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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의 서울살이

이 인터뷰는 배우 안재홍이 실제로 자주 찾는 동네를 고르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가 일상을 보내는 동네인 서촌에서 자유롭게 먹고 마시면서 촬영했고, 서촌과 서울과 연기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처음 서울에 온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진짜 연기를 하는 것이 꿈이라 말했다.

UpdatedOn May 1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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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지색 코트와 흰색 팬츠는 모두 코스, 줄무늬 스카프는 드레익스, 슈즈는 유니페어 제품.


오늘 촬영할 동네를 직접 선정해달라고 했을 때 서촌과 연남동을 얘기했어요. 그래서 결국 촬영 장소가 서촌이 되었고요.
사람들을 주로 연남동이나 서촌 쪽에서 만나거든요. 이 동네를 고집하진 않지만, 편하게 생각하고 좋아해요.

서촌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재미있는 공간이 많은 것, 그리고 고즈넉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혼재된 것이요.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무언가가 서촌에 있어요.

얘기가 나온 김에 서울에 관한 질문을 조금 더 해볼게요.
서울이요? 저 부산 사람인데요.

(웃음) 서울에 올라온 지 오래되지 않았나요? 그렇지만 아직은 부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스무 살까지 부산에 있었고, 서울 생활은 이제 14년째거든요. 부산에서 산 시간이 더 길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뭐, 서울 사람이죠. 주민등록상 주소도 서울로 돼 있으니까요.

부산 사람의 서울살이는 어때요?
솔직히 말하면 너무 뜨거운 거 같아요. 좋은 의미일 수도, 나쁜 의미일 수도 있겠네요.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예요?
밤 12시.

그 시간에 주로 깨어 있어요?
주로 집에서 영화를 보든, TV를 보든, 맥주를 마시든, 막걸리를 마시든 해요. 그 시간이 제일 편해요.

오늘은 와인과 칵테일을 마셨네요.
그러게요. 둘 다 맛있었어요.

쉴 때는 술이나 미식을 즐기는 편인가요?
네. 늘 뭔가 배워야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실천력이 없어서인지, 게을러서 그런지 아직 취미랄 게 없어요. 그냥 친구들 만나서 맛있는 거 먹고 이야기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에요. 다만 요즘은 조금 빠듯하고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소소한 것일지라도 부지런하게 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예를 들면 집에서 청소를 하더라도 열심히 하고 나면 성취감이 있잖아요. 그렇게 하나씩 일상을 채워가는 게 좋아요.

일상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일어난 계기가 있나요?
작품 들어가면 촬영장에서 연기 준비를 하고, 연기를 하고, 마치고 쉬는 게 일상이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휴식도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박은 없는데 그냥 그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확하게 구분짓지 않으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게 되거든요. 요즘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껴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된 생각일까요?
나이 별로 안 들었는데….

영화 <임금님의 사건 수첩> 개봉 후 인터뷰에서도 ‘나는 아직 어리다고 생각한다’고 한 답변이 떠오르네요. 그 답변이 유효하다고 봐도 될까요?
네. 저는 배울 게 많고 어리다고 생각해요. ‘어리니까 괜찮아요’라는 식의 무책임은 아니고요, 조급해하지 않는다는 뜻에 가까워요. 저는 아직 해나갈 것이 많은 사람이고, 또 나 자신을 믿는다는 의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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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리넨 수트는 망고맨, 이너로 입은 폴로 셔츠는 맨온더분 제품.

갈색 리넨 수트는 망고맨, 이너로 입은 폴로 셔츠는 맨온더분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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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와 줄무늬 니트 톱은 모두 마시모두띠 제품.

티셔츠와 줄무늬 니트 톱은 모두 마시모두띠 제품.


 “좋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저 사람이 전하는 이야기는 진짜라고 믿음을 주는 연기요.” 


아직 보여주지 않은 모습 중에 연기로서 드러내고 싶은 모습이 있나요?
배우라는 직업은 선택받아야 하기 때문에 ‘저는 이런 모습이 있으니까 제대로 보여드릴래요’라고 하지 않아요. 스스로 마르지 않는 샘이 되고 싶을 뿐이에요.

확실히 처음 연기 시작했을 때에 비해 훨씬 더 자주, 더 큰 역할을 제안받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변화를 느꼈나요?
아무래도 책임감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혼자 다 짊어지고 나가겠다고 할 수 있는 사람도 못 되고, 주인공이니 더 열심히 하겠다는 것도 아니지만요. 시각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은 해요.

주인공이 되어 연기하는 건 어떤가요? 물론 주인공이 되기 위해 연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요.
아니죠.

그렇지만 배우라면 누구나 극을 이끌어가고 싶어 하잖아요. 그 위치에서 연기를 할 때 어떨지 궁금했어요.
사실 작년에 큰 변화가 있었어요. 영화 <사냥의 시간>을 6개월간 촬영했고, 하반기에는 영화 <해치지않아>를 촬영했는데, 두 작품 모두 주연으로서 연기를 해내야 했어요. 스스로 많이 되돌아봤고, 많이 채우려고도 했고, 반대로 비우려고도 한 해였어요. 그 과정에서 참 많이 느끼고, 자책하고, 힘을 내면서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두 편의 작업은 어떤 의미로 남았나요?
굉장한 의미였죠. 제가 어마어마하게 좋아하는 감독님 두 분과 같은 해에 작업을 함께한 거잖아요. 저한테는 특별한 기억일 수밖에 없어요. 굉장히 치열했고, 행복했어요.

그렇게 한 해 동안 치열하고 행복하게 연기를 했던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정말 단순하게 얘기하면 좋은 작품을 하고 싶고,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죠. 너무 유치한 대답 같은데 그게 진실한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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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재킷과 팬츠는 모두 리바이스, 이너로 입은 터틀넥 톱과 팬츠는 모두 마시모두띠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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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청색 니트 카디건은 제이리움, 이너로 입은 톱과 팬츠는 모두 마시모두띠 제품.


연출자로서도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2년 전 한 인터뷰에서 <검은 돼지>와 <열아홉, 연주> 이후 작품에 대한 질문에 연출 생각이 없다고 답변을 했는데요. 연기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고요.
요즘은 다시 생각해보고 있어요. 그런데 구체화된 건 아직 없어요. 단편 작업을 해보는 것도 저한테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조금씩 끄적이는 단계예요. 부끄럽지만 언젠가는 다시 도전할 것 같아요.

연출 작업은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은 호기심 혹은 욕망일까요? 아니면 연기에 좋은 영향을 받고자 하는 마음에 가까운가요?
처음에는 오직 연기의 시각을 넓히는 데 도움을 받고 싶어서 연출에 도전한 거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전자의 마음이 조금씩 생기는 거 같아요. 제 생각을 일기처럼 써내려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을 하다 보면 의도와 상관없이 ‘아 이렇게 연기하면 진짜 감독님들이 답답하시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게 돼요.

카메라 앞이 아닌 뒤에서 연출자로서 바라봤을 때, 배우인 내가 어떻게 보일 거 같아요?
진짜 날카로운 말이네요. 미울 거 같아요. 하하. ‘좀 잘해라’라는 마음일까요.

어떤 연기자로 나아가고 싶어요?
좋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저 사람이 전하는 이야기는 진짜라고 믿음을 주는 연기요.

연기를 하면서 언제 가장 설레나요? 캐스팅이 돼서 대본을 받고, 촬영을 하고, 관객 앞에 결과물을 선보이는 과정 중에서요.
다 똑같아요. 설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고, 그렇지만 다 좋아요. 여러 가지 복합적인 마음이 들어요.

그중 걱정스러운 마음은 어디에서 발현되는 것인가요?
그러니까 지금 인터뷰를 하는 이 순간에도 여러 가지 감정이 왔다 갔다 해요. 자신감 넘치게 대답을 하려다가 ‘나는 왜 이럴까’라면서 괜히 쓸데없는 자책도 하고, 갑자기 굉장히 용감해지고 뿌듯했다가도, 감상적으로 되기도 해요. 거기서 걱정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거 같아요. 여러 가지 생각이 휘몰아치는 것이 결국 걱정이라는 감정으로 나오는 거겠죠.

그 걱정 때문일까요. 한번도 ‘나 잘해요’라고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그랬나요? 그런데 내가 잘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나요?

사실 거의 없죠. 래퍼라면 모를까.
그러네요. 왜 그럴까요? 아, 그런데 저 힙합 음악 되게 좋아해요.

갑자기요? 하하
네.(웃음) 그런데 정말 신기하네요. 배우도 작품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래퍼도 음악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데 왜 이렇게 다를까요. 어쨌든 저는 연기를 하면서 깨달음에 대한 생각을 가장 많이 해요. 예전에 어떤 선배님 인터뷰 중에서 ‘연기라는 일은 깨닫는 작업이다’라고 한 말을 읽은 적이 있는데 많이 공감했어요. 어떻게 깨달을 수 있을까, 깨달음은 어떤 것일까. 그런 생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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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CONTRIBUTING EDITOR 강예솔
PHOTOGRAPHY 김연제
STYLIST 배보영
HAIR 노혜진(에이바이봄 슈퍼센스에이)
MAKE-UP 임유진(에이바이봄 슈퍼센스에이)
LOCATION 퀴진 라끌레, 바 참
ASSISTANT 허주하

2019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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