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행간에서

서윤후

밀레니얼이라 불리는 세대, 과잉 설비로 비유되는 세대, 1990년대에 태어났을 뿐인 사람들, 소셜 미디어가 탄생할 때 성인이 된 그들. 20대 시인들을 만났다.

UpdatedOn October 18, 2019

3 / 10
/upload/arena/article/201910/thumb/43039-388224-sample.jpg

 

 

서윤후
서윤후는 1990년생이다. 그는 종종 이 땅을 벗어나 다른 땅에 간다. 그에게 여행은 자신의 어느 구석을 말끔히 씻는 일이다. 여행 후에는 다시 더러워지는 일을 자처할 수 있도록 자신을 잘 정돈하며 지낸다. 서윤후는 시 쓰기를 ‘더욱 미세하게 틈입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시를 쓰며 세상의 틈새를 유유히 질주한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두 권의 시집과 산문집 하나를 준비 중이에요. 시 문예지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요. 종종 시 쓰기 수업도 진행합니다.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하고 있네요.
불안해서 그런 것 같아요. 어떤 것은 거절해야 했어요. 거절하면 다시 찾아주지 않을 것 같아 그럴 수 없었어요.

시 쓰기 수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요?
수강생들과의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해요. 혼자 떠들지 않고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그려보죠. 글 쓰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외롭기 때문에 외로운 지점을 읽어주려고 해요.

시 쓰기가 먹고사는 일에 도움이 되고 있나요?
육체와 정신으로 저 자신을 구분해요. 두 개의 호주머니처럼 간편하게 생각하고 싶어서요. 먹고사는 일은 회사를 다니는 왼손이 하고, 정신적인 해갈은 오른손이 한다고 생각해요. 먹고사는 일에 큰 도움이 필요했다면 당연히 시는 안 썼을 거예요. 언제부터인가 저를 지배하는 의식에 대해 예의를 갖추고 싶었어요. 편의점이나 약국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시가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먹고사는 일에 도움을 주는 것 같네요.

최근의 화두는 무엇인가요?
서른입니다. 나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20대와 30대의 경계에서 잘 다치는 사람이 되었어요. 생각보다 제가 많이 변해서, 20대 동안 관측하고 방어해온 제 자신이 다시 새로운 사람이 된 것만 같아요.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서른을 기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사회적인 이슈 중에 생각해본다면요?
페미니즘이요. 아직 여전히 부족해서 자기 검열을 자주 해요. 주변을 돌아보기도 하고요. 한 번은 여성 혐오적인 농담이나 여성 비하적인 이야길 자주 하는 친구들과 절교를 했습니다. 제가 잘났고, 그들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고요. 그냥 제가 너무 불편해서요. 불편한 일이 급격히 많아진 때가 서른인 것 같아요. 그중 하나가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예요.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은 뭐예요?
보수요. 늘 새로운 것에 목말라했던 제게도 제 안의 전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생기더라고요. 새로움만 추구하지 않는 저를 발견하기도 하고요. 그것들을 내심 지켜내고 싶어 하는 악력이 새로운 것을 은근히 밀어낼 때는 당황스러워요. 제 안의 질서 같은 것에 대해 생각해요. 그것이 무엇으로부터 생겨났고, 또 그것을 어떻게 허물 수 있을지 고민해요.

언제, 무엇을 통해 자신 안에 있던 보수를 마주했나요?
텀블벅이라는 플랫폼을 좋아했거든요. ‘진취적이고 아방가르드한 것들이 다 모여 있구나!’ 하면서 많이 소비했어요. 그런데 텀블벅 후원을 통해 제작된 것을 실제로 받아보면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새로운 것이 무엇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텀블벅을 끊어버렸죠. 혼란스러웠어요. 예전에는 새로운 시도라면 무작정 응원했을 텐데. 나이가 들어 그런가? 하는 거죠. 독립 문예지가 많이 나오잖아요. 저변을 넓히는 데 좋은 역할을 하죠. 그런데 결과물도 좋은가 하면 모두 그렇지는 않아요. 새로운 시도를 응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만들 바에야 안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양가적인 거죠.

3 / 10
/upload/arena/article/201910/thumb/43039-388225-sample.jpg

 

 

최근 지인에게 링크를 보낸 뉴스가 있어요?
‘몰래 의자 뒤로 빼 동료 엉덩방아 찧게 한 60대 벌금형’이라는 기사요. 그 기사 링크를 친한 친구에게 보냈거든요. 답장이 ‘ㅋㅋㅋ’라고 왔어요. 그때의 오묘함, 이 기사가 시사하는 이상한 느낌이 기억에 오래 남아요. 제가 관심 있는 뉴스는 대부분 랭킹에서 20위권 정도에 있어요.

큰 사건이 아닌,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이슈들인 거죠?
맞아요. 그런데 최근에는 조국 뉴스가 1위부터 30위까지를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왜 시를 쓰나요?
꽉 막혀 움직이지 않는 도로 위에 있을 때 자동차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보면서 약간의 쾌감을 느껴요. 시도 그런 쾌감이 있는 것 같아요. 더 미세하게 틈입하는 것. 장황하지 않게 그 틈을 질주하는 것. 아마도 거기에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태초에 시는 제게 ‘백일장에서 빨리 쓰고 집에 가기 좋은 장르’였어요. 백일장에서 처음 시를 썼는데 1등을 했어요. 시를 쓰니 사람들이 좋아해주더라고요. 잘하는 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어요.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 그런 외로움이 있었어요. 시를 쓴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결심을 하지는 않았고요.

동세대의 어떤 것을 시로 쓰기도 하나요?
분노요. 분노한 뒤에 시가 잘 써지는 편이에요. 근 몇 년간 분노할 일이 많아 시를 많이 썼죠. 상대가 불분명한 싸움이어서 분노의 영역이 제 영역을 무례하게 침범해요. 그때 잠들어 있던 언어들이 많이 깨어나는 편이죠. 감정적인 분노보다 분노라는 자세를 갖기 위해 노력해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를 써요?
마감이 바쁠 때는 퇴근 후 회사 앞 카페로 다시 출근을 해요. 배고파질 때까지만 쓰는 것이 규칙이에요. 글 쓸 때의 체력과 컨디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서 평소에는 주말에 집에서 주로 써요. 마음먹은 날엔 요리를 하다가, 배드민턴을 치다가, 분리수거를 하다가도 계속 시 쓰고 있는 제 모습을 생각해요. 그러면 뭔가 떠오르고요.

시를 쓰기 전 상상했던 시인의 삶은 어땠나요? 시를 쓰기 시작할 무렵 상상했던 사회인의 삶은요?
제 머릿속 시인은 이미 모두 죽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시인의 삶은 상상이 되지 않았어요. 잘 상상이 되지 않아서 시인이 된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기대할 수 없었고, 실망할 일도 별로 없어요. 시도 쓰고 회사도 다니는 근면 성실한 사람을 사회인으로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어가고 있어서 아쉬워요. 그래도 제가 재미있거나 돌변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면 시에게 달려 있을 것 같아요. 사회인으로서는 절대 불가능이라서요.

20대 독자들이 왜 서윤후의 시를 읽을까요?
동시대의 호흡법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이 온도를 실감하는 사이랄까요. 오래 잠영하다 동시에 수면 위로 튀어오르고, 다시 약속한 것처럼 호흡을 참으며 깊은 심해로 들어가는 것. 시를 통해 그런 것을 나눈다고 생각해요. 그 호흡이 갑갑하면 나이를 떠나서 자신에게 맞는 호흡을 찾는 것이고요. 호흡을 통해 다양한 리듬을 갖는 것이, 우리가 문학을 향유하며 만나는 이유 중에 하나라는 생각도 해요.

이제는 쓰지 않으려고 하는 시어가 있나요?
‘마음’과 ‘우리’요. 이제 마음을, 우리를 가볍게 부르는 일은 그만하고 싶어요.

행간에서 시리즈 기사

행간에서 시리즈 기사

 

문보영

최지인

홍지호

육호수

양안다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신기호, 이경진
PHOTOGRAPHY 김선익

2019년 10월호

MOST POPULAR

  • 1
    스무살의 NCT DREAM
  • 2
    찬바람이 분다. 바(Bar)가 좋다
  • 3
    가짜사나이들의 진심
  • 4
    철학과 취향을 담은 한 잔: 이윤형
  • 5
    신용산으로 오세요

RELATED STORIES

  • INTERVIEW

    지금 강다니엘

    지난해 9월 이후 다시 강다니엘이 <아레나>의 카메라 앞에 섰다.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강다니엘은 두 가지 색을 더 보여주었고, 조금 더 여유가 생겼으며, 어조에선 성숙함이 묻어났다. 변한 건 많지만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드는 미소는 여전했다.

  • INTERVIEW

    이준기라는 장르 미리보기

    이준기, 강렬하고 시크한 화보와 진솔한 인터뷰 공개. “지금의 이준기는 과거의 이준기를 넘어설 수 있을까?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만큼 치열한가?”

  • INTERVIEW

    T1 테디, 칸나, 커즈 '라인 앞으로' 미리보기

    T1 테디, 칸나, 커즈의 첫 패션 화보

  • INTERVIEW

    철학과 취향을 담은 한 잔: 히비키 후지오카

    커피 향에는 시간과 노고가 담긴다. 농부의 땀부터 생두를 선별하고 볶아 상품으로 만드는 이들의 가치관까지. 남다른 커피를 세상에 알리는 전 세계 커피 마스터들의 커피 철학을 옮긴다.

  • INTERVIEW

    이경규 · 강형욱 · 장도연, <개는 훌륭하다> 달력 화보 공개

    이경규, 강형욱, 장도연 반려견과 뜻 깊은 활동. <개는 훌륭하다> 달력 화보 공개.

MORE FROM ARENA

  • FASHION

    수트로 돌아가자

    문득 그리워진 정직하고 고상한 수트로의 회귀.

  • CAR

    마법처럼 달려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한 세단 브랜드 롤스로이스가 작심하고 만들었다. 11년 만에 출시된 2세대 뉴 고스트가 한국 땅을 밟았다.

  • FEATURE

    붉은 황소가 최전방에서 뛰노는 날이 올까?

  • ISSUE

    CINEMATIC MOMENT

  • FEATURE

    영감을 찾아서: 작가 정세랑

    영화 한 편, 소설 한 권은 벽돌 하나에 불과하다. 그것들이 쌓이며 성을 이룬다. 작가의 세계는 그렇다. 때로는 인상적인 작품이 성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고, 벽돌의 배치에 따라 기발한 아이디어가 발견되기도 한다. 우리는 작가와 함께 그의 성을 투어하며, 작품의 토대가 된 벽돌들을 하나씩 뽑아 들었다. 지금 각 분야에서 가장 유별난, 돋보이는 작가들의 영감 지도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