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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좋은 생각

시퍼렇게 멍이 든 지구는 자연 치유될 확률이 거의 없고, 국제기구나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다소 때늦은 감이 있다. 뭐 그렇다고 거창한 게 필요한 건 아니다. 그저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 된다. 지구 전역에서 널리 통용될 수 있는 새로운 `친환경` 에티켓을 준수할 것.<br><br>[2007년 5월호]

UpdatedOn April 23, 2007

만약 부지불식간에 지구를 죽이는 범죄자가 되었다면, 그것은 당신과 나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열심히 살려고 노력할 뿐이다. 잘못된 건 지구 전체를 둘러싼 생산과 소비의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무얼 해야 할까? 유기농 식품만 골라 먹을까? 자동차를 팔아버릴까? 환경 단체에 가입할까?
가장 쉽고 빠른 길은 새로운 에티켓을 숙지하는 것이다. ‘친환경’ 에티켓 말이다. 그건 전혀 없던 게 갑자기 생긴 건 아니다. 그것들을 시어머니 잔소리처럼 늘어놓자면 날이 새도 모자랄 것이다. 사무실에서 손을 씻은 뒤 필요한 휴지는 한 장이면 족하고, 엘리베이터 개폐 버튼을 굳이 누를 필요가 없으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차를 쉬게 해주는 게 매너라는 등등. 우리 <아레나>의 사무실만 해도 그렇다. 두루마리 휴지 한 통은 바람에 실린 연의 실타래처럼 세차게 돌아 두세 시간이면 앙상해지고, 종이컵과 A4 용지는 게 눈 감추듯 사라진다. 자고로 일회용 제품 중에 쓸 만한 건, 원하지 않는 임신과 성병을 막아주는 콘돔밖에 없다. 집에서도 악순환이 반복되기는 마찬가지다. 당신과 나는 이미 진실을 알고 있다. 실천하지 않을 뿐이다. 치약의 용량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다 쓴 치약도 가위로 배를 가르면, 적어도 대여섯 번은 더 쓸 수 있다. 알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않는 매너들, 미처 모르고 있던 새로운 친환경 에티켓들을 각종 서적과 자료를 뒤져가며 정리해봤다.

수건 돌리기
물론 당신은 꽤 비싼 숙박료를 지불했고, 뒷정리는 호텔 종업원의 몫으로 남겨두어도 좋다. 한 가지 주의할 사항은, 사용한 수건을 랙에 걸어두면 사흘 지나 나흘이 되어도 새 걸로 갈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호텔에서는 쓰고 난 수건을 랙에 걸어두면 아직 새 걸로 갈아주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로 통한다. 아, 물론 새 수건이 필요하면 랙이 아닌 다른 곳에 얌전히 올려놓으면 된다. 한두 번 쓴 수건을 대충 던져두는 지점이 욕조나 침대 위가 아니라 랙이라면, 당신은 면죄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소변의 차이
소변과 대변을 막론하고 똑같은 양의 물을 흘려보내는 좌변기의 시스템은 미심쩍다. 비데는 변비 환자를 독려하고 휴지를 아껴주는 대신 결코 적지 않은 양의 물과 전기를 소모한다. 무릇 최신식 좌변기라면 대변과 소변 버튼이 구분돼 있다. 무슨 아이콘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대변 버튼의 크기가 조금 더 크다. 어쨌거나 오줌을 누고 대변 버튼을 누르는 오버 액션은 삼가시라. 경우에 따라 똥을 싼 뒤에 소변 버튼을 누르는 실험 정신도 발휘해볼 만하다.

그린 카드
호텔 방의 침대 옆 협탁에 웰컴 카드가 있고 룸서비스 메뉴와 TV 채널표가 있고…, 어, 그런데 못 보던 카드가 한 장 더 있다. 카드의 내용인즉슨, 이 카드를 침대 위에 올려놓았을 때에만 침대보와 이불을 새 걸로 갈아드리겠다는 것이다. 종업원이 베개 밑에 올려놓은 팁만 접수하는 - 제대로 된 호텔이라면 -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로써 수백만 리터의 물을 절약하고, 에너지를 구할 수 있으며, 세제가 흘러나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으니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No more tie
올여름은 노타이 패션, 즉 쿨비즈 룩(CoolBiz Look)을 적극 응용할 때다. 목을 죄는 넥타이를 풀면 체감 온도를 2~3도 정도 떨어뜨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노타이는 ‘친환경 패션’의 상징으로 통한다. 여름철 사무실의 평균 냉방 온도는 26도 전후. 넥타이를 매지 않고 2도를 낮추면 연간 3천억원어치의 전력을 아낄 수 있다. 실제로 일본 환경성의 발표에 따르면 노타이 캠페인으로 연간 160만~290만 톤의 CO2를 줄였다. 청와대의 최신 유행인 노타이 패션이 관공서와 기업체로 번져나가기를 기대해본다. P.S. 겨울에는 넥타이 또는 터틀넥을 활용해 체감 온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내복에 대한 케케묵은 편견도 이제는 버려야 할 때. 내복이 양말과 바지 밑단 사이로 노출되는 사고만 없다면.

신문÷2인 이상
한때 검소한 독일인들처럼, 성냥 하나로 3명 이상이 담뱃불을 붙이는 게 유행처럼 번졌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신문을 그렇게 나눠 보고 돌려 봐야 할 때다. 필요 이상으로 비대해진 신문의 절반에 해당하는 페이지와 잉크는 광고에 할애되고 있다. 조간신문을 위해 얼마나 많은 원목이 잘려나가고 얼마나 많은 화학 약품이 쓰이는지 그래서 지구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각설하고. 어차피 봐야 할 신문이라면 할 수 없지 않은가. 사실 신문사와 잡지사 대부분 예상 독자 수보다 많은 양의 신문과 잡지를 찍어낸다. 애석하게도 그것들 대부분은 쓰레기 매립지로 향한다. 재생 펄프를 만드는 첫 과정은 따뜻한 물과 화학 약품이 들어 있는 탱크에 전국에서 수거된 각종 폐지들을 넣고 거대한 칼날들로 휘젓는 데서 시작한다. 화학 약품에서 나온 물질들은 종이에서 잉크를 제거하며, 종이에서 떨어져 나온 잉크는 탱크 안에 있는 공기 방울에 붙어 크림처럼 표면으로 떠오른다. 그러면 기계가 그것들을 걸러내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폐지는 대부분 펄프로 되돌아가지만, 섬유질과 잉크를 포함한 15% 정도의 폐지는 걸러지거나 침전물이 되어 쓰레기 매립지로 향한다. 그나마 신문 용지는 서너 번만 재활용될 뿐이다. 그러니 신문을 이웃과 직장 동료들과 함께 구독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문사와 잡지사들은 광고의 수보다 기사의 질을 높이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기사의 질이 높으면 광고 단가는 동반 상승하게 마련이다. P.S. 물론 <아레나>라고 예외는 아니다.

착한 도서관
공공 도서관은 재활용(recycle)보다 한 수 위인 ‘재사용(reuse)’ 효과를 극대화한다. 또한 책과 잡지, 그리고 다양한 자료를 구비해놓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자료를 개별적으로 복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종이의 수요도 줄일 수 있다. 결국 도서관은 숲을 보호하고, 벌목 도로에서 발생하는 토사로 강이 오염되는 걸 방지하며 펄프 공장이 배출하는 폐수로 물고기들이 사는 강물을 오염시키는 걸 막을 수 있다. 또한 제지 공장과 프린터의 전기 수요를 줄여준다. 통상적으로 도서관이 하나 생기면 1년에 50톤의 종이를 절약할 수 있고,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2백50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할 수 있다. 재생 종이로 만든 책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일반 종이에 비해 에너지가 60%만 필요하고, 고형 폐기물은 50%, 온실가스는 3분의 1로 줄며, 폐수는 95% 감소된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도서관에서 같은 책을 빌려 읽을 때에 비할 바는 아니다. 에너지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오염 물질도 전혀 생기지 않는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의 도서관 수는 좀처럼 늘고 있지 않다.

컴 좀 꺼주세요
내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부팅하는 것이다. 물론 이메일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전원 버튼을 누르고 몇 초 지나면 모니터의 화면은 사용 가능한 메모리의 킬로바이트 수를 올려가며 번쩍거린다. 그러나 컴퓨터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부품들의 조합이며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절전형 PC라는 것도 의뭉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컴퓨터는 보통 사무실에서 사용되는 전체 전력의 5%를 차지한다. 모니터 안에 들어 있는 전자총은 빛을 쏘아대고, 그것은 화면 안쪽에 있는 인광체를 거치면서 화면 바깥쪽에 있는 정밀한 픽셀에 색깔을 입힌다. 개봉할 만한 이메일은 도착하지 않았다. 화면에 글자와 그림을 출력하는 건 그것을 제외한 컴퓨터 전체가 사용하는 것만큼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다른 일에 몰두하는 동안에도 컴퓨터는 계속 작동한다. 그렇게 30분이 지나자 스크린 보호 장치가 화면에 나타나지만, 그 유영하는 입방체는 전기를 전혀 절약해주지 않는다. 사무실 안 대부분의 PC가 켜져 있지만 실제로 사용되는 시간은 적다. 심지어 일하지 않는 밤이나 주말에도 꺼지지 않는 PC도 있다. 그게 내 컴퓨터가 아니라고 지나치는 일은 매너가 아니다. 동료의 컴퓨터를 대신 꺼주는 데는 서너 번의 클릭과 1분 정도가 걸릴 뿐이다. 그게 귀찮다면, 모니터만이라도 꺼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P.S. 노트북으로 데스크톱을 대신하려 한다면 대환영이다. 노트북의 에너지 소모량은 데스크톱의 3분의 1도 안 된다.

자전거?자동차
지구 환경을 운운하며 내일 당장 차를 팔고 자전거를 사라고 말하는 건 다소 무리다. 그보다는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완벽한 교통수단임을 입증하는 것이 먼저다. 무공해 연료나 하이브리드카로 이산화탄소의 배출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차가 나오더라도 교통 혼잡, 도시의 팽창, 교통사고는 근본적으로 줄어들지 않는다. 자동차로 인해 생기는 모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은 자전거뿐이다. 이런 이유도 있다. 자전거를 타면 차를 운전하는 사람보다 대기 오염에 덜 노출된다. 자동차 배기가스는 길을 따라서 눈에 안 보이는 ‘터널’을 형성한다. 형성된 터널 속 오염 물질은 도로의 중앙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오염 터널의 중심에 가까이 있는 자동차 운전자는 터널의 가장자리에 있는 자전거 운전자나 보행자에 비해 2~3배 더 오염된 공기를 통과하게 된다. 2~3배 더 심한 대기 오염에 노출되는 것이다. 자전거 보급률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일은 국방이나 납세의 의무보다 중요할지 모른다. 자동차는 우리 몸을 편하게 하지만, 실은 언제나 우리에게 그 칼끝을 겨누고 있다.

지상 최고의 커피
자연에게 무조건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커피도 예외가 아니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커피가 마시고 싶을 뿐이라고? 그렇다면 점원에게 그늘에서 자란 커피나무로 만든 커피를 정중하게 주문하시라. 키가 큰 나무들의 그늘 아래에서 자라는 커피는 화학 물질들이 거의 필요하지 않거나 아주 적은 양만이 필요하다. 낙엽들이 토양에 양분이 되며 다양한 나무들은 새들에게 이득이 되며, 병충해의 위험을 줄여준다. 그런데 그늘에서 자란 커피나무로 만든 커피를 어떻게 찾느냐고? 유기농법으로 생산되었다고 분류 표시된 커피 브랜드들이 꽤 많아졌다.

나 돌아갈래
큰돈 들지 않는 친환경 리모델링 팁 하나. 에어컨 가격의 5분의 1도 안 되는 천장 선풍기로 실내를 우아하고 쾌적하게 만들 것! 인테리어형 에어컨이 출시되곤 하지만, 여전히 거실 풍경을 해치는 골칫거리다. 장소를 차지하는 것도 모자라 이사 다닐 때마다 이전 설치비로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천장 선풍기는 생긴 것도 하는 짓도 우아하지만 에어컨이 일으키는 에너지 낭비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고효율’ 대안이기도 하다. 천장 선풍기는 공기 순환을 부드럽게 일으켜서 방을 시원하게 만드는데, 공기가 순환하지 않는 방보다 5도 정도 시원하다. 전기를 아주 적게 소비함은 물론. 선풍기를 강풍 모드로 틀면 50~75W의 전기가 소비되는데, 이 정도면 백열전구 한 개의 전력 소비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중형 크기의 에어컨이 소비하는 전기량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선풍기를 에어컨과 병행해 쓰는 것도 절충안. P.S. 한여름의 극장이나 택시, 지하철 안이 너무 추워서 고기 냉동실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한여름에 ‘너무 추워서’ 카디건을 들고 다니는 우스꽝스러운 짓은 이제 제발 그만두어야 한다.

빈 그릇 캠페인
레스토랑과 음식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궁극적인 매너는 ‘빈 그릇’이다. 빈 그릇은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설거지에 필요한 물과 세제도 줄여준다. 먹는 이는 남기지 않고, 주는 이는 과하지 않게 차려야 할 것이다. 물론 더 달라면 얼마든지 더 주겠다는 선심도 써야 할 것이다. 알다시피 사찰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빈 그릇’ 에티켓을 몸소 실천해왔다. 스님들의 밥그릇을 ‘발우’라고 한다. ‘적당한 양을 담는 그릇’이라는 뜻인데 이는 수행과 삶이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잘 보여준다. 발우공양(鉢盂供養)은 먹을 만큼의 양만 덜어 먹고, 숭늉과 김치 조각으로 깨끗이 닦아 먹고, 다시 맑은 물로 깨끗이 씻은 뒤 발우 수건으로 닦는 과정을 거치는 식사법으로, 단 한 톨의 쌀도 남기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발우공양은 소화하기 힘들 만큼 배부르게 먹고, 남은 음식을 함부로 버리는 우리의 식습관에 경종을 울린다. 발우공양에 담긴 평등, 절약, 청결, 공동체 정신을 현대 문명의 위기를 드러낸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롤모델로 삼을 만하다.

채식 권하는 사회
환경을 염려하고, 뭔가 실행에 옮기는 건 환경주의자가 아닌 트렌드세터의 몫이라는 게 <아레나>의 생각이다. 이에 트렌드세터의 식사법으로 먹이 사슬의 아래 단계, 즉 채식을 권한다. 육식은 이론상으로 잘못된 게 아니다. 다만 환경에는 그리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 축산은 가장 심각한 수질 오염원이며 물을 가장 많이 쓰기도 하다. 또한 토양을 침식하고 습지와 초원이 사라지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소, 돼지, 닭들이 먹어치우는 곡물의 양 또한 어마어마하다. 농업이 일으키는 여러 가지 환경 문제들, 이를테면 수자원 소비, 에너지 고갈, 토양 침식, 과도한 방목, 수질 오염, 메탄가스 발생 등을 분석해보면 채식이 육식에 비해 훨씬 영향이 적다는 걸 알 수 있다. 1kg의 쇠고기를 생산할 때 방출되는 메탄가스는 1kg의 쌀을 생산할 때 발생되는 그것의 6배에 달한다. 또한 채식을 하면 부족한 토지 자원을 몇 배는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물론 채식이 육식보다 몸에 이로운 건 두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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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ILLUSTRATION 차민수
EDITOR 정석헌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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