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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itique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차

On August 29, 2019

현대자동차 베뉴가 출시됐다. 소형 SUV 베뉴는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을 뜻하는 혼라이프를 슬로건으로 삼았다. 혼밥, 혼술,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사는 시대에 마침내 자동차도 합류한 것이다. 1인 가구를 위한 소비재의 영역에 자동차가 포함된 것이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1인용 자동차라는 것은 없지만 혼자 사는 삶을 위한 자동차는 필요하다. 단지 그 해답으로 등장한 것이 왜 소형 SUV인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

EDITOR 조진혁

특정 계층을 위한 차는 필요하다

요즘 들어 1인 가구 얘기가 부쩍 많이 들린다. 1인 가구가 도대체 얼마나 늘었을까?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중이 30% 정도 된다고 한다. 세 명 중 한 명은 1인 가구라는 뜻이다. 1인 가구 비중이 높아지니 이들을 위한 산업도 발달한다.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전자제품이나 의류, 식음료 등도 많아졌다. 솔로 문화도 덩달아 퍼지고 있다. 혼자 밥 먹기, 혼자 영화 보기, 혼자 노래 부르기, 혼자 술 마시기 등 ‘혼’자 붙은 행동이 늘어난다. 아예 1인 가구를 ‘혼족’이라 부르기도 한다.

자동차도 빠질 수 없다. 1인 가구가 늘었으니 혼자 탈 목적으로 차를 사는 사람은 더 많아졌을 거다. 당연히 1인 가구를 위한 차도 늘어야 하는데,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자동차는 최대 탑승 인원이 정해져 있어도 타는 인원은 그때그때 다르다. 승용차라면 기본이 5인승이지만 구매 전에 5명이 다 탄다고 확인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둘이나 셋이 타도 되고 혼자 타면 1인용 차가 된다. 차 크기는 문제가 아니다. 혼자 탄다고 해서 차가 작으란 법 없고, 작다고 가족이 탈 차로 부적합하지도 않다. 경차가 조금 좁기는 해도 5인 가족 차로 탈 수 있다. 벤츠 S클래스 같은 대형 세단이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같은 대형 SUV도 혼자 타면 1인 가구용 차가 된다.

자동차는 1인용이라고 따로 규정하기 모호하고 구분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1인용 차는 예로부터 존재해왔다. 시트를 하나만 만들고 나머지를 짐 공간으로 꾸민 구조는 아니다. 대놓고 1인용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혼자(또는 둘이) 타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3도어 해치백은 문이 앞에만 달렸다. 뒤에 타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뒤에 사람 태울 일 없는 사람들이 주로 탄다. 쿠페도 마찬가지다. 뒷좌석의 불편함을 참아낸다면 가족 차로도 쓸 수 있지만 혼자 타는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혼자 탈 차라면 역동적인 분위기를 살린 쿠페가 제격이다. 실내가 비좁은 경차도 가족보다는 혼자 타는 차로 적합하다.

작은 차들은 어차피 뒷좌석이 비좁고 불편하기 때문에 혼자 타고 다녀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런데 덩치 큰 1인용 차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형이나 대형 쿠페는 취향 존중 차원에서 낭만적인 차로 여기기도 하지만, 공간 낭비라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공간 낭비라는 말이 나오고 명확한 분류 규정은 없어도 어쨌든 1인용 모델은 자동차 시장에서 고유한 영역을 차지했다. 요즘은 1인용 자동차 시장이 줄어드는 추세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풍조가 퍼지면서 혼자 타더라도 공간 활용도가 높고 장점이 많은 차를 찾는 이가 늘었다. 1인용 자동차 성격이 강한 3도어 해치백과 쿠페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오랜 세월 미니의 주력 모델이었던 3도어 해치백이 단종 위기라고 할 정도니 말 다 했다. 쿠페도 고급 차 위주로 명맥을 이어갈 정도로 시장이 위축됐다. 이들과 달리 한쪽에서는 소형 SUV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1인용 자동차 시장이 커지고 있다. 3도어 해치백이나 쿠페처럼 형태나 구조로 인한 1인용이 아니라 인식상 1인용 차로 취급받는다.

자동차 시장에 불어닥친 실용성 중시 풍조에서 실용성은 ‘한 대로 여러 대 효과를 내는 차’로 풀어 쓸 수 있다.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차가 SUV다. 한때 유행일 줄 알았던 SUV 열풍은 상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브랜드별로 SUV 라인업에 빈자리가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다 채워졌다. 이제는 세단보다 SUV 인기가 높다. 국내에서 가장 최근에 채워지기 시작한 분야는 소형 SUV다. 불과 5, 6년 전까지만 해도 국산 소형 SUV는 아예 없었는데 쉐보레 트랙스, 쌍용 티볼리, 르노삼성 QM3, 현대자동차 코나, 기아차 니로와 스토닉 등 차종이 급속히 늘었다. 이번 달에는 현대자동차 베뉴와 기아 스토닉이 가세한다.

1인 가구 확대가 소형 SUV 증가와 관련 있을까? 상관이 없지는 않겠지만 100%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세컨드 카로 팔린 차도 있을 테고, 가족 차 수요도 꽤 된다. 소형 SUV도 5명이 탈 수 있다. 무엇보다 1인 가구용 차는 굳이 SUV가 아니어도 된다. 이미 경차나 소형차도 있지 않은가. 국내에서는 경차가 매력이 떨어지고 소형차도 멸종 직전이라 1인 가구용 차 역할을 제대로 못할 뿐이다.

소형급 중에서도 경차나 세단과 달리 SUV가 인기인 점을 고려하면 소형 SUV가 어느 정도 1인 가구 수요를 책임진다고 할 수 있다. 소형 SUV가 정말 1인 가구가 원하는 바를 딱 만족시키거나, 1인 가구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아떨어져서일까? 승용차는 단순히 작다고 해서 1인용이 아니라, 몇 명이 타느냐에 따라 1인용이냐 아니냐가 갈린다.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은 작은 차든 큰 차든 만족시킬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누구를 대상으로 만들었느냐다. 대부분 차는 타깃이 정해져 있지만 명확하게 드러내거나 선을 긋지는 않는다. 많이 팔아야 좋으므로 대외적으로는 모든 이를 대상으로 한다.

소형 SUV 시장에 차종이 늘면서 성격을 분명히 하는 차가 하나둘 눈에 띈다. 모든 이를 위한 차를 앞세우는 다른 차들과 달리 현대자동차 베뉴는 대놓고 혼라이프를 위한 SUV라고 규정한다(혼라이프를 1인 가구로 못 박지 않고 ‘개인’으로 개념을 확장하기는 했다). 연령대는 밀레니얼 세대로 확실히 구분한다. 콘셉트나 구성도 젊은 1인 가구가 타기에 알맞게 만들었다.

1인 가구가 30%나 되는데 그들만을 위한 차는 없다. 차가 작아 1인 가구에 어울린다는 모호한 의미 부여만 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베뉴는 특정 세대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다. 자동차 시장이 세분화하고 차종이 수없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모든 차가 모든 이를 위해서 존재할 필요는 없다. 특정 계층에 맞는 차도 나와줘야 한다. 꼭 1인 가구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계층을 위한 차의 등장을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다.

WORDS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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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2019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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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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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