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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란트는 자신의 첫 EP인 <Zebra>를 소개할 당시 ‘#Adderall&B’ ‘#Emo&B’ 같은 태그를 붙였다. 1992년에 태어난 이 R&B 뮤지션은 기성의 장르나 분류 속에 존재하길 원치 않는다.

UpdatedOn November 0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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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는 RRL, 데님 팬츠는 리바이스 메이드 앤 크래프트 제품.

어제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공연은 어땠나?
좋았다. 이번 투어에선 밴드가 바뀌고 세트리스트가 추가되어 무대 밖으로 나가 관객들과 많이 소통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늘 무대 안에만 있었거든. 무대 밖으로 나오니 훨씬 더 재미있다. 내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느낄 정도로. 계속 이렇게 해볼 생각이다.

지미 팰런의 <투나잇 쇼>에서 했던 ‘Weight in Gold’ 라이브 공연을 좋아한다. 그때의 몸짓, 폭발하는 에너지가 인상 깊었다. 페스티벌과 같은 야외 공연에서는 TV 쇼 무대에서와 다른 태도를 취하게 되나?
다른 태도를 취하고 싶은데 아직은 어렵다. 지미 팰런 쇼는 첫 TV 쇼였다. 긴장을 덜기 위해 무대를 거실처럼 만들었다. 효과가 있더라. ‘거실 세팅’이 덜 긴장된다는 걸 깨닫고 나선 거의 모든 공연에서 ‘거실 세팅’을 고집했다. 최근 공연 세트리스트가 바뀌어서 더 이상 ‘거실 세팅’을 하지 못한다. 긴장을 풀어주는 다른 방법을 물색 중이다. 하하.

무대에 오르기 전에 꼭 하는 버릇 같은 게 있나?
예전에는 몇 바퀴 가볍게 뛰기도 하고, 칩을 먹으며 목을 풀거나, 보컬 연습을 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를 해왔는데 이제는 그런 습관을 없애려고 한다. 징크스가 될까 봐. 그런 게 공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 언젠가는 위스키 한 잔 정도 하고 무대에 올라도 괜찮은 경지에 도달하고 싶다.

최근 발표한 싱글 ‘Compromise’와 ‘Sleep On It’ ‘Crime’과 ‘Sharpest Edges’ 이야기를 좀 해보자. 곧 발매될 앨범 <Sweet Insomenia>에 수록될 곡들인데, 모두 지금의 갈란트를 만들어준 데뷔작 <Ology>와는 구별되는 것 같다. 새 싱글 작업을 하면서 확인하고 싶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음악적 변화가 많이 생겼다. 첫 앨범에서는 로파이나 얼터너티브 록 장르를 섞어서 그림 그리듯 곡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내가 자라면서 들어온 1990년대 음악의 색을 가미하고 싶었다. 대신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비밥이나 얼터너티브 록, 힙합 등의 비트에 R&B 스타일의 라이브를 조합했다. 가사도 그림을 그리고 어렵게 설명하는 대신 이야기하듯 쓰고 싶었다. 최근에는 그런 게 더 좋더라.

지난 앨범 <Ology>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가사에 쓴 단어다. 일상생활에서는 잘 쓰지 않는 난해한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당시엔 그런 단어들이 자신의 음악을 위한 요소로 적합하다고 느낀 것인가?
<Ology>에는 신비로운 소리들을 많이 썼다. 전체적으로 신비감을 주고 싶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그래서 비슷한 의미의 단어들 중 조금 더 넓은 범위의, 큰 의미를 지니는 단어를 선택했다. 그런 단어들로 그림 그리듯이 만들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이야기하듯이 가사를 썼는데, 그래도 간혹 그런 단어들이 등장할 거다. 기대해줬으면 좋겠다.

두 번째 앨범의 시그너처가 될 만한 스타일이 어떤 싱글에 가장 많이 묻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2000년대 초반의 바이비한 R&B인 ‘Sleep On It’을 꼽을 수 있다. 로파이 스타일의 트랙에 바이비한 멜로디를 얹은 곡이다. <Ology>에서는 ‘Miyazaki’가 다른 트랙들과 달랐다고 한다면 이번 앨범에는 ‘Miyazaki’ 스타일이 여러 개 있고 그 사이사이에 조금 다른 색의 곡들이 들어간다.

첫 앨범 <Ology>는 성공했다. 평단의 좋은 평가도 받았고. 두 번째 앨범으로는 더 큰 인정을 받고 싶나?
새 앨범이 3주 안에 나온다. R&B에 국한되지 않고 진짜 해보고 싶던 다양한 장르들을 시도할 수 있어서 기쁘다. 그것뿐이다. 칭찬은 충분히 받았으니 이제 괜찮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싶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민감한 편은 아닌가 보다.
나는 스스로 평가를 내리는 편이다. 다른 사람의 평도 전부 듣기는 한다. 귀는 열려 있다. 모두 듣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 걸러낸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평가는 마음에 새기고, 나머지는 흘려듣는다. 그런 건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자유로운 곳이 별로 없거든.
무대에 있을 때 가장 자유롭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는 공간이니까.”

 

최근의 싱글에 대한 반응 중에는 어떤 것을 받아들였나?
공연할 때의 태도에 관한 건데, 무대 위에서 나는 어떤 곡이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부르거든. 어느 날 한 관객이 특정한 곡을 짚으면서 “그 곡은 무대에서 가만히 불러주면 좋을 것 같다. 그래야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피드백을 줬다.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 무대를 돌다가 잠시 앉아 있고, 또 돌다가 잠시 앉아 있고.

나 역시 궁금했다. 무대에서 왜 계속 돌고, 뛰고, 도나?
모르겠다. 하하. 나에겐 자유로운 곳이 별로 없거든. 무대에 있을 때 가장 자유롭다. 내가 할 수 있는 거,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는 공간이니까.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뛰는 거다. 그래서 그렇게 점프하면서 도는 거다.

첫 EP인 <Zebra>를 발표하면서 앨범에 ‘#Adderall&B’ ‘#Emo&B’ 같은 태그를 붙였다. 그때부터 이미 R&B의 전형성과는 동떨어진 곳에 자신의 음악을 심으려 했던 것 같다. 이번 앨범을 만드는 동안에도 R&B의 전형성이나 R&B 뮤지션에 대한 고정관념 중 어떤 것을 깨고 싶었나?
오래된 R&B는 이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어린 친구들이 계속 R&B를 다른 무언가와 접목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 같고, 그런 R&B가 더 사랑받는다. 독창적인 것,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하다 보면 R&B 장르가 더 단단해지고 넓어질 거다.

그래서 결국 갈란트다운 음악은 뭘까? 그런 질문에는 뭐라고 답하고 싶은가?
독특하고 이상한 것. 방 안에 틀어박힌, R&B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편견을 깨고 편견에 맞서고 싶은 생각이 많은 아이가 하는 음악. 그런 게 내 음악이다.

문득 갈란트가 꼽는 최고의 R&B 음반이 궁금하다.
역시 베이비페이스지. 베이비페이스의 <For The Cool In You>.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시급하게 극복해야 했던 점은 무엇이었나?
나는 음악적인 교류가 아예 없는 곳에서 음악을 시작했다. 혼자 하는 것에 익숙했던 거다. 처음 음악 활동을 시작했을 때 나는 굉장히 닫혀 있었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도 몰랐다. 음악을 같이, 함께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몰랐다. 상업 음악을 하기 시작하면서 친구들을 만나고 음악적으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 가장 많이 발전한 부분이다.

음악적 교류가 아예 없는 곳이라면, 성장기를 보낸 컬럼비아를 말하는 건가?
맞다. 내가 자란 컬럼비아는 숲과 나무로 둘러싸인 시골이다. 친구도 몇 명 없었다. 그런 곳에서 살던 내가 뉴욕에 있는 대학을 가면서 뉴욕 생활을 시작하게 된 거다. 그땐 뭐랄까. 뉴욕이라는 거대한 세계가 나를 압박하는 느낌이 들었다. 음악을 하려면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해야 하는데 스스로 사람들과의 모든 어울림을 차단해버렸다. 내 시선이 닿는 곳에 나무와 숲이 없고, 빌딩만 있는 것. 내 시야 안에 소수의 친구들이 아니라 거대한 세상이 들어온다는 것이 두려웠다. 우울한 감정과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사실 뉴욕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R&B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편견을 깨고 편견에 맞서고 싶은 생각이 많은 아이가 하는 음악.
그런 게 내 음악이다.”


그때의 감정은 <Zebra>를 만들면서 해소됐나?

거의 풀었다.

자신의 노래를 들으면서 위로받기도 하나?
만든 지 오래된 곡들은 괜찮은데, 오래되지 않은 곡들은 듣지 않는다. <Ology>는 내가 일상생활에서 듣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하하. 언제나 공연 세트리스트에 있는 곡이니까, <Ology>에는 내가 원해서 듣는 곡이 없다. 오히려 <Zebra>에 있다. <Zebra>에서 특별히 한 곡을 꼽는다면 ‘Forfeit’. 이번 앨범의 곡들과도 아주 조화롭고 이번 앨범 작업할 때 ‘Forfeit’이 많이 연상되었다. 최근 발매한 ‘Sleep On It’도 오래 들을 것 같다.

요즘 가까이 지내는 음악 동료들에는 누가 있는가? 그 속에서 갈란트는 어떤 포지션인가?
음. 먼저 실(Seal). 함께 작업한 경험도 많고, 실이 지닌 독특함에 굉장히 매료되었다. 또 대니얼 시저나 H.E.R.도 가까이 지낸다. 최근에는 우미 그리고 토빌로라는 래퍼와 가깝다. 우미는 아주 신선하고 색다른 R&B를 하는 친구다. 우리는 모두 동등하고 서로 존중하는 사이다. 누가 더 유명하든, 흥행했든 상관없이.

일상에서 재미를 느끼는 가장 소소한 순간은 언제인가?
만화 볼 때? 카툰 네트워크에서 일하는 친구 덕분에 내가 <위 베어 베어스(We Bare Bears)>에 등장하기도 했다. 정말 좋았다. 이것에 영감을 받아서 곡도 썼다. 카툰에 참여하게 되면서 또한 곡을 썼고.

언젠가는 앨범 주제를 아예 ‘카툰’으로 잡아보면 어떨까? 트랙 이름은 모두 당신이 좋아하는 만화 이름으로 짓고.
하하. 좋은 아이디어다. 1번 트랙은 위 베어 베어스, 2번 트랙은 원 펀치 맨… 이런 식으로 만들면 되겠다.

기묘한 해방감이나 자유를 느끼는 순간은?
무대 위에서 가장 큰 자유를 느낀다. 일상에서라면 운전할 때, 이불 덮고 침대에 누워 있을 때, 혼자 영화관에서 영화 볼 때….

꽤 많은데?
그런 것 같다. 나는 하늘을 가르며 나는 독수리처럼 항상 자유롭고 싶다.

단독 공연과 페스티벌, 프로모션, 협업 등으로 여러 번 서울을 방문했다. 이제 서울은 당신에게 낯설지 않은 도시일 텐데. 요즘 서울에 오면 뭘 하며 노나?
별난 걸 찾아다닌다. 망치로 두드리면서 스트레스 푸는 게임이라든가 스크린 골프 같은 것들. 하하. 물론 위스키 바처럼 멋진 곳도 간다. 위스키와 한식이 잘 어울리더라고. 한국 음식에 위스키 한잔하는 거 좋아한다.

스크린 골프라니. 그런 건 직접 검색해서 가는 건가?
처음 가본 스크린 골프장은 당시 머물던 호텔에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우연히 가게 됐다. 어렸을 때 골프를 쳐서, 한 번 가봤다. 망치로 두드리는 게임은 언젠가 레드불 프로모션차 서울에 왔을 때 레드불 직원이 알려줬다. 엄청 재미있었다.

일본 문화를 좋아해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을 딴 곡 ‘Miyazaki’도 만들지 않았나. 언젠가는 한국에 관한 곡도 쓰게 될까?
‘스크린 골프’를 앨범 제목으로 써볼까? 하하. 서울을 오가며 만난 아티스트 친구들이 많은데 그 친구들과는 늘 협업해서 뭔가 만들어보려고 한다. 곧 발매될 앨범이 이후에 본격적으로 추진해볼 생각이다. 협업을 추진 중인 한국 아티스트 중에는 딘이 있다. 딘 외에는 아직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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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 재킷·팬츠 모두 김서룡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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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스웨터·셔츠·팬츠 모두 프라다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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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듀로이 체크 재킷·데님 팬츠 모두 우영미, 부츠는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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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이경진
PHOTOGRAPHY 레스
STYLIST 이잎새
HAIR&MAKE-UP 이소연
ASSISTANT 정소진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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