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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itique

명예로운 죽음을 달라

UpdatedOn February 26, 2020

<스타워즈> 시리즈는 SF 명작으로서 명예의 전당에 보관되어야 할 클래식 작품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리즈를 꺼내 앞뒤로 이야기를 덧붙이고 있다. 과거의 프리퀄 시리즈는 오리지널 시리즈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명분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시퀄 시리즈는 비난받으면서도 꾸준히 제작되어왔다.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국 최고의 프랜차이즈 영화답게 흥행은 그럭저럭 괜찮다. 문제는 시퀄의 마지막으로 여겨지는, 이 방대한 대장정을 종결하는, 은하계 대서사가 유종의 미쯤 거두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 대한 팬들의 분노가 미국을 넘어 한국에도 전해질 정도라는 점이다. 왜 <스타워즈>는 명예롭게 잠들 수 없는 걸까.

EDITOR 조진혁

좌초 위기에 몰린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

1977년에 시작된 <스타워즈> 시리즈의 역사는 한마디로 흥망성쇠였다. J.J. 에이브럼스 감독이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로 <스타워즈> 시퀄을 시작하고, 스핀오프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가 뜻밖의 수작으로 찬사를 받을 때만 해도 <스타워즈> 시리즈는 다시 신화를 창조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 쏟아진 악평과 스핀오프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의 흥행 실패로 곧 최악의 분위기로 빠져들었다. 그나마 작년 11월 디즈니 플러스에서 방영된 <스타워즈> TV 시리즈 <더 만달로리안>이 하락세를 막아내고 회복의 조짐을 보였다. 그리고 <스타워즈> 시리즈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2019)가 찾아왔다. 전편의 문제점을 제거한 후 적절히 봉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2010년대 <스타워즈> 시퀄, 즉 에피소드 7~9편은 철저히 비난이나 야유의 대상이 되었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스타워즈> 프리퀄, 특히 에피소드 2, 3편에서 아나킨을 맡은 헤이든 크리스텐슨이 ‘발연기’로 영화를 망친 것과 비교하면 시퀄의 주인공 레이를 맡은 신예 데이지 리들리의 연기는 꽤 안정적이었다. 루크(마크 해밀)의 잠적을 풀리지 않는 모순을 안은 숙명이 아니라 현실 도피로 상정한 것이나 악(어둠)의 축을 담당해야 할 카일로 렌(앰 드라이버)이 다스 베이더에 비해 카리스마가 없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구성 역시 조지 루커스 감독이 직접 망쳐버린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에 비해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시퀄이 이토록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은 전적으로 변화의 딜레마에서 기인했다.

거칠지만 단순하게 정리하면, 시퀄은 기존 <스타워즈> 세계관을 깨트리고 흠집 냈다. 이른바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괘씸죄’에 걸렸다. 물론 여러 약점이 노출되었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궁극적으로 <스타워즈> 마니아에게 마치 신앙처럼 숭배되던 포스를 건드린 것이 화근이었다. 루커스 필름의 대표 캐슬린 케네디가 원흉으로 뽑힐 정도였다. 시퀄의 키워드는 놀랍게도 <스타워즈> 신화의 해체였다(포스트 웨스턴이 웨스턴 장르를 스스로 수정하고 뛰어넘은 것처럼 <스타워즈>도 스스로 변화했다). <깨어난 포스>의 주인공인 레이, 핀(존 보예가), 포(오스카 아이작)의 신분이 직접 대변하는 것처럼 여성 전사, 흑인 히어로, 억압받는 이들의 대변자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내밀었다. 이런 권력 이양이나 정치적 올바름은 2010년대 지구촌의 사상이나 가치와 부합하지만, ‘선택받은 소수가 아니라, 누구나 포스를 가지고 있다’는 식의 논리는 결코 지지를 받지 못했다. 포스를 지닌 스카이워커 가문은 소명을 지닌 메시아적 존재였지만, 레이 캐릭터가 성급하게 이 믿음의 지지대를 박살냈다. <깨어난 포스>에서 초짜 레이가 단숨에 제다이의 광선검을 사용하고 카일로 렌과 맞설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지만, 포스로 대동단결한 팬들은 이를 눈감아주면서 레이의 숨은 과거가 드러나면 자연스럽게 퍼즐이 완성되리라 믿었다. 하지만 <라스트 제다이>는 이를 정면으로 배반했다. 많은 이들이 레이의 과거(숨겨진 진실)나 “I’m Your Father!” 같은 명대사를 기대했지만, 그녀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전개는 마치 속임수에 당한 것처럼 공허함만 남겼다.

사실 제다이는 중세 유럽의 기사도, 웨스턴 영웅주의(개척 정신), 심지어 낭인(사무라이 세계)의 방황(떠돌이의 나르시시즘) 등이 중첩된 히어로 유형이다. 제다이는 단순히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지금은 사라진 존재(구시대의 가치)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유일무이한 캐릭터다. 약 40년 동안 제다이 워너비로 살아온 마니아에게 누구나 포스를 향유할 수 있다는 제안은 혁명이 아니라 모욕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스타워즈> 시퀄은 프랜차이즈 영화답게 구세대와 신세대 팬들을 모두 확보하고 어필하기 위해 오리지널 <스타워즈> 히어로 3인방 한 솔로(해리슨 포드), 루크, 레아(캐리 피셔)를 등장시켰고 이 전략은 당연히 유효했다. <라스트 제다이>의 야심과 변화는 결과적으로 팬덤의 분열을 낳았지만, 스카이워커 남매에 대한 충성도는 여전했다.

마지막 편의 제목이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라는 점만 봐도 무엇을 노렸는지 알 수 있다. J.J. 에이브럼스가 다시 에피소드 9편의 연출을 맡으면서 신경을 쓴 것은 스카이워커의 부활이었다. 이것은 팬심을 다시 회복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전편의 추락을 반등시키기 위해, 죽어가는 <스타워즈> 시리즈에 인공호흡을 한 셈이다. 와신상담한 덕분에 산소 공급에는 일단 성공한 모양새다. 포스, 제다이, 스카이워커 가문,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우주의 균형을 맞추었다. 엔딩에서 레이가 외치는 자신의 이름(마지막 대사!)이 이 영화의 목적을 분명히 알려준다. 이는 스카이워커(모든 제다이의 정신)를 계승한 ‘정통’이라고 말하는 셈이다. 따라서 전편 <라스트 제다이>의 일탈은 레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으로 치환된다. 수많은 역경을 통해 진정한 제다이로 거듭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완결된다. ‘고쳐 쓰기’의 실패는 ‘다시 쓰기’로 봉합된 것이다. 팬들의 원망이나 영화적 평가와 무관하게 에피소드 9편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관점에서 J.J. 에이브럼스의 구원 전략은 성공을 거두었다. 더 이상 레이의 혈통이나 <스타워즈> 세계관을 문제 삼는 일은 없어야 했기 때문이다. 전편의 숙제를 속편이 책임진 것을 너그럽게 이해한다면 마지막 9편은 8편보다 훨씬 수용 가능한(동시에 영악한) 영화다. 디즈니의 사업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극장 매출이나 디즈니 플러스 채널보다 캐릭터 상품과 테마파크에서 더 큰 수익을 올린다. 극장에서 <스타워즈>의 흥행은 캐릭터 상품과 <스타워즈> 테마 놀이공원의 엄청난 수익을 함께 약속하는 셈이다. 이 모든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추진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스카이워커 사가’를 마무리하는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명분과 자리매김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결국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는 수모를 겪고 팬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지만, 포스가 디즈니와 함께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소 씁쓸한 결말이지만, 그것이 디즈니의 힘이자 자본의 논리다.

WORDS 전종혁(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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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전종혁(영화 칼럼니스트)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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