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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수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상상은 특기, 망상은 취미. 박해수는 생각할 것도, 생각하고 싶은 것도 많다.

UpdatedOn October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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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팬츠는 모두 미쏘니, 코트는 던힐, 레이스업 슈즈는 휴고 보스 제품.

<슬기로운 감빵생활> 끝나고 <아레나>와 만났던 것 기억하나? 당시 인터뷰 제목이 ‘고행자 해수’였는데.
화보 인터뷰 많이 안 해서 다 기억한다. 너무 과분한 제목이다. 고행이라니. 열심히 살 뿐인데.

한동안 소식이 들리지 않아 궁금했다. 어떻게 지냈나?
결혼을 했고 영화도 찍었다. <사냥의 시간>과 <양자물리학>. 드라마도 하나 촬영 중이다.

<양자물리학>이 제일 먼저 개봉하지? 양자물리학과 박해수를 검색하면 곧장 나오는 게 ‘이빨 액션’이더라. 어느 정도로 이빨을 털면 액션이라 부를 수 있는 건가?
대사량이 정말 많았거든. 의학 드라마 수준이라고 말하면 맞으려나. 내가 맡은 캐릭터 이름이 이찬우인데, 말이 참 많다. 빠르고. 그래서 거의 이빨을 ‘터는’ 수준인 거지. 하하.

대본의 두께가 다른 배우들과 확연히 달랐겠다. 연필 좀 물었나?
어우. 대본 엄청 두꺼웠다. 연극 하던 시절, 고전 작품의 대사량과 맞먹었다. 연필도 많이 물었지. 연극에서 독백하듯 혼자 대사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말 많은 캐릭터를 연기할 땐 무엇이 가장 걱정되나?
나는 말들이 허공으로 흩뿌려지지 않았으면 했다. 이찬우가 이빨을 터는 건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거든. 주문처럼 되뇌는 거다. 그 말들이 곧 이찬우의 관념이고 가치관이다. 이런 면이 잘 표현되길 바랐다. 물론 내 바람일 뿐, 관객에겐 그저 이빨 터는 걸로 보일 수도 있을 테지만.

“대본을 받으면 그 안에 궁금한 사람이 있는가를 본다”고 말한 적 있다. <양자물리학> 대본을 보고 누가 궁금했나?
감독님. 대본에 뒤돌아보지 않는 느낌이 있었거든. 어쩌면 이렇게 앞으로만 직진하지? 어떻게 이렇게 순수하게, 거침없이 갈까? 망설임이 없는 사람 같았다.

그 얘길 들으니 무척 보고 싶어진다. 홍보에 소질이 있는데?
극의 속도감이 엄청나다. 대본을 읽기만 해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쾌활한 극이다. 이찬우는 피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그러지 않는 남자다. 한 발씩 내디뎌 조금씩 이겨내려고 애쓰는, 건강한 사람이다. 감독님도 그런 분이다.

대본에서 감독의 캐릭터를 연상했다니 인상적이다. 배우에게 가장 필요한 힘 중 하나가 상상력이잖아.
정말 필요하지. 워낙 장난기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다. 상상이 딴 길로 샐 정도로 풍부하다. 망상 수준이지. 생각의 가지를 뻗느라 잠이 부족할 때도 있다. 양 세면서 자려다 그 양의 생김새, 털 색깔, 사는 곳, 그곳의 날씨까지 생각해버린다.

영화 예고편을 보니 ‘텐션’도 엄청 끌어올려야 하는 역할이던데, 잘 맞던가?
원래 낯도 가리고 조용조용한 편인데, 판 깔아줘서 신나게 놀았다. 그렇게 노는 날 보면서 스스로 너무 즐거웠고.

이찬우의 모토는 ‘생각은 현실이 된다’다. 박해수는 어떤가? 이찬우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사나?
비슷하다. 긍정적인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긍정적인 에너지와 사고가 결국 현실을 좋은 방향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긍정적인 박해수는 어려움에 어떻게 대응하며 여기까지 왔나? ‘할 수 있다’고 외치면서?
젊었을 땐 부딪쳤다. 마주한 바위를 깨보려고 했다. 깨지지 않는 바위라면 뛰어넘으려고 하거나, 아예 그 앞에 멈춰 있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돌아간다. 넘어질 것 같으면, 그냥 넘어져버린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넘어지면 늘 많이 아파하는 사람이다.

지나고 보니 포기해도 괜찮았던 것에는 뭐가 있나?

사람 관계. 예전에는 싫은 사람을 바꿔보려 했는데, 지금은 그냥 받아들인다. 좋아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 대신 그냥 싫어하는 거지. 마음속으로….

어떤 사람이 싫은가?
예의 없는 사람. 일은 못해도 상관없다. 사람다운 사람이 좋다. 사람다운 사람을 완성하는 것이 예의인 것 같다. 특히 약자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는 사람이 정말 싫다.

 

“워낙 장난기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다.
상상이 딴 길로 샐 정도로 풍부하다. 
망상 수준이지.”

 

셔츠·팬츠는 모두 던힐, 시계는 쇼메 댄디워치 컬렉션 제품.

셔츠·팬츠는 모두 던힐, 시계는 쇼메 댄디워치 컬렉션 제품.

셔츠·팬츠는 모두 던힐, 시계는 쇼메 댄디워치 컬렉션 제품.

언젠가 인터뷰에서 “자신감이 부족하지만 불안에 떨거나 하지는 않는 편”이라고 했다. 연극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건 이 때문이었을까?
예전에 이런 말 많이 들었다. “자신감 좀 가져, 너 괜찮은 놈이야.” 지금은 다르다. 이제 자신감은 생겼는데 항상 떨린다. 기대되어 떨리는 거다. 과거에 자신 없어 하던 것도 교만이었던 것 같다. 주어지면 그냥 감사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을. 잘했다며 인정받고 싶었던 거니까.

역시 생각의 가지를 뻗어나가는 속도와 정도가 남다르다.
맞다. 이거 너무 멋있게 써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철학자처럼 이야기하는 것 같거든. 다시 말하고 싶다. 나, 뭐, 자신감도 없고 자주 불안에 떤다.

무대 연기와 비교한다면, 매체 연기의 매력은 무엇이던가?
무대 연기는 연습 때부터 수백 번 내뱉은 대사를, 그렇게 다 닳은 대사를 즉흥적으로 선보인다. 매체 연기는 세팅된 상황 속에서 상대방을 마주하고, 리얼하게 툭 나오는 호흡이 매력이다. 진짜 공간에서, 완전히 한 번밖에 안 나오는 감정. 한 번밖에 안 나오는 호흡.

연극 하던 시절에는 고전 작품을 많이 했더라. <오이디푸스>부터 <맥베스>까지.
고전을 좋아한다. 고전을 공부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다채로운 것들을 발견하거든. 보물상자 같은 느낌이다.

확실히 고전은 해석의 여지가 많지.
맞다. 사실 고전은 어려운 게 아니라, 해석의 여지가 많은 거다. 그래서 재미있다. 여러 가지 다른 감정으로 접근해도 결론에 도달할 수 있으니까.

고전 작품을 통해 트레이닝된 능력이 있을 거다. 그중 지금까지 잘 쓰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작품 전체를 놓고 보면,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써야 하는 부분이 쉽게 파악된다. 연극 대본을 많이 봐서.

연극 무대에서 지구력도 꽤 단련됐을 것 같은데.
맞다. 지구력, 많이 생긴다.

체력은 좋은 편인가?
체력? 기가 막히지. 여전히 잘 뛰어다닌다. 체력이 0이 되면 감정도 안 나온다. 사라진다. 그건 분명하다. 체력이 연기할 때 정말 중요하다. 감정도 체력이라는 생각이 문득 드네.

연기할 때 입었던 캐릭터의 기운이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편인가?
글쎄. 일부러 떨쳐내야 할 만큼 캐릭터가 내 안에 들어와 있지는 않다. 그 정도의 능력은 없다. 장면 밖으로 나왔을 때, 대충 툭툭 털면 털리는 정도다. 하하.

연극 시절 팬들은 지금의 박해수를 어떻게 볼까?
그땐 내가 좀 거칠었거든. 수염도 길렀고. 매체에 등장하면서는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을 받으니까 그 당시 팬들은 늘 인물 났다고 말한다. 하하. 거의 놀리는 수준이지.

집에 가만히 있는 걸 못 견딘다면서? 생산적인 일상을 위해, 집에 있기보다 밖으로 나간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재미있었다.
살아 있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그랬다. 근데 사실, 밖에서 하는 일만이 생산적인 건 아니거든. 그냥 하루 정도 살 기운을 주는 거지. 요즘은 집에서 보내는 차분한 시간도 좋아한다. 스스로 안식하는 시간도 생산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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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는 프레드 페리, 코트는 던힐, 팬츠는 디올 옴므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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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고라 스웨터는 마르니 by 분더샵, 팬츠는 하이더 아커만 by 분더샵, 시계는 쇼메 댄디워치 컬렉션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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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색 스웨터는 YMC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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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이경진
PHOTOGRAPHY 임한수
STYLIST 이명선
HAIR 공탄
MAKE-UP 지연주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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