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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에 모터쇼가 필요해?

UpdatedOn April 21, 2020

제네바 모터쇼가 취소됐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 베이징 모터쇼에 이어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축제가 잇따라 취소되는 추세다. 홍보 창구가 막혀 기술력과 신제품을 선보이지 못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정말일까? 모터쇼 안 한다고 제조사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까. 모터쇼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자동차는 모터쇼보다 가전 박람회인 CES에서 더 주목받는 시대다. 모터쇼가 아니어도 온라인으로 충분히 홍보가 이루어진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2020년대에 모터쇼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전 세계 경제가 휘청인다. 자동차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눈에 들어오는 피해는 모터쇼 취소다. 3월 초 열기로 한 제네바 모터쇼는 개최 3일 전 취소됐다. 4월 초 시작할 뉴욕 오토쇼가 취소되고 4월 말 열릴 예정이던 베이징 모터쇼가 무기한 연기됐다. 5월 말로 잡힌 부산 모터쇼는 연기나 취소 이야기는 없지만, 영향을 받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모터쇼의 취소나 연기는 흔한 일이 아니다. 늘 해오던 커다란 행사에 변동이 생겼으니 조직위원회나 참가 업체, 관람객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요즘 모터쇼를 떠올리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인기가 시들해서 위상이 예전만 못 하다는 이야기가 몇 년 전부터 꾸준하게 돌았다. 과거 모터쇼는 관련된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부정적인 효과가 눈에 띄게 커졌다. 업체들은 이득이 별로 없고, 관람객은 예전보다 보는 재미가 줄어들었다. 부정적인 영향을 받던 누군가에게는 취소나 연기가 오히려 잘된 상황일지도 모른다.

잘나가던 모터쇼에 왜 부정적인 면이 생겼을까?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모터쇼 인기 하락의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가장 큰 원인은 예전만큼 재미있지 않아서다. 모터쇼는 흐름이 있다. 몇 년을 주기로 시장의 트렌드를 예고하거나 반영한 주제가 모터쇼 흐름을 형성한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모터쇼 흐름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전동화가 이뤄지고 자율주행과 친환경이 대세를 이루면서 그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들 분야는 실제 자동차보다는 관련 기술의 발달이 더 두드러져서 실제 차 전시를 위주로 하는 모터쇼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 모터쇼가 트렌드를 따르지 못하고 과거 포맷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재미가 덜하다. 오히려 첨단 기술에 초점을 맞추는 전자제품 쇼가 현재 자동차 트렌드에 잘 들어맞는다.

자동차의 전자제품화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자동차 업체들이 모터쇼를 등지고 전자제품 쇼를 찾는다. 모터쇼는 차 보러 가는 재미가 크다. 평상시에 접하기 힘든 차를 볼 수 있어야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런데 요즘에는 모터쇼의 흐름이 변해 예전만큼 볼 만한 차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모터쇼는 콘셉트카나 신차를 공개하는 자리다. 예전에는 공개 전까지 비밀을 유지했지만 요즘에는 모터쇼 전에 신차 정보를 공개해 현장에서 흥미가 떨어진다. 모터쇼는 그저 이미 공개된 정보를 눈으로 확인하러 가는 자리에 불과하다.

자동차 업체는 콘셉트카를 선보여 비전을 제시하고 신차를 홍보하는 장소로 모터쇼를 활용한다. 많은 예비 고객에게 제품을 보여줘 판매를 촉진하는 효과도 얻는다. 그런데 모터쇼가 시들해지면서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졌다. 주요 모터쇼에 참가하려면 수십억원이 든다. 일 년에 전 세계에서 열리는 주요 모터쇼만 10여 개가 넘는다. 각 지역에서 열리는 중소 규모 모터쇼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모터쇼 참가에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이 만만치 않다. 요즘은 인터넷과 SNS 발달로 모터쇼보다 더 큰 효과를 내는 방법이 많다. 모터쇼에 들일 비용을 효과가 더 큰 다른 채널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업체가 늘었다.

지금 상황만 보면 모터쇼는 당장 없어져도 업체에 큰 타격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모터쇼는 꼭 비용 대비 효과로만 볼 행사는 아니다. 전통적인 모터쇼가 요즘 실정에 맞지 않는다지만, 자동차와 기술을 보여주는 행사는 필요하다.

모터쇼는 자동차 업계의 커다란 축제다. 자동차 전시 외에도 인적 교류가 이뤄지는 장소다. 업계 관계자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트렌드를 확인하고, 미디어들은 모터쇼에서 평소 만나기 힘든 업계 관계자들을 한 장소에서 만난다.

온라인과 SNS가 대세라고 하지만 모든 정보를 그런 식으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 자동차에 관한 정보가 미리 공개돼도, 직접 가서 실물로 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 신차를 동네 전시장에서 보는 것과 여러 업체의 자동차를 커다란 컨벤션센터 한곳에서 구경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저 행사가 열려 차를 보러 가는 상황이 생긴다는 사실만으로도 모터쇼는 존재 가치가 있다.

2020년 당장 모터쇼가 열리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이 생기지는 않는다. 미리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던 터라 수습하는 데 혼란은 좀 있겠지만, 이미 탈 모터쇼가 진행 중이라 충격파는 예상보다 크지 않다. 오히려 모터쇼에 써야 할 예산을 다른 분야로 돌리면서, 마케팅이나 홍보에서 새로운 방식을 활성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래도 올해 모터쇼는 중요하다. 과도기이기 때문이다. 과거 성격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려면 시행착오도 겪어야 하고 새로운 시도도 해야 한다. 효과도 떨어지고 시들해졌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할 시간과 기회는 필요하다.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모터쇼마다 특징이 다르지만, 전동화와 자율주행 등 공통된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차이가 줄어들었다. 중복된다면 개최 주기나 지역이나 성격을 조절해서 관심을 높이든지 해야 한다. 존재 의미를 잃어버린 모터쇼는 과감히 없애야 한다. 모터쇼 숫자가 줄어들면 업체들도 중복 투자를 줄이고 몇 곳에만 집중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취소와 연기가 오히려 모터쇼의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개최하는 곳은 요즘 관람객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을 벌었다. 전통에 묶여 또는 눈치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업체들은 결단을 내릴 기회다. 자동차 산업이 없어지지 않는 한 어떤 형태로든 모터쇼는 계속 이어진다. 모터쇼에 대한 개념과 인식은 시대가 바뀌면 달라진다.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가 모터쇼 체질 변화를 가속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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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202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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