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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해변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방이, 그리고 각자의 해변이 있다. 사진가, 에디터, 소설가, 시인이 보내온 바다에 대한 기억.

UpdatedOn June 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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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에다곶, 오키나와

여기 아닌 어딘가의 바다에 대한 첫 기억은 그때였다. 몇 년 전, 소중한 사람과 함께 섬으로 여행을 떠났던 3월. 한국이라면 봄이었겠지만 오키나와의 계절은 여름에 성큼 가까웠고,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거리에는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적힌 간판이 늘어서고 낯선 냄새가 풍겼다. 처음 떠난 해외여행이라 조금 떨렸지만, 혼자가 아니기에 괜찮았다. 우리는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가장 가까운 바다인 마에다곶으로 향했다. 모든 게 처음인 그때, 나는 그 시간을 영영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 가방에 노트와 펜을 챙겼다. 평소에 글을 자주 쓰지 않지만 어쩐지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청명한 하늘과 아득하게 푸른 바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모래 알갱이 위에 앉아, 같은 눈높이로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흔들리는 물빛과 파도 소리,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지만 애써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늘 바라왔던 이 모습으로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좋았다. 뜨거운 햇빛은 계속해서 바다를 비췄고, 나는 이 시간을 글로 쓰지 않아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WORDS & PHOTOGRAPHY 박현성(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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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라 로사, 파비냐나

뜨거운 바람이 부는 황량한 섬, 얼어붙고 불타오른 듯 독특한 질감의 바위 해변들, 그리고 어떤 약속에 대한 기억. 파비냐나는 수십만 년간 빙하기와 해빙기를 거쳐 해저를 오르내린 섬이다. 퇴적된 지층이 석회암이 되어 섬 전체가 거대한 채석장이 되었고, 석재들은 메시나로, 로마로 실려가 신전의 기둥들이 되었다.
‘붉은 만’이란 뜻의 칼라 로사에선 뼈처럼 드러난 검은 해변에 칼날 같은 파도가 친다. 거친 암석과 깊게 떨어지는 지형 탓에 난이도 높은 바다인데, 이곳에선 누구도 겁이 없었다. 일곱 살배기 아이부터 팔순은 됨직한 노인까지 용맹한 전사처럼 맨 몸으로 시퍼런 바다에 뛰어들었고, 파라솔도 없이 비치 타월에 누워 몸을 말렸다. 근사하게 그을린 노부부가 파도를 가른 후 깜찍한 타월에 엉덩이를 붙이고 느긋이 쉬는 모습을 보며, 동행인은 저렇게 늙고 싶다 했다.
첫날엔 용기를 내지 못했지만, 다음 날엔 가까스로 입수에 성공했다. 파도 아래 세계엔 높은 성채와 깊은 협곡이 몰락한 유적처럼 빛이 닿지 않는 곳까지 펼쳐져 있었다. 보이지 않는 먼 너머가 아득했다. 해가 지면 마르살라 와인을 마셨고, 해가 뜨면 울퉁불퉁한 해변을 춤추듯 걸었다. 배가 뜨는 날, 동행인은 10년 뒤 여기에 다시 오자 말했다. 이곳을 사랑하게 된 건 처음 배에서 내린 순간부터였다. 아름다웠지, 잊을 수 없겠지, 하지만 세상에 바다가 많고 많은데, 로마에서 팔레르모, 트라파니에서 파비냐나까지 와야 하는 칼라 로사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수십만 년을 퇴적해온 이 섬과 달리, 한 세기도 채 살지 못하는 짧은 인간의 생에서 이미 알고 있는 아름다운 것을 다시 찾는 일과 새로운 아름다운 것을 찾는 일 중 어떤 게 더 귀한 일인지 아직은 모르겠다. 답을 하진 않았다. 10년 뒤에 이 바다에서 그를 다시 만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니까.
WORDS & PHOTOGRAPHY 이예지(<아레나>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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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인트 줄리언스 베이, 몰타

런던의 눅눅한 바람을 귀 뒤로 흘리며, 밤사이 몰타에 도착했다. 작은 섬은 ‘어딘가’로 부를 만했다. 몰타는 시칠리아와 북아프리카 사이라서 어디서든 아득했으니까. 어떤 섬이든 고립, 단절, 분리라는 안락한 정서를 주는데 몰타는 정박지를 비껴 부유하는 어떤 과정 같았다.
목적지가 아닌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기분이어서 마지막 밤은 아쉽게 돌아설 걸 미리 알았다. 묶인 배는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된 영원한 여행자 같았는데, 고개를 휙 꺾으면 그 자리를 박차고 사라질 것 같아 서둘러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섬은 여름의 기준을 자처했다. 열띤 해변에 등을 맞댄 건물 앞에서 나는 완전한 이방인이었다.
고대의 성벽과 햇볕에 바짝 마른 지붕의 끝을 더듬자, 도시는 격침당한 거대한 신전 위에 증축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도시로 우뚝했다. 살갗을 찌르는 햇볕과 마른 바람은 기묘한 들짐승의 날숨 같았고. 몰타는 지중해 섬답게 해변은 풍요롭고, 품을 파고들면 황량해서 대부분의 시간은 바닷가 바위 위에서 보냈다. 아름다운 해변마다 바위를 끼고 유명 호텔 간판이 붙어 있었는데, 그게 좀 분했다. 돌 위에 몸을 구겨 한두 시간쯤 졸면 살은 석류처럼 익었고, 그럴 때마다 심장 박동이 게으른 파도가 될 때까지 바다에 몸을 뉘었다. 밤이 되면 생수 한 병보다 싼 진토닉을 마셨고, 들뜬 청춘처럼 미쳐 날뛰는 골목을 뱅글뱅글 돌아 낡고 지친 호텔로 향했다.
WORDS & PHOTOGRAPHY 오충환(<오티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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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다이 비치, 시드니

남반구의 8월은 경량 패딩을 챙겨 오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만드는 날씨였지만, 저물녘 아이스버그에서 추위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드는 남자를 만났다. 시드니의 상징이자 서퍼들의 파라다이스라고 불리는, 언제나 수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유명한 해안이 단 한 명으로 인해 아주 커다란 여백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세계 모든 사람들의 이동이 일제히 멈춘 지금, 다시 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어딜 가고 싶은지 생각해보게 된다. 아직 못 가본 곳이 훨씬 많으면서 자꾸 예전에 보았던 아름다움을 확인하고 싶다. 잘 있는지, 얼마나 변했는지, 여전히 압도적일지, 또다시 들뜨게 할지. 그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얼마 전 뉴사우스웨일스 산불로 인해 잿빛이 되어버린 본다이 비치의 사진을 보고 가슴 아플 정도로 걱정스러웠기 때문인지 종종 아이스버그가 있는 시드니를 떠올린다. 수영을 더 잘할 것 같지도 않고 서핑을 즐길 생각도 여전히 없지만, 언제나 안위를 확인하고 싶은 바다가 있다.
WORDS & PHOTOGRAPHY 정멜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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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도, 베니스

2년 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 참가하며 수상버스로 15분 정도 들어가야 하는 리도섬에 머물게 됐다. 아직 휴가철이 아니어서 해변은 고요했고 열지 않은 식당도 많았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섬을 일주했다. 서너 시간이면 섬의 끝까지 갈 수 있었다. 과거를 품은 베니스나 무라노와 달리 리도는 현대적이었다. 현대라고 해봤자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20세기 중반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고전적인 역사를 품은 관광지도 아니고 최신 유행도 아닌 중심에서 약간 비켜난 위치. 그 때문인지 리도는 시간의 밖에 홀로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해변에는 늙고 노쇠한 백인들이 드물게 있었고 그들은 오래된 유럽 영화의 등장인물처럼 느릿하고 흐릿했다.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주유소는 적막했지만 바람과 햇살이 매일 청소하듯 깨끗했다. 나는 해안가의 도로와 별장 사이 골목, 작은 운하를 따라 자전거를 달렸다. 파도 소리, 바람 소리, 자전거 페달 소리만 들렸다. 높다란 가로수가 우거진 길을 통과해 도착한 섬의 끝에는 공동 묘지가 있었다. 나는 바다가 보이는 묘지를 산책했고 돌아오는 길에 홀로 서 있는 성당을 발견했다. 문틈으로 현악기 소리가 들렸다. 성당 안에는 실내악을 연습하는 현악 4중주가 있었다. 성당 의자에 앉아 잠시 그들의 연주를 감상했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해안가 도로를 지나 숙소로 돌아오는 동안 아무도 만나지 못했고 어떤 소리도 듣지 못했다.
WORDS & PHOTOGRAPHY 정지돈(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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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없는 해변, 코사무이

이름도 없는 섬에 가본 적이 있다. 촬영차 갔던 코사무이의 리조트에서 소유한 아주 작은 섬이었다. 코사무이에서 배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그 섬은 낮에만 들어갈 수 있었다. 해수면이 매우 얕고 고요해, 아무리 깊이 들어가도 물 위를 걷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늘이 바다를, 바다가 하늘을 비추었고 거기엔 어떤 경계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많고 많은 바다 중 이름도 없는 그 바다가 기억에 남았다.
WORDS & PHOTOGRAPHY 김희준(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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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리 비치, 코창

해변에 가까이 가겠어, 온통 그 생각뿐. 여름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성격 탓에 코앞에 닥친 여름을 두고 2018년 5월 남국으로 떠났다. 비행기 두 번, 배 한 번. 어렵사리 도착한 섬의 이름은 코창, 태국 국립 휴양지로 지정될 만큼 목가적인 섬이다. 이 섬을 고른 이유는 관광객이 적다는 것. 이름처럼 무구하고 고독한 매력의 론리 비치를 정면으로 마주한 곳에 숙소를 잡았다.
눈뜨면 자석처럼 이끌려 론리 비치로 나갔다. 해변의 중심엔 부서진 나뭇가지를 모아 만든 것처럼 보이는 바가 있었다. 길게 쭉 뻗은 해변을 통틀어 살아 움직이게 하는 건 나, 바 점원, 비치보이, 이 바다의 주인과도 같은 이름 모를 개 한 마리, 그리고 옆자리 북유럽(사람으로 추정되는) 여자 관광객뿐. 해변을 통째로 빌린 듯한 충만함도 잠시, 론리 비치의 고독함은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다음 날도 바에 가서 맥주를 주문했다. 첫날과 같은 사람만 해변에 있었다. “넌 이름이 뭐야?” 북유럽 여자였다. 청명한 하늘색 눈. 그는 스스로 히피라고 소개했다. 욕심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산다고, 이 섬에 온 것도 흘러온 것이라 했다. 밤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겨우 8시인데, 론리 비치는 암전이라도 된 것처럼 깜깜해졌다. “수영할래? 밤바다에 빠지면 좋거든.” 그는 수영복을 입지 않은 탓에 머뭇거리는 나를 힐끗 보고는, 훌러덩 벗고 바다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나도 주섬주섬 옷을 벗고 따라나섰다. 이 해방감은 뭐지? 한참을 두둥실 떠다녔다. 대화는 거의 나누지 않았다. “좋지? 나는 매일 이렇게 살아. 걱정도 없고.” 잠시 후 북유럽 여자는 떠났다.
다음 날 아침, 이제는 당연하게 론리 비치로 갔다. 어제처럼 맥주도 시켰다. 한 병, 두 병, 세 병…. 북유럽 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흘러간 걸까? 생각해보니 이름도 묻지 않았다. 그때 마침 바 점원이 이런 말을 건넸다. “유럽 사람들은 코창을 ‘청춘들의 고독한 휴식처라고 부르는 거 알아?” 론리 비치는 어제와 달라진 게 없었고, 나는 흘러가지 않고 같은 자리에 있었다.
WORDS & PHOTOGRAPHY 양보연(<데이즈드>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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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아몬드 비치, 아이슬란드

코로나 이전의 세계에서 타국을 유람하던 날들 중에 탐험가의 마음으로 다녀온 아이슬란드가 있다. 차가운 나라에서 네 번째 밤을 보내고, 설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을 나와 한참 달렸다. 다이아몬드 비치. 목적지에 가까워지며 얼어붙은 차창은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눈 나리는 해변 풍경을 담았다. 검은 해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어둡고 흐린 하늘 아래 서서 바다를 멀리 둘러보았다. 빙산에서 떨어져 나와 표류하는 빙하들이 큰 파도에 밀려와 모래 위에 보석과 같은 모양새로 불규칙하게 흩어진 모습이 생경했다. 검은 모래에 박힌 얼음 결정을 보았다. 태양 빛이 얇고 투명한 빙하를 통과하며 푸른색을 띠었다. 나와 같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맞을까 의구심이 드는 커다란 빙하 앞에서 차가워진 손바닥을 붙여보았고, 설명하기 어려운 생소한 감정으로 손을 떼어낸 뒤 무언가에 이끌린 듯 해변을 걸었다. 버석거리는 검은 모래에 남는 발자국을 돌아보며, 이곳은 아이슬란드의 설화에 따라 요정의 마법에 걸린 건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는 동안 검은 모래와 얼음 조각으로 덮인 해변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찾아올까. 아이슬란드 요정들은 여전히 다이아몬드 비치를 맴돌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밤엔 구글 맵스의 스트리트 뷰 속 타인의 발자취와 함께 다이아몬드 비치를 산책한다.
WORDS & PHOTOGRAPHY 하혜리(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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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일대, 포항

그때 우리는 분명 다섯이었는데, 자꾸 여섯으로 기억하곤 한다. 대부분 우리는 여섯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 밀려오는 것과 밀려가는 것의 바깥에서 어떤 부재는 환상으로 채워지고 만다.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하얀 거품 같은.
그날 우리는 먼 바닷가 도시에 있었다. 우리는 게를 먹었다. 게는 다리가 길고 커다랬다. 게를 먹은 것은 우리 중 한 명을 뺀 나머지였는데, 그 한 명은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다고 했다.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은 넷이었지만 다섯 같기도 했는데, 은색의 긴 도구를 이용해 게 살을 발라 먹었다. 낯선 도시의 낯선 식당에서 배를 채운 우리는 가까운 바닷가로 나갔다. 그곳은 해수욕장이었으나, 수영을 하거나 선베드에 누워 볕을 즐기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저녁의 해수욕장에서 조개껍데기를 주웠다. 서로의 이름을 적었다. 파도를 쫓아갔다가 이내 쫓겨나왔다. 무언가를 훔치는 사람들처럼. 조용히. 거리를 두고. 웃지도 않고. 나는 우리의 수를 세었다. 모두 있었지만 한 사람이 부족했다. 여섯인 것 같은 다섯. 하지만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 이 낯선 바닷가 도시에서 내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발바닥에 밟히는 돌멩이 하나 같은 것이어서, 나는 그것을 주워 들었다. 도무지 이런 바닷가에 있을 것 같지 않은 매끈하고 가벼운 돌멩이. 그것을 주머니에 챙겨 넣은 것은 의도한 일이 아니었다. 숫자가 하나 부족한 것 같아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저녁이 점점 더 짙어져가고 바다는 더욱 까매지고. 우리 얼굴 역시 짙어지고 까매져갔다.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저녁이란 참 이상하기도 하지. 저물녘 엄마가 찾는 소리에 모여든 아이들처럼, 그때 우리는 다가오는 것인지 물러나는 것인지 모를 수평선 저 너머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돌아갈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무도 입 밖으로 그런 말을 내뱉지 않았지만, 모두 알고 있었다.
WORDS & PHOTOGRAPHY 유희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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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페아 비치, 칼라브리아

트로페아는 신들의 해안을 따라 펼쳐진 해변 위 언덕에 자리한 매력적인 도시다. 해변 위로 거칠게 솟은 절벽과 그 위에 세워진 도시의 광경은 압도적이었다. 세월이 쌓이며 도시 자체가 자연이 된 것 같았고, 동시에 절벽이 또 하나의 건축물로 보이기도 했다. 신선한 과일을 먹으며 보았던 지중해 수평선 아래로 꺼지는 태양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언덕 위 건물들 사이사이 좁은 골목 굽이굽이로 식당들이 많은데, 아무 정보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들어가면 그곳에서 내 인생 파스타와 젤라토는 모두 갱신되었다. 절벽을 따라 한참 걸어 내려가면 비현실적으로 투명한 바다와 새하얀 모래가 절벽과 함께 있어, 이곳이 왜 신들의 해안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다. 신들의 해안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어 작은 무동력 보트를 빌렸다. 바다로 나가던 길, 작은 절벽 위 태양을 닮은, 청춘이라 부르고 싶은 친구들을 보고선 바로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렀다. 전 세계적 팬데믹으로 여행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들 한다. 언제 다시 이런 새로운 경험을 하고 담을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립다.
WORDS & PHOTOGRAPHY 곽기곤(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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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예지

2020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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