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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itique

파울루 벤투 보수론

UpdatedOn May 28, 2019

A대표팀에 대한 팬들의 볼멘소리가 들려온다. 전임 감독에게서 받은 상처가 너무 컸던 것일까? 팬들은 파울루 벤투에게 파격적인 전술과 활력으로 신선한 A대표팀을 만들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벤투호는 상쾌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언론과 팬들은 감독의 선수 및 전술 운용을 두고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들이댄다.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원인은 변화 없는 스쿼드, 수비 전술, 이강인과 백승호 등 뉴 페이스 미활용이다. 이를 두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보수적인 감독이라 판단한다. 벤투의 축구는 정말 보수적인 걸까? 벤투호의 짧은 역사를 통해 면밀히 분석한다.

EDITOR 조진혁

벤투는 보수적이지만, 슈틸리케와는 다르다

벤투는 보수적이다. 확실하다. 다만, 울리 슈틸리케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비교할 수 없다. 벤투는 다소 답답하지만 확실한 철학으로 팀과 전술을 운용하고 있다. 벤투가 슈틸리케와 비교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벤투는 파격을 위해 선수를 뽑지 않는다. 슈틸리케가 이정협, 허용준 같은 선수를 깜짝 발탁하고 바로 경기장에 내보냈던 것과는 다르다. 벤투는 이강인과 백승호를 선발하고도 그라운드에 들이지 않았다. 팬들은 “뽑았으면 쓰라”고 하지만, 벤투는 훈련장에서 증명하지 않은 선수는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다는 철칙을 고수한다. 이 원칙이 흔들리지 않기에 선수들도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 것이다. 전술 운용도 보수적이지만 고집스럽지는 않다. 벤투는 부임하면서부터 ‘틀’을 강조한 지도자다. 어떤 상황에서도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4백을 거의 바꾸지 않고 후반에 교체도 거의 비슷하게 한다. ‘2019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이 부분이 도마에 올랐었다. 경기를 잘하지 못하면서도 같은 패턴으로 교체 카드를 쓰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더 높이 올라가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경기력은 좋았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벤투가 지난 3월 A매치 2연전에서 보여준 변화는 인상적이었다. 벤투는 포메이션을 4-2-3-1에서 4-1-3-2로 바꾸며 중심을 앞으로 옮겼다. 기성용과 구자철이 은퇴한 공백을 선수가 아닌 전술 변화로 메운 것이다. 손흥민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면서 경기도 상당히 공격적으로 풀었다. 볼리비아와 콜롬비아 경기 베스트 11은 6명이나 달랐다. 이강인과 백승호는 뛰지 못했지만 변화의 폭은 적지 않았다. 벤투는 친선 2연전을 치르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1차전에 주전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을 선발로 쓰고, 2차전에는 몇 명을 바꿔서 선발 명단을 짠다. 후반에는 1차전에 뛰었던 주전급 선수들을 다시 교체로 넣는다. 심지어 중앙수비수도 교체한다. 그래서 도돌이표처럼 답답해 보인다. 

골키퍼도 매 경기 바꾼다. 벤투는 친선 2연전에 항상 다른 골키퍼를 냈다. 콜롬비아 경기가 끝나고 유명 선수 출신들이 ‘벤투는 어차피 김승규만 쓴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 실전인 ‘2019 카타르 아시안컵’을 제외하면 골키퍼도 항상 바꿨다. 지금까지 벤투가 소집한 골키퍼 중에 뛰지 못한 선수는 구성윤이 유일하다. 김진현, 김승규, 조현우는 모두 경기에 나섰다. 축구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팬은 물론이고 기자인 필자도 새로운 선수들이 팀에 들어가 어떻게 팀을 바꿀지 궁금하다. 그렇지만 파격적이지 않다고 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손흥민은 아쉬워하는 팬들에게 들을 만한 이야기를 남겼다. “이강인, 이승우, 백승호도 중요하지만, 저는 다른 선수들도 소중합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어린 선수들이 함께 훈련하면서 성장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벤투는 보수적이지만 확실한 원칙은 지키고 있다. 그의 경기는 그의 무미건조한 인터뷰보다는 훨씬 더 재미있다. 그 원칙이 좋은 성적을 보장할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아, 아무리 화가 나도 슈틸리케 감독과 벤투를 비교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실례다.


WORDS 류청(<풋볼리스트> 취재기자)

보수주의자 벤투를 위한 변명

파울루 벤투 감독과 대한민국의 허니문이 끝났다. 2019 카타르 아시안컵 8강에서 탈락하자 대회 중 벤투 감독이 내렸던 결정은 몽땅 실패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선발진과 전술이 빤해서 떨어졌고, 3월 A매치에서는 이강인을 소집하고도 기용하지 않았으니까 벤투 감독은 ‘꼰대’다. 14전 9승 4무 1패 같은 전적 따위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 우선 벤투호의 아시안컵을 변명한다. 부임한 지 4개월 만에 대회에 나섰다. 선수단을 면밀히 파악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대회 전에 남태희, 권창훈, 장현수(이유야 어쨌든 주전이었다)를 잃었다. 설상가상 대회 중에 기성용과 이재성이 쓰러졌다. 선발 11명 중에서 1순위 카드 5명이 날아간 것이다. 선수단의 악조건과 단기 토너먼트 대회의 특성(결과만 노려야 한다는)이 겹쳐 벤투 감독의 보수적 성향을 부추겼다고 해야 한다. 

벤투 감독이 보수적이라는 것은 엄연한 팩트다. 3월 26일 콜롬비아전이 단적인 예였다. 6명까지 교체할 수 있는 평가전에서 벤투 감독은 교체 카드를 3장밖에 사용하지 않고 리드를 지켰다. 같은 시기에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A매치 두 경기를 전혀 다른 두 팀으로 치렀다. 벤투 감독에게는 공식전이든 평가전이든 똑같은 90분이었다. 발렌시아의 ‘어린 스타’를 보고 싶다는 열망이 보기 좋게 배신당하자 팬들과 언론이 합심해서 발끈했다. 이 부분은 벤투 감독이 보수적이라기보다 여론과 벤투 감독의 3월 A매치 쓰임새가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벤투 감독의 최우선 과제는 손흥민 사용법 습득이었다. 고민 끝에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우면서 포메이션을 4-2-3-1에서 다이아몬드 4-4-2로 바꾸었다. 단조롭다는 비판과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두 경기에서 손흥민은 벤투호 출범 이후 제일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세상의 관심사가 이강인에게 쏠리든 말든 벤투 감독은 자신이 상정한 목표를 충실히 달성한 것이다. 백업 멤버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여론도 나름 명분이 있다. 

단, 지동원과 나상호를 주목하자. 벤투호에서 두 선수는 선발과 교체를 오가는 가용 자원이다. 대중적 인기와 실전 결과에 기인하는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둘은 계속 뛴다. 특히 나상호는 프로 경력이 짧은, 일반 팬에게는 소위 ‘듣보잡’이다. 벤투 감독은 그런 나상호를 인기 스타 이승우보다 높게 평가한다. 본인이 추구하는 ‘지배하는 축구’에 더 적합한 선수라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훈련에서 나온 결과와 함께 이름값보다 자기 축구와의 궁합을 중시하는 감독의 선수 기용이라면 인정해야 한다. 이강인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기성용을 대체하게 된 황인범 카드를 지금 다시 18세 신예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평가전의 편안함에 기대어 출전 기회를 줄 수도 있었겠지만 벤투 감독은 평가전조차 공식 대회처럼 임한다. 벤투 감독을 보면서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면 지나친 분노를 예방할 수 있다. 


WORDS 홍재민(축구 칼럼니스트, <포포투>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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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류청(<풋볼리스트> 취재기자), 홍재민(축구 칼럼니스트, <포포투> 전 편집장)

2019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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