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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있어요?

당신의 집에 TV가 있나요? 없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걸요?

UpdatedOn May 11, 2020

잠자리에 들기 전 나와 아내는 각자의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연결한다. 그리고 각자 원하는 프로그램을 넷플릭스로 시청하다 잠이 든다. 그러니 우리 집 거실 TV는 한 마디로 ‘블랙 몬스터’다. 시커먼 존재감을 표출하며 큰 자리만 차지하는 그런 괴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원래 TV는 그를 위해 제작된 프로그램을 보기 위한, 그러니까 방송사가 송출하는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한 일종의 플랫폼이었다. 이게 없으면 컬쳐 트렌드를 따라잡기 힘들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현대의 우리는 ‘스트리밍 라이프’ 혹은 ‘랜선 라이프’라 불리는 시대를 살아간다. 과거의 TV가 재현했던 장면은 온 가족이 옹기종기 둘러 앉아 함께 박장대소하고, 같이 흐느끼는 행복의 어떤 것이었다. 현대의 밀레니얼 Z세대에게 이런 집단적 행위는 무의미한 어떤 것이 되었다. 리모컨을 손에 쥔 가족 내 권력자의 취향에 따라 관심 없는 프로그램을 지켜보며 괜한 시간낭비를 해야 하는 것 자체가 괴로운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들의 육아 편의를 위해 건네 받은 스마트 기기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5인치에서 10인치 사이의 모니터를 가진 영상 재생 장치 속에서 스스로 원하는 콘텐츠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 고착되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속에서 내장된 애플리케이션인 유튜브는 동세대에게 최고의 친구이자 스승이 된 셈이다. 또한 OTT(Over The Top) 서비스 상용화 역시 TV란 존재를 점차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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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텔레비전? 그게 뭐야?

    공중파라 불리던 전통적 방송사, 종합편성 채널, 케이블 채널들 또한 수익률을 위해 자신들의 콘텐츠를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등과 같은 OTT 서비스에 함께 제공하는 형국이 되었다. 그렇다면 굳이 TV 프로그램 방영 시간에 맞추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콘텐츠에 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현실이 된 셈이다. 현재 한국에는 미국만큼 많은 OTT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유튜브 프리미엄 정도다. 미국에는 대략 73개에 달하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 속에는 셀 수 없을 수량의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엔터테인먼트 쇼 등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대체 어느 OTT에 뭐가 있는지 조차 찾기 힘들 정도다. 미국을 예로 들어보면 한 개의 콘텐츠가 이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7개 정도에 공유되고 있다고들 한다. 그러니까 기존 제작사가 한 편을 만들어 약 7개 스트리밍 서비스에 판권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TVN, JTBC와 같은 떠오르는 채널의 콘텐츠들이 넷플릭스에도 있고, 왓챠플레이에도 존재하게 되었다. TV의 기능이 유명무실해짐에 따라 이와 같은 OTT 서비스의 비중은 점차 확장될 전망이다.

  • OTT 오리지널이 대세

    이제 ‘TV가 사라졌다’라는 명제는 가시화되고 있고, 점차 그렇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가 아는 클래식한 개념의 TV는 분명 사라졌지만 그 속에 존재하던 콘텐츠들은 손 안의 TV라 불러도 무방할 모바일 기기 속으로 들어왔다. 그러니까 이는 일종의 인식론적 전환에 따른 결과인 셈이다. 방송사가 만들고 송출하던 일을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 채널이 더 힘있게 해내었고, 다시금 엄청난 투자 자본으로 밀어붙이는 OTT 플랫폼으로 계승되었으니까. 이제 OTT는 기존 콘텐츠를 자신들의 플랫폼에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자신들의 오리지널 제작 작품을 더욱 강하게 어필한다. 최근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한국형 좀비 드라마 <킹덤> 시즌 2가 그 대표적 사례다. 가장 최근에는 <인간수업>이라는 드라마도 있다. 이 작품의 제작사인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작품 홍보를 TV 채널에서 실행한다. 이쯤이면 완전히 전세가 역전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률 30%에 육박하면서 종합편성 채널 중 하나인 TV 조선을 핫한 채널로 등극시킨 <미스터트롯> 역시 넷플릭스 등을 통해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제 콘텐츠를 만드는 모든 이들은 수익 창출의 창구로서 이와 같은 OTT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국내 OTT의 확장

이와 같은 OTT 플랫폼이 전 세계적으로 자리를 잡아나감에 따라 국내 방송사 및 채널들도 이에 맞불 놓을 셈으로 자신들의 힘을 잃지 않게 만들 또 다른 플랫폼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공중파라 불리는 KBS, MBC, SBS가 연합하여 만든 OTT 서비스 ‘웨이브(WAVVE)’가 바로 그것. 웨이브 역시 방송 3사의 기존 콘텐츠는 물론, 유명 해외 시리즈, 영화 등이 한 데 어우러져 있다. 2019년 9월 출범 이래 콘텐츠 수를 꽤나 확장한 상태다. 동시에 웨이브가 흥미로운 점은 공중파 3사가 힘을 합쳤기에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채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가 바로 ‘LIVE’ 섹션이다. 이곳에서는 지상파, 종편, 홈쇼핑 채널들의 방송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가능하다. 사실 웨이브는 ‘푹(POOQ)’라 불리던 공중파 스트리밍 플랫폼이었다. 이때는 타 방송사들을 끌어들이지 못했고, 심지어 중계료 문제로 많은 프로그램들이 스트리밍 되지 못해 오래 존속되지 못한 플랫폼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웨이브는 그 때보다는 강력해졌다. 이와 유사하게 CJ ENM이 푹처럼 오랫동안 유지시켜온 ‘티빙(TVING)’ 서비스가 있다. 이 역시 푹처럼 힘을 잃었지만, 근래 JTBC와의 협업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출범시킨다는 것 때문에 웨이브의 대항마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웨이브에서 JTBC가 빠졌기에 이는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결국 텔레비전은 유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OTT 서비스들은 너무 큰 자본과 너무 많은 콘텐츠의 집약체인 해외 OTT를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일지도 모르겠다. 해외 OTT는 현재 넷플릭스만이 국내에 진출해있다. 넷플릭스와 미국에서 전투 중인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 국내 진출 소식은 아직 미정이다(물론 한국에서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긴장해야 할 건 이들을 비롯한 무수한 OTT 서비스의 국내 론칭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이들이 실제로 국내에 법인을 설립할지 아닐지는 결정된 바 없다. 만일 이들마저 한국에 터를 잡는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콘텐츠 경쟁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싶다. 반대로 이와 같은 춘추전국시대의 도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들에게 실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래 전부터 떠들어대던 ‘원 소스 멀티 유즈’를 위한 윈도우가 엄청나게 개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TV는 그 때 그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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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주영
PHOTOGRAPHY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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