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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itique

지금의 음악

UpdatedOn July 31, 2019

들을 만한 음악이 없다고 할 때쯤엔 꼭 신선하고 좋은 음악이 등장한다. 멀리 나갈 필요도 없다. 최근 국내 음악 신에 던져진 신보들 중에서도 유의미한 행보를 보이는 뮤지션의 음반과 귀를 즐겁게 만드는 음악이 꽤 많다. 넘쳐나는 음악 속에서 헤매는 이들을 위해 지금 당장 들어야 할 국내 음악가의 신보를 알차게 골랐다.

CONTRIBUTING EDITOR 강예솔

망설이지 말고 돌아와

박재범이 돌아왔다. 또, 다시, 벌써 돌아왔다. 제이 지의 록 네이션(Roc nation)에서 발매한 《ASK BOUT ME》로 북미 시장을 두드리더니, 《The Road Less Traveled》를 채 1년도 되지 않아 냈다. 그 사이에 몇 개의 싱글과 꽤 많은 피처링이 있었다. 언제는 그렇지 않았느냐마는, 새 음반은 우선 양적으로 풍부하다. 사실상 정규 음반 두 장으로 나눠 내도 무방한 양에 가깝다. 한 곡을 제외하고 모두 피처링 아티스트와 함께했다. 제이 일렉트로니카 같은 유명인, 자신의 고향인 시애틀의 래퍼들, 지금 ‘핫’한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와 신예 클로에 드비타까지 망라했다. 사실상 지금 박재범이 굳이 누군가의 피처링으로 대단한 이득을 볼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제가 이 위치에서 많은 분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거. 그 자체가 큰 자극이 돼요. 주변 사람뿐만 아니라, 모르는 아티스트들도 제가 낸 길을 이용할 수 있잖아요”라고 말한 만큼, 무작정 앞으로 가는 대신 주변을 살핀다. 또한 그는 지금 한국에 살고, 한국이란 키워드를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중이다. 그가 지금의 자리에 오른 과정이 꼭 그랬듯. ‘SOJU’로 출발한 모험을 ‘K-TOWN’과 ‘Ben Baller’로 이어간다. 그것이 효과적이든 효과적이지 않든 그는 충분히 그것에 대해 재미있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보란 듯이 ‘가지 않은 길(The Road Less Traveled)’에 대해 말한다.

프로듀서 모과 또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간다. 8볼타운 소속 아티스트인 그는 아직 한국에서는 공식 결과물이 많지 않지만, 이미 시카고와 베를린 등지 레이블에서 몇 장의 싱글과 EP를 발매했다. 이번엔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 띠어리(Spring Theory)를 통해 레코드를 냈다. 그가 몇 년 전 페루와 베트남에 살며 느낀 감정과 경험을 담았다고 한다. ‘영등포 훵크(부기) 마법사’라는 별칭으로 불려온 모과의 새 음반은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결과물 중 가장 하우스에 가깝다. 다만 반복적이기보다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단순하기보다 화성이 두드러지며, 어두운 클럽보다 호젓한 풍경이 먼저 떠오른다. ‘기묘한 이야기’풍의 1980년대보다 90년대에 점점 가까워지는 악기 소리의 질감 또한 모과의 색다른 도전이다. 달아오르는 여름을 느긋하게 맞이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음반.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는 그의 라이브를 챙겨 보는 것 또한 ‘로컬’만의 즐거움일 것이다.

모과의 변신이 은근하다면, So!YoON!은 직설적이다. 새소년의 프런트 퍼슨 황소윤으로 진작에 알려진 그는 얼마 전 So!YoON!이란 이름으로 첫 정규 솔로 음반을 냈다. 라이너노트에 쓰여 있듯 “스스로 모든 것을 하고 싶기보다는 혼자라서 누구와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황소윤이 솔로 활동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라는 그는 느낌표 가득한 이름과 음반명처럼 예측을 가볍게 벗어난다. 다만 협업한 동료들의 역량에 잠식당하지 않는다. 어떡 식으로든 황소윤의 음악이라는 단서를 남기는 식으로, 그는 자유롭게 움직일 뿐이다. 수민과 함께한 ‘Noonwalk’ 말미의 기타, 확고한 색의 래퍼 재키와이와의 호흡으로 90년대 배드보이 레코즈의 팝 랩 트랙에 미래적 브리지와 가사를 얹은 듯한 ‘FNTSY’ 등은 좋은 예다. 손잡은 모두와 끈끈해 보이고, 그 중심엔 황소윤이 있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추가로 ‘코멘터리 음반’ 《Album Commentary: So!YoON!》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코멘터리 앨범은 황소윤의 말로 시작한다. “코멘터리 앨범을 발매한 계기는, 굉장히 많은 트랙을 전혀 다른 작업자들과 협업하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쌓였기 때문이에요.” 트랙당 15분가량, 그와 동료들은 주도적으로 자신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수록곡의 면면만큼이나 멋진 시도인 동시에 새 출발을 기념하는 훌륭한 아카이브임이 분명하다.

박재범, 모과, So!YoON! 모두 자신의 방식대로 컴백이란 말에 부합하는 새로운 요소를 포함한 음반을 갖고 돌아왔다. 더불어 마지막으로, 일흔이란 나이를 맞아 새 음반 <7>을 내놓은 최백호가 있다. 사실 냉정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전반적 흐름은 다소 들쭉날쭉하다. 다만 40년간 노래를 불러온 가수가 낼 수 있는 목소리와 노랫말이 있다. 그리고 ‘어덜트 컨템퍼러리’란 구분이야말로 적절하다는 생각이 대번에 드는 타이틀곡 ‘동생아’는 꽤 특별한 노래다. AOR 혹은 모던 소울에 가까운 편곡, 트로트와 팝의 경계 어디쯤의 아슬아슬한 멜로디. 그가 젊은 재즈 뮤지션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2012년작 <다시 길 위에서>만큼 파격이라 할 순 없지만, 그보다 ‘낭만에 대하여’에 가까운 방식으로 오래 불릴 수 있는 곡이 아닐까. 성인 가요의 불모지에 무척 반가운 노래가 나왔다.

며칠 전 열린 열광의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So!YoON!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존 케일과 협주를 했다. 20년 만에 신중현 선생의 새 음반이 나온다. 그를 뒷받침하는 연주는 신대철과 신윤철과 신석철 형제가 맡았다. 음반이 아닌 싱글 형태라 아쉽게 원고에서 다루지 못한 림 킴의 《SAL-KI》 또한 의지가 확고한 뮤지션이 좋은 프로듀서를 만났을 때 어떤 음악이 탄생하는지 잘 보여준다. 종횡무진 염따의 행보는 그 자체로 2019년이 틀림없다. ‘테크노 퀸’이란 헤드라인으로 페기 구의 인터뷰가 한국 유력 일간지에 실렸다. 동시에 그가 런던 핀즈베리 파크에서 열리는 파티의 큐레이션을 맡는다는 뉴스가 전자음악 매체 <레지던트 어드바이저>를 통해 발표됐다. 음악이든 소식 그 자체로든 모두 흥미로운 일들. 페스티벌에서도, 댄스 클럽에서도, 집에서도 지금의 음악을 듣는다.

WORDS 유지성(프리랜스 에디터 겸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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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IBUTING EDITOR 강예솔
WORDS 유지성(프리랜스 에디터 겸 DJ)

2019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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