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SPACE MORE+

Architect

박진택 건축가의 피, 땀, 눈물

가구 디자이너가 만든 카페의 가구는 특별할까? 건축가가 사는 집은 화려할까? 최근 문을 연디자이너들의 카페와 건축가의 집을 다녀왔다. 조각가 부부는 정과 망치를 내려놓고 커피를 만든다. 젊은 공간 디자이너는 자신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준 어린 시절 본이미지를 공간으로 재현했고, 동네 친구 넷이 의기투합해 커피 마시는 행위로 채워지는 열린 공간을 만들었다. 디자이너들의 공간에는 그들의 세계관이 농밀하게 담겨 있었다.

UpdatedOn August 19, 2019

박진택 건축가가 직접 시공한 집.

3 / 10
/upload/arena/article/201908/thumb/42554-381030-sample.jpg

 

건축가는 건물을 짓는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기가 살 집의 터를 직접 고르고 설계하고 토목, 마감 공사까지 하는 건축가가 있을까? 자신을 ‘노가다꾼’이라고 설명하는 박진택 건축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건축가이자 시공자인 셈이다. 목재와 유리로만 지은 이 집은 단순해 보이지만 단순하지 않다. 공간과 공간 사이 빈 곳을 빛으로, 바람으로 채웠다. ‘집 안에 우주를 담고 싶다’는 철학이 그대로 묻어나는 경기도 양평 국수리의 집에서 박진택 건축가를 만났다.

3 / 10
/upload/arena/article/201908/thumb/42554-381032-sample.jpg

 

서울에서 꽤 떨어져 있는 곳이다.
딱히 전원생활을 꿈꾸면서 지은 집은 아니다. 혼자서 집을 짓겠다고 결심했을 때 한적한 곳을 고려했다. 국수리를 만나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우연한 일이다.

외관이 무척 독특하다. 나무밖에 보이지 않는다.
집의 뼈대 역시 모두 목재다. 목구조물을 시공할 수 있는 업체는 국내에 많지 않다.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이 집을 시공하게 된 이유다. 나무를 하나하나 자른 뒤 끼워 맞추는 과정이 필수다. 오차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0.2mm 정도의 오차가 난다.

나무 구조 때문에 한옥 느낌이 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부는 또 다른 분위기다. 영국의 AA 스쿨에서 수학했다고 들었는데 그 영향 때문인가.
한옥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넓은 층고라든가 뚫린 창 같은 것이 그렇다. 사실 모던한 분위기를 내고자 노력했다. 혹자는 이 집을 보고 ‘외국의 주택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집을 건축할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집에 들어와서 보면 알겠지만 어떤 공간도 하나의 목적만 가지고 있지 않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사랑방 또한 그렇다. 정사각형인 이 공간은 3면을 유리로 마감했다. 모든 사람이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실 수도, 혼자서 업무를 볼 수도, 누워서 편히 쉴 수도 있는 공간이다. 거실도 그렇다. 집 안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집의 내부가 모두 시야에 들어온다.

방과 방 사이의 구분이 없다. 문이 없어서 그런가?
그 효과를 의도했다. 어디서도 집 안의 모든 공간이 훤히 보인다. 층고를 높게 설계하고 창을 집 내부로 냈다. 열려 있으면서도 닫혀 있고 어디서나 닿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이 집은 빛에 따라 달라진다. 빛을 집 안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효과를 내고 싶었다.

지금 이 집은 완성된 건가.
계속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는 얘기일 거다. 2년 동안 혼자 공사를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손보아야 할 것들이 많다. 외관의 칠도 절반 정도밖에 하지 못한 상태다. 그저 이 집에서 살아가며 꾸준히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이 집을 짓게 된 이유는 뭘까.
내가 만든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당연히 있었다. 더 큰 이유는 건축가로서의 포부다. 건축가에게 프로젝트를 따낸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생업이 달린 문제기도 하다. 프로젝트를 따려고 아등바등하기보다는 내 집을 직접 지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하다 이 집을 지었다.

그렇다면 이 집은 일종의 쇼룸인 셈이다.
그렇다. 내가 지은 집이 이런 집이다, 박진택은 이런 스타일로 집을 짓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행히도 많은 이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 이 집을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도 들어왔고.

하나하나 모두 손으로 직접 시공했으니 집에 대한 애착이 크겠다.
지금 밟고 있는 테라조 바닥도 직접 손으로 갈아낸 것이다. 먼지 뒤집어쓰면서 몇 달에 걸쳐서 한 작업이다. 건축가와 시공가가 현장에서 싸우는 일은 굉장히 잦다. 서로의 작업을 이해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시공해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학교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는 경험을 지금도 늘 하고 있다.

3 / 10
/upload/arena/article/201908/thumb/42554-381031-sample.jpg

 

시리즈 기사

크리에이터의 공간 시리즈 기사

 

빌라레코드

33아파트먼트

다츠

문봉 조각실

조병수 건축가의 'ㅁ'자 집

하태석 건축가의 아임하우스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GUEST EDITOR 백문영
PHOTOGRAPHY 김민영

2019년 08월호

MOST POPULAR

  • 1
    살아 있는 노포
  • 2
    이 계절의 아우터 8
  • 3
    2022 F/W 트렌드와 키워드 11
  • 4
    도약의 해, 주종혁
  • 5
    MBTI 별 데이트 코스

RELATED STORIES

  • SPACE

    살아 있는 노포

    깊이가 확실하게 남다른 요리를 내어주는 식당을 골라내려면 어떤 조건을 내걸어야 할까 . 재료? 자극의 정도? 음식 장르? 변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요리라는 나름의 기준을 세워 깊은 맛을 우려내는 노포 10곳을 꼽았다.

  • SPACE

    루이 비통 아티카퓌신 전시

    예술적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루이 비통 아티카퓌신 전시.

  • SPACE

    New Open

    이달의 새로운 매장 오픈 소식.

  • SPACE

    몸과 마음을 녹일 노천탕 숙소 4

    하늘을 바라보며 지친 마음과 몸을 달래줄 여행이 간절한 시기에 참고할 것.

  • SPACE

    판교의 랜드마크

    에르메스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새로운 매장을 오픈한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에르메스 매장으로, 더 넓은 공간과 편안한 환경에서 에르메스의 다양한 16가지 제품군을 만나볼 수 있다.

MORE FROM ARENA

  • REPORTS

    박찬욱의 영감

    자, 앞 장에서 흥미 만점 인터뷰를 잘 감상했다면, 이제 박찬욱 감독이 사진을 통해 무엇을 보는지, 어떤 영감을 얻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시간이다. 사진가 박찬욱의 사진극장, 개봉박두.

  • TECH

    스타트업 - ENERGY VAULT

    환경, 빈곤, 질병 등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들을 기술로 해결한다. 채팅 앱으로 아프리카의 허기를 채우려는 농업테크, 전기차 시대에 경제적으로 소외된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모빌리티 기업, 착한 박테리아로 식품 유통기한을 늘리는 푸드테크, 저소득층 아이들의 발달장애 치료를 위한 에듀테크, 중력을 사용한 신개념 청정 에너지까지. 인류애를 품은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 LIFE

    이런 센스있는 추석 선물

    다가올 추석을 위해.

  • LIFE

    MANIAC

    별난 아이템에 각별한 애정을 쏟는 마니아들이 컬렉션 일부를 공개했다.

  • ARTICLE

    Shades of Gray

    회색이 가진 적당히 지겹고 얌전한 멋의 변칙.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