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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차란 무엇인가?

UpdatedOn December 27, 2019

과거 그랜저는 회장님 차였다. 그랬다가 사장님 차가 되었고, 아빠 차가 되었다. 점점 젊어지는 것 같은데, 최근 공개된 더 뉴 그랜저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적용했다. 더 이상 아빠 차 아니라고 다짐한 듯 스타일 변신에 공을 들인 흔적이 눈에 띈다. 인테리어 또한 우아한 기존의 멋을 유지하되 신박한 기능들을 더해 미래적인 모습을 제시하려 노력했다. 디자인만 젊어지면 오빠 차가 되는 걸까? 오빠 차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EDITOR 조진혁

젊은 사람이 타고 싶어야 진정한 오빠 차

젊은 사람이 좋아하는 차는 따로 있다. 국내 신차 남녀 구매 비율이 7:3 정도니 ‘젊은 사람이 좋아하는 차=오빠 차’라고 정의하겠다. 젊은 사람의 나이 기준을 몇 살로 잡느냐가 문제일 텐데, 30대 중반 이하 미혼 남성 정도면 젊은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다.

자동차는 급이 나뉜다. 가장 작은 경차부터 시작해 꼭대기 대형차까지 올라간다. 구매자 나이도 차급, 즉 크기에 비례한다. 차 가격이 크기가 커질수록 비례해서 비싸지니, 벌이가 적은 젊은 사람은 작은 차를 선택하고,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나이 든 사람은 큰 차를 산다.

정해진 공식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런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도 이 점을 고려해 차를 개발한다. 소형차나 준중형차는 젊은 취향에 맞게. 중형차나 준대형차는 가족 차를 목표로 삼는다. 대형차는 사장님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꾸민다. 이 분류를 벗어나면 어색해 보이기 때문에 대체로 사람들은 나이에 맞게 차급을 선택한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차급 구분에도 혼란이 생겼다. 20년 전과 비교해 생물학적 나이는 열 살 이상 젊어진 느낌이다. 지금 40대의 분위기는 과거 30대를 보는 듯하다. 과거 40대를 타깃으로 만든 차를 요즘 40대에게 판다면 나이 들어 보인다고 싫어한다. 다른 연령대도 나이에서 10을 빼야 과거 연령대와 맞아떨어진다.

자동차 회사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시대에 맞게 자동차의 타깃층을 조금씩 낮췄다. 현대자동차 그랜저는 1986년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최고급 모델로 사장님보다 더 높은 회장님이 타는 차였다. 2세대 그랜저는 위로 다이너스티가 출시되면서 사장님 차로 한 단계 낮아졌고, 3세대 XG부터는 분위기를 바꿔 가족 차로 변신했다. 가족 차라고 해도 나이 든 성공한 가장이 타는 고급차 자리를 유지했다. 4세대 TG와 5세대 HG는 젊은 가장이 타도 될 법한 아빠 차로 바뀌었다. TG와 HG가 40대와 30대 후반 정도에 어울리는 차였다면, 6세대 IG는 30대 초·중반 가장이 타도 어색하지 않은 차다.

그랜저가 젊어지니 아랫급인 쏘나타도 타깃층을 낮출 수밖에 없다. 1988년 쏘나타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중산층 중에서도 좀 산다 하는 50대 가장이 타는 차였다. 시간은 흘러 올해 봄에 나온 8세대는 가족 차의 탈을 벗어던졌다. 그전까지만 해도 젊어지되 중형 세단인 만큼 주요 수요층인 아빠들은 버릴 수 없었는데, 이제는 젊은 사람 혼자 타도 잘 어울리는 차로 타깃층을 낮췄다. 아빠 차에서 오빠 차로 과감하게 변신했다.

오빠 차로의 변신은 그랜저 부분변경 모델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랜저 부분변경 모델은 신차급으로 파격적으로 변모했다. 젊어지는 마법의 생수를 들이켠 듯 더욱 더 젊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부분변경 전 모델도 30대 초·중반 가장이 타도 될 정도로 젊은 차였는데, 이제는 오빠 차라고 불러도 될 만큼 젊다.

자동차 회사가 타깃층을 낮춘다고 해서 의도한 대로 들어맞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오빠 차는 젊어 보여야 한다. 겉뿐만 아니라 속도 마찬가지다. 밖에서 볼 때는 젊은 감성이 충만한데, 실내는 투박하고 낡아 보인다면 매력이 확 떨어진다. 트렌드에 맞는 기능과 장비도 갖춰야 한다. 디자인은 안팎으로 젊게 다듬었는데, 기술이 한참 뒤떨어진다면 미래를 향해 앞서가는 젊은 감각과 어울리지 않는다.

오빠 차는 일단 타깃층을 젊은 사람으로 잡아야 하지만, 회사가 목표로 하는 타깃층이 실구매층과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진정한 오빠 차는 젊은 사람이 ‘타고 싶어 하는 차’다. 회장님이 타는 대형차도 젊은 사람 마음에 든다면 오빠 차가 될 수 있다. 디자인이 젊은 취향이 아니더라도 다른 무엇인가가 젊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오빠 차 자격이 충분하다.

롤스로이스 팬텀은 최고급차의 대명사로 꼽힌다. 거대한 차체와 중후한 무게감이 돋보이는, 연령대 높은 회장님이 뒷좌석에 앉아 타는 차다. 그런데 젊은 유명인들이 팬텀을 사는 일이 종종 있다. 비싼 차의 대명사로 꼽히니 과시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젊은 사람 눈에 꽂히는 요소를 갖췄기 때문이다. 고급 대형 세단인 S클래스의 고성능 모델인 메르세데스-AMG S 63도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차 중에 하나다. S클래스는 뒷좌석에 회장님이 타는 차이지만, S 63은 강한 성능으로 특화한 모습이 젊은 사람의 역동적 본능을 자극한다. 날렵한 쿠페형 스포츠카도 비슷한 성능을 내지만, 회장님 차와 고성능 조합의 의외성이 특별한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 감성을 끌어들인다.

젊은 사람의 취향에 맞췄지만 외면받는 차도 있다. 연령대와 차 크기는 대체로 비례하는데, 정점에 이르면 꺾여 내려가는 추세를 보인다. 경제력이 내리막길을 걷는 나이대가 되면 굳이 큰 차가 필요하지 않다. 자식마저 다 출가한 집안은 작은 차에 관심을 보인다. 이런 집에는 젊은 사람을 타깃층으로 삼는 작은 차가 알맞다. 작은 차는 젊은 사람이 주로 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50~60대 구매자도 상당하다. 요즘 트로트계는 송가인이 최고 인기를 누린다. 송가인의 나이는 30대 초반이지만, 주요 팬층은 60~70대다. 콘서트에는 아이돌 팬 버금가는 노년층 팬이 몰려 노년돌이라고 부른다. 가수가 젊어도 팬층의 나이대가 높으면 노년의 대표 가수가 된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오빠들을 겨냥해 만들었어도 나이 많은 사람이 주로 찾는다면 오빠 차가 될 수 없다. 중형 또는 준대형 세단은 판매의 중심을 이루는 모델이라 연령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앞서 예를 들었듯이 그랜저와 쏘나타는 계속해서 젊어진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새로운 자극을 줘야 하고 파격적인 변신으로 이어진다. 타깃층에 변화를 준다는 뜻인데, 위로는 이미 라인업이 꽉 찼으니 아래쪽으로 나이대를 바꿔야 한다. 아랫급 차와 간섭이 생기지만, 큰 차가 수익이 많이 남으므로 큰 차를 더 파는 편이 낫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 구매층의 생물학적 연령이 낮아지는 점도 중형 세단이 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마음이 젊어야 진정한 젊은이라고 말한다. 자동차도 오빠 차가 되려는 노력을 이어가지만, 진짜 오빠 차로 인정받으려면 크기나 타깃층에 상관없이 오빠들이 타고 싶은 차가 돼야 한다.

WORDS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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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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