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EATURE MORE+

선 넘는 디지털

자동차의 디지털 편의 사양. 내 취향에 맞는 기능만 골라서 구성할 수 없는 걸까?

UpdatedOn May 07, 2020

3 / 10
/upload/arena/article/202005/thumb/44929-412570-sample.jpg

 

 

‘가심비’라니. 이토록 추상적인 상품 기준이 있었던가? 가격대비 마음이 동하는 비율을 뜻하는 가심비는 그 동안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상품에 적용되어왔다. 가심비의 유행을 두고 상술이라고 할 수도 있고, ‘개취’ 시대의 경향성으로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다룰 것은 가심비의 정의가 아니라 그래서 가심비를 차에 어떻게 적용할 것이냐의 문제다.

가심비의 전제는 저렴한 가격이다. 제조 단계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엔진이나 차체 디자인, 소재 같은 것들에 가심비를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나마 만만(?)한 것은 디지털 기능이다. 자동차에 디지털 기능을 탑재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MBUX라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하고 공들여 키우고 있다. 그걸 자랑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크기를 확장하고, 음성인식 시스템도 널리 알리고 있다. BMW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독자적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진화를 이뤄가고 있다. 손가락을 휘저어 볼륨과 재생을 제어하는 제스처 센서 같은 기능이다. 처음에는 어색한데 익숙해지면 괜히 멋있다. 

고급차에만 적용되었던 디지털 기능들이 중저가 차량에도 속속 적용되고 있다. 운전 중에 창문을 내려 달라고 말하면 음성인식 시스템이 창문을 내린다. 온도 조절도 가능하다. 날씨나 뉴스 정보를 말하는 것은 기본이고, 신사동 삼겹살집을 추천해달라는 애매한 주문도 수행한다. 이런 기능이 유용할까? 날씨와 뉴스는 휴대폰으로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정보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아쉽지 않다는 뜻이다. 가짜 맛집이 넘치는 시대에 내 차가 진짜 맛집을 구분하는 변별력을 가졌을까? 그건 좀 의심스럽다. 온도조절은 유용한 기능 맞다. 하지만 인식이 잘 안 된다. 실내 온도 21도로 맞춰달라고 하면, ‘네 알겠습니다’하고는 26도로 맞춘다. 내 발음의 문제겠지만, 여름에 26도로 맞춰지면 덥다 정말 덥다. 또 창문 정도는 버튼으로 내려도 된다. 그래도 음성 인식 기능은 쓸모가 있다. 디지털 계기판은 또 어떤가. 풀 디지털 클러스터라는 이름은 듣기만 해도 멋지다. 계기판이 디지털화되면서 선명하고 화려한 디자인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계기판 배경 화면으로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위치 기반 시스템을 활용해 날씨와 시간대에 맞는 화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마치 아버지의 휴대폰 배경 화면처럼. 노을 질 때는 노을 지는 초원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이게 어떤 감성을 자극하는 걸까? 이미 눈앞에 노을이 지고 있는데, 계기판 시인성이나 높여주지. 라는 요구도 생기곤 한다. 내가 이 옵션을 돈 주고 구입했다고? 후회가 들 때도 있지만, 옵션은 패키지로 묶여있다 보니 어느 하나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저렴한 가격대에서 만족감을 찾으려는 가심비 추종자들의 경우에는 민감한 문제일 수 있다. 

가심비를 자극하는 ‘신박’한 디지털 기능들이 오히려 차의 기본기를 가리는 위장막이 될 수도 있다. 디지털 기능들이 별로라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키나 차량 내 결제 시스템과 같은 디지털 기능들은 나날이 발전 중이다. 최첨단 디지털 기능이 있지만 인식률이나 안전성이 뛰어나지 않다면 제안 정도에 그치는 게 맞을 것이다. 필요한 디지털 기능만 넣고, 필요 없는 디지털 기능은 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을까? 앱 다운 받듯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가심비를 구성하는 시스템이야말로, 이 추상적인 개념을 만족시키는 적정선이 아닐까 싶다.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매거진

MOST POPULAR

  • 1
    용인에서 로마를
  • 2
    이대휘의 우주
  • 3
    펜타곤 후이 'LONG LONG NIGHT ALONE' 미리보기
  • 4
    중무장 아우터들: Mouton
  • 5
    후이와의 겨울 밤

RELATED STORIES

  • FEATURE

    부동산 예능이라는 불안

    고릿적 <러브하우스>부터 최근 <구해줘 홈즈>, 파일럿 예능 <돈벌래>에 이르기까지, 시대가 집을 보는 관점은 TV 예능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헌 집 줄게 새집 다오’에서 ‘세상에 이런 예쁜 집이’를 거쳐 ‘집 살 때 뒤통수 맞지 말자’ 나아가 ‘부동산 부자가 되어보자’까지, TV가 보여주는 구체적이고 선명해지는 욕망 속에서 시청자는 무엇을 채우고 있는 걸까? 대리만족? 투기의 지혜? 그렇다면 그 욕망이 소외시키고 있는 건 뭘까? 사다리가 사라진 서울의 장벽 앞에 망연자실한 세대의 일원이자, <아무튼, 예능>의 저자, 복길이 들여다봤다.

  • FEATURE

    틱톡으로 본 2020년

    2020년 틱톡이 가장 뜨거웠던 순간을 짚는다. 월별로 보는 틱톡 하이라이트다.

  • FEATURE

    4인의 사진가

    라운디드 A 에디션(Rounded A edition)은 고감도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라운디드와 <아레나>가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다. 라운디드 A 에디션에 참가한 사진가 네 명의 목소리와 그들의 작품이다.

  • FEATURE

    너만 인싸야?

    나도 인싸다. 왜 틱톡에 열광하는 것일까.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틱톡 세계에 잠입했다.

  • FEATURE

    틱톡 만드는 사람들

    틱톡의 음원 저작권은 어떻게 관리할까? 재밌는 스티커 기능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매일 틱톡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틱톡 직원들을 만나봤다.

MORE FROM ARENA

  • LIFE

    식물에 관한 명상

    나무와 꽃만큼 쉽고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을까. 자연은 이미 아름답고, 인간은 그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재현한다. 불가해한 자연에 다가서기 위해. 혹은 다가서기를 실패하기 위해.

  • INTERVIEW

    철학과 취향을 담은 한 잔: 이윤형

    커피 향에는 시간과 노고가 담긴다. 농부의 땀부터 생두를 선별하고 볶아 상품으로 만드는 이들의 가치관까지. 남다른 커피를 세상에 알리는 전 세계 커피 마스터들의 커피 철학을 옮긴다.

  • FASHION

    가죽 옷을 위한 밤

    형형한 가죽을 위한 밤.

  • INTERVIEW

    지금 강다니엘

    지난해 9월 이후 다시 강다니엘이 <아레나>의 카메라 앞에 섰다.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강다니엘은 두 가지 색을 더 보여주었고, 조금 더 여유가 생겼으며, 어조에선 성숙함이 묻어났다. 변한 건 많지만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드는 미소는 여전했다.

  • FASHION

    따뜻한 향기들

    선선한 가을에 더 깊어지는 눅진하고 따뜻한 향기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