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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itique

애플은 콘텐츠 맛집이 될 수 있을까?

UpdatedOn July 25, 2019

애플티비+가 곧 서비스를 시작한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리미엄을 잡겠다는 포부를 드러내며 스티븐 스필버그 등 유명 제작진들과 함께 첫 삽을 떴다. 호화로운 시작이다. 플랫폼과 하드웨어 사업을 하던 애플이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 것은 대기업의 골목 상권 진출을 연상시킨다. 애플이 아이튠즈를 처분하고,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 속내는 무엇인가? 그래서 애플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EDITOR 조진혁

푸드코트 같은 콘텐츠 플랫폼

애플티비+가 올가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애플티비+는 쉽게 말하자면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또는 OTT 서비스)다. 애플이라는 회사 특성상 완벽한 준비와 경쟁력을 갖추고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애플티비+는 어떤 형태일까?

지난 3월 25일 애플은 콘텐츠/서비스 출시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오프라 윈프리, 스티븐 스필버그, 제니퍼 애니스턴 등이 참석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어메이징 스토리>라는 TV 시리즈를 만들고 오프라 윈프리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 밖에도 떡밥왕 ‘J.J. 에이브럼스’, 반전왕 ‘M. 나이트 샤말란’도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할 예정이다. 이 정도면 미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라인업이다. 애플은 1백 개 이상의 국가에서 애플티비+를 서비스하겠다고 밝히며 출사표를 던졌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은 구독료 정도다.

그렇다면 애플은 과연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대박을 터트릴 가능성이 있을까?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비해서는 후속 주자지만 잠재력은 만만치 않다. 일례로 2015년 시작한 애플뮤직은 단숨에 음원 스트리밍 업계에서 스포티파이에 이어 2위로 뛰어오른 전력이 있다. 전 세계 7억 명이 넘는 아이폰 유저 덕분이다. 아이폰-아이패드-맥북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하드웨어 생태계는 애플의 최대 강점이다. 애플은 iOS와 맥OS에 애플 TV 앱을 업데이트할 것이고 애플 유저들은 손쉽게 애플 TV 앱을 발견하고 실행시킬 것이다. 게다가 애플 사용자는 애플이 어떤 것을 내놓아도 사랑할 준비가 돼 있는 박애주의자들이다.

준비도 충실하다. 애플은 서비스 시작 전에 이미 10억 달러(약 1조1천억원)를 투자했고 30개 이상의 오리지널 프로그램과 영화를 제작 중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M. 나이트 샤말란, J.J. 에브럼스가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다. TV 앱도 준비 중이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대부분 TV를 통해 이뤄지는데 애플은 삼성, LG, 소니, 비지오 등 대부분의 TV 제조사와 제휴해 TV 앱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애플뮤직에서 애플의 역할은 단순히 유통 채널이었다. 하지만 애플티비+는 다르다. 콘텐츠 제작사가 돼야 한다. 이 부분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애플이 원하는 자신들의 이미지는 환경을 사랑하고 차별을 배척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기업이다. 이런 이미지가 오히려 애플티비+ 콘텐츠에 제약을 가할 수 있다. 글로벌 히트작인 <왕좌의 게임> <스파르타쿠스>는 폭력과 섹스가 난무하고 <브레이킹 배드>는 마약 제조 이야기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애플티비+에서 이런 시리즈가 방영될 것 같지 않다. 실제로 애플티비+에서 현재 준비 중인 콘텐츠 대부분은 PG-13 등급(13세 이상 관람가) 수준이라고 한다. 물론 세상에는 음란마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건전한 콘텐츠도 충분히 히트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카테고리는 엄청난 경쟁자가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디즈니다. 디즈니는 마블 콘텐츠와 픽사, 수많은 전체 관람가 영화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미국 영화 업계에서 압도적인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디즈니의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역시 올 11월 론칭 예정이다. 디즈니는 디즈니+가 온 가족이 볼 수 있도록 건전한 콘텐츠 위주로 서비스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애플티비+의 순수 전략이 시작 전에 큰 암초를 만난 듯하다.

넷플릭스 역시 스포티파이와는 다른 차원의 경쟁자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매해 10조가 넘는 돈을 들여 6백~7백 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반면 애플은 1년 동안 겨우(?) 1조 남짓한 돈을 투자했을 뿐이다. 콘텐츠의 질과 양에서 게임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애플이 넷플릭스만큼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넷플릭스나 디즈니는 콘텐츠 제작사이기 때문에 인프라가 충분하지만 애플은 하드웨어 회사여서 새롭게 인프라를 구축해야만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노하우는 돈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시간과 인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애플티비+에 회의적 시각을 갖는 이유다.

물론 애플도 이런 약점은 잘 알고 있다. 그들도 처음부터 넷플릭스나 디즈니를 추월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꾸준히 서비스를 하며 경쟁력을 키우다가 인프라가 구축되면 베팅을 할 수 있다. 물론 인수도 가능하다.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하는 방법도 있고 심지어 넷플릭스를 인수할 수도 있다. 돈이 많이 들겠지만 디즈니+가 선전한다면 넷플릭스도 위기에 빠질 수 있고 애플에게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애플뮤직이 성공한 이유는 아이튠즈가 아니라 비츠 뮤직 인수 덕분이었다.

또 다른 선택지는 공짜 전략이다. 제작 비용을 줄이고 외부 소싱을 늘려 애플 유저들에게 공짜로 서비스하는 전략이다. 앞서 말했듯이 애플티비+의 거의 모든 것이 밝혀졌지만 아직 구독료는 밝혀지지 않았다. 만약 애플티비+가 공짜로 서비스된다면 그 손실분은 늘어나는 애플 하드웨어 매출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다만 아쉽게도 애플의 현재 행보로 볼 때 무료일 가능성은 적다. 애플은 애플뉴스+(뉴스 구독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게임 구독 서비스)를 올해 론칭하며 본격적으로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는 서비스 사업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행보를 볼 때 아이폰을 위한 서비스로 애플티비+를 껴줄 가능성은 적다. 대신 유튜브 프리미엄 형식을 띨 수는 있다. 월정액을 약간 내면 광고를 제거해주거나 애플뮤직과 묶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두 서비스를 다 이용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대강 결론을 내야겠다. 애플티비+의 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맛집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거대하고 화려한 백화점에 입점한 푸드코트 같은 느낌에 더 가깝다. 개성은 약하고 경쟁력은 어중간하다. 물론 나는 편리하고 가족과 함께 이용하기 좋다는 이유로 백화점 푸드코트를 가끔 찾는다. 입지가 좋고 서비스가 검증됐기 때문이다. 애플티비+가 백화점에 들른 김에 이용하는 곳이 될지, 아니면 일부러 찾아가는 곳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래도 누구나 한번쯤은 우연히 들를 가능성이 높다. 이 정도면 괜찮은 시작 아닌가?

WORDS 김정철(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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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김정철(IT 칼럼니스트)

2019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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