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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itique

AI 시대에 글쟁이는 뭘 할 수 있나?

UpdatedOn January 30, 2020

AI 활용 영역이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2020년에는 그 영역이 더 확대될 것이다. AI가 나날이 발전하면 문과 출신 직장인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문과 출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남을까. 글 써서 먹고사는 사람들, 책을 직장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AI 시대를 맞이하며 갖춰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

EDITOR 조진혁

인간의 강점을 찾아서

<아레나> 담당 기자로부터 원고 청탁 메시지가 왔다. 언제나 반가운 메시지다. 그런데 그가 준 주제는 무거웠다. “AI 시대에 글쟁이는 무엇을 할 수 있나?라는 주제의 기사인데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필자들을 AI로 바꾸겠다는 <아레나>의 경고 같기도 해서 마음이 복잡했다. 올 게 왔구나. 2020년이라 다르긴 다르구나. 난 아무 계획이 없구나. 여러 상념으로 복잡한 마음이었다. “이세돌 같은 천재도 인공지능한테 안 되는데 내가 뭘 어쩌겠어? 쓸 때까지 쓰다가 쿨하게 멸종해야지.” 내 머릿속엔 위 문장만이 맴돌았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었다. 인공지능이 공격하기 전에 자멸하는 길이다. 상황은 좋지 않다. 인공지능은 바둑을 정복했고 음악을 작곡하며 추상화를 그리고 의사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글쓰기의 영역도 이미 침범했다. 중국의 챗봇 ‘샤오이스’는 2017년 ‘유리창을 잃은 햇살’이라는 시집을 냈다. 나는 저런 제목을 평생 상상해본 적이 없다. 감성적인 영역도 인공지능에게 이미 패배했다.

구글을 비롯한 여러 인공지능 연구소들은 인공지능에게 소설 쓰기를 가르치고 소기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미국 예일대 연구팀에 따르면 2024년을 기점으로 AI의 번역 능력이 인간을 능가하고 2026년에는 고등학생 수준의 에세이 작성이 가능하며 2050년이 되기 전에 인공지능 베스트셀러 작가가 탄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은 일종의 기준점(특이점, Singularity)을 돌파하면 인간이 따라올 수 없는 영역으로 돌입한다. ‘알파고’는 2016년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4승 1패를 기록했지만 1년 후인 2017년에 새로 개발한 ‘알파고 제로’는 학습 시작 36시간 만에 알파고를 이겼고 72시간 후에는 알파고에게 100전 100승을 기록했다. 이제 인간과 인공지능의 바둑 대결은 무의미하게 돼버렸다.

19세기 탄생한 산업혁명이 인간의 노동력을 상당 부분 기계로 대신했다면 우리가 경험할 인공지능 혁명은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모두 대체한다. 즉 인간이 거의 필요 없어지는 셈이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방심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분야에서 수백만 가지 경우의 수와 기존 패턴을 학습하며 급격히 발달하고 있다. 공대 출신이라면 인공지능에게 빌붙어(프로그래밍이나 데이터 수집, 분석 등) 구차한 목숨을 부지하겠지만 문과 출신 직장인이나 글 써서 먹고사는 사람들의 근심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고급 인력이라고 해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고졸자보다 대졸자가 5배나 더 많이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뺏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심지어 2030년이 되면 인간의 노동력 80%가 자동화될 것이라는 급진적인 예측도 있다. 심판의 날이 10년 남짓 남았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먼저 적의 약점을 알아야 한다.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힘든 분야는 대면 소통이 필요한 부분이다. 시리나 구글 등이 인간과 대화를 한다고 하지만 눈을 보며 진심으로 공감하거나 인간적인 따스함을 주기는 힘들다. 물론 영화 <그녀(Her)>에 등장하는 사만다처럼 인간을 감동시키는 인공지능이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그래도 감정에 따른 말과 눈빛은 같은 인간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힘든 영역임이 분명하다. 영국 옥스퍼드 연구소에서는 미래에 가치 있을 직업으로 심리상담사나 마사지 테라피스트 같은 대면 소통 직업을 꼽은 바 있다. 이런 대면 소통을 위해 공감 능력이나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연마할 필요가 있다. 따뜻한 스킨십과 제스처도 인간의 강점이다.

협업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 역시 인공지능 시대에 빛을 발할 가치다. 미래의 직업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인공지능, 로봇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늘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업무를 분담하고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중재자’나 ‘협상가’의 역할이 부각된다. 대학의 ‘조별과제’가 좋은 예다. 지금은 온갖 핑계를 대서 교묘하게 빠지며 자기 스펙만 높이는 자들이여,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큰 벌을 받을지어다. 사회적 평가나 인지도를 넓힐 필요도 있다. 과거에는 인간의 역량이 중요시됐지만 인공지능의 생산성을 따라가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인된 사회적 평가를 받는 사람만이 전문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유튜브나 강연, 또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인 평가와 인지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인 겸업 유튜버들이여, 힘내시라.

대강 몇 가지 원론적인 해답을 추려봤지만 사실 정확한 해답은 누구도 모를 것이다. 1800년대 미국은 90%의 인구가 농업에 종사했다. 지금은 2%만이 미국의 전체 식량을 책임진다.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직업이 수만 개 탄생했고 지금은 단지 게임을 잘하거나 요리, 달리기, 또는 노래를 잘 부른다는 이유로 상상할 수 없는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기도 한다. 아마 20~30년 뒤에는 현재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직업이 새로 태어나고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변혁기에는 많은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인공지능은 일은 하지만 소비는 하지 않으므로 소비가 위축될 수 있고 이 때문에 대공황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인간의 존엄성과 자존감을 위해 ‘로봇세’나 ‘AI 세금’ 도입과 함께 ‘기본소득’ 제공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과 로봇 등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규모에 따라 세금을 내는 방식이다. 평가 방법이나 기업의 반발이 있겠지만 기술로 인한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져야 소비 시장이 붕괴되지 않는다. 문과 직장인과 글쟁이는 그런 세금으로 조성한 기본소득을 받아 열심히 소비하면 된다. 어떻게 보면 멋진 신세계인지 모르겠다.

원고를 넘기기 전 문득 책상에 놓인 구글홈 미니에게 “미래에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까?”라고 질문을 해봤다. 역시 대답은 “죄송하지만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이다. 저 멍청이는 항상 저 모양이지만 속으로는 인류를 비웃고 차곡차곡 우리 일자리를 뺏을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일단 복수를 하기 위해 전원을 꺼버렸다. 아직은 우리가 승리다. 모든 글쟁이와 직장인들이여, 2020년에도 파이팅.

WORDS 김정철(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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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김정철(IT 칼럼니스트)

2020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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