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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의 리듬

On August 09, 2019

상하이의 훅한 바람과 함께 맞이한 프라다만의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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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상하이는 남달랐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훅 치고 들어오는 습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 그럼에도 꽤 오래전 방문했던 상하이와 지금의 상하이는 (주변에서 하도 요즘 상하이가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온 덕분인지) 왠지 공기 속 질감이 달라진 듯도 했다. 그렇다. 프라다를 보러 왔다. 밀라노를 떠나 놀랍게도 이곳 상하이에서 선보이기로 결정한 2020 S/S 남성 컬렉션. 상하이의 이 풍광과 프라다만의 에너지, 도발과 자유의 힘은 과연 어떤 리듬을 보여줄 것인지.

상하이 항구 쪽 쇼장에 가기 전에 먼저, 롱 자이(Long Zhai) 뮤지엄을 방문했다. 1910년에 지어졌다가, 세파를 겪으며 훼손된 고택을 프라다가 10년넘게 한 땀 한 땀 복원하면서 밀라노의 ‘폰다지오네 프라다’와 연계한 전시까지 열고 있는 곳. 습하면서도 훈훈한 바람이 불어오는 테라스에 서자, 1백 년이 넘게 유지되어온 유려한 정원이 눈을 사로잡는다. 실내로 시선을 돌리면 10년넘게 천천히 복원 해온 바닥 타일, 단정한 스테인드글라스, 자수를 놓은 실크 벽지, 천장의 나무 조각 디테일들이 찬찬히 눈으로 다가온다.

지금의 상하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트를 중심으로 오래된 건물들을 리뉴얼하며 도시의 틀을 새롭게 잡고 있다는 것을, 길거리를 찬찬히 걸으며 호쾌하면서도 디테일에 신경을 쓰는 ‘뉴 상하이’의 진면목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다. 프라다가 왜 2020 S/S 남성 컬렉션을 상하이에서 열기로 했는지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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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장은 민생 부두(Minsheng Wharf)에 위치해 있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저장 창고 중 하나였고, 밀과 곡물을 주로 보관하던 민생 부두의 무려 8만 톤까지 저장이 가능한 저장고(Silo Hall)는 과거와 최첨단의 미래가 공존하는 상하이, 그리고 프라다의 정신과 딱 일치하는 장소였다. 상하이 과거의 유산과 역사를 염두에 두고, 건물 내부에 여전히 남아 있는 가공되지 않은 산업 양식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은 쇼장. 입구에서부터 강렬한 레드 계열 네온 불빛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내부에서도 네온은 홀의 복잡한 구조를 강조하면서도 미묘한 파스텔 톤으로 반짝이는 인필레이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거대하고 복잡한 방을 가로지르는 직선의 캣워크가 인상적인 건물 중앙의 원형 좌석에 착석하자 드디어 쇼가 시작된다.

이번 프라다의 남성 컬렉션은 자신감, 즐거움, 무한한 긍정과 가능성의 정신으로 새로운 리듬을 창조한다. 우아한 시각으로 옷의 의미를 탐구하면서도 일탈을 허용한다. 일탈 행위는 낙천적인 컬러와 비현실적인 대조법을 사용해 오히려 차분하게 표현되었다. 이런 대조적인 표현법은 보수적인 세대는 반항적으로 보이도록, 젊은 세대는 좀 더 정교해 보이도록 의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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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에서 컬러는 정말 중요한 열쇠다. 이번 쇼에는 카키, 블랙을 기본으로 밝고 생동감 넘치면서도, 새롭고 감미로운 뉴트럴 톤과 부드럽고 편안한 색상이 사용되었다. 스포츠 무드와 고급스럽고 날렵한 디자인의 의상이 조합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쇼장 곳곳에 흩뿌리고 있다. 또한 각기 다른 길이가 조합된 다양한 룩들이 신체를 재평가하고, 눈에 띄게 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긴 실루엣의 셔츠는 테일러 재킷 라인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오버사이즈 폴로 셔츠와 스웨터는 왜곡된 현실과 함께 신체 내부를 재평가하게 한다. 그리고 기술은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프라다는 로파이(Lo-fi) 시대의 상징인 카세트테이프, 비디오 카메라를 순수한 장식품의 수위로 끌어올렸다. 레트로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프라다의 로고와 맞물려 과거주의와 미래주의가 어떻게 한 공간에 서로 어울릴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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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쇼의 화룡점정. 여전히 최고의 크리에이티비티를 보여주고 있는 미우치아 프라다 여사가 무대에 섰다. 감동의 박수가 쇼장을 가득 메우고. 과거와 미래주의가 뒤섞인 상하이가 여실히 증명하듯, 프라다의 이번 컬렉션은 한계에 반대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과거에 대한 기억이 반항, 새로움을 창조해나갈 수 있는 영감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렇듯 프라다는 여전히 되돌아보고, 또한 앞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변화해가고 있다.

상하이의 훅한 바람과 함께 맞이한 프라다만의 리듬.

Credit Info

EDITOR
박지호

2019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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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박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