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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작가 일기 에세이 편

얼마나 큰 행운인지

UpdatedOn May 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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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

남궁인

작가 & 의사
남궁인은 글 잘 쓰는 의사다.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를 돌보며 퇴근 후에는 집에 돌아와 글을 읽고 쓴다. 응급실을 오가는 사람들을 다룬 <만약은 없다>를 비롯해 몇 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에게 의사와 작가로서 코로나 사태로 달라진 일상을 물었다. 그의 삶은 한결같다. 변하지 않은 삶에 대해 ‘행운’ 이라고 말한다.

코로나로 인해 변화된 ‘나의 삶’이라. 일단 내가 무슨 삶을 살았는지 간략히라도 설명해야겠다. 나는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를 보고 있다. 퇴근하면 글을 쓰거나 글쓰기에 동반한 잡무를 처리하는 것까지 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머지는 개인적인 용무를 보거나 취미 생활을 한다. 이 정도가 단순 도식화한 내 삶이다.

일단 병원 일은 많이 바뀌었다. 의료진끼리는 대 코로나 시대라고 부른다. 환자들을 붙잡고 음압 격리와 선별 진료와 방문력과 발열과 호흡기 증상을 따지다 보면 곱절이 넘게 힘들다. 어쩌면 찾아올 수 있는 감염의 위험은 덤이다. 하지만 이 글의 주제는 병원 이야기가 아니다. 또한 직장에 출퇴근하는 삶은 이전과 다를 바 없다.

집에 돌아오면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나는 대 코로나 시대 전방에 서 있는 의료진이다. 의료진이 혹시나 감염된 채 진료하기라도 하면 사회적으로 대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요즘 시대 의료진은 보통 사람보다도 더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절제된 삶을 살아야 한다. 나는 자연스럽게 밀폐된 삶을 살기로 다짐했다. 그것이 사회적인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외출을 삼가고 공공장소나 사람들의 모임을 피해야 한다니 답답한 느낌이 먼저 들었다.

하여간 삶은 이어져야 했다. 일단 집에 돌아왔다고 가정한다. 일단 내 일에는 글쓰기가 있다. 나는 대체로 집에서 글을 쓴다. 어쩌다 가끔 커피숍에 나가지만 곧 피곤해서 돌아온다. 사실 글이 잘 써질까 싶어 나가는데, 항상 똑같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온다. 그래서 그냥 안 가기로 했다. 그다음 일에는 강연이 있다. 정확히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 가는 일인데, 어차피 다 취소됐다. 사실 글쓰기에 부가된 업무에 가까워서 했으나 원래 좋아하는 일까지는 아니었다. 강연이 없으니 후련했고, 시간 여유가 생겨 좋았다.

그다음 취미는 책 읽기다. 나는 대체로 집에서 책을 읽는다. 어쩌다 가끔 커피숍이나 도서관에 가지만 곧 피곤해서 돌아온다. 사실 책이 잘 읽힐까 싶어 나가는데, 항상 똑같다는 것을 알고 돌아온다. 그래서 그냥 안 가기로 했다. 그다음 취미는 술 마시기다. 원래 사회생활이 적어 술자리나 어디 모임이라는 게 한 달에 한 번쯤밖에 없었다. 그것들은 알아서 취소돼서 갈 일도 없어졌다. 그 외에 친구를 만나 술집에 가면 소란스럽고 피곤해서 가끔만 가고, 보통 집에 친구가 놀러 와서 마신다. 그냥 원래대로 소란스럽고 피곤한 외출을 안 하기로 했다. 그다음 취미는 영화 감상이다. 하지만 나는 대체로 집에서 영화를 본다. 집 소파에 누워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원래 영화관은 일 년에 한 번이나 간다. 특별히 줄이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밥을 먹으러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대체로 집에서 밥을 먹는다. 나는 요리를 잘하고, 혼자 밥을 차려 먹는 데 익숙하다. 냉장고에 식재료가 있으면 어떻게든 먹어버려야 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시작되며 식재료를 너무 많이 사두었다. 지금은 집에서 냉장고와 냉동실을 파 먹는 게 편하다. 그다음으로 건반이 취미인데, 건반은 집에 있다. 그다음으로 달리기를 한다. 나는 헬스장에도 안 가고 달리기를 위한 모임도 없다. 신발끈 묶고 문밖으로 나가서 원하는 만큼 뛰다 온다. 코로나 시대라도 이것만큼은 괜찮을 것 같아서 하기로 했다. 운동을 안 하면 오히려 컨디션이 안 좋으니까. 나머지 시간에는 컴퓨터 앞에서 빈둥거리거나 휴대폰을 들고 빈둥거리거나 잠을 잔다.

이런 방식으로 현재 두 달쯤 살고 있다. 그렇다. 사실 나는 그전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 내 삶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사회적인 책무도 있지만, 나는 원래 이렇게 살았다. 외출을 더 자제한다는 것 외에 달라진 점이 거의 없고, 오히려 핑계 댈 것이 많아서 편해졌다. 하지만 끝없이 편해지려 할 때는, 가끔씩 뉴스를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곳에는 일상이 완전히 파괴된 사람이 다수 출연하기 때문이다. 나는 달라지지 않은 일상을 보내면서 사람들의 건강과 무탈을 빈다. 그러면서 ‘원래도 이렇게 살았다’가 얼마나 큰 행운인지, 가끔씩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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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GUEST EDITOR 정소진
EDITOR 조진혁, 이예지, 김성지

2020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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