 긴장감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영화 배경으로 활용했을 때, 연출자는 현실 세계에서는 마주하기 어려운 문제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 웹툰이 주목하는 부분은 좀비가 창궐하기 전부터 이미 디스토피아 세상에서 살아온 두 여성과 두 동물의 현실이다. 장르물이 단순히 유희 거리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를 거울처럼 비추는 데 의의가 있다면, 웹툰 <닭은 의외로 위대하다>를 영화로 만나보고 싶다. 이 작품 속 최약체들은 지금껏 K-좀비물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스크린에서 새로운 의미를 지니는 캐릭터가 될 것이다.

WORDS 마민지(<버블 패밀리> 등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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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유쾌한 이웃>(<유쾌한 왕따> 2부) 글·그림 김숭늉 / 레진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대지진이 일어난다. 사방이 쑥대밭이 된 가운데, 무너지지 않고 꿋꿋이 버티고 선 아파트 한 채. 이곳이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의 배경이다. 이 작품은 수많은 디스토피아물에서 다루어온 전체주의와 독재, 계급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주 무대가 아파트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한국 사회 이야기하기에 아파트만 한 곳이 또 있을까?

야만의 시대가 된 한국 어딘가,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 한 동에 모여 사는 사람들. 주민은 스스로 선택받았다고 말하고, 외부인을 바퀴벌레라 내쫓는다. 다른 삶의 가능성에 대해 상상할 에너지, 시간 따위는 없다. 먹고사니즘만이 가장 중요한, ‘생산성’만을 일 순위의 가치로 여기는 세상. 생산성이 낮은 약자들을 신경 쓸 겨를은 당연히 없고, 배급 순위가 밀린 이들은 굶주린다. 상상력이 거세된 사람들이 모인 아파트는 점차 병들어간다. 이는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아파트(한국 사회)의 수직, 획일, 폐쇄적 환경은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 또한 표준화시킨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외모와 나이에 집착하고 9 to 6 직장인이 되기 위해 애쓴다. ‘가성비’ 좋은 ‘생산성’만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된 시대. 실익만을 따지는 세대는 점차 기득권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상상력과 공감 능력이 없는 인간이 되어간다. 하지만 이러한 세상에 오히려 효율성의 곡선은 하강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생산성에 종속된 로봇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점점 획일화되고 편협해지는 세상에서,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아니 적어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세상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자연스레 이 작품에 관심이 흘러갔고, <유쾌한 이웃>이 올라와 있는 레진코믹스의 형제 회사인 레진스튜디오와 함께 영화화를 진행 중이다. 어라? 하시는 분들. 맞습니다. 기승전 차기작 홍보 글이었습니다. 기대해주세요.

WORDS 엄태화(<가려진 시간> <잉투기> 등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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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예지

2020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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