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자연스러운 안재홍

안재홍은 어디서든 잘 스며들고, 찰떡같이 붙고 싶다. 그를 필요로 하는 자리에 이질감 없이 자연스레 녹아 있는 것. 그것이 그의 연기법이다.

UpdatedOn May 11, 2020

/upload/arena/article/202005/thumb/44938-412666-sample.jpg

피케 셔츠 라코스테, 팬츠 폴로 랄프 로렌, 선글라스 모스콧, 시계 태그호이어, 스니커즈 컨버스 제품.

최근에 부쩍 잘생겨졌다는 말 듣지 않나?
못 들었는데, 그런가?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잘나가고 재수 없지만 멋있는 PD 역할을 연기하고 나서부터 잘생겨 보인다.
내면이 중요하지. 하하하. 로맨틱 코미디니까 인물의 재수 없는 면모를 좀 더 과장해서 요리조리 가지고 놀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보인다니 다행이다.

초기에 <족구왕> 만섭, <응답하라 1988> 정봉처럼 순수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자주 연기해서 안재홍에게도 그런 이미지가 있다. 사람들이 그 이미지를 기대하고 친근하게 대하지 않나?
그렇다. 길에서 사람들이 날 보면, 되게 반가워들 하신다. 하하하. 날 친근하게 생각해주시는구나 싶을 때가 많지.

사람들이 당신을 호인으로 보는 건 득이 많나, 실이 많나?
실이 전혀 없지는 않지. 하지만 아직까진 득이 많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부터는 못되기도 하고 <멜로가 체질>에서는 멋있기도 한 역할을 연기하는 걸 보니 색다르더라. 기존 이미지를 깨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연기의 폭을 넓혀 다양한 모습을 끄집어내고 싶었던 건 맞다. 근데 그게, 깨야지 한다고 깨지는 건 아니거든. 이제부터 난 변신할 거야, 하며 품에 총 같은 걸 숨기고 다닐 수는 없잖아. 하하하. 단지 작품과 캐릭터에 맞게, 관객이 볼 때 저 배우가 연기한다는 이질감이 안 들게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에서 캐릭터를 잘 전달하는 게 첫 번째지, 내 욕망이 앞서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

그러면 감독들이 다시 정봉이를 떠올리게 하는 역할을 제안해도, 작품이 좋으면 오케이인가?
그럼, 당연하다. 이를테면 <족구왕2>가 나온다? 안 할 이유가 없다. 나는 작품이 먼저다. 물론 같은 온도의 인물을 보여드리는 건 나도 재미없을 테니 잘 변주해보겠지만.

인터뷰에 앞서 안재홍이라는 배우를 처음 만난 광화문시네마의 창립작 <1999, 면회>를 다시 봤다. 좋더라.
나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다. 믹스 커피가 얼 정도로 추운 겨울, 철원에서 합숙하며 촬영한 13회 차 모두 생생하다. 첫 장편 주연작인데 부산국제영화제까지 갔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관객과의 대화를 했다. 마음이 울렁울렁해진 순간들이었다. 그땐 광화문시네마가 이렇게 많은 이들이 좋아해주는 영화사가 될 줄 몰랐다. 진짜 멋있는 사람들과 함께 시작할 수 있어 소중한 기억이다.

그 영화의 승준 캐릭터가 참 좋았다. <족구왕> 만섭, <응답하라 1988> 정봉의 모태가 된 인물 같은데, 안재홍의 연기는 그런 인물을 실존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게 내가 지향하는 연기인데, 그렇게 느꼈다면 다행이다.

어떤 캐릭터든 끌어당겨서 자기화하는 송강호 같은 배우가 있고, 맡는 역할마다 그 인물이 되어버리는 대니얼 데이 루이스 같은 배우가 있다면, 안재홍은 전자를 지향하나?
그랬으면 좋겠다. 하하하. 그게 내가 선호하는 방식이다. 어느 작품에서도 이질감 없이, 진짜같이 하고 싶거든. 잘 스며들고, 찰떡같이 붙고 싶다. 작품마다 맞는 톤을 잘 찾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주성치 영화에서는 그 세계관에 맞는 과장된, 팡팡 터지는 톤을 찾는 게 중요하듯이.

연기한 배역 중 안재홍과 가장 닮은 건 누군가?
<트래블러-아르헨티나>의 안재홍이다. 그게 나다. 하하하.

안재홍은 무던하고 편안한 리더더라.
딱히 동생들이라 챙겨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 같은 여행 메이트지. 성우랑 아홉 살 차이가 나는데, 마음이 잘 맞아서 그런지 나이 차가 느껴지지 않더라. 안재홍 대장이라는 별명은 현장에서는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았는데 편집에서 자막으로 달아준 거다. 하하.

남미는 어떻던가?
뭐 하나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전부 좋았다. 아직 방영되지 않은 회차에 펭귄들이 사는 섬에 갔다. 펭귄들이 놀라지 않게 거리를 두고 조용조용 다녔다. 펭수처럼 크지 않고 수달만 하더라. 휴대폰에 세계 시간을 설정해놓을 수 있잖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해놨다. 가끔씩 보면서 지금 거기는 몇 시겠구나, 어떤 광경이겠구나 상상하곤 한다.

파타고니아에서 한 캠핑은 엄청 고생스러워 보이던데?
텐트가 날아갈 정도로 강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지긴 했다. 근데 너무 안락하면 그 맛이 안 나잖아.

<꽃보다 청춘>에선 아프리카로 가더니. 여행 좋아하나?
거기선 사막여우를 봤는데 이곳에선 펭귄을 봤다. 하하. 엄청 좋아한다. 일상에선 자신을 잘 알 수 없는데, 여행을 가면 나 자신을 객관화해서 현재의 나를 볼 수 있더라.

한동안 여행 못 가는 시대가 될 텐데, 그 아쉬움은 어떻게 풀 건가?
김영하 소설가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를 보고 있다. 읽는 습관을 붙이기 좋은 책이더라. 읽고 나니 에세이 말고 그의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단편 소설집 <오직 두 사람>으로 넘어갔다. 그의 작품을 더 읽어보려 한다.

 

“길에서 사람들이 날 보면, 되게 반가워들 하신다. 하하하.
날 친근하게 생각해주시는구나 싶을 때가 많지.”

 

김영하 소설가 초기작도 좋다. 1999년에 발표한 단편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같은.
잠깐만. 메모 좀.

건국대 영화과에선 어떤 학생이었나? 캐스팅 콜을 엄청나게 받는 학생이었다고 들었는데.
내가 연기 전공 2기인데, 1기 남자 선배들이 전부 군대에 가버려서 그랬다. 하하하. 여름 정기 공연에서 덜컥 남자 주인공이 돼버렸지. 장진 감독의 <서툰 사람들>이라는 작품에서 ‘장덕배’를 맡았는데, 그 역할이 무대에 올라가면 끝날 때까지 거의 안 내려온다. 하하하. 그때부터 조금씩 꿈이 커졌다. 부산에서 올라와 서울에 친구도, 아는 사람도 없으니 학교 앞에 하숙하며 과 생활만 한 시절이었다. 같이 톱질하고 삽질하며 공연 준비하고, 한 학기에 단편 5개씩 찍고, 지금 생각해봐도 열심히 재미있게 보냈다. 연기 전공이지만 연출 수업도 자유롭게 들었고. 대학 생활하면 동아리인데 학부 생활을 너무 열심히 해서 동아리를 못 해본 건 아쉽다. 하하.

어릴 때부터 영화가 좋았나?
집 앞에 비디오 대여점이 있어서 뻔질나게 드나들며 열심히 빌려 봤다. <브레이브하트> 상·하편을 1천5백원에 빌려서 계속 돌려 봤던 기억이 있다. 영화 보는 걸 참 좋아하니까 별 생각 없이 영화과에 갔다가, 오히려 학교를 다니면서 절실하게 이 일이 하고 싶어졌다.

수트·셔츠 모두 던힐, 아이웨어 모스콧 제품.

수트·셔츠 모두 던힐, 아이웨어 모스콧 제품.

수트·셔츠 모두 던힐, 아이웨어 모스콧 제품.

수트·셔츠 모두 던힐, 아이웨어 모스콧 제품.

수트·셔츠 모두 던힐, 아이웨어 모스콧 제품.

수트·셔츠 모두 던힐, 아이웨어 모스콧 제품.

졸업하고 나서도 두 편의 단편 영화를 연출했다. 연출 욕심은 없나?
졸업하고 일이 많이 없으니, 대학로에서 공연할 때 아니면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아이디어를 메모하곤 했다. 그걸 바탕으로 단편을 만들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모여, 우리가 만든 작품을 어둡고 조용한 극장에서 관람하는 경험 자체가 뿌듯했다. 하지만 장편 연출자로서 뭔가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은 아직 없다. 지금 하는 거나 잘해야지. 하하하.

부산에서 올라온 후로 지금까지 자취 15년 차다. 프로 살림꾼이라던데?
맞다.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설거지하면 청소 거리가 나오고, 청소하면 분리 배출해야 하지 않나? 그래도 꽤 좋아하는 편이다. 하루가 금방 간다. 요즘엔 잘 못 가지만, 요리학원 취미반에 다닌다. 월간 스케줄을 보고, 관심 있는 메뉴를 만드는 날에 수업을 듣는다.

같이 듣는 수강생들이 의식하진 않나?
의식하지. 하하. 그런데 한두 시간 같이 수업을 받으며 요리하다 보면 그럴 새도 없다. 어디 다닐 때 사람들의 시선에 크게 구애받는 편이 아니다. 사람들이랑 같이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사이좋게 지내야지.

 

“<엽문> 같은 액션 영화 해보고 싶다.
태권도도 좋고. 배운 적은 없다.
<족구왕> 때처럼 뭐, 연습하면 되지 않을까?”

 

요리의 재미는 뭔가?
먹는 것. 요리는 먹으려고 하는 거 아닌가? 하하하. 혼자 사니까, 내가 만들어서 내가 먹는다. 맛있는 음식 먹는 게 너무 좋다. 자취 초반엔 배달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직접 요리할 땐 소금 세 번 칠 거 두 번 치다 보니 슴슴한 맛이 좋아지더라. 그런 음식이 은근하게 기분을 풀어준다. 요즘 꽂힌 건 에어프라이어에 돌린 고구마를 냉장고에 두고 차게 해서 먹는 것. 당도가 확 올라간다.

영화 취향도 미식 취향만큼 확고한가?
찬찬히 짚어보면, 여운이 긴 영화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기가 막히게 끝났을 때 와! 하면서 다시 생각해보고 곱씹어보게 되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둘이 걸어가는 뒷모습에서 영화가 끝나는 엔딩이라든지, <라라랜드>에서 세바스찬이 미아가 떠난 뒤 다시 피아노를 경쾌하게 연주하는 엔딩이라든지, <시네마 천국>에서 어린 시절 필름들을 보며 알프레도를 추억하는 엔딩이라든지. <결혼 이야기> 엔딩에서 니콜이 찰리의 신발끈을 묶어주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영화의 엔딩만큼 연극의 커튼콜이 주는 여운도 좋지.
너무 좋아한다. 역할에 흠뻑 빠졌던 배우들이 공연을 끝내고 맑은 본연의 얼굴로 돌아와 관객 앞에 나와 인사할 때의 모습이 세상에서 제일 멋있다.

요즘 해보고 싶은 작품은 어떤 건가?
<엽문>같은 액션 영화 해보고 싶다. 태권도도 좋고. 배운 적은 없다. <족구왕>때처럼 뭐, 연습하면 되지 않을까?

/upload/arena/article/202005/thumb/44938-412667-sample.jpg

데님 셔츠·팬츠 모두 리바이스, 시계 까르띠에, 벨트 더블알엘 제품.

/upload/arena/article/202005/thumb/44938-412668-sample.jpg

가죽 재킷 CK 캘빈클라인, 티셔츠 WTAPS, 아이웨어 모스콧, 데님 팬츠·스카프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upload/arena/article/202005/thumb/44938-412663-sample.jpg

수트·셔츠 모두 던힐, 니트 베스트 폴로 랄프 로렌, 아이웨어 모스콧, 스니커즈 반스 제품.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이예지
PHOTOGRAPHY 곽기곤
STYLIST 박태일
HAIR 박상현(제니하우스)
MAKE-UP 이상언(제니하우스)

2020년 05월호

MOST POPULAR

  • 1
    제주도 감성 숙소 베스트 4
  • 2
    이근은 살아남는다
  • 3
    먹고, 입고, 공유하라
  • 4
    정경호 'IN THE ROOM' 미리보기
  • 5
    철학과 취향을 담은 한 잔: 이윤형

RELATED STORIES

  • INTERVIEW

    지금 강다니엘

    지난해 9월 이후 다시 강다니엘이 <아레나>의 카메라 앞에 섰다.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강다니엘은 두 가지 색을 더 보여주었고, 조금 더 여유가 생겼으며, 어조에선 성숙함이 묻어났다. 변한 건 많지만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드는 미소는 여전했다.

  • INTERVIEW

    이준기라는 장르 미리보기

    이준기, 강렬하고 시크한 화보와 진솔한 인터뷰 공개. “지금의 이준기는 과거의 이준기를 넘어설 수 있을까?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만큼 치열한가?”

  • INTERVIEW

    T1 테디, 칸나, 커즈 '라인 앞으로' 미리보기

    T1 테디, 칸나, 커즈의 첫 패션 화보

  • INTERVIEW

    철학과 취향을 담은 한 잔: 히비키 후지오카

    커피 향에는 시간과 노고가 담긴다. 농부의 땀부터 생두를 선별하고 볶아 상품으로 만드는 이들의 가치관까지. 남다른 커피를 세상에 알리는 전 세계 커피 마스터들의 커피 철학을 옮긴다.

  • INTERVIEW

    이경규 · 강형욱 · 장도연, <개는 훌륭하다> 달력 화보 공개

    이경규, 강형욱, 장도연 반려견과 뜻 깊은 활동. <개는 훌륭하다> 달력 화보 공개.

MORE FROM ARENA

  • FEATURE

    영감을 찾아서: 감독 김보라

    영화 한 편, 소설 한 권은 벽돌 하나에 불과하다. 그것들이 쌓이며 성을 이룬다. 작가의 세계는 그렇다. 때로는 인상적인 작품이 성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고, 벽돌의 배치에 따라 기발한 아이디어가 발견되기도 한다. 우리는 작가와 함께 그의 성을 투어하며, 작품의 토대가 된 벽돌들을 하나씩 뽑아 들었다. 지금 각 분야에서 가장 유별난, 돋보이는 작가들의 영감 지도다.

  • INTERVIEW

    틱톡!에서 배우고 틱톡!으로 해봐요!

    생활 속 유용한 정보를 빠르게 얻고 싶다면 #틱톡교실 을 검색해보는 건 어떨까? 궁금했던 것들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이제 멀리 가지 말고 틱톡에서 시작해보자.

  • FEATURE

    엘레이와 라일리의 요트 라이프

    목적지가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다. 목적은 여행 그 자체다. 바람에 의지해 세계를 항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람이 요트를 어디로 이끌지, 무엇을 발견하게 될진 아무도 모르지만 그런 것도 중요치 않다. 눈부신 밤하늘의 별들을 만나고, 망망대해에서 서로만의 존재를 느끼고, 투명한 바다에 뛰어들거나, 돌고래와 유영하며 살아가는 삶. 요트를 집 삼아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자유에 대해 말한다.

  • INTERVIEW

    AB6IX의 네 남자

    어느 것 하나로 모이지 않고 각자 들쭉날쭉한 개성을 지녔지만, 함께 근사한 하모니를 만드는 AB6IX에게 나다운 것이 뭔지 물었다.

  • FASHION

    새 시즌 여덟 브랜드의 인상적 아이템

    지금 막 열어본 새 시즌 여덟 브랜드의 인상적인 아이템.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