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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담근 體체

빌딩숲이 아니다. 푸른 정글, 황량한 사막, 자연에 안착한 미술관들.

UpdatedOn May 21, 2020

3 / 10

 

더 트위스트

 Jevnaker, Norway
란셀바강의 양쪽으로는 무한한 수풀이 이어진다. 수풀을 따라 걷다 보면 강 한가운데에 다리 역할을 하는 거대한 구조물이 놓여 있다. 초록빛 숲 사이에 놓인 새하얀 구조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2019년에 문을 연 갤러리 더 트위스트다. 한 번 비틀어놓은 모양이 독특하다. 외벽은 알루미늄 패널을 이용해 책이 빼곡하게 꽂힌 책장을 형상화했다. 패널이 촘촘하게 줄지어 있어 벽을 종이 삼아 접어놓은 것도 같다. 갤러리의 중심에는 커다란 유리창을 내었다. 유리창은 구조물의 비틀어진 부분에 박혀 있어 크기가 다양하다. 비튼 부분으로 갈수록 창도 작아진다. 창이 지붕까지 이어져 있어 햇빛은 각도에 따라 다르게 전달된다. 더 트위스트는 내부도 온통 하얗다. 그래서 작품이 더 선명하게 눈에 띈다. 수직으로 뻗은 복도는 소용돌이처럼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복도를 따라가면 전시관으로 이어진다. 영국의 현대 미술가 하워드 호지킨의 전시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동시대 미술 작품들을 소개한다. 전시 관람 후 나오면 유리창에 외부 조경이 파노라마 뷰로 펼쳐져 마치 또 하나의 전시를 감상하는 듯하다.

PHOTOGRAPHY Laurian Ghinitoiu
위치 Samsmoveien 41, 3520 Jevnaker
관람 시간 11:00~17:00

3 / 10

 

부하이스 지올로지 파크

 Sharjah, United Arab Emirates

부하이스 지올로지 파크는 아랍에미리트의 광활한 샤르자 사막에 위치한다. 사막에 덩그러니 놓인 갤러리라니. 낯설다. 모래 언덕을 등진 채 유선형으로 이어진 길 끝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공간의 역할에 따라 작고 크게 나뉘어 구조물의 크기가 다양하다. 모래 폭풍만이 흩날리는 척박한 사막을 가득 메우는 듯하다. 낮에는 구릿빛으로 빛나고 밤에는 주홍빛 조명이 모래 언덕을 비춘다. 이곳엔 65만 년 전부터 해양 화석들이 쌓여왔는데 부하이스 지올로지 파크는 화석의 모양을 닮았다. 갈라진 선들이 중심으로 모여 봉오리진 형태의 지붕, 건물의 둥그런 모양새가 그렇다. 외벽에는 금속을 입혀 금빛 샤르자 사막에 자연스레 스며들도록 했다. 외부 디자인은 햇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모래와 조화를 이룬다. 자갈밭에서 솟아난 것 같은 철제 다리로 들어서면 부하이스 지올로지 파크 전시관이 이어진다. 이름에 걸맞게 지질학적 연구들을 전시한다. 다양한 화석과 암석들을 만져보고 탐구할 수 있다. 사막에 박힌 암석들을 관측하는 망원경도 있다. 전시관 외의 공간으로는 카페테리아가 있다. 카페테리아 밖으로 길게 늘어진 테라스에서 바라본 대지는 경이롭다.

PHOTOGRAPHY Marc Goodwin
위치 Sharjah, United Arab Emirates
관람 시간 09:00~19:30

3 / 10

 

아트 갤러리 카투카바

 São Paulo, Brazil
브라질의 아트 갤러리 카투카바는 자연에 안겨 있다. 구조물의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푸른 숲이 울창하다. 주변의 잔디에는 작은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고 나무들 사이에는 해먹이 매달려 있다. 피크닉을 자극하는 공간이다. 갤러리와 이어진 길을 따라 나오면 작은 강을 마주하게 된다. 흘러가는 물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만이 공간을 채운다. 아트 갤러리 카투카바는 브라질 식민지 시절의 농가를 표현한 갤러리다. 각진 모서리, 높이와 너비. 공간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황금비를 갖췄다. 여러 개의 창은 철재로 만들었으며 외벽은 벽돌을 쌓아 완성했다. 입구나 출구를 위한 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부에서 바라본 파란 창으로는 푸른 잔디와 나무들이 액자 속 사진처럼 선명하다. 외부에선 창을 통해 전시 작품들이 눈에 박힌다. 갤러리의 지지대는 대나무가 되고 한편에는 지붕을 뚫고 자라난 나무 한 그루가 우두커니 서 있다. 개방적인 디자인으로 외부와 차단되는 요소가 없어 풀 향을 맡으며 작품을 감상한다. 감각적인 경험이다. 아트 갤러리 카투카바는 소규모 갤러리다. 작품이 많은 건 아니다. 사진 열 점 정도. 하지만 매번 변화를 줘 지루하지 않다. 사진 외에도 나무를 깎아 만든 조형물, 가구, 그리고 현대 미술 등을 작지만 다채롭게 전시한다. 매연을 피해 순수한 휴식을 느끼고 싶다면 아쉽지 않은 곳이다.

PHOTOGRAPHY Nelson Kon
위치 Catucaba, State of São Paulo, Brazil
관람 시간 09:00~18:00

3 / 10

 

필럭스 랩

 Mérida, Mexico
나무들이 줄지어 하얀 돌담장을 속에 품고 있다. 그리고 돌담장은 필럭스 랩을 품었다. 필럭스 랩에 들어서면 커다란 야자수 한 그루가 반긴다. 이곳은 시선을 떼기 힘든 섬세한 디자인 요소들로 이루어졌다. 벽의 모서리에는 사각형 구멍들이 규칙적으로 있어 햇빛이 통과하면 반대편 벽에 기하학적인 그림자를 만든다. 벽화 같은 풍경을 그려낸다. 건물 측면에서 솟아난 곡선 계단은 지면에서부터 2층으로 가로지른다. 뒤편으로는 산책로가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구조적으로, 또 디자인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했다. 유카탄반도의 전통적인 건축을 파괴하고 트인 구조로 현대적인 건축물의 형태를 갖췄다. 필럭스 랩은 ‘예술 실험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이나 사진, 조형물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다. 작품의 소재는 빛이다. 높은 담장과 하얀 외벽, 천장, 계단은 빛을 사용한 예술을 실험하기에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흰 벽은 새하얀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듯 다채로운 색감의 빛을 흡수하기에 알맞다. 1층에는 다섯 개의 방이 있으며 2층에는 빛과 관련된 서적들로 채운 작은 도서관이 마련되었다. 바닥은 앤티크한 무늬가 모자이크를 이루고 있다. 내부에는 어떠한 조명도 설치하지 않았다. 조명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들을 위한 배려다. 입맛에 맞게 빛을 쏘아 전시를 펼칠 수 있어 예술가들을 위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건축물이다.

PHOTOGRAPHY Tamara Uribe
위치 Mérida, Mexico
관람 시간 06:00~22:00

3 / 10

 

에노우라 갤러리

 Kanagawa, Japan
끝이 보이지 않는 새파란 바다와 하늘이 마주하고 있는 중심에 미래적인 건축물이 우뚝 솟았다. 주변은 온통 하코네산이 둘러싸고 있고 정면에는 사가미 해안이 해를 품고 있다. 에노우라 갤러리는 일본 오다와라시에 위치한다. 일본의 전통적인 건축 형태를 띤 예술 공간이다. 간결한 선, 절제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갤러리는 두 곳으로 나뉜다. 터널 스테이지와 갤러리 스테이지다. 터널 스테이지에는 길게 뻗은 황갈색의 사각형 철제 터널과 평상 같은 하얀 구조물이 있다. 터널에서 바라본 풍경에선 풀과 바다, 하늘이 그러데이션을 이룬다. 갤러리 스테이지는 길이가 1백 미터에 달하는 직선 건물이다. 옆에는 자갈밭이 늘어져 있다. 전시 작품은 갤러리 스테이지에서 감상할 수 있다. 갤러리 내부 한쪽 면은 통유리로 감싸여 있고 나머지 면에는 돌담을 차곡차곡 쌓았다. 돌담 벽에는 일본 사진작가 ‘히로시 스기모토’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내부로는 사진 장인의 작품이 펼쳐지고 외부로는 장관이 펼쳐지는 경이로운 공간이다.

PHOTOGRAPHY Marco Zanta
위치 362-1 Enoura, Odawara, Kanagawa, Japan
관람 시간 09:0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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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EDITOR 정소진

2020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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