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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itique

자율주행 시대에 맞는 럭셔리는?

On November 27, 2019

높은 배기량, 터보 엔진, 호화로운 운전석과 다채로운 첨단 기능, 수공예로 마감한 가죽, 안락한 승차감, 펀 드라이빙 등. 지금 럭셔리 카의 조건은 운전자가 자동차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력과 고급스러운 감성을 얼마나 세련되게 또 다양하게 전달하는가다. 이 조건은 효율과 친환경을 화두로 하는 전기차 시대, 자율주행 시대에도 유효할까? 자율주행 시대에 요구되는 럭셔리함은 무엇일까.

EDITOR 조진혁

새로운 럭셔리의 조건

럭셔리 카는 어떤 자동차인가? 먼저 오랜 역사를 이어와서 자신만의 자랑스러운 전통과 고급 소재를 수작업으로 공들여 화려하게 마감한 실내가 떠오른다. 기술력도 우수해서 첨단 기술로 시장을 이끌어간다. 디자인이든 기술이든 고유한 정체성을 지녀 다른 업체와는 확실하게 차별화된다. 성능도 강력해서 대중차는 엄두도 못 내는 V8이나 V12 엔진 등을 사용한다.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넣을 것 다 넣고 좋은 것 다 사용해서 만든다. 사람들 머릿속에 고급 차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박혀 있다.

럭셔리 카 시장은 그동안 경쟁 구도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21세기 들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동차 시장의 기본이 흔들렸고, 그동안 이어온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심장인 엔진이 바뀌고, 운전자가 필요 없는 혁신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다.

테슬라는 신생 전기차 업체다. 2003년에 창립했지만, 2008년 스포츠카 한 종류를 내놨고 대규모 양산 차는 2012년에야 선보였다. 이제 겨우 7년 됐고 판매하는 차종도 모델 S와 X, 3 세 종류에 불과하다. 그런데 테슬라는 럭셔리 전기차 업체로 인정받는다. 수십 년 역사를 지닌 업체들도 럭셔리 영역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인데, 테슬라는 단 몇 년 만에 럭셔리 반열에 올랐다. 품질이나 역사를 보면 도무지 자격이 안 되지만 무엇인가 럭셔리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비결은 창의성과 새로움, 선구자다운 시도다. 테슬라 이전에도 전기차는 있었지만 한계가 명확했다. 주행 거리는 짧고 충전 시간은 오래 걸리고, 차급은 대중차에 맞췄다. 테슬라는 주행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충전 시간을 줄였고 고급 차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자동차라는 존재를 뛰어넘어 달리는 모바일 기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신선한 이미지를 불어넣었다. 테슬라를 기점으로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분야도 급격한 변화가 시작됐다.

혁신적인 선도를 럭셔리의 또 다른 조건으로 본다면, 새로운 럭셔리 카 업체가 탄생할 여지는 크다. 자동차 시장의 근간을 뒤흔드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고 있어서다. 거의 모든 업체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중에 혁신적인 모습으로 앞서가는 업체는 럭셔리로 인정받을 수 있다.

자율주행 시대가 와도 현재 럭셔리 업체는 계속해서 그 지위를 유지한다. 그러나 자율주행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럭셔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완전한 럭셔리는 될 수 없다. 자율주행 시대에 새로 등장한 럭셔리 업체에 밀려 예전의 명성을 유지하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현재 럭셔리 업체들도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콘셉트카를 내놓는다. 이 차들을 보면 화려하기 그지없다. 자율주행 시대가 와도 지위를 유지하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플러스알파다. 자율주행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교함이다. 기술을 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정확하게 작동해야 한다. 한 치의 실수도 없이 탑승객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 주변 차만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프라와 연동해야 하고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초보 운전자 운전하듯 어설프면 안 되고, 숙련된 운전자 수준의 실력을 보이면서 사람이 운전할 때보다 더 편하고 안전하게 달려야 한다. 현재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한 첨단 기술과 세팅 능력이 요구된다. 눈으로 보이는 부분은 번지르르한데 이런 기술을 소화해내지 못한다면 럭셔리로 인정받지 못한다.

자율주행 시대의 또 다른 럭셔리 요소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자율주행차는 첨단 기술의 결정체로 자동차 자체가 큰 가치를 지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사람들은 차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 운전이라는 자동차를 지배하는 행동이 없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시대는 공유의 확산도 동시에 이뤄진다. 자기 차를 소유하지 않으면 관심도 떨어진다. 그렇다고 이동 수단으로만 여기는 데 그치지는 않는다. 방향이 달라질 뿐이다. 차에 대한 관심이 차 안에서 무엇을 하느냐로 옮겨간다.

실내를 고급스럽고 화려하게 꾸미는 일이야 지금도 럭셔리 업체들은 잘한다. 변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탑승객은 운전하지 않고 차에 있는 동안 할 거리를 찾게 된다. 자동차 안에서 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하다. 시트 배치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그 안에서 구현해내는 라이프스타일은 무궁무진하다. 책 읽고 모니터로 콘텐츠나 감상하는 일은 단순 사례다. 실내를 영화관으로 만들 수도 있고, 식물원으로 꾸며도 된다. 헬스 케어 시스템을 들여놓거나 창작 공간으로 쓰는 등 활용에는 제한이 없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누가 제공할까? 자동차 업체는 그저 공간만 만들어놓고 라이프스타일 활용은 애프터마켓 업체들의 영역으로 놔둬야 할까? 진정한 럭셔리는 차 안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설계하고 제공해야 한다. 탑승자의 삶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 진정한 럭셔리다. 요즘 자동차 업체는 제조사에서 서비스사로 전환하는 데 주력한다. 차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공유 서비스에 뛰어든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서비스 비중은 더 커진다. 차 안에서 얼마나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게 하느냐에 따라 럭셔리의 급이 갈린다.

정교한 제어와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제공이야말로 자율주행 시대 새로운 럭셔리의 기준이다. 기발한 발상으로 럭셔리의 근간을 흔드는 새로운 럭셔리 업체의 탄생을 기대해볼 만하다.

WORDS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WORDS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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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혁
WORDS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