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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성'은 어떻게 키우나?

VMD 이경미&정은아

On October 16, 2019

콘텐츠를 다루지 않는 분야가 없다. 조금 과장하자면 그렇다. 콘텐츠는 더 이상 매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마케터들은 반 발 빠른 트렌디한 콘텐츠로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목을 끄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걸까. 브랜드, 광고, 공간, 데이터를 다루는 마케터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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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ER•
이경미&정은아 VMD
브랜드 공간 기획

이경미와 정은아는 패션 브랜드의 비주얼 머천다이저(VMD)로 일한다. VMD라는 직업은 생소할 것이다. 최근 VMD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정확히는 패션 브랜드에 소속되어 브랜드의 콘셉트에 맞게 공간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상품을 연출하기 위한 소도구를 개발하며, 연출과 진열도 전략적으로 하는 등 매장에서 상품을 제외한 ‘보이는 모든 것’을 기획한다. 최근 <우리는 취향을 팝니다>라는 책을 발간했다.

비주얼 머천다이저의 일
이경미 약 20년간 다수의 패션 브랜드에서 마케터, VMD,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며 공간에 숨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왔다. 현재는 국내 남성 브랜드의 다양하고 독특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
정은아 다수의 여성복 브랜드와 캐주얼, 골프웨어 브랜드에서 VMD로 일해왔다. 최근에는 온·오프라인 패션 마케팅까지 업무 영역을 넓혔으며, 국내 페인트 제조사에서 ‘공간 컬러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에서 VMD로서 경험하며 알게 된 것들이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어렵고 도움이 필요한 분야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우리는 취향을 팝니다>라는 책을 썼다.

공간 브랜딩의 기준
정은아 브랜딩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어떻게 보이길(혹은 느끼길) 바라느냐’에 대한 문제다. 보이는 방법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의 기준이 아닌 공간을 바라보는 사람을 기준으로 설정해야 하고, 그 보이는 방식이 브랜딩이라 생각한다. 이 공간에 들어왔을 때 어떤 느낌을 받길 바라는지, 그걸 표현하기 위해선 어떤 구조와 컬러와 소재가 필요한지, 그렇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등 큰 가이드라인을 정하면 세부적인 것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을 위한 공간’인지 기준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상업적인 공간이라면 판매할 ‘상품이 담길 그릇’의 역할을 해야 하므로 공간 자체로 멋진 것보다 상품과 어우러져 상품을 돋보이게 하는 베이스 역할을 하면서, 브랜드의 콘셉트를 표현해야 한다. 공간 자체로 빛이 나길 바라기보다 내용물을 빛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상업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이다.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도 필요하다. 멋지게 보이기 위해 혹은 방문하는 사람만을 위해 공간에서 근무하는 사용자의 편의를 배려하지 않거나, 그들을 위한 장치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결국 공간은 그곳에 머무는 사람에 의해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공간에 콘텐츠를 담는법
이경미 먼저 공간을 방문하는 소비자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내가 소비자라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이곳에 왔을 때 무엇을 경험하고 싶은지, 어떤 것을 보고 느끼고자 하는지, 더 나아가 이런 경험을 통해 무엇을 구매하고자 하는지 고민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나도 트렌디한 공간부터 클래식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간까지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공간을 직접 경험하고 리뷰한다.
누군가가 만든 공간에 방문해 직접 소비자 입장이 되면 예상치 못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도 내가 기획한 공간에서 이런 관점으로 공간을 경험하겠구나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의 콘셉트와 대상이 정해지면 방문하는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고 즐거워할 콘텐츠를 기억 속에서 꺼내어 그 공간에 맞게 실행하면 된다.

감각을 유지하는 습관
정은아 디자인하는 사람들에게 질문하면 공통적으로 나올 답변은 ‘많이 봐야 한다’일 것이다.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고 느끼는 것도 중요하고, 직접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으로 직접 보지 못하는 것들은 이동하는 시간이나 잠깐 비는 시간에 웹을 통해서 자료 조사하고 차후에 시간이 되면 직접 가서 경험하기도 한다.
흔히 우리가 하는 말 중에 ‘자료 조사도 능력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똑같이 구글링을 해도 검색 결과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효율적으로 원하는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틈나는 대로 찾아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무수히 많은 정보를 자기만의 것으로 재해석하기 위한 노력은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게도 필요하다.
나는 의무적으로 전시회에 가는 편이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과 함께 혹은 혼자서 틈나는 대로 가서 보려고 한다.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어서라기보다 전시장이 주는 공간적 특성이 좋아서라고 할 수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전시장도 그 안에 들어서면 다른 세상에 온 듯 현실과 단절된 느낌이 너무 좋다. 현실 도피의 측면보다 전시장이라는 공간의 무드가 작품에 집중하게 만들어 ‘현재의 나’를 오롯이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일상의 ‘나’는 현재를 살면서 과거와 미래에도 살고 있는 느낌인데 전시장 안에서 ‘나’는 온전히 지금 이 순간에 들어온 느낌이어서 좋다.

영감을 실무에 적용하기
정은아 가장 많이 적용하는 것은 소재나 컬러인 것 같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새로운 것을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그러다 보면 차별을 주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공간의 무드를 좌우하는 건 ‘소재’가 아닐까 싶다. 레퍼런스를 통해 선택한 소재를 기획 공간에 적용해 새로운 느낌을 내기도 하고, 공간의 일부에 테스트를 해보기도 한다.
VMD는 공간에 보이는 모든 것을 기획하는 사람으로 브랜드에서 필요한 그래픽 디자인도 하는데, 이전에 관람한 전시나 사진 등에서 색다른 컬러의 조합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한다.

취향을 제시하는 기술
이경미 콘텐츠가 너무 많은 시대이기 때문에 모두가 만족할 만한 취향의 공간을 선보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공간 기획에서 디자인적인 요소나 무드의 선택과 집중도 중요하지만 콘텐츠의 선택과 집중 역시 중요하다.
요즘처럼 빠른 주기로 변하는 트렌드 안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고 즐길 수 있는 ‘일상’에 대한 콘텐츠와 취향에 대해 항상 연구하고 관찰한다. 그리고 콘텐츠가 정해지면 그 내용에 집중해 다양한 스토리를 공간에 담아내고자 한다.

온라인에 대한 전략
정은아 우리가 집필한 책에서도 공간 마케팅과 관련해 ‘인스타그램 존’의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SNS를 통한 저비용 고효율의 마케팅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인스타그램 존 자체를 위한 공간이 생겨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어떤 공간은 SNS ‘사진 한 장’에 보이는 단편적인 모습을 활용할 뿐 세심한 배려나 깊이를 다 담지 못해 아쉬운데, 그 한 장의 사진이 전부인 공간들도 생겨나고 있어 방문했을 때 허탈한 경험을 할 때도 많다. 인증샷을 찍기 위해 자리싸움을 벌이고 눈치 게임을 하는 웃지못할 광경도 생겨난다. 어떤 카페는 착석한 이후 자리 이동을 하지 말아달라는 안내 문구가 붙기도 해 이로 인한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한다.
한편, 우리가 주로 작업하는 곳은 의류를 판매하는 공간이기에 매장 곳곳에 거울을 배치하기도 하는데, 때로는 의도적으로 거울을 배치하는 위치나 주변의 환경을 ‘거셀(거실 셀카) 존’으로 구성하기도 한다. 부드럽고 따뜻한 조명으로 얼굴이 그늘지지 않게 하고, 거울에 서서 전신이 찍힐 수 있도록 동선을 조정하거나 스툴이나 러그 등으로 사진 찍기에 적당한 공간으로 조성하는 작업을 한다.

잘나가는 공간
정은아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지만 자연과 잘 어우러진 공간이 아닐까 싶다. 큰 창이 있어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삼고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나, 큰 돌이나 고재(古材) 등 자연 유래 소재를 활용한 공간을 예로 들 수 있다. 작은 공간에서는 식물을 활용해 자연의 무드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뉴트로’ 역시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무드라 할 수 있다.
한때는 모든 것이 깔끔하고 깨끗한 연출이 유행이었다면, 요즘은 기존의 것을 유지하면서 새로우면서도 다양한 시도들이 늘고 있다. 원래 구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소재나 디자인을 접목한 공간들 역시 인기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갬성’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정은아 공간에는 숨 쉴 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1부터 100까지 풀어놓는다고 한다면 과연 그 공간이 멋지다 할 수 있을까. 공간을 구성하는 디자인적인 요소가 10가지라고 한다면 1~2가지에 포인트를 주어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도 디자인에서 ‘틈’을 만드는 작업이다. 마지막에 얹어놓은 소품 하나를 덜어내는 것 역시 공간에 숨 쉴 틈을 주는 쉬운 방법이다.
이처럼 ‘갬성’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면 그 공간을 경험하는 사람이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틈’이 필요하다. 어쩌면 공간에 온 사람들이 우리가 만들어놓은 그 ‘틈’ 안에서 느끼는 무언가가 바로 ‘갬성’이 아닐까 한다.

'갬성'은 어떻게 키우나? 시리즈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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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 CD 이채훈

Thinking Lab CEO 박진아

우아한형제들 CBO 장인성

콘텐츠를 다루지 않는 분야가 없다. 조금 과장하자면 그렇다. 콘텐츠는 더 이상 매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마케터들은 반 발 빠른 트렌디한 콘텐츠로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목을 끄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걸까. 브랜드, 광고, 공간, 데이터를 다루는 마케터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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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PHOTOGRAPHY
조성재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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