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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itique

2000년대 감성 복귀

UpdatedOn August 26, 2019

7월 초 스트리밍 차트를 보자. 다비치의 ‘너에게 못했던 내 마지막 말은’, 장혜진&윤민수의 ‘술이 문제야’, 임재현의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김나영의 ‘솔직하게 말해서 나’ 등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는 음악들의 멜로디가 어쩐지 15년 전 신촌 실내 포차에서 듣던 사운드를 연상시킨다. 차트만 보면 EDM 기반의 복합적인 아이돌 음악이나, 힙합이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 듯 보인다. 2019년 여름에 2000년대 감성의 발라드가 강세를 이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EDITOR 조진혁

유행은 돌고 도는 건가요?

나는 늘 ‘동시대 음악’에 관심이 많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동시대’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 그것은 ‘유행가’일지도 모르겠다. 혹자에게는 ‘실험적인 음악’이 될 수도 있겠다. 어쩌면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자가 자주 듣는 플레이리스트거나, 빌보드나 멜론 차트일지도 모르겠다. 7월 초 기준 스트리밍 차트 1위부터 10위까지 아이돌 음악은 청하의 ‘Snapping’과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뿐이다. 나머지는 장혜진&윤민수의 ‘술이 문제야’, 벤의 ‘헤어져줘서 고마워’, 다비치의 ‘너에게 못했던 내마지막 말은’, 송하예의 ‘니 소식’, 임재현의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김나영의 ‘솔직하게 말해서 나’, 황인욱의 ‘포장마차’ 같은 곡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노래들은 2019년 노래라고 하기엔 이상하게 느껴진다. 15년 전쯤 신촌의 실내 포차에서 듣던 음악 같다. 싸이월드의 BGM 같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 솔로로 시작해서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사용된다. 남자든 여자든 안정감을 주는 보컬은 속삭이듯 시작해서 고음으로 치솟는다.

가사는 모두 실연이나 어긋난 사랑에 대한 내용이다. 여기엔 후회가 있고 그리움도 있고 미련도 있고 가슴앓이도 있다. 이런 노래들은 다소 과장된 멜로디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노랫말을 무기로 삼는다. 보통 이런 노래들은 ‘촌스럽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최신 곡’이라는 말은 가장 최근에 나온 음악이란 뜻 외에도 맥락적으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곡’이란 뜻이 있기 때문이다. 일렉트로닉 팝의 최신 유행을 반영하려고 애쓰는 아이돌 음악과 새롭고 신선한 비트와 플로를 경쟁력으로 삼는 힙합과 달리, 이런 발라드는 클리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혁신과 보수라고 구분할 수도 있겠다. 여기에 대해선 두 가지 관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트렌드’가 대중문화의 기본 속성이라는 관점이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팝 컬처란 최신 트렌드의 시장성을 검증하는 장(field)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드라마, 새로운 영화, 새로운 음악, 새로운 패션이 시장에 등장할 때 어떤 것들은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어떤 것들은 냉담한 반응과 함께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린다.

팝 컬처는 그런 과정과 맥락 속에서 발전해왔고, 그중 좋은 것들은 ‘최신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현상’으로까지 비화된다. 어떤 것이든, 우리에게 역사란 순환하면서 발전한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이런 반응은 부분적이거나 매우 드문 종류의 것들이다. 어떤 새로운, 그러니까 혁신적인 문화 상품은 20세기 내내 손에 꼽을 만큼 등장했다. 21세기라고 다르지 않다. 팝 컬처의 속성이 ‘최신’이라는 생각에는 일종의 착시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중문화의 속성은 혁신에 있지 않다. 오히려 보수에 가깝다. 문화 산업은 대체로 혁신적인 시도에는 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시장성’이라는 말에는 그들이 시도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모든 것들의 리스트가 포함되어 있다. 팬들 역시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새로운 시도를 반기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소수다. 이들은 새로운 것이라면 일단 환영하고 과대포장하는 경향도 있다. 대중문화는 이런 보수와 혁신의 지지층이 각자의 지분을 지키거나 늘리기 위해 벌이는 헤게모니 투쟁의 장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클리셰들이 시장에 꾸준하게 등장할 뿐 아니라 차트 상위권을 점령할 수 있는 걸까? 이제 두 번째 관점이다. 바로 뇌 과학의 관점이다. 노래는 청각 피질을 자극하고, 리듬과 멜로디, 하모니는 하나의 덩어리로 변환된다.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가사에 집중하는 등 반응에 따라 뇌 속에서는 전운동 피질과 두정엽 피질, 전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된다. 또한 노래는 뇌의 쾌락 회로를 자극하면서 도파민, 세로토닌, 옥시토신 같은 신경 화학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음악이라는 하나의 덩어리 정보가 뇌의 신경계를 자극하고, 자극받은 뇌는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 화학 물질을 토해내는 순환 구조다. 핵심은 이런 현상이 보통 12세에서 22세 사이에 가장 활발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때 듣는 음악은 거의 평생 뇌리에 남게 된다. 온갖 신경 화학 물질은 사춘기의 성장 호르몬과 결합해 이 시기의 경험을 매우 중요한 것들로 인식하게 만든다. 앞서 언급한 노래들이 15년 전 노래처럼 촌스럽지만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아이돌과 힙합의 비수기란 이유도 있지만, 그 당시 사춘기를 보낸 세대가 현재 주요 음원 서비스의 사용자라는 사실과도 연관된다. 오래전부터 익숙한, 다소 촌스럽게 들리는 멜로디에 요즘 자신의 상황처럼 느껴지는 가사가 결합되어 향수와 공감을 자극한다.

사실 음악 산업에서 대중적 취향은 늘 탐구의 대상이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취향 조사와 트렌드 리포트를 참고해 음반이나 영화, 아이돌 그룹들을 기획하지만 그게 늘 옳은건 아니다. 대체로 실패에 가깝다. 반면 시장조사 같은 말과 무관하게 크리에이터 단 한 명의 관점과 취향을 밀어붙인 창작물들이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한다. 이쪽도 대체로 실패에 가깝다. 도대체 알 수 없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산업, 그러니까 취향의 시장인 셈이다. 앞서 얘기한 문화 이론이나 뇌 과학의 연구 결과 등은 이런 막막함을 없애기 위한 나름의 방편일 것이다. 다시 ‘동시대 음악’을 얘기해보자. 그건 ‘실험적인 음악’ 혹은 ‘차트 상위권 음악’ 그 모두이면서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단하나의 개념으로 수렴되기 어렵다. 음악의 역사와 산업과 미디어의 진화, 구세대와 신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복잡한 맥락 위에 놓이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동시대 음악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음악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한 나름의 관점을 세우는 일그 자체다. ‘왜 15년 전 노래 같은 음악이 지금 유행할까?’란 질문에 대해 ‘힙합과 아이돌이 비수기니까요’ 같은 안일한 대답을 하지 않으려면 특히나 그렇다.​

WORDS 차우진(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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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차우진(음악 칼럼니스트)​

2019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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