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SPACE MORE+

Architect

하태석 건축가의 아임하우스

가구 디자이너가 만든 카페의 가구는 특별할까? 건축가가 사는 집은 화려할까? 최근 문을 연 디자이너들의 카페와 건축가의 집을 다녀왔다. 조각가 부부는 정과 망치를 내려놓고 커피를 만든다. 젊은 공간 디자이너는 자신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준 어린 시절 본 이미지를 공간으로 재현했고, 동네 친구 넷이 의기투합해 커피 마시는 행위로 채워지는 열린 공간을 만들었다. 디자이너들의 공간에는 그들의 세계관이 농밀하게 담겨 있었다.

UpdatedOn August 16, 2019

하태석 건축가의 실험적인 공간.

/upload/arena/article/201908/thumb/42553-381020-sample.jpg

하태석은 건축계에서도 남다른 인물이다. 미적 감각과 정확하고 세밀한 숫자 감각을 조화롭게 융합해야 하는 것이 건축이라면, 하태석은 타고난 건축가이자 예술가다. 건축가로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미디어 아티스트로도 명성이 높다. 2010년에는 세계 최대의 미술·건축 축제인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공공 건축에도 관심이 많다. 2005년에는 서울시 신청사를 설계하는 데 합류했다. 2019년에는 인천 서구의 총괄 건축가로 위촉됐다. 공공 건축물 설계부터 도시 계획 구상까지 인천 서구의 공간과 환경을 전반적으로 기획하고 자문하는 역할이다. 한 도시의 디자인을 민간 건축가가 총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태석 건축가가 ‘도시의 미래를 디자인한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건축을 통해 도시를 변화시키는 그가 직접 살고 있는 집은 어떨까? 종로구 구기동, 북한산 끝자락에 위치한 하태석의 집에서 그의 건축에 대해 물었다.

외관이 무척 독특하다. 건물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흰 벽으로만 보인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움직임’이다. 사용자가 센서를 통해 외관을 직접 움직일 수 있다. 버튼 하나로 집의 외벽을 열 수도, 닫을 수도 있다. 공간을 집 안으로 끌어들일 수도, 외부와 집을 완벽히 차단할 수도 있다. 처음에 구상했던 것은 하얀 박스였다. 단순한 건축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 자리 잡은 지 얼마나 되었나.
완공 일자는 불분명하지만 이 집으로 이사온 지는 약 1년여 정도 되었다. 살면서 계속 고쳐 나가고 있는 중이다. ‘건물’이라는 하드웨어를 완성한 뒤 내부를 채우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소프트웨어라고 하면 무엇을 의미하나.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더욱 이해가 쉬울 것이다. 아이폰에는 iOS가 탑재돼 있고, 삼성 스마트폰에는 안드로이드가 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과 커뮤니케이션할 수있는 일종의 언어다. 이 집의 소프트웨어가 ‘아임하우스(IMhouse)’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조명을 켜고 끌 수도, 현관문을 여닫을 수도, 바닥의 높낮이도 조절할 수 있다.

사용자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집인 셈이다.
건축물이라는 것이 물리적으로 느껴질 거다. 완공된 집에 들어가 사는 한국인의 주거 양식 때문에 더욱 그렇다. 사용자에 따라 스스로 분위기도 만들고 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잘 만든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살아가며 변화하고 겪어보며 완성되는 것이 건축이다.

이 집은 일종의 실험실인 셈이다.
우리는 이 집을 ‘리빙 랩’이라고 부른다. 내가 설계한 건물에서 직접 살아보면서 보완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그저 건축만 해서 소비자에게 넘겨주는 것은 건축가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계속 유지하고 관리해가야 한다.

건축가이면서 미디어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려 노력한다. 앞으로 변할 수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이 집도 마찬가지다. 201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작품을 현실화했다. 그 콘셉트를 실제로 이곳에 옮겨와 실물로 구현하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린 셈이다.

집 안의 모든 공간이 한 가지 역할만 하지 않는다. 거실이면서 사무실인 것 같기도 하고 생활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유연한 공간을 의도했다. 한옥을 봐도 그렇지 않나? 마루와 실내가 연결되기도 하고, 툇마루도 넓다. 공간에 가변성이 존재했다. ‘모던 건축’이라고 하는 현대 건축은 공간의 유연성이 배제된 편이다. 안타까웠다. 그 유연성을 살리는 것을 이집의 과제로 삼았다.

종로구 구기동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서울 시내에 집을 지을 만한 땅이 많지 않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딱히 집을 지으려고 했을 때 떠오르는 동네가 없었다. 산과 자연이 많은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다가 우연히 이 동네를 발견하게 됐다.

하태석의 건축은 무엇인가.
획일적으로 지은 아파트를 사람들에게 분양하면 건축이 끝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집을 소유하는 개념에서 사용하는 개념으로 옮겨가고 있다. 건축가도 달라져야 한다. 계속해서 업데이트하고 사용자와 함께 교류해야 한다. 스마트폰의 OS를 업데이트하듯 집도 계속해서 유지하고 관리해야 살아난다.

이 집은 하태석에게 어떤 공간인가.
가족과 생활하는 공간이자 건축가 하태석의 실험이 담긴 집이다. 이렇게 업무적인 미팅을 할 때는 생활 공간과 업무 공간을 분리할 수도 있고. 예술가가 작품을 만들 듯 건축한 집이다.

시리즈 기사

크리에이터의 공간 시리즈 기사

 

빌라레코드

33아파트먼트

다츠

문봉 조각실

조병수 건축가의 'ㅁ'자 집

박진택 건축가의 피, 땀, 눈물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GUEST EDITOR 백문영
PHOTOGRAPHY 이우정

2019년 08월호

MOST POPULAR

  • 1
    찬혁이 하고 싶어서
  • 2
    낯설고 새로운 얼굴, ‘그린’ 다이얼 시계 4
  • 3
    이승윤이라는 이름
  • 4
    디에잇의 B컷
  • 5
    멋스런 차승원

RELATED STORIES

  • SPACE

    이탈리아 건축가가 설계한 오두막 Mountain Refugee

    다시 숲으로, 흙으로 돌아갈 계절이다. 작은 텃밭을 일궈도 좋고, 산을 관망해도, 강물의 윤슬을 보기만 해도 좋은 곳. 그곳에 작은 쉼터를 꾸린다. 집은 아니지만 집보다 안락한 곳. 오두막이든 농막이든 그 무엇이든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작고 단단한 집이면 된다. 전 세계 숲속에 자리 잡은 작은 집들을 찾았다.

  • SPACE

    자작나무 숲속 작은 호텔 Maidla Nature Villa

    다시 숲으로, 흙으로 돌아갈 계절이다. 작은 텃밭을 일궈도 좋고, 산을 관망해도, 강물의 윤슬을 보기만 해도 좋은 곳. 그곳에 작은 쉼터를 꾸린다. 집은 아니지만 집보다 안락한 곳. 오두막이든 농막이든 그 무엇이든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작고 단단한 집이면 된다. 전 세계 숲속에 자리 잡은 작은 집들을 찾았다.

  • SPACE

    유연하고 자유로움을 지향하는 주택 Cabin Anna

    다시 숲으로, 흙으로 돌아갈 계절이다. 작은 텃밭을 일궈도 좋고, 산을 관망해도, 강물의 윤슬을 보기만 해도 좋은 곳. 그곳에 작은 쉼터를 꾸린다. 집은 아니지만 집보다 안락한 곳. 오두막이든 농막이든 그 무엇이든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작고 단단한 집이면 된다. 전 세계 숲속에 자리 잡은 작은 집들을 찾았다.

  • SPACE

    골목 점심

    내 점심을 책임질 골목길 네 곳.

  • SPACE

    브런치 카페, OLD VS. NEW

    검증된 곳을 갈 것이냐, 신흥강자로 떠오르는 곳을 갈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MORE FROM ARENA

  • FEATURE

    켄시로

    난세를 살아가는 북두신권의 계승자 켄시로가 말하는 사랑과 슬픔 그리고 권법.

  • FASHION

    GAME ON

    꿈보다 가깝고 현실보다 쾌활한 박진감이 넘치는 가상현실 속으로 빠져든 순간.

  • TECH

    손맛으로 한다

    튕기고, 긁고, 돌리고, 발사하고. ‘손맛 좋은’ 게임들.

  • FEATURE

    '쿠팡되다' 가능할까?

    ‘아마존되다(to be Amazoned)’라는 말을 들어봤나? 지난 2018년 초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처음 사용했다고 하는데, 속뜻은 “아마존이 당신의 사업 영역에 진출했으니 이제 당신 회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책을 팔며 시작했던 아마존은 푸드, 장난감, 프랜차이즈 마켓, OTT를 장악했다. 물론 이런 식의 신조어는 이미 있었다. ‘제록스하다(복사기를 이용하다)’, ‘구글링하다(인터넷 검색하다)’ 등. 하지만 ‘아마존되다’는 범용성의 규모가 더욱 크다. 지금 비즈니스 산업의 전 영역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아마존처럼 ‘되려는’ 기업이 있다. 바로 ‘쿠팡’이다. 과연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이 될 수 있을까?

  • FEATURE

    지금, 서울에 필요한 것

    다음 봄에는 미세먼지가 줄어들까? 부동산 양극화와 같은 해묵은 경제 문제가 해결될까? 코로나19로 사라진 공간은, 문화는 다시 꽃피울 수 있을까? 더 나아질 수도, 또 다른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아무도 알 수 없다. 4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서울 시민 1백 명에게 서울에 필요한 것을 물었고, 막연한 바람들을 들었다. 1백 명 목소리를 정리하며 기대해본다. 서울시가 귀 기울이길.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